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소개했다시피 태국인 R군은 미국국적의 이중국적 소유자로, 이번 여름부터 방콕의 미국 영사관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다고한다. 붙었다고 단체위챗을 날리던게 엊그저께같은데 짜식 =_=ㅋㅋ FBI...에게 보내는 서류제출 및 지문체취(?)를 위해 방콕의 미국 영사관에 방문해야한다고 했다.


"아침 7시에 나랑 같이 나가서 영사관 갈 사람?"


R군이 여기여기붙어라 했는데 약 0.5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마침 타국의 아침거리를 일부러라도 찾아 떠나는 내가 길동무 말동무도 해 줄 겸, 아직 관광객들이 활동하지 않는 이른 시각의 방콕도 피부로 느껴볼겸, 손을 들었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방콕 시내의 아침풍경.



여타 동남아 국가들과 같이 역시 태국도 아침식사를 밖에서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보였다.



R군의 집 바로 옆에 붙어있는 Robinson쇼핑몰. 지하철과도 붙어있어서 교통이 용이하다. 간밤에 비가 왔는지, 길가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지하철 내 매일 마주했던 광고들. 일본브랜드의 건강음료? 요구르트 선전인 듯 했는데, 방콕은 정말정말정말 왜색이 짙은 나라였다! 왠만한건 모두 일본 것이었고, 그 뿐만 아니라 기모노나 일본 문화색이 짙은 선전물과 상품들이 즐비 한 곳이었다. 중국만해도 한국 화장품이나 상품들이 더 도드라지는데, 태국은 완전 일본의 경제 식민지 느낌이 날 정도로 왜색이 온 천지 삐까리였다. 길거리 가다가 기모노나 사무라이 복장의 사람들이 일본어로 소리치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R군에게 물어보니 태국은 흐지부지해지긴 했지만 과거 세계대전 도중 동맹관계이기도 했고,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한 역사도 없기 때문에 일본에 별다른 감정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일본 기업들의 태국 투자 역사가 길고 어마어마 했다고 하니, 내가 대만만 친일 국가라고 생각했구나, 싶을정도로 태국은 엄청난 친일인 듯 했다. "한국 기업들은 다 캄보디아로 가는데 뭐," 라고 별로 문제 될 것 없다는 것 처럼 말하던 R군. 와, 나는 정말 방콕에서 관광지만 흝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생활 깊숙히 들어가다보니 모든 것이 다 일본 것이었다, 정말. 



그 와중에 발견한 f(x)의 크리스탈. 상대적으로 "한국" 적인 것이 없던 방콕이었는지라 반가웠다. 관광홍보 선전물이었다.



앞서 푸켓에서 언급했던, 무려 "금"을 주는 Lays 공모전!



방콕의 교통은 정말 내가 경험 했던 것들 중 최악이었다. 베이징의 교통을 처음 접하고 정말 멘붕이었는데, 북경은 방콕과 비교하자면 양반이었다. 일단 방콕은 베이징과는 달리 도로가 그리 넓지 못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도 없는데에다가 사람들이 중국인들처럼 전동차나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속도가 레알인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전동차는 나한테 다가오는거라도 눈에 보이는데, 방콕은 정말 운전자들이 길 건너는 사람이 있건 말건 부아아아아아앙-! 하는 소리를 내면서 쌩쌩 달린다. 신호를 지키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똠 이모님은 우리를 싣고 역주행도 한번 하셨다 -_-; (홀홀 웃으시면서..)



역시나 미관상 좋지 않은 지상 위 덕지덕지 전깃줄들.




다시한번... 왜색 짙은 광고물.


아니 그나저나 이녀석, 도대체 날 데리고 얼마나 지하철 지하철 다 갈아타고 기약없이 걷는거야? 하다가 도착한 미국 영사관.



꽥! 저게 다 대기자야? 더워죽겠는데 gg ㅠㅠ 하던 찰나, 저건 태국 시민들 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R군은 미국시민권자였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들어가서 바로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내가 R군이 일처리를 하는 동안 그 밑에 있으니 경비 아저씨 한 분이 보고 엄청 해맑게 킥킥 웃으시던........ 한국이나 중국 같아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을거다 분명;


아래는 기다리다 지쳐 약 50미터 쯤 벗어나 태국과 미국의 외교/친선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벽화 사진을 찍어봤다. 엄청 유치해서 뭔고 싶었더니 역시나 아이들이 그린 것이었다.




서류 상 잠시 잡음이 생겨서 밖에서 통화한번 하고, 지문체취를 위해 경찰서에 가야한다던 R군. 으아니 이건 내 계획에 없던 건데 ㅠㅠ 싶었지만 나온 김에 그냥 조용히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언제 태국 경찰서에 가보겠는가;



가는 길에 아침밥을 파는 길거리 음식골목도 지나치고 (또 다시 사먹지도 않으면서 사진만 찍는 관광객의 미안함으로 요동치는 나의 카메라)



이렇게 뭔가 스시 롤같이 생긴 것도 있어서 먹어보고 (아직까지 무엇이엇는지는 모름. 바나나 잎에 쌓여있었다고밖에는..)



