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안되서 혼자 훌훌 다녀온 AGO~ 수요일에는 General Admission이 6시부터 8시 반까지 무료라서 심심할 때마다 들른다.



캐나다 원주민 작품



물 위의 구름이라는 작품인데 합판의 텍스쳐와 색감이 인상적이다.





앤디 워홀의 엘비스 작품. 설명을 보니 엘비스의 너무나도 완벽한 삶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하는데, 총을 겨눈 엘비스가 꼭 자기 자신을 겨누는 듯 하다. 자세히 보면 컬러버젼 엘비스들의 눈동자가 각각 다름




실리콘과 진짜 사람의 머리털로 만든 작품 Stretch. 항상 무리하게 stretch하는, 경쟁사회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반영.



Le drapeau noir.






I liked this.



요한복음 2장 15절



ㅋㅋ 내 쇼팽 피아노 책 커버 ㅋㅋ



알버타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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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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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부터 꽁기꽁기 병원 다녀오고 다녀온 립페!! 원래 린언니랑 둘이 가려 했는데 우리는 TTC(Take The Car)를 이용해야하는 불쌍한 뚜벅이들이기 때문에 왕복 두시간... 결국 피곤한 언니는 ㅠ_ㅠ 못난 동생 때문에 먹고픈 곱창도 못먹으러 가고 립페에 참여하지 못했당 ㅠㅠ


의사가 오늘 꼭!! 응급실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배째... 안가... 나 기분나쁘니까 그냥 놀다올거야... ㅠㅠ


갑자기 누구랑 저 멀리까지 립페를 가나... 하며 잠시 슬픔에 빠졌다가 니 혼자가셈 ^ㅅ^ 짜증만땅인 늦잠자는 동생을 아빠의 힘으로 깨워 한시간 걸려서 도착한 이토비코 센테니얼 공원! 자외선이 가장 강하다는 오후 한시... 그늘은 없었고 그 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올해는 캐나다/미국의 전통있는 16군데 바베큐 레스토랑이 참여했다. 북미 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페스티벌을 하는 듯... 북미는 바베큐 소스와 고기의 맛/질에 따라 상을 수여하는 대회/이벤트들이 많이 있다. 토론토 립페도 그 중 하나. 참여한 가게들은 모두 엄청난 트로피를 자랑한다. 트로피가 옆집보다 적다면 손님을 다 옆집에 뺏긴당 ㅠㅅㅠ



TTC타고 센테니얼 공원가는 법: Bloor West 라인을 타고 Royal York 역에서 내린 후 48번 버스를 타면된다. 어디서 내릴지는 그닥 걱정 안해도 되는게 아마 축제기간 48번 버스 타는 사람들은 95% 이상 다 립페를 가는거당 ㅋㅋ 버스에서 내려서 공원 안쪽까지 가려면 10분정도 걸어야 한다. 세인트죠지/스파다이나에서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한시간. 그늘이 없으니 양산/선글라스/햇볕가리개 가디건 등등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함.


입장료가 있는데 Rotary라고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저렇게 노란 앞치마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사람들을 막아선당 ㅋㅋ 한 사람당 입장료는 $2이고 모두 Hungry Children이라는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올해 목표액은 자그만치 $500,000이라고~




$2을 내면 이렇게 도장을 꾹 찍어준다 꾹꾹

로터리!



일단 입장을 하면 이동식 놀이공원으로 들어선다. 허접한 유원지 분위기가 나지만 애기들은 이런거 좋아한당...

인형뽑기 같은거 하고싶었는데 동생놈이랑 가서 뭘하겠나 ㅋㅋㅋ



킁킁 본격적으로 맛있는 냄새가 나는 립페 입구!!! 저렇게 북미 립페에 참여하는 이동식 가게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스모키스모키 고기를 맛나게 굽고있습니당. 듣기로는 오후 세시 이전에 가야 줄을 길게 안선다고. 저녁에 가면 줄을 한시간 이상으로도 설 수 있다고한다. 확실히 해가 너무 뜨겁고 날씨가 더워서인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양념은 보통 돼지를 사용하는 캐나다/미국답게 양념돼지갈비가 기본이지만 물론 소갈비나 닭갈비도판다.


페스티벌 답게 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군것질거리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데 아이스크림은 기본이고 푸틴 솜사탕 수블라키 -_-ㅋㅋㅋ 핫도그 햄버거 퍼넬케이크 (도대체 왜??!!?!?) 등등 여러 트럭들이 한군데 모여있다.




우리가 타깃으로 한 가게는 Billy Bones BBQ! 전날 립페에 들른 친구에게 빌리네가 환상이라고 하도 극찬을 들어서 주저하지 않고 이곳에 줄을 섰다.



휘황찬란한 트로피들~ 옆집은 트로피 갯수가 비교적 적었는데 손님 한명도 없었융 ㅠ _ㅠ 막 알바들이 소리지르고 노래부르고 난리도 아니어서 안쓰러워쓩 ㅠ 하지만 나는 꿋꿋히 빌리네에 줄을 섰다. 빌리네는 줄이 굉장히 길었다.



아니 이 무더위에 고기 구우면서 모자까지 ㅠㅠ


빌리네는 줄이 무지 길었기 때문에 심심했던 나는 동생을 줄세워놓고 기다리면서 먹을만한 요깃거리를 찾아돌아다니기 시작하는데...




아까 눈독들였었던 Blooming 양파랑 토네이도 감자~ 토네이도 감자는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어서 패스. 블루밍 양파는 말그대로 "피어난 양파"라고 양파를 통으로 튀긴 양파튀김 (이하 양파꽃 내마음 ㅋㅋ)인데 오빠가 립페 얘기를 하면서 이 양파튀김을 무지무지 극찬했었지... 사람들이 막 들고다니는데 아... 저 기름덩어리 칼로리 대;;박;;; 하면서 별로 땡기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거라니까 한개 시켰다. 양파꽃 하나에 $10인데 인기가 무지 많아서 좀 기다려야한다.


스벅처럼 계산을 하면서 이름을 영수증에 써서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면서 양파꽃을 가져가는 방식인데


내 앞에 제이슨이 한명 있었고 내 뒤에 제이슨이 또 한명 있었어서 "제이슨 양파꽃~" 하고 차례대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불렀는데 제이슨2가 제이슨1의 양파꽃을 스틸했다. 그래서 두 제이슨 사이에 낀 나는 내 차례인데도 내 뒤에 있던 제이슨2가 제이슨1의 양파꽃을 가져가버렸기 때문에 ㅋㅋㅋ 가게에서 제이슨 1의 양파꽃을 먼저 주면서 나한테 더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하는 말이 "지금 니 양파가 원래 양파보다 더 좋은 양파야 이뻐" ㅋㅋ 귀욤귀욤



