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현재 캐나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요.
일상다반사/캐나다 일상 2014. 1. 5. 17:02 |아니 사실 카페알바... 아니 가게 시다입니다.
카페에서 거창하게 말하자면 바리스타이자 음... 캐셔이자... 베이커이자... 클리닝레이디로 일한지 어언 횟수로 2년째.
엄청난 인력난을 호소하는 이곳의 러브콜에, 짬날 때마다 잠시 들르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 한몸 다 바쳐 풀타임 바리스타로 활약중이다 -_- 한마디로 땜빵 인력이라는거...
아침부터 누가 카푸치노를 이리도 찾으시나요
처음에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땐 저게 다 뭐야아~~~~~~
저 많은 레시피들 다 어떻게 외워! 징징징 했는데 이제는 눈감고도 저거 다 만들 수 있다.
밤을 꼴딱 새고 (정말 말그대로 한숨도 자지 않았다 ㅎㅎ!) 아침조로 출근한 시각, 오전 6:30분.
내가 하는 첫번째 일은 손수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어제 퇴근하기 전 썰어놓은 꽁꽁 언 버터슬라이스들이 실온에서 잘 녹을 수 있게 일단 그들을 냉장고에서 구출해 내는 것. 곧 있으면 갓 구워진 뜨끈뜨끈한 머핀과 스콘에 촉촉한 버터를 발라먹겠다고 아우성 치는 손님들이 들이닥칠테니까 -_-
하우스 블렌드 드립커피 그라인드 장전시켜놓고
(커피 잘 내려져 있는거 오케, 다음 커피 그라인드 오케, 이런 상황에 평안을 얻는 나는 직업병을 앓게 된 것일까)
사진을 찍을 때 즈음엔 벌써 거의 동이 나버린 좌측 블루베리 머핀.
이 집은 머핀으로 하도 유명해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굽고 또 구워야한다.
뜨끈할 때 반쪽으로 슬라이스해서 버터를 발라먹으면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우측은 크랜베리머피니~
아침에 출근해서 저거 굽는 것도 다 내가 할 일입니다.
쿠키들도 예쁘게 진열시켜 놓을 때 즈음이면 아침 동이 트고 슬슬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크레마가 올라올 정도로 고운 우유거품이 가득한 카푸치노가 진리입니다.
우유 데우고, 커피빈 갈고, 우유 굳히고 커피 올리는데까지 카푸치노는 한잔기준 거의 4-5분이 걸리는데,
이곳 커피는 언제나 정말 정성이 가득 담겨져있다는게 느껴진다 (절대로 내가 잠시나마 일하는 곳이라서가 아님 ㅠㅠ)
탐나는 여러종류의 루즈티들
요즘 featured 드링크리고 스페셜티로 내놓은 메이플 크런치 라떼. 아무튼 캐나다 체인점 이나랄까봐 -_-ㅋ
저번주까지만 해도 터틀 모카라고 거북이 등딱지마냥 윕크림을 둥글게 해서 토피 크런치랑 초콜릿 부스러기랑 카라멜 조각들이랑 올리라고 하더니 이제 또 바꿨다... 신제품이라 계산대에 아직 버튼이 없어서 직접 오더 넣는게 너무 힘들다 ㅠㅠ 덕분에 이번 겨울도 다 아작난 내 손톱들아 미안해. 계산대가 터치스크린이니 어쩔 수가 없구나...
탐나는 각종 시럽들. 망고, 아이리쉬 크림, 딸기, 바닐라부터 키위 헤이즐넛 코코넛에 블루베리까지 엄청 다양하다.
이러니 저러니 궁시렁대긴 하지만 이곳 단골 손님들 대부분이 외로운 노인분들인데다가 제각각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더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일하는 와중에도 나랑 얘기하고 싶어서 스몰 커피한잔 시키시고 이리눈짓 저리눈짓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무래도 철저한 개인주의 문화의 캐나다이다보니 이혼도 공공연하고 독거노인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나를 정말 예뻐해주시는 할아버지가 한분 계신데 그분은 가족없이 혼자 사시는 분이시다. 심장이 인공이라서 어느날 갑자기 배터리가 닳게되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웃어버리는 이분은 내가 다가가서 말을 걸면 절대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엄청난 수다쟁이시다. 손님들이 가끔 뜸할 때면 계산대 앞을 기웃거리시면서 나한테 말을거시고... 외롭지만 의학의 발달 덕분에 지난 10년간을 덤으로 사셨다고 고백하시는 이분, 언제나 감사하며 사시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놀라웠던 점 한가지는 캐나다 사람들은 너무나 단조로울 만큼 똑같은 루트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이 가게의 단골 손님 중 8-90%는 항상 같은시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거의 일년 내내 시킨다.
어떤 할머니는 가게의 유일한 휴일인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2년 이상 정말 매일, 364일 같은 시간에 할아버지와 함께 항상 같은 메뉴를 시키셨는데 그래서 할머니부부가 오실 때 즈음이면 직원들이 알아서 할머니가 드실 머핀을 데워놓고, 커피를 뽑고 하는 것이 일상이 될 정도였다.
아직도 기억한다. 크랜베리 머핀 전자렌지에 30초 돌리고, 레귤러 디카프 블랙, 레귤러 다크 블랙, 하베스트 로프 또는 레이즌 스콘, 버터 두개 그리고 더블 초콜릿 칩 쿠키 하나, 나이프 하나.
지병을 앓아오시던 할아버지는 작년 여름에 돌아가셨고, 그 이후로 할머니는 가끔씩만 가게를 찾아오셨다. 나한테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다고 울먹이시던 할머니... 못뵌지 꽤 되었다.
아무튼 이곳에서 일하면서 좋은분들도 많이 만났고, 좋은 경험과 꺠달음도 많이 얻었으니 불평불만 않고 최선을 다해 도와야지용
그렇게 여느때처럼 카페의 평화로운 아침은 밝아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
아 물론, 진상손님도 많습니다.
"굿모닝 썰~ 왓캔아이 겟포유 투데이~"
"미디엄 미디엄!!"
↓
글쓴이가 오늘도 수십잔을 팔아해치운
캐나다 인기드링크 런던포그에대해
알고싶으신 분들은 이곳으로!
http://v.daum.net/link/5211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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