우리 부모님은 캐나다 의료 시스템을 극혐하시는데, 나는 지금까지 큰 불만 없이 만족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부모님 입장도 이해를 못하는 건 또 아님. 이 글에서 캐나다 의료 시스템의 (장)단점 분석과 이 넓디 넓은 땅덩이의 의료 인프라 빈부격차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캐나다는 영국, 그리고 일본과 흡사하게, 개개인 혹은 가정 당 General Practioner(이하 GP)인 일반 가정의를 둔다. 이런 분들을 패밀리 닥터(이하 팸닥)라고 부르는데, 전문의(Specialist / 스페셜리스트)를 보려면 꼭 팸닥 추천서를 받아 전문의 클리닉에 다시 예약을 잡고 방문해야 한다. 일반 가정의쌤들은 내 몸 상태와 히스토리를 가장 잘 아는 분들임에 동시에, 게이트 키퍼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것이다 ㅋㅋ 캐나다 의료보험이 커버되는 신분이라면 죽을 병 수술까지 모두 무료이나, 치과, 안과, 많은 부분의 처방약 등이 전국민 의료보험에 포함이 안된다.

 

우리집은 2000년도 초반 캐나다 나나이모로 이주해서 그 때 지인 분의 팸닥을 추천받아 그 분 밑으로 들어갔는데, 비동양인 의사분이셨다. 여기서 쓸데없어 보이는 인종을 굳이 밝히는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팸닥의 문화적 배경과 인종적인 신체적 특징(?) 등이 팸닥 만족도와 향후 전문의 리퍼럴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집의 캐나다 첫 팸닥은 나나이모비동양인 의사 분이셨는데, 이 한 마디만으로도 부모님을 지금까지도 치떨게 하는 포인트 두 가지를 뽑아낼 수 있다:

 

1. 넓디 넓은 땅덩이의 의료 인프라 빈부격차: 토론토같은 대도시가 좋은 이유는 병원 인프라가 끝내주기 때문이다. 토론토 대학 부속 연구 병원만 해도 내가 알기로 다운타운에만 대학교 도보 15분 거리 내 University Avenue를 쭉 따라 남쪽으로 7개인가 9개 있으며, 그 중 하나인 Toronto General Hospital은 2021년 기준 전세계 종합병원 4위에 랭크되었다 (출처: Newsweek). 같은 출처의 캐나다 최고 병원들 순위만 보아도, 1위부터 4위가 모두 토론토 병원이며, 10위권 내 병원 중 6곳이 모두 토론토에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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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무려 천조국을 바로 밑 이웃으로 두고 있는 캐나다는 역사적으로 두뇌유출(brain drain)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의치대 간 내 선배들 중 거의 80% 이상이 지금 미국에서 의사하고 있으면 말 다했다 (법대는 조금 덜한 것 같지만 법대도 마찬가지.) 개발자 두뇌유출은 더 심각해서 ㅋㅋㅋㅋ 내 컴싸 친구들 지금 다 샌프란에 있는데 지난 3년 여간 다시 좀 토론토로 돌아오는 추세다. 요새 샌프란 다들 못살겠다더라..

 

아무튼 의사, 치과의사,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각 나라 혹은 주(province/state)의 면허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캐나다 의치법대 인재의 미국 이동은 개발자들이 컴터 하나 들고 비자 스폰서 받은 다음 일하러 갔다 오고,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미국 정착을 목표로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설령 캐나다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한들 이미 sunk cost가 너무 크고, 또 미국에서 돈을 훨씬 더 많이 벌기 때문에 돌아올 이유도 딱히 없다 ㅋㅋ

 

아무튼지간에, 이런 이유로 전세계 어디나 그렇겠지만 캐나다 시골은 의사가 부족하고, 대도시와의 의료 인프라 빈부격차가 심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선진국이기 때문에 시골도 열악하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언제든 원하면 전문의를 저렴한 가격에 맘껏 볼 수 있던 한국을 생각한다면, 캐나다의 시골은 한국 이민자들에게 특히나 가혹하다. 게다가 캐나다는 땅덩이가 을매나 큰지.. ㅡ_ㅡ

 

부모님은 나나이모의 팸닥이 아예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다. 우리집 경험상, 나나이모 팸닥들은 전문의 추천서를 웬만해서는 절대 안써주기 때문이다. 도대체 추천서 써주는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했는데, 나중에 내가 내 가정의 오피스 매니저랑 얘기한 바로는 자기들끼리도 레퍼럴 레퓨테이션이라는게 없진 않다고 한다. 여기서는 전문의 보기가 과장 좀 보태서 하늘에 별 따는 수준이다 보니, 시덥잖은 레퍼럴 써주는 팸닥 클리닉은 전문의 클리닉과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나 뭐라나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전문의 보고 싶은 순간마다 거의 매번 거절을 당하셨으며, 설상가상으로 추천서를 받는다 한들, 나나이모 혹은 그 근처에 원하는 전문의가 없어 빅토리아나 밴쿠버로 나가야 하는 상황까지 있었다. (그리고 이건 동물병원도 마찬가지다...)