양파꽃 받아오는데 대박 뜨거웡... 까다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접시 하나 더 달라고 할만큼 뜨거웠다... 방금 지글지글 튀겨진거라 엄청 뜨겁다. 그리고 무지 무겁다 ㅠㅠ 들고 오는데 떨어뜨릴까봐 조마조마... 근데 무지 맛있다. 양파가 달다. 저건 뭐 포크로 먹을 수도 없고 손으로 뜯어먹어야 되는데 무지 뜨거워서 그렇게 잘 못하겠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 ㅋㅋㅋ 저거 한 두줄 먹다보면 심장어택을 당할 수 있다. 으악! 성인병 유발 음식! 이라는 느낌 ㅋㅋㅋ 맛있는데 속이 너무 답답해져서 저거 한 1/3 먹고 버렸다 ㅋㅋㅋ 또 먹게 되진 않을 것 같지만 가격도 괜춘하고 한번 축제에 온 김에 시도해보긴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아까 모자쓴 남자는 사라지고 언니가 열심히 양념 바르고 굽고있음. 치킨 반마리도 있는데 크기가 상당하다. 사진에는 없지만 엄청나게 큰 붓으로 그냥 양념을... 말그대로 "치- 덕 - ㅊㅣ!! 덕!!!!!!!!" 바른다. 굽고굽고 또 구움



Half Rack은 갈비 6개니까 풀랙은 12겠지??

우리는 양파꽃도 시키고 해서 하프랙을 나눠먹기로했다.




짜잔


생각보다 양이 적어서 놀랐던...

막 엄청 특별하고 극찬할 만한 맛은 아니고 무난했다. 맛있긴 맛있었는데 아마 이거 극찬하신 분들은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분들이셔서 그랬을 수도 ㅋㅋ 그냥 무난무난~ 고기 살점은 뼈랑 엄청 부드럽게 분리가 잘된당. 열심히 삶았나봐...




목타서 레모네이드도 하나 시키구





버터맥주 등 특이한 맥주들이랑 소다종류를 파는 가게였는데 저 머그잔을 같이 준다. 물론 가격은$8로 좀 세지만 저 머그잔 안에 들어가는 양이 무려 32oz!!!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 컵 두개의 볼륨이다. 돈을 내고 그득그득 셀프로 음료를 채운다음에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동생이 Grape Soda 시켰는데 포도맛 환타같은게 아니고 설탕이 거의 안들어간 맛? 진짜 그냥 포도 맛만 나는 소다여써 짱짱 맛있었음!! 달지 않아서 목이 타지도 않고 정말 꿀떡꿀떡 잘 넘어가던 포도소다






월드컵 중계가 한창이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침 브라질-칠레 16강전이었다. 노란 옷 입은 사람들이 브라질 응원하는 사람들, 빨간 옷이 칠레... 브라질 인들은 내가 정말 4년전부터 느낀거지만 매너가 정말 없는게 브라질 상대팀이 잘하는 꼴을 못본다 ㅋㅋ 항상 야유만 함 ㅋㅋㅋ 칠레가 넣을 때마다 야유 쩔 -_- 어휴


아무튼 말로만 듣던 토론토 립페는 좀 더 해가 지고 (저녁 때 즈음) 친구들 여러명이나 데이트를 위해 오면 완전 재밌을 것 같다. 심지어 허접의 대명사 단오제마저 함께하는 파티가 만족스러우면 재밌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립페의 마지막 날인 July 1st, 그니까 7월 1일 캐나다데이에는 폭죽도 터뜨린다고 한다 (듣기로는 허졉하다고).

밤 11시까지 하니까 친구나 연인이랑 함께하면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돈은 좀 두둑히 가져가는게 즐거움을 배로 만들 수 있는 비법이다 (사이드도 안 주면서 제 값을 다 받는 물가이기 때문에 ㅠㅠ) 


아무튼 그렇게 땡볕에서 맛있는 고기 냠냠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난 그렇게 또 어그적 어그적 응급실행이었다고한다 (눙물-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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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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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officially my summer started!

끝나고 나오는데 비가 야무지게 내려서 일부러 뱅뱅돌아 집에 왔다면 다들 믿어줄까나~

비가 오면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대로 부를 수 있지롱

HI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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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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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월 21일을 끝으로 학기초에 최악의 헬윅이라 지정했던 한주가 비로소 끝이났다. 이렇게 내 학부생활 마지막 IR 페이퍼가 끝이나고 나는 이제 앞으로 두개나 더 남은 심리 페이퍼를 써야하지만 내가 얼마나 IR (국제관계/정치외교학)이라는 전공에 자부심과 매력을 느끼는지 깨닫게 해준 한주여서 너무 감사하다. 이틀 내리 총 만자가 넘는 페이퍼들을 내면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웃으면서 밤을 지새울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IR을 좋아해서인듯 하다.


1학년 처음 입학했을 때 도무지 관심이 없던 15세기부터의 유럽 역사를 배우면서 정말 내가 뭘배우는건지 왜 여기온건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지만 역시 학년이 올라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더욱 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서 지금은 심리와 함께 복수전공을 하지 말고 스페셜리스트로 쭉 밀고나갔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까지한다.

처음 1학년 때 7장 페이퍼도 하기 싫어서 억지로 간신히 데드라인에 맞췄던 애가 지금은 20장 페이퍼 거뜬히 쓰면서 학년이 올라갈 수록 교수들과 TA들에게 너 글 잘쓴다는 말을 들어온 것 만으로도 대학 4년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시험을 위해서는 절대절대 밤 안새고 케세라세라 어떻게든 주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시겠지 변명하는 내가 에세이를 위해서는 이틀 삼일 밤새고 더 보충할 것 없나 뜷어져라 계속 보고 에디팅하고 애정을 쏟는 것 자체가 정말 하늘도 놀라고 땅도 놀랄 일이다.

내 수준에 있어서 글쓰는 것의 매력은 완전할 수 없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때문에 많이 아쉽고 또 사랑스럽다. 쓰면 쓸수록 리서치 하면 더 리서치 할 수록 더 리서치 할게 늘어나고 무지해지는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라 힘든 와중에도 글 쓰는 것을 원망하거나 대충 할 수가 없다.


아직 페이퍼가 두개나 더 남아있지만 난 할 수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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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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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셀원들이 정성스레 싸놓은 에그샐러드 샌드위치 20개를 들고 토론토의 노숙자분들께 아웃리치(outreach)하기 위해 주일 아침 여덟시 반에 서린언니와 팀호튼에서 만나서 길을 나섰다. 루트는 Spadina Bloor (스파다이나 블루어) 에서 Bloor East를 따라 이튼 또는 셜본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경험이 많은 교회 친구들을 통해 루트와 그들에게 어떻게 상처받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아직은 황량했던 겨울 아침을 나섰다.


보통 팀호튼이나 사거리, 쇼핑센터 골목골목 등에 구걸하는 걸인분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20개는 한시간이면 금방 동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개똥도 약에 쓸 때는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 상황에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ㅠㅠ) 요 며칠 새 노숙자 분들이나 구걸하시는 분들이 온데간데 길거리에서 자취를 감춘 것 아닌가.