갈증이 나서 파인애플도 사먹었다. 종류 관계없이 20밧이었는데, 짭짤한 소금?은 아니고, 찍어먹는 장같은 것을 넣어준다. 우리나라에서 순대를 사면 소금을 넣어주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저번에 수상시장 갔을 때도 똠 이모님이 구아바랑 함께 건내주셨었지... 맛이 익숙치 않아서인진 몰라도 굳이 왜 먹는건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경찰서는 보안문제 상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하여간 엄청 큰 경찰서에 가서 지문채취를 했다. 그 동안 나는 그냥 하염없이 앉아있었을 뿐이다 ㅠㅠ 신분검사도, 그 무엇도 없었던 경찰서로의 출입이었다. R군의 얘기를 들어보니,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여있더라고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별로 험악하거나 그렇진 않았고, 오히려 드라마에 나올 법한 밝고 왁작지걸 한 경찰서 분위기였다.. ㅋㅋㅋ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드디어 집으로 가는 길~ (또 지상철 타고 지하철 타고 걸어서 ㅠㅠ)




사진에서는 역시 표현되지 않지만, 이 사원? 제단? 에는 뒷편의 전통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가무를 하고 있었다. R군 왈, 여기서 모시는 신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데, 춤과 노래를 매일 아침 바치기 위해 현지인들이 공양하고 무희들이 매일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래하고 춤 출 돈을 준다는 것...


오잉? 그럼 저 사람들은 저게 풀타임 직업이야? 했더니 그렇단다. 믿거나 말거나.


집안에서 온리 미국 시민권자인 R군의 (사연은 좀 복잡하다) 미국 영주권을 위해 어머니가 매일 기도를 드렸다는데, 그 때 기도드리던 신(?) 부처님(?) 이 삶은 계란을 좋아했다고... 그래서 영주권이 나오자마자 어마무시한 양의 삶은 계란을 공양했다고 한다 ㅡ_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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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수상시장 방문 후, 또 한참을 부웅부웅 달렸다. 국도를 타던 중, 주룩주룩 소나기가 내려서 우리는 엄청 노심초사했더랬다. 사실 나는 우리를 실은 똠 이모님의 자가용이 어디로 향하고 있던지도 잘 몰랐다. 일본인 K군이 노래노래를 부르던 역사적인 "아유타야"로 간다고밖에는.. 1350년부터 400년간 명맥을 이어 온 태국의 옛 왕국, 아유타야 왕조의 수도였으며, 버마에게 불타버린 옛 도시라는 것 밖에는 알지 못했다. 불량한 여행객이라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피곤했어서 리서치를 잘 못했어요... ㅠ


알고보니 정글에 묻혀 200년동안 발굴되지 못했다가 이후 유네스코에 의해 발굴되고, 문화유적지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고 다시 한시간 가량 달리니 장맛비처럼 거세던 비가 멈추고 날이 완전 개어있었다. 이모님들은 따로 기다린다 하시며 어디론가 슝 가셨고 우리 일행은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차에서 내렸는데, 이럴수가! 이런 반전이. 이렇게나 멋있을 수가 없는거다. 2013년 방콕 파타야 패키지 여행으로는 꿈도 못꾸었을 법한 거리이동과 역사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입장료 100밧을 내고 들어간 태국의 옛 도시이자 영광. 물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는 비교불능 할 지라도 나는 그곳에 가보지 못했기에...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 웅장함과 장엄함이었다! 하늘도 너무 예뻤고! 




승려분들을 카메라에 담기란 언제나 부들부들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나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하고 찍을까 말까 하다가 사진 각도가 영 메롤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동남아 승려분들의 저 밝은 주황색 승려복은... 너무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안 담을 수가 없잖은가? ㅠ


일상생활이던 어디던 불교색이 묻어나는 태국. 불교인이 아니기에 개인적으로 신앙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화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한다.






모기에 물려서 다리가 두배는 부었다. 모기 알러지가 있는 나는 모기에 물리면 오래가기도 하거니와 물린 피부가 엉망진창이 되고만다. 진물나고 염증생기고 24시간 탱탱붓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ㅠㅠㅠ 하지만 아유타야의 멋진 모습에 꿋꿋히 부은 다리 이끌고 열심히 걸어다녔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만든 공양물들. 역시 사시사철 따뜻한 나라이니 꽃이 만발을 하는구나 :)



하필 우리가 도착했을 적이 약 4시경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던 시점이라 역광사진이 나올만한 스팟이 많았다. 그래서 찍을 수 밖에 없던 부처상의 뒷모습.



사실 요로케 아담하니 오름직한 담장이다 :)



부처상의 머리는 버마침공 당시, 버마인들이 가져갔다고 하는데... don't quote on me 하하. 태국 친구가 말해준거다. 똑같이 버마 쳐들어가서 엄청 커다란 옥 부처상을 훔쳐왔다나 뭐라나. 그게 지금 태국왕궁에 보존되어있다고 한다 -_-;


하지만 무구한 동남아의 역사가 현재의 태국/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등의 역사로 단편적으로 나뉘어 아웅다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많이 얽히고 섥혔다는 것이 R군의 설명. 동남아 역사에 무지했던 나도 조금씩 흥미가 생겼다.






역시나 사람이 적진 않은 관광지였지만, 그래도 방콕 시내나 푸켓보다야 훨씬 한가롭고, 패키지 관광객들보다는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보였던 곳이었다. 태국 현지 초중고등학생들이 때떄단체복 맞춰입고 소풍 온 모습도 꽤 보였다.




가는 길에 마주친 풀공예 메뚜기 장난감(?)



한참 사진 찍고 구경하고 놀다가, 태국인 R군이 이제 제발 다음 complex로 넘어가잔다. 응? 다른 곳도 있었어? 하고 다음 장소로 옮겨갔다. 통합 된 곳이 아닌지라 또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다... ;_;


하지만... 짜쟌!