 

2. 한국과의 문화 차이와 기대 수준: 캐나다는 다민종이 모여 사는 국가인만큼 여러 가치관이 공존한다. 물론 이 나라를 하드캐리하는 주류 가치관이라는게 있긴 한데, 그게 한국 이민자들과 충돌할 때가 심심찮게 있다. 내가 팸닥의 인종과 문화적 배경이 팸닥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동양인이며 그들이 아주 자주 상대하는 비동양인들과의 신체적 특징이 매우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 학생 때 너무 열심히 산 나머지 건강이 최악으로 치달아 전문의를 본 적이 있음.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백인이셨음. 내가 이러 이러한 증상이 있다 하니, 그건 내가 너무 말라서(..)라고 하심. 그 때 당시 나는 오히려 내 아픔의 부작용으로 살이 찌는 것을 의심했을 정도로 인생 최고 몸무게였는데, 그 분은 내가 내 나이 또래 같은 신장 평균 여성보다 너무 말라서.. 몸이 안좋을거라고 말씀하심. 아무리 내가 이건 평소보다 더 살이 찐거다라고 말을 해도 더 5kg 정도 더 찌우라는 말만 하심 ㅜㅜ 동양인 체격에, 당시 절대 마른 몸은 아니었음... 그냥 기준이 너무 다름. 지금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그 분의 진단이 전체적으로 맞긴 맞았는데, 여전히 내가 그 때 당시 살이 더 쪄야 했다는건 동의하지 못하겠음 ㅋㅋ 현재 그 몸무게에서 약 -10kg의 몸무게로 잘 먹고 잘 사는 중.
  • 워크인 백인 GP가 피뽑으려는데 뻥안치고 "ㅎr.. 아시안 여자애들 팔 너무 가늘어서 힘들어.." 라고 대놓고 한숨쉼 ㅋㅋㅋㅋㅋㅋㅋㅋ 인종차별이 아니라 진짜 힘들어서 푸념하는게 느껴졌음. 심지어 파이널 이그젬 기간이었는데 내 팔에 주사바늘 푹푹 찌르고 멍투성이 만들어 놓고도 결국 피 못뽑아서 랩으로 보냄. 캐나다 토론토 피뽑는 랩은 보통 필리피노분들이 하드캐리하시는데, 이분들 피 짱 잘 뽑으심. 지금 생각해보면 왜 GP가 굳이 직접 간호사 시키지 않고 내 피를 뽑으려 했는지 이해가 안감;;
  • 식생활. 이게 꽤 크다. 뭘 먹는지 설명을 하면, 문화 차이가 너무 클 경우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음. 이건 한류가 전무했던 20년 전 나나이모에서는 특히 더 그랬음. 내가 뭘 먹고 사는지에 대해 부연설명을 블라 블라 해야하고, 또 쌤이 100%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어서 서로 혼란스럽다.
  • 인종별 지병 문제. 내가 알기로 인종마다 특징적인 지병이 있을 수 있는데, 일례로 흑인들은 당뇨 발병 위험이 높다고 한다. 또 치과의사 친구 말로는, 뼈가 너무 튼튼해서 발치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동양인들도 연령별, 출신 국가의 백신 정책 등의 이유로 동일 지병을 비동양인들보다 더 많은 비율로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인종별 발병 위험이 높은 지병에 관해서는 동일 인종 선생님이 더 지식이 깊은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팸닥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공부를 엄청 많이 하시고 똑똑하신 분들이시지만, "한국계 여성"인 나의 문화적 배경이 전혀 없으신 분들이라면 내 신체에 대한 이해를 교과서의 데이터로만 해석하지 않으실까 하는 우려가 없진 않다.

 

  • 그리고 기대수준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 한국은 과잉진료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캐나다 의료가 세금으로 커버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예방의학에 더 힘을 쏟고, 생명에 위협이 없다 싶으면 거의 방치 수준..ㅋㅋㅋ 결국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 하는 시스템이다. 내가 예전에 피어싱 때문에 귀가 찢어진 적이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보시고 아이고.. 연고 잘 바르고 앞으로 피어싱 하지 말아라. 하심 ㅋㅋㅋㅋㅋㅋㅋ 꼬매자 뭐 그런거 없음. 팔로업 잡아준다고 하셨는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 대신 이 사람 진짜 죽겠다 싶으면 처치가 아주 훌륭하다카더라. 내가 캐나다 시골 카페에서 알바했을 때, 거기 단골 할아버지가 인공 심장을 이식하신 분이셨는데, 사경을 헤메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수술 다 되어 있고 돈 한 푼 안내셨다고.
  • 이런 경우, 바로 바로 전문의를 볼 수 있는 한국 의료 시스템에 익숙한 분들은 가슴을 치며 답답해할 수 밖에 없다. 또 회색지대는, 암수술 같이 1분 1초가 금보다 귀한 시간 싸움에 들어가는 경우, 초기라면 지금 당장 죽지 않으니 3개월 이상 기다리라는 통보를 받을 수도 있음 ㅡ_ㅡ

아니 그럼 이 나라 의료 시스템의 장점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 내 몸은 내가 챙기게 된다: ㅋㅋㅋㅋㅋㅋ 이거 레알. 아프지 않으려면 내가 내 몸을 잘 알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면 바로 팸닥에게 달려간다.
  • 무료..다 ㅋㅋ (아니 근데 내 세금..)
  • 내 몸에 대한 이해를 웬만큼 하게 되고, 나만의 예방의학 시스템을 구축하면 오히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적극적으로 매년 피검사, 보험 커버되는 백신 모조리 다 맞기 등 ㅋㅋ..)