그래서 걱정하던 차에 가뜩이나 주말 아침, 인적이 드문 타이밍에 샌드위치를 나눠드리게 되어서 한참을 헤매고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정말 모든 일을 잘 마치고 서린언니랑 내가 오히려 힐링을 받고 보람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지만, 정말 이벤트성이 아니라 나의 일상이 되어야 하는 일인데,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렇게 말씀을 뒷편에 테이프로 붙이고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서린언니는 샌드위치 갯수에 맞게 주스박스를 사왔다! 이틀 뒤 시험에 에세이에 많이 바쁠텐데도 혼자 보내는 건 마음의 짐이 된다고 나와 동행하기로 결심한 언니... 정말 나는 만남의 은사를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다.



눈이 많이 쌓인 날이었지만 바람도 불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온도가 따뜻했어서 감사한 날이었다.


블루어 이스트 쪽으로 쭉 걷는데 샌드위치를 나눠드릴 분들이 보이지 않아서 참 난감했다. 정말 어떤 때는 구걸하러 우리 아파트 앞에도 앉아있는 분들인데...


홀트 백화점 쪽으로 걷다가 구걸을 하시는 한분을 만났다.


"교회에서 나왔는데요, 샌드위치를 나누어 드려도 될까요?"


물었더니 고기가 들어갔냐고 묻는다.


"에그샐러드 샌드위치에요" 라고 하니까 "계란정도면 괜찮지" 하면서 먹겠다는 이분


예전에는 캐나다 노숙자들 입맛이 까다롭고 주제에 뭘가려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분들도 사람이다. 원하는 것을 먹고 먹지 않을 권리가 있고 더 나아가서 자존심을 지킬 권리도 있는 것이다...


"겨울에 가장 필요한게 뭐에요?" 하고 물으니 지하철 토큰이 가장 필요하단다. 왕복 $6인데, 매일 센트 단위로 밥벌어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큰 돈이다. 겨울에 추울텐데 길거리에는 나와야하고, 밤이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야하고...


노숙자 분들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다고 말하니 "보통 이 날씨에는 빌딩안쪽에 많이들 들어가있지" 하신다.


하지만 주일 날 아침... 이곳은 명품거리에다가 보안이 심한 빌딩들 투성이기에 이곳에서 노숙자분들을 마주칠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일단은 지하철과 연결된 쇼핑센터 카페테리아를 둘러본 뒤, 그곳에서 남루한 차림새로 엎드려 자고있는 분의 테이블에 두번째 샌드위치와 주스박스를 올려놓고 떠났다. 일요일 아침 9시에 가방도 없이 쇼핑몰 카페테리아에서 엎드려 자고있는 건 거의 100%겠지...


나눠드릴 분들이 너무 없어서 언니와 셜본을 가기로했다. 셜본은 원래 대낮에도 소외계층, 일일노동직에 종사하시는 분들 그리고 마약중독자와 매춘부가 모여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전에 추수감사절 맛집 포스팅에서 썼었는데, 대낮에도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여자들만 가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데 우리는 또 갔다. ㅋㅋㅋㅋㅋㅋㅋ


행색이 걸인같아 보이는 사람들은 정말 차고 넘쳤던 셜본거리인데, 그분들이 일일노동자분들이신지 아니면 노숙자이신지 분간이 정말 너무 어려워서 힘들었다. 만약 전자라면 샌드위치를 건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실례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에 동전 통 놓고 구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길을 나선건데 이게 뭔 낭패인가 싶었다.

눈이 다 녹아서 길은 slush하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겨울이지, 게다가...


셜본에는 정말이지 정상인(?)이라고 보기는 힘든 분들이 거리를 많이 지나다니셨는데, 어떤 분은 길거리에서 허름한 차림새로 어슬렁 거리시길래 다가가서 말을 걸어볼까 했더니 우리에게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우리를 쫒아오셨다 ㅠㅠ 계속 소리를 지르시면서...


너무 놀라서 언니랑 나랑 냅다 도망쳤는데 정말... 너무 무서웠다 ㅠㅠ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교회를 들어가서 물어보려했는데, 마침 양무리목자 교회라고 한국어 간판이 쓰여진 교회가 있길래 냅다 들어갔다. 성도들은 필리핀? 중국? 등 다문화적인 것 같았는데, 그곳 목사님과 책임자분이 한국분이셨다.


우리는 이러이러한 사람들이고 샌드위치를 나눠드리기위해 이곳에 왔는데 아무도 없다, 어떻게 해야하냐, 했더니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구세군의 위치를 친절히 알려주셨다.


셜본과 던다스 웨스트, 퀸즈 스트릿에 자리잡고 있다는 구세군 골목에 노숙자분들이 많이 모여계시고, 또 거기서 Young이라는 한국분이 오랜 시간 노숙자분들을 섬겨주셨다고했다.


장애수준 길치인 나는 언니 팔짱만 꼭 끼고 그곳으로 향했지 ㅎㅎㅎ



이곳 반대편은 명품거리에 이튼 쇼핑센터인데, 조금만 내려가면 이렇게 sketchy하다. 밤에는 절대 돌아다니면 안될.. (물론 여자들은 낮에도 =_=)


눈이 적당히 녹아서 축축하게 변했다. 아웃리치 끝내고 윈터리셔스 간다고 멍청하게 구두를 신고 갔는데, 양말 다 젖고 나중에는 구두 굽까지 부러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는 용감한건지 미련한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아니 단순히 나만 무식한 걸 수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Salvation's Army, 구세군에 도착하니 어슬렁 거리는 행색이 초췌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 구세군 골목쪽을 스윽 보니 안에 많이들 계신 것 같았는데,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나눠주는 것은 조금 무모한 짓인 것 같았다. 일단 구세군 안으로 들어서서 "샌드위치를 나눠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했더니 그냥 밖에 서성거리면 사람들이 알아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밖에 나가서 한 분에게 말을 걸었다. 샌드위치가 있는데 사람들 다 어디있냐고, 어떻게 나눠줄 수 있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일단 하나 먹겠다면서, 친구들을 부른다. 안에서 2~30명이 우르르 나와 줄을 서서 받아가기 시작했다. 우리 샌드위치는 금방 동이났고 오히려 모자라서 나중에는 못받은 분들이 쫒아와서 더 없냐고 물어볼 지경에 이르렀다 ㅜ_ㅜ



빈 쇼핑백을 들고 뿌듯하게 이튼 쪽을 향했는데,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하수구 위에서 침낭을 깔고 자는 분들이 두분 보였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나눠드릴 샌드위치는 없고, 바로 앞의 팀호튼에서 Breakfast 메뉴를 사다드렸더니 그냥 허겁지겁 말 도 없이 드신다.


가끔씩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 망각할 때가 많다.

물론 물질적인 것이 행복의 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메슬로 (Maslow)가 말했듯 우리는 최소한 본능적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경제력과 눈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은 있지 않은가.


사랑은 받기만 해서도 안되고 홀로 간직만 해서도 안된다. 표현하고 흘려 보내는 것이 사랑이다.


정말 너무 부족해서 이런 말 할 자격도 없는 나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서 주위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이 아주 작은 일이라 할 지라도 얼마나 간단하고 보람찬 일인지를 다시한번 느꼈다.