이렇게 세개의 뿔이 나란히 있는 사원으로 이동했는데, 와트 프라시산펫으로 불리운다고한다. 전번 아유타야 유적지가 좀더 벽돌의 붉은 색을 자랑했다면, 이곳은 좀 더 흰색의 돌을 많이 쓴 듯 한 느낌적인 느낌이랄ㄲㅏ (죄송합니다 비 전문가의 잡소리였어요;)



이런건 누가 관리하는건지... 깨끗하게 빨린 승려복.




너무 방대해서 카메라에 다 담기지를 않아.. ㅠㅠ


신나게 사진을 찍는 와 중 한 인도계 여자 여행객이 우리를 멈춰 세웠다.


"너네 어디서 왔어?"


"음... 다 다른 곳에서 왔는데요"


하고 그냥 웃으면서 대화를 대충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어지간히 궁금했나보다. 꼭 대답을 듣겠다는 듯한 강한 느낌을 우리에게 주어서 -_-; 번거로웠지만 그냥 하나하나 다 말했다.


나는 캐나다인인데 한국에서 태어났고, K양은 한국인이고, R군은 태국계 미국인이고, K군은 일본인이고, P군은 싱가폴인이다.


그랬더니 지금 여기서 뭐하냐 묻는다.


음..ㅋㅋ 여행하지요?


석사 과정 중 만난 친구들이랑 태국 여행중이다, 하니


이 여자분, 질문이 끊이지를 않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엄청 귀찮았다)


"뭐어? 석사????"


하더니 무슨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애들이 석사냐고 한다. 어디서 석사하냐길래 북경대에서 한다고, 런던 정경대랑 복수학위 프로그램이라 내년엔 영국간다고 하니 많이 놀란다.


뭘 공부하냐길래 (진짜 꼬치꼬치도 캐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국제관계학한댔더니, 그제서야 본인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자기도 학부시절 때 국제관계 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LSAT쳐서 뉴저지에서 변호사한다고 했다. 옆에있는 남편이랑 신혼여행으로 저번 9월 북경에 방문했는데, 그냥 휴가 내고 이번에 또 왔다고 했다 (이 얘기 듣고 뉴저지 변호사 일 없나 싶었다ㅋㅋㅋㅋ).


진짜 서서 거의 5~6분가량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다. 우리를 안보내주려고 하길래.


아무튼 언니, 결혼 축하하고 미국가서 또 쨔요.



이렇게 오그라드는 사진도 많이 찍고, 그룹 사진도 많이 찍고 하다보니 슬슬 해가 본격적으로 지려한다.



입구 및 출구에는 또 다른 사원이 있어서 이렇게 색색깔로 이곳을 한층 더 물들이고 있었다.



타버리기 전에는 이렇게 크고 체계적인 곳이었나보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라고 그렇게 오래 걸린거야?" 하면서 홀홀홀 웃으시던 이모님들.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방콕의 악명높은 러쉬아워 때문에 생고생을 해야한다며, 얼른 떠나자 하신다.


아, 아유타야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반전에 행복한 하루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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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이렇게 남쪽에서 햇볕쬐고 낮잠도 좀 자가며 방황하다가 1번 라인을 타고 103rd street 근처 숙소로 이동했다. 뭔가 주택가인 느낌이었는데, 센트럴 파크도 가깝고 컬럼비아 대학도 가까운 지역이었다. 105th street에 있는 낡은 아파트였는데, 엘리베이터가 수동이었다(?) ㅋㅋㅋ 문열고 들어가야하는 엘리베이터 방식...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숙소주인분께 미리 카톡을 하고 들어갔는데, 키가 엄청 큰 남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ㅋㅋㅋ 숙소를 어떻게 이렇게 잘 찾으셨냐며 ㅋㅋㅋ 방도 안내해 주시고 부엌에 데려가셔서 이것도 드셔도 되구요 쌀도 드셔도 되구 커피도 뽑아 가시고 여러가지 말씀해주셨는데 피곤하고 지친 우리는 네... 네.. 머엉... 혹시 저희 지금 샤워해도 되나요? 샤워 안한지 24시간이 넘어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우리가 묵었던 작은방, 하루에 $60! 그런데 성수기가가 $60이지 비성수기시즌에는 $40이다. 2층침대에 책상이랑 거울이랑 드라이기랑 빗도 구비해 놓으시고 여자분이 일러스트 전공이시라던데 정말 집을 예쁘고 깔끔하게 잘 꾸며놓으셨다. 




샤워하고 짠! 하지만 쏘렐부츠에 24시간 시달린 나의 슬픈 다리야.. 왜 침대에 눕혀도 쉬지를 못하니 ㅠㅠㅠㅠ 그냥 붕붕 떠있는 느낌



토론토에서 내려온 배고픈 하이에나 두마리는 저녁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식으로 구비해놓으신 식빵과 우유와 치즈와 어쩌구저쩌구를 아주 쳐묵쳐묵했지요. 것도 모잘라서 쌀씻어서 밥까지 해먹었답니다....



계란까지 야무지게 해먹었네......


주인언니가 너무 친절하셔서 (이쁘시기까지 함!) 반찬도 내주시고 ㅠㅠㅠ 감사했어요 (우리가 불쌍해보였던 듯)



8시인 마틸다 공연까지 잠시 눈을 붙히기! 찾아보니 슈베르트 공연장은 타임스퀘어 바로 근처~



배도 채웠구 30분은 쿨쿨 한 것 같고 이제는 마틸다 뮤지컬 보러 공연장으로 이동!

다크서클 아니에요. 화장이 벌써 번져서 그래요...