그런데 이건 잘 안아픈 젊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부모님 연배 한인분들은 위에 언급한 단점들을 이유로 살기가 더 팍팍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한국말이 유창한 한인 의사분들은 거의 유니콘 수준이다 보니 더 그렇다. (그리고 이건 진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인 사회가 너무 좁아서 ㅠㅠ 환자 정보가 아무리 기밀이라한들, 한 다리 건너면 다 사적으로 아는 관계일 확률이 높아, 나는 한인분을 팸닥으로 맞기 좀 꺼려진다;)

그럼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남나? 팸닥을 선택할 때 조언

  • 우선 나는, 너무 일차원적인 말이지만 ㅠㅠ 가능만 하다면 병원 인프라가 크게, 잘 구축되어 있는 곳에 거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여기서 갑을관계를 따질 순 없겠지만, 시골로 들어갈 수록 의사 수가 부족해서 팸닥들이 전문의 리퍼럴을 써주기 꺼려하고, 말 그대로 의사가 갑이다 ㅠㅠ 나나이모와 토론토를 모두 거주한 내 경험에 따르면, 나나이모와 비교했을 때 토론토가 팸닥들의 환자 유치 경쟁이 더 세서 그런지(?) 더 친절하고, 레퍼럴도 잘 써준다. 만일 영어가 불편한 분들이라면, 당연한 말이지만 대도시에서 한국어 되는 팸닥을 찾는게 더 쉽다.
  • 팸닥을 선택할 때 있어서, 프론트 데스크의 서비스가 얼마나 기민한지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부분은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특히나 코로나 시국인 요즘엔 더욱 그렇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환자는 어떤 경우에 있어도 의사에게 직접 연락하지 못한다. 긴급 상황이 생기거나 어떻게든 곧 팸닥과 연결을 해야할 때, 프론트 데스크가 신속하고 친절하게 처리해주면 그것만큼 안심되는게 없다. 내 클리닉에 경우 프론트 직원들이 너무 일처리를 잘해서 (심지어 오후 11시에 이메일 보내도 5분 안에 답장옴;) 팸닥보다 오히려 프론트 직원들에 대한 만족도가 더 크고, 팸닥 클리닉을 결정한 이유에 있어 그 분들이 매우 컸다. 내 팸닥 내가 본다는데 답장도 안해주고 예약도 안잡아주면 홧병난다.
  • 나는 내 또래 한인 여성 팸닥분 밑에 있다가 그 분이 이사가셔서 현재는 중국계 팸닥 밑에 있는데, 만족한다. 레퍼럴 써달라는데로 써주고 (제일 중요), 일단 같은 동양인이기 때문에 식생활이나 기타 여러가지 기대치 등에 있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음.

캐나다에서 전문의 보는 팁:

마지막으로 캐나다에서 전문의를 보고싶을 시, 많은 분들께서 팸닥이 보내주는 전문의에게로만 갈 수 있는걸로 아시는데 내 경험상 그건 아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팸닥이 아는(?) 혹은 친분이 있는 전문의에게 더 빨리 보내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만약 팸닥을 통했음에도 전문의와의 예약이 세월아 네월아라면, 일단 팸닥에게 레퍼럴을 받고 직접 전문의 클리닉으로 전화를 돌리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토론토 시내 내과 전문의를 봐야 한다면, 토론토 시내 내과 전문의 클리닉에 내가 직접 전화를 다 돌리면서 지금 내가 팸닥 레퍼럴을 가지고 있다, 언제 가장 빨리 방문할 수 있냐, 혹시나 취소하는 환자가 생기면 바로 나에게 연락달라.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전화를 돌려야 전문의 예약까지 수 개월 기다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팁으로는 토론토 내 전문의 클리닉은 보통 예약 잡는 경쟁이 더 세기 때문에, 외곽 지역 클리닉에 전화를 돌리면 더 예약을 빨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캐나다에서 살아가려면 젊었을 때부터 내 몸을 잘 이해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잘 해서 스스로 튼튼해져야만 한다 ㅋㅋ 그리고 가능하다면, 삶의 질을 위해서 의사와 클리닉이 많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 시골로 갈 수록 내게 맞는 팸닥 찾기도 어려워질 뿐더러 전문의 보기도 힘겨워지고,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프론트도, 쌤들도 불친절했다 (잊지 말자.. 팸닥 클리닉도 담당 환자들 수를 채워야 돌아간다. 의사 수가 적고 환자가 많은 시골은 그래서 의사들이 초초초 초사이언갑인 것이다..)

 

본문은 나의 10년 토론토, 10년 나나이모 생활을 바탕으로 한 치의 과장 없이 쓰여졌으며, 캐나다의 다른 대도시 vs. 시골은 나도 모르겠으나 상황은 다 비슷하리라 짐작한다 ㅋㅋ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하루 빨리 부모님을 의료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팸닥쌤들이 더욱 친절한 토론토로 모셔오는 것이 목표이다. 블로그에 캐나다 뉴커머분들 유입이 좀 되는 것 같은데 그 분들께 특별히 더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 글을 읽으시는 모두들 건강하시길 소원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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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12월이다. 가히 보험 쇼핑의 달인 것이다.

 

캐나다 정부 + 공공기관 등의 회계 연도는 보통 3월에 끝나는데, 보험은 calendar year이다. 그래서 12월에 무조건 다 끝남 (= 남아있는 돈 다 써야됨.)

 

각설하고, 나는 카이로 물리치료와 RMT는 이미 잘 가는 곳이 있고 (JC Clinic 💆🏻 (구글 평점 5.0)), 이 외 보험이 너무 많이 남아 올해에는 한번도 건들여보지 않은 베네핏의 세계에 입문해보고자 1월-11월 내내 쓰지 않던 personal day를 이틀이나 빼가며 빨빨거리며 잘 돌아다님.