샌드위치? 시에서 제제가 들어오면 어떡하지... 뭐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저분들이 상처받으시면 어떡하지, 그래서 안해, 안해, 안해 못해 하는 마음은 변명일 뿐이었다.


일단 하면 되는거다. 받기 싫다는 사람에게게나 샌드위치를 감사해 하는 영혼에게나 모두 "God bless!" 한마디 하고 돌아서면 되는것이다.


학교에서 마시는 커피한잔, 친구들과의 외식 한끼 줄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데, 나는 이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살았던 것 아닐까.


2012년, 그러니까 벌써 재작년이 되어버린 겨울, 추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다 나르고 팀호튼 도넛과 커피를 건내던 나는 죽었었다. 메마르고 사랑없는 2013년의 내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몸부림 치고 있던 와중에 행동을 취하니 또 다시 사랑이, 열정이, 그리고 소망이 채워졌다.


매일매일 사랑이 넘치는 하루를 살아가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비록 아주 작은 한걸음이었을지언정 일단 스타트는 끊어놓았으니 이제는구제하는 일을 내 일상의 일부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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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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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찍는 거 좋아하는 셀장 만나서 한달 전부터 설날이다~ 떡국먹어야 된다~ 닥달당한 우리 사랑하는 셀원들!

당일날 알바잡힌 오빠랑 다음날 콘서트 하는 음대생 빼고 100%의 참석율로 나까지 모두 열명이 참석해주셨습니당~

한시부터 네시까지 세시간동안 혼자서 10인분 떡국만들고 잡채만들고 전부치고! 셀원들 시켜서 만두 50개 빚게 시키고 ㅋㅋㅋㅋ

내일 홈리스 아웃리치에서 나눠줄 샌드위치도 뚝딱 다 만들었다! 모두들 사랑해요~

모두들 부모님 떨어져서 공부하러 토론토에 모인 유학생/어학연수생들이었는데 이렇게 교회에서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져서 같이 명절도 쇠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다. 그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셀장이라는 사실에도 너무나 감사했고 :)



사진찍느라 정갈한 식탁 ㅋㅋㅋㅋㅋㅋㅋㅋ 곧 폭탄을 맞게 됩니다...




저번 여름 서블렛 주느라 의자 다 망가지고 그릇 다 깨지고 짝짝이 밖에 없는 우리집 살림살이들 ㅠㅠㅠ 흑흑



센스쟁이 막내가 사온 팀호튼 도넛! 짭짤하게 잘 먹고 단거 냠냠 폭풍흡입



토론토에서 만두빚는 20대는 우리가 최초일지도 모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홈리스 아웃리치에 사용 될 에그샐러드 속재료! 캐나다에서 굉장히 인기있는 샌드위치다





82년 생부터 94년생까지 나이 성별 전공 국적(?) 백그라운드 정말 다양한 10명이 모였는데 너무 잘 먹고 재밌게 놀다가서 셀장으로서 뿌듯한 설날이었습니다 ㅎㅎㅎ 사진 올리고 싶은데 초상권을 배려하여 ><... 내일 홈리스 아웃리치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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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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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7일... 교회 셀모임 재편성 한답시고 리더들이 모여서 12시 넘게까지 회의하고 라면까먹고 놀다가 "우리 언제 셀장들끼리 한번 모여야지~" 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비루한 학생들... 곧있으면 머리 감을 시간도 옷잘입을 시간도 없어서 추레한 모습으로 운동화나 질질 끌고다닐 캐나다의 대학생들... "가려면 지금가야지" 라는 말이 "내일가야지" 라는 말로 진화되어 정말 즉흥적으로 결정된 토론토 큰빛교회 다운타운 셀장 친목모임 그첫번째~ 스케이트!


아무도 당일날 아침에 컨펌한 사람이 없었지만 전날 밤 툭 뱉은 말에 모두 한시간 한장소에 모이게 되었다 ㅋㅋㅋㅋㅋ

"우리는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실한 지체들입니다" 하면서 서로를 기특해하는게 얼마나 웃겼던지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하루종일 재밌게 웃고 떠들고 먹고 지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왔다.



토론토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걸어서 약 10분정도 떨어진 야외 스케이트장은 온타리오 호수를 배경으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한쪽에는 장작타는 난로도 있어서 타닥타닥 소리와 불냄새를 맡으면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야외 스케이트장이라 그런지 얼음관리가 실내 스케이트장보다 잘 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타기에는 무리 없을 정도 :)


스케이트 렌탈은 $8. 헬멧과 세트로 렌트하면 $11, 락커는 $!


지금부터는 폰카라 화질이 떨어져요 ㅎㅎ

5년만에 타는 스케이트라 도저히 카메라 매고 탈 자신이 없었음 ㅠㅠ




내가 사랑하는 CN타워를 배경으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먹고 들어갑니당~



꽁꽁 언 온타리오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탔으면 더 좋았을텐데~ 위험하겠죠~~



노을지는 이른 겨울 저녁에 점점 푸르슴해 지는 하늘과 오렌지빛 태양에 보라색으로 물드는 호수의 지평선ㅋㅋㅋ... 음 온타리오 호수가 워낙 바다같다보니까 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 아무튼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웠다.

한국인들이 정말 많았고 가족단위, 커플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더 포근한 장소가 되었던 것 같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스케이트를 쌩쌩 달리는 것 아니고서야 딱 좋은 사이즈인 것 같다.

한국 같았으면 떡볶이에 오뎅에 팔았을텐데... 하면서 굶주린 영혼들의 다음 장소, 임가네.


당일 새벽 6시까지 논문을 쓰느라 약속시간 2분 전에 일어난 오빠... 장난으로 늦었으니까 저녁 쏴~ 했더니 정말 저녁을 쐈다. 약속에 늦어서 저 멀리 에글링턴에서 유니온까지 택시타고 왔으면서 ㅠㅠ 돼지같은 일곱명 먹이느라 삼겹살 5인분에 양념갈비 2인분, 막창 大자, 곱창볶음까지 시켰는데 팁까지 $250은 나온 것 같다.


임가네는 항상 아쉬운게 사람이 많이가거나 주문이 많아지면 뭔가가 엉키기 시작한다. 우리쪽도 원래 찌개가 세개 나왔어야 했는데 두개밖에 안주고, 버너도 가스가 없었어서 불이 약했는데 괜찮다고 그냥 먹으라고 하고, 반찬도 리필 안해주고 ㅠㅠ


생각해보니 아리수는 더 심하다. 열사람이 가서 두세테이블에 앉아있는데 반찬은 정말 한테이블 주는 갯수로 준다. 말을 해야지 그때서야 머릿수 맞춰서 반찬이 나오는데 그래서 나는 아리수를 갈 때마다 언제나 실망하고 나왔던 것 같다.