103rd street 메트로 조명 좋더랑 ㅋㅋㅋㅋ


(아직) 뉴욕에 익숙하지 않은 길치녀 두마리는 극장을 못찾아서 타임스퀘어 주변을 뱅뱅 돌며 공연시작 5분 전에서야 겨우겨우 물어물어 극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마틸다는 정말 좋은 뮤지컬이었다. 특히 배우들이 대부분 초등학생~학생이었을텐데 정말 소름끼치게 연기를 잘해서 나는 저 나이 때 뭘했나싶은 상대적 회의감을 들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_- 마틸다 역을 맡은 아이가 얼마나 깜찍하게 배역을 소화하던지...


하지만 나는 Mrs. Warmwood와 교장선생님 팬! 히히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인데, 나는 초등학교 때 달의 팬으로서 마틸다를 한 두세번 정도 읽었기에 내용이 많이 친근했다. 티비만을 쫒고 책을읽지 않는 폭력적인 동시대의 세대를 풍자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어린 천재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냥 너무 깜찍하고 맹랑하고 재밌다.


 M-A-T-I-L-D-A를 중심으로 꾸민 레터 무대장치도 인상깊었고, 그네를 타는 장면이라던지 아이를 던지는 장면이라던지 (인형이지만) 정말 디테일이 하나하나 살아나서 눈과 귀와 모든 것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다만 라이온 킹을 다 보고나서는 "이건 꼭 다시 봐야해!!" 했다면 마틸다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였단거...


마지막 커튼타임에 배우들이 다 나와서 인사하고 뮤지컬 씨어터도 나와서 인사하는데,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가 젊은 동양인 여자더라. 나도 고등학교 때 시립 발레단이랑 학교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서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었는데... 지금 내 손가락들은 다 굳어 석고상이 되었겠지 -_-




바람도 선선하니 절대 춥지 않았던 12월 18일 뉴욕날씨... 얇은 면원피스 한장에 코트하나 걸쳤어도 그냥 기분 좋게 시원하다는 느낌이지 전혀 춥지 않았다. 던다스 스퀘어와 비교될리 만무하지만 나는 그저 토론토의 확장판이라는 느낌에 시큰둥~ 했는데 솜다는 신났던 듯



셀카봉 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거집 답지 않게 세련된 니온사인의 쉑쉑버거 가게



그리고 낮에 사온 엽서들 다섯 장! 마지막 날에 퀘벡 제레미네 식구에게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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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벌써 13년지기 친구 솜다랑 함께하는 두번째 여행!

 

토론토 거주민으로서 뉴욕이란 곳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너무나 만만한 도시였기 때문에, 토론토로 이사오고 한번도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솜다랑 함께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뉴욕이 가고싶었다기 보다는 그냥 제일 만만해서 ㅋㅋㅋㅋㅋㅋㅋ)

 

때마침 크리스마스 바로 전, 최성수기 시즌이고 우리 크리스마스를 한번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에서 보내볼까!? 라는 마음이 들어서.

 

이번 우리 테마는 "도시의 법칙"

 

사실 도시의 법칙을 본 적도 없지만 그냥 뉴욕 서바이벌 하는 예능이라 들어와서...

 

솜다가 잡은 예산은 3박 5일 교통과 숙박비 모두 포함 $500 ㅋㅋㅋㅋ

 

"뭐?? 뉴욕은 돈 쓰러 가는 곳 아니야? ㅠㅠ" 라고 까무러치던 지인들... 넹 우리는 $500에 맞게 썼답니다. 어떻게 했는지 알려드릴게요.

 

일단 토론토<->뉴욕발 그레이하운드 또는 메가버스 왕복(!) 티켓을 $100에 끊으시구요, 민박을 알아보셔서 3박 넉넉잡아 $200정도에 끊으시고 도착해서 일주일 메트로패스를 $30에,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아침식사는 민박집에서 하시고 3불하는 계란이랑 소세지랑 과일정도 사셔서 그거 들고 다니시면서 드시면 되구요, 문화활동을 하고싶으시다면 뮤지컬 티켓을 TKTS부스에서 반값에 하시면 마지막까지 살떨리고 숨막힌 경비$500에 뉴욕 때려잡기를 하실 수 있으십니다. 물론 중간중간 커피도 마셔야하고 기념품도 사야하지요~

 

물론 나는 신용카드가 있었기에 좀 막 긁은 경향이 없지않아 있다. 기념품도 꽤 샀고.

 

그거 빼고 정말 순수하게 기본적인 서바이벌식 뉴욕여행 지출비용만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부과세 등등 대충 다 종합해서

1. 토론토<->뉴욕 왕복 버스티켓 $100

2. 한인텔 3박 $180

3. 메트로 카드 $30

4. 마틸다 뮤지컬 티켓 $75

5.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30

6. 식비 넉넉잡아 $50

 

= $465. 남은 돈으로 더 먹거나 더 즐기거나 더 사면 된다는거.

 

음식은 숙박포함! 문화생활은 딱 뮤지컬과 야경! 쇼핑은 아이쇼핑!

 

그렇게 20대 중반이 D-2주남은 토론토 처자들은 저녁 7시pm, 5시 반 뉴욕 도착 그레이하운드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_상황이_그냥_웃김.jpg

 

그레이하운드로 이동하는 것이 어땠냐고 다들 묻는데, 나는 할만하다고 느꼈다.

물론 내가 버스여행에 익숙해져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특히 터키여행에서는 이렇게 밤새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다반사였으니까).