 

오늘 서술할 내추로패딕(자연치유학) 클리닉 방문은 많은 분들이 생소하실 수 있는데, 나도 잘 모르고 갔다가 멋도 모르고 백옥주사 맞고 옴 ㅋㅋㅋㅋㅋㅋㅋㅋ 썰 레츠고

 

내가 방문한 곳은 다운타운 토론토 컬리지역 근처의 Timeless Health Clinic이었다:

📍 Timeless Health Clinic: 25 Wood St #1, Toronto, ON M4Y 2P9

(구글 평점 4.8)

 

IV Therapy Toronto | IV Vitamin Therapy | Timeless Health Clinic

Downtown Toronto Wellness Centre + IV Vitamin Therapy Clinic: Anti-Aging IV, Vitamin C IV, Glutathione IV, Weight Loss Program, B12 Injections, Naturopathic Medicine & More

www.timelesshealthclinic.com

지인분이 얼마 전 방문하셨다는데 친절하고 괜찮았다 하셔서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예약했는데 홈피가 너무 낙후되고, 또 예약을 원할 시 신용카드 정보를 먼저 기입하라 그래서 처음에는 좀 꺼려졌었음 (예약 후 당일 캔슬인가? 아무튼 노쇼하면 거기서 돈 빼간다고 함.) 그리고 나는 아멕스를 쓰고 싶은데.. 아멕스 거부 클리닉이었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네핏을 써야겠고.. 지인분이 내추로패틱에서 비타민 주사 맞으면 몸 쌩쌩해진댔고.. 내추로패딕 클리닉이라고 다 비타민 주사 놔주지는 않아서 암튼 우선 스케쥴을 잡음.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첫 방문 고객은 무조건 닥터랑 45분 컨설팅을 잡고 (이것도 거의 $100) 그 이후 주사를 맞던 뭘 하던 해야한대서 일단 첫 컨설팅을 예약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옴. 따르릉 따르릉 📞📞

 

📞 클리닉: "네 여보세요 예약하셨더라구요 근데 주사 관심있으시다고 표기하셨는데 무슨 주사 원하세요?"

📞 나: "모르겠어요 첫 방문이기도 하고 일단 컨설팅을 받아보고 정하려고요"

📞 클리닉: "아 그러면 g^%&# 주사 맞으시면 돼요"

📞 나: "아.. 네 그게 IV 드립인가 주사인가 뭐.. 그런건가요? 저는 보험으로만 커버되면 돼요"

📞 클리닉: "네 지금 그게 프로모션 중이라서 그게 젤 좋아요 그럼 그 주사 잡아드릴게요"

 

그렇게 얼렁뚱땅 내추로패딕 닥터와의 컨설팅 + 뭔지도 모르는 주사를 예약함. 먼저 닥터랑 얘기해보고 이상한 주사 같으면 안맞으면 되지 뭐~ 싶은 심정이었음.

 

내원 당일:

 

저기 반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5시 예약이었는데, 토론토의 겨울은 4시만 되면 어둑 어둑 해져서 어두운 와중에 조금 후미진 골목?? 이라 긴장쓰 ㅋㅋ 영길에서 동쪽으로 바로 한 블럭 차이인데 분위기가 확확 바뀐다. Courtyard 호텔 바로 뒷편으로, 렌탈 아파트 단지 위주의 동네였다.

 

내려가니 바로 프론트 데스크가 보이고, 아주머니(?)들이 좀 계셨다. 프론트 직원분들과 간호사분들은 대부분 필리핀 계열 아니면 히스패닉 같았는데 나는 필리핀 간호사분들 좋아해서 좋았음 (내 핏줄 잘알)

 

프론트에서 첫 방문이니 이것 저것 기입하라고 해서 기입하고 조금 기다리니 Dr. Janice Chan이 직접 데리러 나왔다. 닥터 방은 더 안쪽에 있었음.

 

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진짜 코딱지만한 클리닉이구나 생각했는데 안쪽으로 꽤 규모가 있어서 놀랐다.

 

Dr. Chan은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아마도 홍콩계 선생님이었는데 목소리가 성우 저리 가라였다. 내가 또 블로그에 쓰겠지만 ㅋㅋㅋ 바로 이 날 전날 보험에서 커버해준다고 보이스 테라피도 들었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발성이랑 목소리가 워후 정말 너무 기품있고 아나운서 뺨치는 선생님이셨음 ㅋㅋ

 

내추로패딕 컨설팅은 진짜 별거 없었고, 요즘 잘 자냐, 건강은 어떠냐, 근심이 있냐, 복용하고 있는 약이나 영양제 있냐, 등 그런 이야기만 나누고 산소도? 체크하고 잠깐 누워서 심박수인지 뭔지.. 진짜 간단하게 뭐 체크하고 그게 끝이었음. 15분도 안걸렸던 것 같은 느낌이.. 아니 컨설팅은 45분이라매? 그것도 돈 다 받는다매? 했지만 뭐 어차피 보험으로 다 커버되니까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는 피검사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내추로패딕 클리닉은 호르몬 검사, 알러지 검사 등등도 뽑아준다고 들어서.. 여기는 주사 전문이라고.)

 

쌤한테 내가 저는 오늘.. 무슨 주사를 맞나요? ㅋㅋㅋㅋㅋ 했더니 쌤이 갑자기 주사 메뉴(?)차트를 보여주더니 오늘 내가 맞는 주사는 글루타치온(glutathione) 1000mg이라고, 무슨 항산화에 좋고 면역력에 좋고 간 기능에 좋고 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어쩌구 했는데 그냥 좋은갑다~ 하고 알겠다 했다. 메뉴(?)에는 비타민 D 주사, 헤어/손톱/피부를 위한 주사, 안티 에이징 주사, 다이어트(???)주사 (이렇게 말하니 수상하기 시작 ㅋㅋㅋ) 등이 있었다.