먹고 노래방가서 세시간이나 부르고 오고 저녁 쏜 그 오빠는 노래방도 더 많이 내고 과자랑 음료수 다 사오고 ㅠㅠ 진짜 몸둘바를 모르겠당 ㅠㅠ 당신의 섬김을 축복하실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하루 공부를 포기했지만 그만큼 즐겁고 값진 시간이었어서 다행이다 :))) 아직 조금 어색어색한 셀장분들도 계시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 어떤 일이던지간에 충전이 필요하니깐 이제 힘내서 교회일도, 공부를 열심히 합시다~~


내일부터 로바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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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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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지 않던 때 (불과 1년 전), 카페에 가면 항상 차이티라떼를 주문하곤 했었다. 차이티를 주문 한 것이 아니라 차이티라떼를 주문했는데, 스타벅스 용어로는 차이티미스토 정도가 되겠다.

 

터키에서도, 북미에서도, 여기저기서 차이라니 진정한 차이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만도다.

 

차이(chai)라는 단어는 중국의 "차茶"에서 유래된 단어로서 통칭 모든 차를 가르키는 단어라고 보면 된다.

 

터키에서는 Çay라고 부르고 인도 또는 동남아지역에서는 chai라고 부르는데, 덕분에 같은 단어에서 파생되었지만 나라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각각 종류와 향과 차이를 음미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터키의 차이는 말그대로 그냥 Engish Breakfast tea로서 영국의 대표적인 차이다. 우리는 술잔이라고 오해할 만한 조그마한 유리찻잔에 조금씩 담아 정말 물처럼 일상적으로 마시는데, 우유를 넣기도 하고 설탕을 넣기도 한다. 그랜드 바자르나 골목, 시장 구석구석 등 터키 현지바닥을 돌아다니다 보면 차이티를 아슬아슬하게 배달하는 남자아이라던지 아저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참고로 큰맘 먹고 터키에서 산 차이 찻잔세트를 우리집 여름동안 잠시 서블렛 들어온 사람들이 다 깨뜨려놓고는 달러스토아 소주잔으로 바꿔놓았다. 아마도 개념을 소주와 함께 훨훨 증발시켰나보다.

 

북미에서 마시는 차이티는 인도 차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대표적인 black tea와 인도만의 향신료 등을 섞어서 우려낸, 인도만의 이국적인 향이 있는 버젼이다. 계피나 cardamon 또는 인삼을 섞은 맛이라고 하면 상상이 갈까? 덕분에 어떻게 생각하면 상큼하기도, 잠시 인상이 찌뿌려지기도 하는 강한 향이 나는데, 보통은 찻잎을 우려야 하지만 상업용인 티백이나 농충액도 많이 나와있다. 보통 카페에서는 농축액을 쓰는데 그렇게 하면 맛이 더 깔끔하다. 차이티는 기본적으로 블랙티를 우린 물이기 때문에 카페인이 있는데, 농축액 중에서는 디카프 버젼도 나와있어서 더욱 용이하다.


 

차이의 향은 호박(pumpkin)과 궁합이 잘 맞아 펌프킨 차이 컵케잌이나 펌프킨 스파이스 차이티 라떼가 개발 되기도 하였다.


커피와 차이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Dirty Chai Tea Latte라는... 한마디로 "(에스프레소로) 더럽혀진 차이티라떼" 를 시키면 되는데, 마니아층이 꽤 있는 것을 보니 맛이 나쁘지 않은 듯하다. 물론 에스프레소에다가 비싼 차이 농충액을 섞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음료들보다 더 비싸다.

 

아이스 차이티도 있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차이티는 따뜻하게 먹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작년 겨울, 내가 시키는거 기억해놨다가 차이티라떼가 아닌 차이티를 우리집 앞 로비까지 테이크아웃 해 온 친구가 생각난다.

"원래 먹는거야?" 하는 질문에 모르는 척 응~ 했었는데..

 

차이티 만들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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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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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학교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학교 뿐만이 아니라 토론토, 이 도시 자체를 사랑한다. 눈내리는 날의 풍경도, 아침부터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 리포트를 읽으면서 정신없이 걸어가는 학생들, 24시간 로바츠 도서관에서 밤샘공부하는 친구들, 빨간색 ttc 스트릿카, 영하 20도의 기온에 장갑끼고 호호 불어마시는 커피, 추위에 달아오른 얼굴들마저 모두 사랑스럽다. 이 도시에 살아서,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있어서, 이곳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어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사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축복이다.


전날 한숨도 자지 않았기 때문에 6시 쯤 거실로 기어나와 전날 재워둔 레몬물 마시고, 2학기 스케쥴 정리를 좀 하다가 집에서 공수해온 파니니 그릴기 개봉! 동생이 워낙 빵종류를 좋아해서 가지고 온 것인데, 내가 처음 쓰게 되었다 ㅎㅎㅎ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자는 내 동생. 어제 나 먹으라고 메트로에서 wrap을 사서 반개를 남겨뒀는데, 맛을 보실 시간~




오늘의 아침! 스위스치즈 & 비프 wrap, 삶은 계란 하나 그리고 딸기차. 딸기차 너무 맛있어~~ >.<



키보드가 망가지신 노트북님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데, 어제 오픈한 MS Surface가 너무 맘에 든다 ㅠㅠ

터치패드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타자도 잘 쳐지고, 오락용 타블렛이 아닌 휴대가 간편한 노트북 형 타블렛을 원했던 나에게 정말 안성맞춤이다. 앞으로 한 2주동안은 내애기~ 하면서 애지중지하겠지 ㅋㅋㅋㅋㅋㅋ (2주동안만! ㅋㅋㅋㅋㅋㅋㅋㅋ)



9시쯤 밖에 나왔다. 눈 내린지가 꽤 되어서 꽁꽁 얼어버린 길과 더러운 눈더미들... 이미 거리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사진을 잘 못찍었다 ㅠㅠ 눈치보느라 ㅠㅠ 핸폰 카메라로 찍는 건 상관없는데 찰칵찰칵 소리나는 미러리스 들고다니려니 아무래도 눈치가보인다. 관광객처럼 보이면 상관없는데 난 누가봐도 이곳 학생이니까...

눈이 내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새벽시간에 한번 출사를 나가봐야겠다.



King's Circle. 학교 운동장 같은 곳인데 설원에 얼음빙판이 되었다. 저 건물은 University College라고, 일곱개의 기숙사 건물들 중 하나이다. 뿔이 하나밖에 없는 것은 옛날 옛적 저곳에서 화학실험을 하다가 폭발했다나 하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The Grey Lecture"등의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 the Convocation Hall. 이곳에서 영화도 많이 찍었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한국명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수학경시대회장 ㅋㅋㅋ 내가 알기론 1500명인가 2000명인가 수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1학년 때 이곳에서 수업을 많이 들었었다. 천명 넘는 애들 한자리에 집어넣고 무시무시한 미드텀으로 학기의 반이 지나면 강의를 듣는 아이들도 반으로 줄지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친구들 중에 우리학교 그만 둔 애가 정말 꽤 되는구나. 입학 할 때는 그저 선배들이 후배들 겁주기 위한 괴담인줄로만 알았는데.




CN타워와 콘홀. 그냥 보고있자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살며시 웃게된다.