12시간은 오바고 10시간 정도 걸려서 뉴욕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나는 국적이 캐나다이기 때문에 여권한장만 챙겼고, 대한민국 시민인 다솜이는 $6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국경을 넘어야했다.

 

토론토 이튼센터 근처인 베이스트릿의 버스터미널에서 선착순으로 버스를 타고 버팔로에서 모든 짐을 다시 끌어내려 입국(?)심사를 보는데, 나는 정말 언제나 미국입국심사를 할 때마다 좋지 않은기억들 뿐이다.

 

예전 내가 아직 한국 시민이었을 적, 밴쿠버를 통해 시애틀로 입국했을 때는 입국심사관이 나보고 부모없는 애라고 -_- 빡치게 만들어서 나도 똑같이 당해보라고 울며불며 난리 친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의 건강문제로 부모님이 모두 한국으로 몇달 계셨을 때, 이모네랑 힐링하고 오라고 시애틀로 이모와 보내주셨는데, 입국심사관이 왜 너는 엄마아빠가 없냐고 삿대질을 하며 도장을 안찍어 주는 바람에 엄마없는게 내 잘못이냐고 바락바락 악을 쓰며 난리를 쳐서 결국 통과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식했다... 자랑거리가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이번에도 내가 저만치 걸어오자마자 이 미국인 노인네가 "너 어느나라 애야" 하며 기분나쁘게 물어보는 바람에 캐나다 여권을 툭 던졌더니 별 말 않고 있다가 몇부스 떨어져서 심사보는 다솜이를 가리키며 쟤랑 왔냐고, 다솜이 심사하는 사람이랑 지들끼리 머라머라 낄낄 쑥덕거리더니 숙소 어디냔다.

 

"어.. 브로드웨이 어디인데 컬럼비아 대학 근처랬어. 기둘.."

 

하면서 주소 스크린 샷을 찾으려 핸드폰을 뒤적거리는데 이인간이 내 핸드폰을 그냥 막 쳐 가져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 문제될 것도 없는데 지도 뻘쭘했는지 또 다솜이 심사하는 심사관이랑 내 핸드폰 보면서 낄낄거리더니 보내준다. 아 뭐 또 이딴 ㅋㅋㅋ

 

다솜이는 한국시민인데다가 캐나다에 워홀비자로 들어와서 페이퍼 폼도 쓰고 돈도 지불하느라 조금 더 걸렸는데, 기다리고 있으니 짐관리하는 직원이 나보고 어디가냐고, 뉴욕간다고 하니까 저번주에 자기가 거기에 있었다고 뉴욕에서 가야 할 곳들 몇군데를 적어주었다.

 

땡큐~ 하면서 룰루랄라 다시 버스 탑승. 

 

그리고 눈 잠깐 붙히니 새벽 5시에 뉴욕 도착.

 

뉴욕 버스터미널의 첫인상은 일단 더럽고, 냄새나고, 노숙자 천지에 앉을 곳 하나 없었고 춥고 침침했다. 시간은 오전 5시를 조금 넘어갔고, 지하철은 여섯시부터 운행일 뿐이고, 우리는 (정확히 나는) 배가 고팠고, 노숙자로 꽉꽉 찬 터미널은 앉을데가 없었고, 그래서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텅하니 사람 빈 곳에 수트케이스 하나씩 깔고 앉아 어제 테이크아웃 한 짱깨를 먹을뿐이고 이렇게 우리의 뉴욕여행은 도착하자마자 그지같이 서바이벌틱했고

 

전날 이튼에서 먹고 남은 2 dishes+rice or noodle 중국음식을 야무지게 테이크아웃 하여 뉴욕의 어슴푸름한 새벽과 배골은 우리는 짜게 식은 짱깨와 함께였죠.

 

 

ㅋㅋㅋㅋㅋ 우리 숙소의 체크인은 오후 두시였기 때문에 일단 메트로를 끊고 스벅으로 향했다.

 

메트로를 끊을 때 (역시나) 아무 정보 없던 우리는 우왕좌왕했는데, 새벽 6시 딱 메트로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어찌나 분주하게 움직이던지... 메트로 끊는 기계 앞에서 어떤걸 끊어야하나 하던 찰나, 뉴요커 아주머니가 니들 지금 뭐하는거냐고 비키라고 ㅠㅠ 쏘리쏘리

 

이리 어리버리 있으니 한국교포로 보이는 또래 남학생이 다가와서 도와줬는데, 정말 눈길 한번 안주고 (눈을 아예 마주치려 하지 않음)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슝 떠났는데 우리한테만 그랬던건지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기억하는 뉴요커들은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면서 도와주기는 하는데 이미 혼자 바쁨 ㅋㅋㅋㅋㅋㅋ 발걸음은 막 재촉되서 다른데 쳐다보면서 우리를 도와주기는 하는데 어텐션은 딴데 가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우리의 첫 뉴욕 지출은 이렇게 $30 메트로 패스를 끊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아직 뉴욕에 대해 ☆생판☆ 모르고 도착한것이기 떄문에 숙소 체크인을 할 때까지 이곳을 검색하고 탐색하고 계획을 짜기로 했다.

 

예민한 솜다는 버스에서 자지 못해 스벅에서 저리 잤지만 ㅋㅋㅋㅋㅋㅋ 쿨쿨쿨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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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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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행중에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인데 가장 무겁게 끝냈다.


하루하루 정신이 없었기 떄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가늠이 되지않았던 여행이었다.

그냥 바쁘고 바쁘고 바쁘고 생각을 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바쁜 뉴욕여행 이후 휑한 집에서 혼자 눈을 떴을 때의 괴리감과 외로움은 착잡한 것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했다.