 

쌤은 글루타치온 주사가 요즘 프로모션이라 원래 천mg에 $199인데, 오늘은 $99라고 했다.

 

얼마나 자주 맞아야 하나요? 했더니 뭐 그런건 딱히 없고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맞으면 좋다고 ㅋㅋㅋ (아니 20만원 짜리 주사를 한 달에 한번 맞으라고요?)

 

그리고 주사 한 번 맞는데 30분에서 한 시간 걸린다고.. (네?)

 

아무튼지간 별 일 없이 상담을 끝내고 나는 간호사들에 토스됨 ㅋㅋ 바로 앞 편에 흡사 찜질방을 연상케 하는 주사방(?)이 있었는데 거기 안마의자 같은 곳에 벌써 아주머니 두 분이 링겔 꼽고 폰하고 계셨음. 앞 TV에는 미녀 삼총사 상영 중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 루시 리우 카메론 디아즈 나오는 그 미녀 삼총사 맞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루시 리우 정말 매력적이고 이쁘더라,,) 삶은 계란 한 판에 식혜 한 사발만 갖다 놓으면 완전 한국 찜질방 풍경이었음 ㅋㅋㅋ

 

 

간호사분들은 아주 친절하셨음. 왼팔에 맞을거냐 오른팔에 맞을거냐 해서 나는 왼손잡이라 오른팔에 맞겠다 함. 주사 어쩌구 저쩌구 설명을 해주시는데 퍼뜩 설마 저 바늘을 계속 꼽고 있나요..? 했더니 맞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혀 생각지 못했었음.. 아니 나는 그냥 코로나 주사처럼 주사 한번 쑥 놓고 마는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쩐지.. 그래서 30분 한 시간 얘기가 나왔던거군뇨... 또르르

 

💉 글루타치온 주사의 절차:

 

1. 공복이나 수분이 부족할 때 맞으면 어지러울 수 있대서 차, 물, 따뜻한 물, 에너지바 등을 권함. 나는 따뜻한 물 한 잔 받아마심.

2. 시작 전 혈압을 재고 체크 (나는 살면서 세자리 수를 본 적이 없는 저혈압 닝겐이라 85 / 59 나옴)

3. 주사를 꼽는다

4. 주사 맞고 있는 팔에 핫팩을 놓아줌 (쌀알 들어있는 전자렌지에 돌려쓰는 핫팩.. 일회용 아니라 위생은 잘 모르겠음;ㅋㅋ)

5. 중간에 혈압을 또 잼

6. 핫팩을 다시 데워 올려줌

7. 주사 빼고 또 혈압 체크

8. 혈압에 큰 이상 없으면 계산하고 집에 가면 ok

 

밑에는 45분 동안 혈관에 들어가 있던 내 주사짤 (혐오 주의)

 

 

아니 이 와중에 내가 주사 바늘 꼽은 내 팔 사진 찍고 있으니까 간호사 분이 오셔서 내가 사진 하나 찍어줄까?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으나 내 팔뚝에는 주사 바늘이 꼽혀있고 몸에는 글루타치온이 들어가고 있었숴

 

다 맞고 일어서니 결제를 해야하는데 (내가 선결제 후 보험사에 클레임 하는 형식) 나보고 $99만 내라고 한다. 분명 첫 내원 상담만 백불 가까이인 것 같은데 으잉? 하니

 

 

아니 나는 첫 상담 45분 하래서 45분 예약했는데 30분으로 되어있고 그걸 아예 무료로 쏴주심 ㅋㅋㅋㅋ 그리고 글루타치온 주사 프로모션 $99불, 합해서 총 $99 ㅋㅋㅋ 심지어 HST도 없음 ㅋㅋㅋㅋㅋㅋㅋ

 

 

앞서 언급했다시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안받고 신용카드는 비자와 마스터 카드만 받습니다.

 

💉 그래서, 좀 쌩쌩해진 것 같나?: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집 오는 길 눈이 좀 잘 보이는 것 같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달에 한번 맞으면 좋다는 주사인데 나처럼 이렇게 베네핏 사냥하러 1년에 한 두 번 맞아서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ㅋㅋ 아무튼 첫 내추로패딕 방문인 만큼 신기한 것도 많고 뭔가 그래도 내 몸에 좋은게 들어왔다 하니 그런가 보다 싶..

 

아니 근데 내가 집에 와서 글루타치온이 도대체 뭐신가 검색해보니 그 유명한 비욘세 주사, 아이유 주사, *백옥주사*라는게 아닌가 시방 ㅋㅋㅋㅋㅋㅋ

 

뭐여 나 방금 시술받은겨?

 

생각지도 않았던 백옥주사(aka 단백질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이 좀 어이가 없었지만 찾아보니 건강에 좋은 것 같고 한국에서만 유독 "백옥"주사라고 부르며 미용 목적의 주사로 마케팅이 된 것 같아서 ㅋㅋ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아무튼 2021년 보험에 naturopathic 남아 있는데 한번도 방문해보지 않으신 캐나다 직장인 여러분들! 도전 고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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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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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병아리 눈곱만한 첫눈이 오고 오늘 나갔다 귀떨어질 뻔 해서 아쉬운 마음에 쓰는 올해 가을 이야기.

 

저번 주까지만 해도 날씨가 정말 최고였다. 특히 저번 수요일(11월 10일)날씨가 정말 짱이였는데, 17도였나.. 해쨍쨍, 하늘 파랗고, 바람도 안불고, 단풍은 예쁘고, 아무튼지간에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제 이런 날씨는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겠지..