오늘은 수업이 이곳 근처라서 캠퍼스 중 극히 일부만 돌아본 것이지만, 유티 캠퍼스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예쁜 기숙사 건물들만 7개에 기숙사 부속 도서관, 부속 건물들, 기타 등등 정말 볼거리가 구석구석 풍성한 캠퍼스고, 예쁜 곳도 정말 많은데 관광객들은 이곳에서만 사진을 찍고 바로 버스로 올라타서 너무 아쉽다... 물론 그분들도 스케쥴이 있으시겠지만 ㅠㅠ


1학년 때 첫기말고사를 보고 이곳을 건너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정말 속눈썹 하나하나가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날카로운 바람이었고 맹렬한 추위였다. 기숙사로 돌아와서 거울을 보니 쌔빨갛게 얼은 얼굴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거보고 또 좋다고 웃으면서 엄마한테 "나 시험 끝났어~ 근데 정말 추워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 하면서 바로 전화했었지. 바로 이튼으로 쇼핑하러 가고.


그때는 사람들 만나는게 너무 좋아서 로바츠 가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우르르 몰려다녔는데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주위도 정리되고, 이제는 후배들 보면 그냥 귀여울 뿐이다.


조용하게 사는 것을 추구해서 수업가는 것만 아니면 학교도 도서관도 잘 가지 않는데, 그래서 지금은 새로 들어온 학생들을 아무도 모른다. 나름 옛날엔 유티 한국 학생들과 모든 안면을 트고다녔는데 ㅎㅎㅎ


간만에 캠퍼스를 돌아보는데 내가 모르는 신입생들이 정말 많아 기분이 참 묘했다.


직장인 선배들이 맨날 나 애기라고 부르는데 내가 그들의 눈엔 저렇게 비춰질까 싶었다.


횡설수설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난 이곳이 너무도 좋다는거.


졸업한 선배들도, 얼굴도 모르겠는 후배들도, 내 친구들도, 건물 하나하나, 이곳에 투자하는 모두의 시간 일분일초, 겨울의 설경 전부 사랑한다.


또 봄, 여름, 가을이 되면 얼마나 예쁜데.


부디 이번에도 좋은기억, 좋은추억만 많이 남기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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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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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요즘 한창 캐나다 구스 열풍이 거세다고 들었다. 몇년 전에 한가인이 빨간 구스 입었을 때 사람들이 너도나도 촌스럽다고 욕하던 악플들이 아직까지 눈에 선한데... ㅋㅋㅋㅋ


정작 캐나다에서는 필수기호품(?)일 뿐이지,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요 몇주 토론토의 날씨가 어마어마하게 추웠기 떄문에 고드름 나무현상으로 정전도 일어나고, 공항이 마비되고, 파이프가 깨지고 난리가 났기때문에 사실 나도 이번에 구스한마리 장만할까~ 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이미 이번 겨울이 꽤나 추울 것이라는 말들도 오갔기 때문에 Black Friday니 뭐니 할 때 정말로 혹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 나는 분명 구스파는 아니었다.


캐나다에서는 비교적 따뜻한 밴쿠버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겨울이 많이 춥기 때문에, 정말 너도나도 모두 구스를 입고있는 것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좀 오바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열명 중 반 정도가 다 구스를 입고있기 때문에 구스에 대한 호불호도 분명한 편이다.


물론 캐나다 구스 자체가 값이 많이 저렴하지는 않기 때문에 구스를 구입하면 "오 너 이번에 구스샀네?" 라는 소리를 듣기는 한다. 하지만 (누구 말을 빌리자면) 캐나다 구스는 "개나소나" 다 입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아무리 죽어도 구스에 눈길도 주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나도 그들 중 하나다. 잠시 흔들렸을 뿐이지 ㅋㅋㅋㅋ



그런 내가 오늘 매장을 찾아서 동생의 구스를 구입했다. 


내가 구스를 구입하지 않았던 이유는 희소성의 문제가 가장 컸지만 오기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미련하게시리 ㅋㅋㅋㅋ). 토론토에서 구스없이 겨울을 잘만 나던 햇수가 몇해 째인데, 지금와서 구스를 장만하느냐 이거다. 게다가 학생 신분이 아니고서야 입는 구스는 좀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ㅠㅠㅠ (직장 다니면서 구스 입으면 이상하잖아 ㅠㅠㅠ)


하지만 내 동생은 아직 파릇파릇하기 떄문에~ 미래를 위해서 구스를 사라사라 쫒아다니던 참이었다 (넌 아직 토론토에서 학교를 더 많이 다녀야 하잖니! ㅜㅜ)

물론 무스 너클 (Moose Knuckle) 이나 노비스 (Novis)라는 옵션도 있긴 했지만, 구스가 색상도 가장 다양하고 무난하기 때문에 구스를 추천했다. 그리고 캐나다 구스의 구스깃털은 절대 살아서 뽑은 깃털이 아니라고... 동물학대보호 차원에서도 좋은 기업이라고 한다.


아무튼 내가 그렇게 말을해도 안들린다던 녀석인데, 오늘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도착하자마자 한다는말 ㅋㅋㅋㅋ "안되겠네 구스 사야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짐을 집에 놓자마자 구스를 사냥하러 갔다고 합니다...



토론토에서는 보통 백화점인 Holt Renfrew나 편집샵 느낌의? Harry Rosen정도에서 구입하는데, 다양한 색깔을 구비해 놓고있지 않다. 저번에 잠시 흔들렸던 때 ㅋㅋㅋㅋㅋ Yorkdale 쇼핑몰에서 구스를 입어봤는데 아무리 작은 사이즈를 입어도 핏감이 나오지 않아서 물어보니 전부 다 남자사이즈라고, Sporting Life로 가라고 귀뜸해줬다. 남녀로 잘 정리되어있고 색상도 그곳이 제일 많단다. 온라인으로만 확인해보던 휘황찬란한 색깔의 구스들이 다 어디갔나 했더니 스포팅 라이프에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에글링턴 (Eglington) 역에서 97번 버스를 타고 조금 가다보면 Sporting Life라는 매장이 나오는데, 정말 엄청 추운데 중간에 또 들를 곳이 있어서 15분이나 걸어갔다. ㅜㅜ 구스 뿐만 아니라 나이키 등의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몽클레어, 노스페이스, 쏘렐 등등 왠만한 아웃도어 의류는 다 갖춰져 있는 매장이다.


난 내 동생이 쇼트한 기장의 칠리왁을 사길 바랬다. 짜식이 키도 크고 덩치가 있어서 긴기장을 입으면 가뜩이나 부해보이는 구스덕에 곰같이 보일 것 같아서 -_-;



스포팅라이프.ca의 온라인 매점. 칠리왁 구스는 $595.00

-20도까지 커버 가능하다고.




역시 물건이 많이 빠져있었다. 색깔도, 사이즈도 다양하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늦게 구스를 잡으러 왔기 때문에 ㅠㅠ 숏기장 칠리왁은 오렌지, 화이트, 라이트그린, 겨자색, 레드, 베이지, 회색, 검정, 파랑밖에 남지 않았었다. 베이지를 입혀봤더니 싫댄다.