뉴욕 여행이 꿈이었으면, 하고 눈을 떴을 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이제 현실과 꿈을 구분못하는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일어났다.


다솜이는 타임스퀘어가 정말 뉴욕답다고 느꼈다는데, 나는 뉴욕의 지하철과 덤보에서의 브루클린 브릿지였다.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의 극치의 대명사였던 뉴욕은 이제 세계경제의 패권을 중국에게 넘겨주는 수순을 밟고있다.

뉴욕의 지하철은 낡고 지저분하지만 그것들이 100년전에도 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마치 로마의 부식된 콜로세움처럼, 뉴욕의 지하철과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은 미국의 지난 100년의 황금기의 박제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3박 5일을 짧은 일정동안 내가 뉴욕에서 미국이 한 국가로서 또는 세계최고의 강자로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보다는 과거에 사로잡혀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물론 매우 성급하며 미성숙하고 극단적인 오류를 범하는 일일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뉴욕은 로맨틱한 곳이었고, 인간미있는 곳이었으며 앞으로 더 낭만적인 곳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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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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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일: 8월 29일


터키/그리스 관광의 마지막 날, 아침에 에페소에서 이스탄불 도착 후 처음 묵었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보스포러스 해협을 걸었다. 그 유명한 통통배 고등어케밥을 맛보기위해서!


이번 여행에 너무나도 감사했던 것은 날씨가 정말 판타스틱했다는것 :)



자로 대고 그린 듯한 뭉게구름 뭉치가 꼭 만화영화에 나오는 것 같다.




터키 인기 길거리 음식 홍합밥 주위의 사람들. 쿠사다시에서 홍합밥을 먹고 여름인데 아차! 싶어서 이곳에서는 먹지 않았는데, 솔직히 또 찾아 먹을 만큼의 맛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여름에 홍합밥 먹는 것은 비추합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바닷빛은 푸르고 푸르고 또 푸르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참 아름답구나~




드디어 찾아온 보스포러스의 유명 통통배 고등어케밥집! 흔들흔들하는 케밥집에 묘기를 부리듯 고등어를 굽고, 에크멕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끼우는 손길들이 마냥 신기하기만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데 줄은 후딱후딱 없어진다. 이곳에서 먹는 고등어케밥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는 길목의 보통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0.5리라 정도 더 비싸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더 기름지고 가시도 발라지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예쁜 통통배를 마주보고 먹는 분위기에 유명한듯. 우리가 첫날 찾았던 외지고 허름한 음식점의 고등어 케밥이 더 담백하고 값도 착했다. 0.5 리라 차이지만 :)


이곳에서 케밥을 먹고있자면 어린 아이들이 와서 음료수 캔 같은것을 사라고 계속 압박을 주기때문에 마음 편히 먹지는 못한다.







케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본격적인 터키 신시가지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높다란 담을 따라 신시가지로 이동 중. 점심으로 오르타쾨이의 쿰피르를 먹으려고! 사실 오르타쾨이까지는 트램을 타고 카바타쉬에서 내린 후 버스정류장에서 22번, 25분 버스를 타고가면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냥 걷기로 했다. 날씨도 너무 좋았음으로.








이스탄불 역사지구/구시가지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깨끗하고 깔끔한 신시가지를 지나 오르타쾨이에 도착했다. 통감자에 이것저것 토핑을 얹은 쿰피르와 벼룩시장이 유명한 터키 젊은이들의 인기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다.




터키의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점 (MADO) 마도. 썰어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는데 우리는 쿰피르에만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었어서 아이스크림 생각이 그닥 없었다. 하지만 이날 터키의 명동 이스틱클락 거리에서 결국 아이스크림을 썰었다는~






예쁜 가게들이 많은 오르타쾨이





여행으로 인해 다 벗겨진 내 매니큐어- 으으



오르타쾨이의 명물, 쿰피르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여기로 오세요 아가씨!! 곤니찌와!" 하는 장삿꾼들의 외침에 나는 제부도 조개구이 거리인줄 착각 -_-;



푸짐하게 올려진 토핑에 따끈따끈 김이 서려있는 통감자!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너무너무 맛있어서 집에서 도전해보기로.


쿰피르를 먹고 있는데 차도르를 쓴 내 또래 쯤 되어보이는 터키 여학생 두명이 다가와서 "photo?"라고 물으며 다가온다. 동생과 나 둘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고마워요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한번 더 찍어준다고 한다. 수줍게 웃으면서 돌아서는 모습이 귀엽기는 한데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다. 터키에서 여성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도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한다. 아무리 세속화 된 터키일지라도 아직까지 그렇게 남자들이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나라인데, 여자들이 담배를 피는 건 괜찮나? 싶으면서도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모르는 내가 뭐라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생각하는 걸 그만 뒀다 ㅋㅋㅋ



아테네는 멍멍이가 많았는데 터키는 고양이가 참 많다.







반가운 국산 캐릭터 둘리~ 터키식으로 변형되었구나 ㅋㅋㅋㅋㅋㅋ



오르타쾨이에서 탁심광장으로 이동



역시나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하다. 파리의 개선문, 로마의 광장 등 세계적인 관광지가 현지인들의 삶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그들의 일상 한 부분이라는 점이 언제나 부러웠는데 이곳도 그렇다. 2013년 여름에는 civil unrest로 물대포까지 동원이 된 곳이었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었다.