 

지난 할로윈 때는 마침 주말이었던지라 시외 농장에 다녀왔다. 밀튼에 있는 곳인데, 시기에 따라 다알리아 꽃도 직접 딸 수 있고, 해바라기 밭도 구경할 수 있다. 10월까지만 농장에 방문객을 받고 12월에 반짝 산타 퍼레이드를 한 후 이듬 해 초여름 즈음 베리부터 시작해 사과, 호박을 유픽(U-Pick)할 수 있는 가을로 접어들고, 11월 부터는 다시 문을 닫고 하는 구조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할로윈이라 그런지 앙증맞은 드레스업을 한 애기들 천지였다.

 

 

농장 간 김에 꼭 핫도그도 하나씩 먹어주고

 

 

이곳은 꽃밭, 사과, 호박, 옥수수밭 뿐만 아니라 작은 동물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라마 두 마리가 있었다.

 

 

이 아이는 나를 계속 쫒아다녔는데, 나에게서 먹이의 냄새를 맡았나봄.. 곳곳에 설치된 기계에 25센트 넣고 우리네 어렸을 적(?) 문방구에서 뽑기 뽑듯 손잡이(?)를 돌리면 얘들한테 주는 먹이(옥수수, 곡물 등의 혼합체)를 반주먹 얻어낼 수 있는데, 내가 얘들 때문에 무려 1불을 썼음 ㅋㅋㅋㅋㅋ 계속 밥달라고 울며 보채며 쫒아와서 내 주머니를 털어 줄 수밖에 없었다.

 

 

얘는 포메라니안 닮은 돼지 금동이 (내가 이름 붙힘)

 

 

농장 갔다 이전에 포스팅 한 장안의 화제 토론토 맛집 커뮤에 한번 떴던 미시사가 베트남 음식점 다녀옴. 포스팅은 요기:

2021.11.01 - [일상다반사/캐나다 맛집] - 장안의 화제 미시사가 베트남 음식 맛집 Pho Ngoc Yen

 

장안의 화제 미시사가 베트남 음식 맛집 Pho Ngoc Yen

📍 Pho Ngoc Yen: 1090 Kamato Rd, Unit# 18-19 Mississauga, ON L4W 2P3 구글 평점 4.6 ⭐⭐⭐⭐⭐(신용카드 받음!) 지난 주 토론토 맛집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화제였던 미시사가 베트남 쌀국수집 Pho Ng..

catherine1ee.tistory.com

 

호박밭에서 가지고 온 호박. 지금 보니 우리집 레몽이랑 금동이랑 닮았는디..?

 

 

이런 거... 탄생.

 

 

무서워서 나 꼭 잡고 있는 우래기 ㅋㅋㅋㅋㅋㅋㅋ 애정한다

 

 

아마도 그 다음 주말..? 다다음 주말..? 날씨가 여전히 너~무 좋아서 원피스 입고 깝치는 모습이다. 남치니가 포착.

 

 

영광스럽게도.. 토론토 대학원생들 중 우수한 이들만이 들어간다는 Massey College에 초청받아 점심을 먹었다. 매시에는 아마도 5년 만의 밥먹으러 가는 방문?

 

올해 토론토 법대 시작하신 분이 초대해주셨는데, 원래 학부를 미국 리버럴 아츠 컬리지를 희망하셨으나 종합 대학에 진학, 아쉬워하던 차에 토론토 대학교 트리니티 컬리지가 리버럴 아츠 컬리지에게서 기대했던 분위기와 아주 유사하다며, 현재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셨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아~ 그럴 수도 있겠군! 싶다. (트린 자부심 뿜뿜 ㅋㅋ)

 

세시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아.. 나도 내 석사 때 동기들 보고싶다 ㅠㅠ

 

 

두부 수블라키, 후무스, 쿠스쿠스, 피타, 삶은 채소 그리고 우측 상단에 생강 쿠키..

 

돼지고기 수블라키와 두부 수블라키 중 택1 할 수 있었는데 두부 고름!

 

단풍 경치 아주 좋은 곳에서 커피까지 얻어마시고, 자알 놀다 왔다.

 

 

서머타임이 해제되어서 해가 일찍 뜨고 일찍 진다. 이 기회에 요즘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있다.

 

 

아침부터 디비 주무시는 우리집에서 월세 안내고 사는 고양이 한 마리. 그 뒤에 내가 애정하는 우리집 가을 뷰. (그리고 돌돌이가 쪽을 못쓰는 우리집 의자...)

 

 

역시나 매일이 외근, 외근, 외근.. 9월부터 거의 한 주를 빠지지 않고 아시아에서 일주일에 평균 두 번 정도의 출장을 받는 것 같다. 다음 주에는 싱가폴 클라이언트 출장만 둘이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 따뜻하고 예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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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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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 20년 세월이다.

 

나는 고등학교까지 캐나다섬 밴쿠버 아일랜드의 나나이모(Nanaimo)에서 자랐다. (많은 이들이 자꾸 빅토리아 아일랜드라고 부르는데, 밴쿠버섬에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도인 빅토리아시가 있는거지 빅토리아섬이라는 명칭은 틀렸다. 빅토리아섬은 캐나다 서부 저 멀리 북쪽에, 알래스카에 인접한 전혀 다른 섬이다.)