긴기장 색깔/사이즈들은 더 가뭄이다 ㅠㅠ 블랙과 네이비, 그레이밖에 없었는데 그러면 멀리 에글링턴까지 온 이유가 없었다. 우리집 근처 홀트에도 그 색상들은 다 구비되어있기 때문에.


색상없다고 징징거렸더니 점원이 -40도까지 커버되는 구스를 가지고온다. 피..필요없어 ㅋㅋㅋㅋㅋㅋㅋ


동생은 원래 칠리왁 화이트를 사고 싶어했는데, 내 동생이지만 진짜 내가봐도 영 아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화이트는 얼굴도 하얗고 곱상하게 생긴애들이나 잘어울리지 너같이 산적같이 생긴 애는 안돼"

"ㅠㅠ"


그리고 일단 때가 너무 잘 타는 재질이기 때문에 후회할 것이 뻔할 뻔자~


결국 고른게 로얄 블루 컬러인데, 이뻐서 한번 봤다가 왼쪽에 붙어있는 북극곰 패치가 너무 유치해서 "이거뭐야 이거 구스 맞아?" 하고 내려놨었었다.


알고 보니 이 컬러를 사야지만 Polar Bear International Ambassador -_-; 이라고 북극곰을 후원하는 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그런 일을 구스에서 주최한다는데 얘는 $50이나 더 비싸다.


"뭐야 이거! 이거 북극곰 도와준다고 $50이나 더 비싸!"


꽥 소리지르니 노곤하시다고 그냥 빨리사고 가자는 동생... ㅋㅋㅋ



아무튼 이 컬러를 계산대에 홀드해놓고



나도 피곤하고 어렵게 찾아간 스포팅라이프기 때문에 한번 입어봤당~ 근데 내가 입으면 역시 안이쁘다는거 ㅠㅠ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캐나다 온리!!!! 라는 마크가 써져있는데 진짜일랑가 싶다.



여자 코너의 색상이 훨씬 더 다양하지만 역시 색상이 많이 빠졌다.


사실 원래 연보라색이 많이 탐났었는데 요즘 길거리에 그 튀는 색깔의 구스를 너무 자주 목격하기 때문에 슬며시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ㅋㅋㅋ 작년에 첨 나왔을때는 새로나온 색상이라 정말 예뻤었는데 이제 너무 대중화된 듯.





갑자기 찾아온 한파 때문에 구스의 demand가 수직상승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는데, 역시 이 시즌 놓친 기간의 매장 문 닫는 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구스를 구입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토론토로 안전하게 컴백하고 북극곰돌이도 도와주고 구스도 사고 오늘의 미션 끝~




얘들이 뭐라고 ㅠㅠㅠ 안도와주기만 해봐 ㅠㅠㅠ




올 겨울 따뜻하게 나렴 동생아~

이것만 입으면 -20도에도 땀난대~


그런데 이번 주말부터 다시 영상이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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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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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카페알바... 아니 가게 시다입니다.


카페에서 거창하게 말하자면 바리스타이자 음... 캐셔이자... 베이커이자... 클리닝레이디로 일한지 어언 횟수로 2년째.

엄청난 인력난을 호소하는 이곳의 러브콜에, 짬날 때마다 잠시 들르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 한몸 다 바쳐 풀타임 바리스타로 활약중이다 -_- 한마디로 땜빵 인력이라는거...



아침부터 누가 카푸치노를 이리도 찾으시나요



처음에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땐 저게 다 뭐야아~~~~~~ 

저 많은 레시피들 다 어떻게 외워! 징징징 했는데 이제는 눈감고도 저거 다 만들 수 있다.



밤을 꼴딱 새고 (정말 말그대로 한숨도 자지 않았다 ㅎㅎ!) 아침조로 출근한 시각, 오전 6:30분.


내가 하는 첫번째 일은 손수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어제 퇴근하기 전 썰어놓은 꽁꽁 언 버터슬라이스들이 실온에서 잘 녹을 수 있게 일단 그들을 냉장고에서 구출해 내는 것. 곧 있으면 갓 구워진 뜨끈뜨끈한 머핀과 스콘에 촉촉한 버터를 발라먹겠다고 아우성 치는 손님들이 들이닥칠테니까 -_-



하우스 블렌드 드립커피 그라인드 장전시켜놓고

(커피 잘 내려져 있는거 오케, 다음 커피 그라인드 오케, 이런 상황에 평안을 얻는 나는 직업병을 앓게 된 것일까)



사진을 찍을 때 즈음엔 벌써 거의 동이 나버린 좌측 블루베리 머핀. 

이 집은 머핀으로 하도 유명해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굽고 또 구워야한다. 

뜨끈할 때 반쪽으로 슬라이스해서 버터를 발라먹으면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우측은 크랜베리머피니~

아침에 출근해서 저거 굽는 것도 다 내가 할 일입니다.



쿠키들도 예쁘게 진열시켜 놓을 때 즈음이면 아침 동이 트고 슬슬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크레마가 올라올 정도로 고운 우유거품이 가득한 카푸치노가 진리입니다.


우유 데우고, 커피빈 갈고, 우유 굳히고 커피 올리는데까지 카푸치노는 한잔기준 거의 4-5분이 걸리는데, 

이곳 커피는 언제나 정말 정성이 가득 담겨져있다는게 느껴진다 (절대로 내가 잠시나마 일하는 곳이라서가 아님 ㅠㅠ)



탐나는 여러종류의 루즈티들



요즘 featured 드링크리고 스페셜티로 내놓은 메이플 크런치 라떼. 아무튼 캐나다 체인점 이나랄까봐 -_-ㅋ


저번주까지만 해도 터틀 모카라고 거북이 등딱지마냥 윕크림을 둥글게 해서 토피 크런치랑 초콜릿 부스러기랑 카라멜 조각들이랑 올리라고 하더니 이제 또 바꿨다... 신제품이라 계산대에 아직 버튼이 없어서 직접 오더 넣는게 너무 힘들다 ㅠㅠ 덕분에 이번 겨울도 다 아작난 내 손톱들아 미안해. 계산대가 터치스크린이니 어쩔 수가 없구나...




탐나는 각종 시럽들. 망고, 아이리쉬 크림, 딸기, 바닐라부터 키위 헤이즐넛 코코넛에 블루베리까지 엄청 다양하다.




이러니 저러니 궁시렁대긴 하지만 이곳 단골 손님들 대부분이 외로운 노인분들인데다가 제각각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더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일하는 와중에도 나랑 얘기하고 싶어서 스몰 커피한잔 시키시고 이리눈짓 저리눈짓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무래도 철저한 개인주의 문화의 캐나다이다보니 이혼도 공공연하고 독거노인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나를 정말 예뻐해주시는 할아버지가 한분 계신데 그분은 가족없이 혼자 사시는 분이시다. 심장이 인공이라서 어느날 갑자기 배터리가 닳게되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웃어버리는 이분은 내가 다가가서 말을 걸면 절대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엄청난 수다쟁이시다. 손님들이 가끔 뜸할 때면 계산대 앞을 기웃거리시면서 나한테 말을거시고... 외롭지만 의학의 발달 덕분에 지난 10년간을 덤으로 사셨다고 고백하시는 이분, 언제나 감사하며 사시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놀라웠던 점 한가지는 캐나다 사람들은 너무나 단조로울 만큼 똑같은 루트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이 가게의 단골 손님 중 8-90%는 항상 같은시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거의 일년 내내 시킨다.