터키의 명동, 이스틱클락 거리에서 맞는 이른 저녁시간! 들르지 못해서 아쉬웠던 MADO에서 아이스크림을 썰기로~ 



차도르는 캐나다에서 10년동안 히잡을 지겹도록 본 나에게도 새롭다.



MADO의 아이스크림은 가격대도 있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그닥이다. 그저 썰어먹는다는 것의 특이한 메리트를 뺀다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아이스크림이다. 회전율도 빨라서 먹으면 바로바로 나가야하는 분위기이다.


가게에서 폴라로이드 필름을 정리하고 있자니 종업원들이 다가와서 자기들을 찍어달라고 아우성이다 -_-

이거 한장에 얼마인 줄 아니...

하면서도 그냥 하나 찍어줬더니 좋아라 하는 종업원들...

순수한건지 뻔뻔한건지는 몰라도 여행에 노곤하고 지쳤을 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쫒아온다던지 심지어 폴라로이드를 탐내는 눈빛들을 보면 솔직히 한숨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사실 엄청 실례스러운것이었지만 여행 도중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냈다. 여행자들을 다소 불쾌하게 만들수도 있는 그들의 행동 저 너머에는 때묻지 않은 순진무구함이 있을것이라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ㅋㅋㅋㅋㅋㅋㅋ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즐비한 수산/농산물 가게들. 즉석에서 꼬치 등을 팔기도 한다.





참 탐났던 체스판들. 내가 짐가방만 잃어버리지 않고 싸구려 캐리어만 끌고 다니지 않았어도 하나 샀을 법 한데, 아쉬웠다.




토론토의 스트릿카와 비슷하게 생긴 올드트램 :) 관광명물 중 하나라고 한다. 지금보니 토론토의 것과는 다르게 참 깔끔하고 귀엽게 생겼다.




Epple이라고 잘못 표기한 스펠링이 재미있다. Grapes도 그렇고.



이스틱크랄 거리에서 동생이 그렇게도 사고싶어했던 차이찻잔세트도 사고, 기념품도 한아름 안고 저녁노을 지는 무렵 갈라타 타워를 보기위해 계속해서 걸었다.


갈라타 타워 위에서 보는 터키의 야경이 그렇게 끝내준다는데, 우리는 탑에는 올라가지 않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트램역 그리고 트램 안에서 찍은 이른 저녁의 이스탄불. 잘 찍지도 못한 옛 사진을 보고있자니 정말 이곳이 감탄사 터져나오리만큼 로맨틱하고 멋있는 곳이었구나, 싶다.




통통배에서 먹은 고등어케밥이 아쉬웠던 우리는 보스푸러스 해협과 호텔 사이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서 다시한번 고등어케밥을 저녁식사로 먹고 양고기 케밥도 한개 시켰다. "진작 이런거 많이 먹어줬어야 했는데~" 하면서 아쉬워 하던 동생.




배도 채우고, 동네 슈퍼에서 아이린이라는 터키 요구르트를 포함한 현지 음료수도 몇개 챙기고 이스틱크랄 거리에서 구매한 기념품들을 호텔에 드롭오프 한 후 다시한번 구시가지 이스탄불 역사지구를 찾았다. 밤이되면 엄청 멋있을거야~라는 기대를 한아름 품고서.








불이 들어오면서 분홍빛 꽃나무와 함께 빛나던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 그리고 이스탄불 역사지구의 광장. 그 푸르렀던 하늘과 핑크빛 조명의 조화는 너무나도 환상적이어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선선한 어느 여름날 밤의 이스탄불, 그곳의 거리는 옥수수와 밤을 굽는 노점상들, 시끌벅적한 관광객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밝게 빛나는 조명들로 덮여져 있었다. 그렇게도 뜨거웠던 태양의 뜨거움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곧 다가올 가을을 예고하듯 요란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저 너머로 희미하게 찌르르 찌르르, 귀뚜라미 소리가 울려퍼졌다.


"음... 그리스는 모르겠는데, 터키는 오기 정말 잘 한것 같아."


3L나 되는 터키 환타를 나눠마시면서 우리는 그렇게 배낭여행의 마지막 초저녁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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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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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일: 8월 27일

파묵칼레에서 약 3시간 30분정도 이동하면 쿠사다시라는 해안도시가 나오는데, 이렇게 곧게 뻗은 야자수들과 크루즈와 반짝반짝한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다. 야자수들이 꼭 까치머리 장난꾸러기들같다 ㅎㅎㅎㅎㅎ

이곳에서 우리의 일정은 1일 에페소 박물관, 아르테미스 신전 유적, 그리고 성요한 교회였고, 2일은 fully dedicated to 에페소 유적지였다.

바로 맞은편 해안가를 바라보는 호텔에 체크인을 한 후 에페소 박물관으로 고고!

박물관을 가는 도중 길을 모르겠어서 길을 걷고있는 한 동양인 남자와 터키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봤는데 그 중 현지인 아저씨는 배낭여행객들에게 유명한 메멧 아저씨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스타파 할아버지 때 처럼 터키 그리스 여행을 리서치 하면서 여러번 들었던 메멧 & 알리바바의 케밥집 아저씨였던 것이다. 같이 걷고 있던 동양인 남자는 터키에서 유학중이었던 거의 현지인화 된(?)ㅎㅎㅎㅎ 한국인 오빠였고. 나중에 저녁에 그곳 레스토랑을 찾을 것을 기약한 뒤 박물관 지리를 안내받고 길을 나섰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에로스와 프시케 신화. 반가워서 찰칵!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이 많이 없는 이유는 내가 함께 나온 사진이 너무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사람도 별로 없고 볼 것도 엄청 많았던 박물관이었는지라 신나게 구경하고 신나게 촬영했다.