 

대학을 토론토로 가서 그 때부터 약 10여년 간 1년에 최소 한번 부모님이 계시는 나나이모에 들러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최근 약 2년 여간 부모님 얼굴을 뵙지 못했다.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이지만, 지난 7월 2차까지 화이자 백신도 완료했겠다, 더 이상 부모님 얼굴 보는걸 늦추고 싶지 않아서 이번에 휴가를 2주 이상 내고 우리 가족이 모두 처음 정착했던 나나이모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강경한 한식파이신데, 최근 엄마가 사워도우빵 등 주식(主食)제빵에 대한 재미를 붙히시고 샌드위치도 자주 만드시는 모양이다. 옆집에 이탈리아계 할아버지가 사시는데, 이탈리아 빵인 포카치아 등도 구워서 자주 드린다. 피드백이 좋아서 계속 드리는 모양이다. 외국인 아줌마가 김치 만들어서 한국 할아버지 드리고, 한국 할아버지가 외국인 아줌마에게 김치 맛있었다고, 더 달라고 하는 격이다.

 

아빠는 낚시를 하신다. 낚시 시즌에 낚시 면허(라이센스)를 종류별로 구입하셔서 강, 바다, 호수 등에서 연어, 송어, 놀래미, 농어, 쏨뱅이 등을 낚으신다. 최근엔 플라이 낚시의 세계에도 입문하셨다.

 

덕분에 우리 집은 뒷마당에서 기르는 각종 채소와 아빠가 잡으시는 생선에 밥이 주식이다. 달걀은 근처 농장 프리런 오가닉 양조장에서 공수해오고, 고기는 마트에서 구입한다.

 

 

사진 속 인물이 우리 아부지시다 ㅋㅋ 시즌에는 최소 주 2회 이상 낚시를 다니시는 것 같다.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캐나다는 정부에서 어류 개체수를 조절하고, 낚시를 할 수 있는 시즌과 생선 종류가 엄격히 지정되어 있다. 철마다, 또 생선 종류마다 라이센스를 구입해야 한다.

 

 

뒷마당 텃밭에서 키운 호박. 죽도 끓여먹고, 호박씨도 말려서 먹고, 밥에도 넣어 먹는다. 무엇보다, 호박잎을 얻을 수 있다. 호박잎쌈에 강된장은 내 기준 최고의 밥상이다.

 

뒷마당에서 키운 토마토들. 종류도, 색깔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뒷마당에서 키우는 타이 바질(Thai Basil)이다. 베트남 쌀국수에 얹어나오는데, 한국 서부경남에서 먹는 방아잎과 향이 유사하다.

 

 

방아잎. 전 부쳐먹으면 맛있다. 아빠가 진주분이시라 아주 좋아하신다. 배초향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인데, 진주에서는 이거 따서 전도 부쳐먹고, 된장찌개에도 넣는다고 한다. 가리장이라는 서부경남 토속 음식에도 들어간다고 한다.

 

 

멕시칸 할라피뇨 고추. 캐나다에 살다보니 이곳 식자재에도 많이 익숙해졌는데, 단단한 식감에 매운 맛이 일품이다. 장아찌 담가 먹으면 맛있다.

 

아래는 나나이모에 있으면서 엄마가 해주신 정겨운 집밥 사진들. 내가 9월 한 달간 페스코 채식을 해 9월 식탁에는 고기 반찬이 올라간 적이 없었다.

 

 

집에서 만든 오징어 젓갈, 뒷마당에서 재배한 깻잎을 넣은 달걀찜, 우엉과 당근이 들어간 밥, 마늘 장아찌, 김치, 파래김, 감자볶음. 감자볶음은 중동 음식에 많이 넣는 쿠민(cumin)을 살짝 넣어 감칠맛을 끌어올렸다. 캐나다 20년 세월이다보니 엄마는 세계 각국의 향신료를 응용하신다.

 

 

아빠가 잡으신 첨(chum)연어의 알. 이거야 말로 자연산 이쿠라 마끼가 아니고 무엇인가 말인가 ㅋㅋ

 

연어를 해체할 때 알을 채취해서 간장에 담가 2일 이후, 4일 이내 먹어야 한다고 한다. 끈적 끈적 단백질 덩어리이다. 오이, 아보카도, 고추냉이를 넣고 셀프로 말아 먹는다.

 

 

왕연어, 연어의 전설이라는 쉬눅(chinook)연어 알에 오징어 젓갈,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볶음. 아스파라거스는 참기름을 넣고 한식 요리법으로 조리해서 밥반찬에 딱이다.

 

다른 날 간장을 많이 머금은 연어알.

 

파김치가 아니고 릭(leek)김치. 대파보다 달다. 대파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이곳에서는 서양 요리에 많이 쓰이는 릭을 사용해 파김치를 담근다.

 

 

엄마가 만드는데 재미 붙히신 이탈리아 빵 포카치아. 본래 이태리 어부들이 먹던 빵이라는데, 재료는 내맘대로인 듯. 엄마는 빵효소(?)를 키우시는데, 그거 가지고 맨날 만드신다.

 

 

뒷마당 색색깔 토마토를 따서 로즈마리, 타임 등의 허브를 가미해 구운 포카치아. 옆집 할아버지가 좋아하신다.

 

 

하바르티 치즈와 토마토, 닭가슴살 등을 넣고 이렇게 브런치로 해먹는다. 접시와 컵&소서는 쉘리.

 

 

굴이 필요할 때는 약 40분을 달려 퀄리컴 비치와 코트니 사이에 있는 Fanny Bay의 굴 양식장에 가서 갓 딴 굴을 구입해온다. 주말에 들렀더니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딸내미와 그 언니가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가게 앞에는 저렇게 굴 껍질들이 성벽처럼 쌓아올려져 있다. 바닷내음이 향기롭다.