어떤 할머니는 가게의 유일한 휴일인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2년 이상 정말 매일, 364일 같은 시간에 할아버지와 함께 항상 같은 메뉴를 시키셨는데 그래서 할머니부부가 오실 때 즈음이면 직원들이 알아서 할머니가 드실 머핀을 데워놓고, 커피를 뽑고 하는 것이 일상이 될 정도였다.


아직도 기억한다. 크랜베리 머핀 전자렌지에 30초 돌리고, 레귤러 디카프 블랙, 레귤러 다크 블랙, 하베스트 로프 또는 레이즌 스콘, 버터 두개 그리고 더블 초콜릿 칩 쿠키 하나, 나이프 하나.


지병을 앓아오시던 할아버지는 작년 여름에 돌아가셨고, 그 이후로 할머니는 가끔씩만 가게를 찾아오셨다. 나한테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다고 울먹이시던 할머니... 못뵌지 꽤 되었다. 



아무튼 이곳에서 일하면서 좋은분들도 많이 만났고, 좋은 경험과 꺠달음도 많이 얻었으니 불평불만 않고 최선을 다해 도와야지용


그렇게 여느때처럼 카페의 평화로운 아침은 밝아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


아 물론, 진상손님도 많습니다.


"굿모닝 썰~ 왓캔아이 겟포유 투데이~"


"미디엄 미디엄!!"




글쓴이가 오늘도 수십잔을 팔아해치운 

캐나다 인기드링크 런던포그에대해 

알고싶으신 분들은 이곳으로! 

http://v.daum.net/link/5211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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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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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다짐했지만 역시나 앵겔지수가 높은(?) 우리집은 새해 첫날부터 먹고먹고먹는다.


현재 밴쿠버기준 시각 오후 10시 30분, 아직 캐나다 서부는 2014년 1월 1일이다.

2013년이 와닿기도 전에 벌써 2014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2013년은 정말 다산다난한 한 해였던 것 같다. 별로 기쁜 기억이 없었다. 울기도 많이 울고 많이 아파보고 언제나 피곤했고 그래서 도망치듯 여행만 주구장창 다니고, 먹고먹고먹었다.


새해 첫날이랍시고 큰맘먹고 눈을 질끔감고, 미루고 미루던 몸무게를 재기위해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내 앞에는 내가 평생 듣도보도 못한 숫자가 찍혀있었다. 올 한달 온몸이 팅팅 부은 것 처럼 얼굴이 땡기더니 쪄가는 살집때문인가보다. 살이 늘어나려나 -_-


2014년 1월 1일, 늦잠자고 일어나 학교다니느라 못보던 슈스케5를 다 보고 세시간동안 낮잠을 잤다.

부슬부슬 비가 오고 우중충하고 컨디션도 안좋아서 잠만 자다가 저녁에 예약해 둔 일식집에 갔다. 한상 푸짐하게 또 먹고 이렇게 집에 들어와 글을 쓰는데, 앞으로 집에 있을 날도 일주일도 안남았고, 토론토에 돌아가서 할 일은 산더미이고, 머리가 벌써 지끈지끈거린다. 지금 이곳에서의 빈둥거리는 시간은 마냥 현실도피인 것 같다.


여느 때 같았으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이어리도 신나서 적고, 친구들에게 모두 안부인사 돌리고 했을법한 나인데 2013년이 어지간히 노곤하고 힘겹긴 했나보다.


신년의 목표는 일단 내 몸과 마음과 영을 잘 돌아보고 정비한 후 남을 돌볼 수 있는 상태가 회복 되는 것.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봤자 내가 바로서지 못하면 내 자신이 너무 힘겨워 지는 것 같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항상 웃고 밝게 축복받는 삶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식탐도 좀 줄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한 2014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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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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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 거주하는 나는 방학만 되면 BC주인 집에 들르지만, 이번 겨울에는 내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여러가지 있어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비행기표를 끊게 되었다.


남는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친구와 쿠바행 비행기표도 끊고 몬트리올 여행도 가게 되었는데, 퀘벡에 가는 김에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퀘벡에서 잠시 일을 할 적 머물렀던 홈스테이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나를 너무 예뻐해주시는 가족분들 덕분에 연락이 끊기질 않았고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카드며 생일선물을 보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다.


몬트리올에서 차로 두시간 정도 걸리는 이 시골마을에서 나는 약 5년 전 유치원에서 일을 했다. 아직 터지지 않은 어눌한 불어로 아이들의 우유를 따라주고, 같이 낮잠을 자고, 놀이터에서 꽃반지를 만들어주며 즐거운 생활을 했었다.


내가 떠나기 전날 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을 훔치시던 아주머니와 너구리를 끓여먹으며 콧물까지 쏙 뺐던 가족들... 


이후 부모님과는 두번정도 방문을 했었는데, 그때는 여름이었고 당일일정으로 간 것이어서 2박 3일간의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방문이 더 특별했던 것 같다.




스파게티, 라쟈냐, 연어 중에 골라보라던 아주머니~

담백하게 삶은 연어와 브로콜리, 파프리카 그리고 밥. 아주머니는 밥을 짓는게 서투셔서 항상 설익게 하신다 ㅎㅎ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시고



아침에 먹으라고 이렇게 스시까지 사주셨다. 이번에는 전날 밤 냉장고에 넣으신다는 것을 뜯어 말려서 창가에 놓게 되었다.

5년전에도 항상 내 생각을 하셔서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스시가게에서 스시를 종종 사주셨는데, 언제나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버리

셔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항상 퍼석거리는 스시를 먹었어야 했다 ㅋㅋㅋㅋ



퀘벡에 방문할 때마다 먹게되는 스시는 언제나 서양인들의 입맛에 100% 맞춘 방식이었다. 단맛이 강조된 스시와 간장이 아닌 폰쥬

소스와 같은 달달한 소스와 콩알만한 와사비 등...









Bonne Journee Eve et Catherine!

늦잠자고 일어나니 남겨진 아주머니의 메모 :)

150년도 더 된 자그마한 집에서 다섯식구가 오밀조밀 화목하게 사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운 가족이다. 소박함과 가진 것에 대한 행복감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평화롭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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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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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good to be home!

현재 토론토 기온은 -15도, 밴쿠버는 영상입니당 :)

비행기 뜰 때 보니까 확실히 다운타운 쪽만 집중적으로 전기가 들어왔던데 복구가 많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져서 다행이다.


모두 따뜻한 Merry Christmas, from sweet sweet home.


출처: http://www.blogto.com/photo_of_the_day/2013/12/ice_as_far_as_the_eye_can_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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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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