 

 

굴깍두기에 코트니 한인 농장에서 구입한 알타리 무를 이용한 무김치, 무청 김치.

 

굴깍두기

 

진주에서는 굴깍두기가 이렇게 작다고.. 나는 어려서부터 이렇게 먹어서 특이하다고는 생각을 안해봤는데, 엄마는 결혼하고 나서 이런 굴깍두기를 처음 먹어보셨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꽁치에, 굴깍두기에,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 버섯 볶음에, 알타리 김치, 그리고 무청 김치.

 

 

갓 지은 쌀밥에 신선한 굴깍두기에 무슨 미사여구가 더 필요할까.

 

 

집앞 바닷가 썰물 때이다. 다시마, 톳 등이 저렇게나 많이 쓸려왔다.

 

 

한국에서는 곰피를 정말 많이 먹었는데, 이곳에서는 신선한 다시마가 곰피 역할을 한다. 아주 끈끈한게 알긴산이 풍부한 듯. 마늘, 양파, 고추를 넣은 양념장과 밥을 싸악 싸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내 인생 음식 탑 쓰리에 든다.

 

 

9월 페스코 채식 끝내고 며칠 전, 육개장 해먹은 날. 내가 엄마 달걀찜을 아주 좋아해서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한다. 캐나다 서부 고사리가 정말 맛있는데, 이 고사리도 듬뿍 들어갔다. 진짜 통통하고 맛있음.

 

 

이 닭들의 달걀이다.

 

 

깻잎을 넣은 엄마표 계란찜. 참기름, 고춧가루를 풀어 먹는다.

 

방아잎전과 호박전 반반

 

앞서 언급했던 방아로 만든 방아잎전. 해물을 넣어서 굽는다. 내가 알기로는 방아가 서부경남인들 이외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허브인데, 바질향이라 외국인들이 엄청 좋아한다.

 

 

물회가 먹고싶던 참에 아빠가 회를 떠주시고 엄마는 물회에다 쏨뱅이와 놀래미, 농어를 하나씩 구워주셨다. 된장 베이스의 물회이다.

 

 

뒷마당에서 재배한 깻잎, 상추 등을 듬뿍 넣고 시원하고 새콤하게 만들었다.

 

 

벌써 나나이모에서의 마지막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이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동안,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은 김치만두를 빚고 있다. 얼른 작성 완료하고 도우러 가야한다 ㅋㅋㅋ

 

학창시절 내내 정말 싫었던 나나이모지만 이렇게 한번씩 방문해서 자연산 재료로 만든, 엄마 아빠의 손길이 듬뿍 들어간 음식들을 먹으며 경치 좋고 한산한 공원을 거닐다보니 여기도 꽤나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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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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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확히 말하자면 2016년 1월 5일은 북경대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의 국제안보 수업 기말 take-home exam을 제출하는 날이었다.


석사생은 학부생과 뭐가 다를꼬, 했는데


...그딴거 없었다.


학부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벼락치기만을 의지하는 하루살이 같은 나란 인간..


오후 12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페이퍼였지만 오전 9시 수업을 꼭(!) 출석해야 했기에 넉넉잡아 인쇄소 들르고 하려면 오전 8시 30분에는 페이퍼를 끝내야 하는 상황...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밤 꼴딱 새고 5시에 취침... 두시간 반 숙면을 취하고 8시 30분에 뉸뉴난나 집을 나섰더랬다.


그동안의 악명높은 베이징 스모그는 온데간데 없이 파랗고 파랗고 파란 하늘 그리고 청량한 공기를 자랑했던 어제...


호호 입김 불며 수업도 출석하고, 페이퍼도 제출하고, 친구들이랑 뜨끈한 국물 말아먹고 (내 사랑 쏸라펀) 열흘 뒤에 있을 우리의 태국-라오스 배낭여행 계획도 짜고 커피도 마시고 하여간 밤 샌 주제에 컨디션이 이상하리만큼 멀쩡해서 학교 안 웨이밍후(미명호)까지 돌고왔다.


너무 아름다워 이름을 붙힐 수 없다 하여 붙여진 이름, 未名湖.


...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다만 -_-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꽝꽝 얼어있는 웨이밍 호수. 캠퍼스 안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와 산책로, 날씨가 좋을 떄는 조깅코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북경의 나날들이다.



"와! 물이 얼었네!"


태국인 친구 마크와 어린애들 마냥 신나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너무 사랑스러운 이 친구, 너무 편해서 사진 좀 찍어달라는 말이 전혀 미안하고 어색하지가 않다. 미안해 친구야 -_-;;


북대학생들이 겨울이 되면 웨이밍 호에서 스케이트를 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벌써 이렇게 얼음이 꽝꽝 얼 줄이야...


생각보다 미끄럽지는 않고, 살금살금 걸을은 하다보면 콰지직! 콰직!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거 참으로 흥이 나는구나!




어우... 사진 부담스러워.. 죄송합니다


태양광과 얼음의 반사되는 빛을 받고 찰칵찰칵


다들 베이징 겨울 춥다 춥다 할 때 캐나다 부심 부리면서 얇게 입고 다녔는데, 아뿔싸 이 날은 좀 오바였던 듯... 집에 와보니까 허벅지 안쪽 핏줄이 추워서 터져있는 것을 발견 -_-; 토론토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밤새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며 호수 위름 한시간 넘게 걸어다니니 이런 일이 생겼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면 그냥 내가 나이를 먹은건가... ㅠㅠㅠ



근데 여기서 스케이트를 어떻게 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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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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