아테네 박물관처럼 사진불가 박물관도 아니고 관리인도 없는 이곳... 유적들이 그냥 야외에 내팽개쳐있는 이곳... 너무 매력적이다. 햇볓 잘 드는 건물에 유적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사진도 잘나온다 ㅋㅋㅋㅋㅋㅋ

그리스 유적부터 로마제국의 흔적까지 동서양의 교착지, 그리고 흥망성쇠했던 제국의 잔해를 경험 할 수 있었던 이곳 에페소 박물관. 덕분에 소크라테스 부터 로마 5현제까지 두루두루 공부할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역사 꽤나 아는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 역사덕후) 동생도 감탄사만 연발하면서 꼼꼼하게 이곳저곳 둘러보고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정말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재밌었던 박물관 투어였다. 개인적으로는 아테네 박물관보다 훨씬 가치있고 친근한 분위기에 편안하게 에페소의 역사를 정리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방문한 아르테미스 유적지. 찾는 길에 현지인들에게 방향을 물었는데 우리보고 어디서 왔냐고해서 캐나다에서 온 한국인이라고 하니 자기도 캐나다 살았다고 ㅋㅋㅋㅋㅋㅋ 나 토론토에서 대학다닌다고 말하니 자기 영앤 에글링턴 살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향 친구 만난 듯이 너무 반가웠다~ 그분이 그날 생일이라고 해서 박수치면서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찾은 성요한 교회. 에페소에 와서 기독교를 전파하다가 이곳에서 죽자 무덤위에 교회를 세웠다고한다. 역시나 이곳도 관광객이 거의 전무했다. 다음 날 방문 할 에페소도 그렇고, 뭔가 성지순례 코스 중 한군데를 밟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엄마아빠와 함께 방문했어야 하는 곳인데...






성요한무덤은 언덕 위를 조금 올라가야 있는데, 현지인들이 접근해서 성요한 동전이라면서 이곳에서 발굴되었다 뭐다 하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데 장사꾼들이니까 조심~ 그냥 주는 척 하면서 나중에 돈을 요구하니 상큼히 무시합시다.

그렇게 메멧 & 알리바바 케밥집으로 가는 길~


"인터넷 정보로는 이곳이 셀축에서 가장 맛있는 케밥집이라는데, 정말인가요?" 하는 내 물음에 "음... 맛있는 편이긴 한데 ㅎㅎㅎ"라고 얼버무리는 유학생 오빠 ㅋㅋㅋ 그렇게 소문날 만한 맛은 아닌 것 같아서. 인상부터 무뚝뚝한(?) 첫째 바바 아저씨와는 달리 메멧 아저씨가 너무 친근하고 귀여워서 ㅋㅋㅋㅋㅋㅋ (24시간 술에 취해있는 듯한 풀린 눈과 행동거지) 배낭여행족 및 민박 투숙객들에게 인기가 좋아 널리널리 입소문 퍼지게 된 것이 이곳인 듯. 메멧은 10대 아들과 둘이 살고 있는데 이혼했단다. 듣기로는 겉으로는 그렇게 순해보여도 부부싸움 할 때는 아주 동네가 떠나갈 듯 했다는데 수염 거뭇거뭇 난 수줍은 아들은 이제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데이트 장소를 고민 중이라고 ㅋㅋㅋㅋㅋ

유학생 오빠와는 거의 가족같은 사이처럼 보였는데 이혼을 했건 말건 아무튼 시트콤에 나오는 가족처럼 투닥투닥 개성 강하고 화목해 보여서 보기 좋았다.

죽 때리고 있다가 우리랑 말트고 내일 보기를 기약한 유학생 오빠의 빽(?)으로 차도 무한리필 공짜로 얻어먹고, 오빠의 기타연주소리도 듣고, 내일 체크아웃 해야해서 에페소 유적지를 둘러보는 동안 오갈 데 없게 될 짐가방도 식당에 맡기기로 하고, 에페소까지 라이드도 따냈다.

스웨덴? 아무튼 북유럽에서 온 고고학자였는데 이곳 장기 투숙객인듯~ 유학생 오빠랑 친해서 소개받았는데 유쾌하고 친절했지만 그대의 담배연기 때문에 가시방석이었답니다 ㅠ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합밥도 먹어보고 (별 맛은 없당) 버스 터미널이 어딘지 몰라 찾아 헤메는 우리에게 다가온 (자칭) 터키에서 아주 유명한 축구유망주에게 길안내도 받고 사진도 찍고~



셀축의 밤은 이뻤다. 해안도시 답게 밤문화가 발달했는지 이곳저곳 취객들이 돌아다니고 관광객들 때문에 붐볐지만 말이다. 통닭하나 사서 호텔에서 뜯을까 했지만 역시나 체력이 저질인 우리 남매는 에어컨 틀고 그대로 골아떨어졌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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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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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일: 8월 26일


파묵칼레의 기본 관광루트는 히에라폴리스->원형극장->노천온천이다. 콘야에서 파묵칼레로 이동해서 돌무쉬로 갈아타고 호텔 체크인을 한 후 클레오파트라도 요양했다는 그 유명한 노천온천을 어떻게 갈 수 있다고 물어봤더니 호텔 관계자들이 버스를 타라는데, 무슨 버스인지 물어봐도 도통 명쾌한 답을 주는 사람도 없다. 땡볕에 한시간이 넘도록 우리를 태울만한 버스는 오지 않는다. 답답한 나머지 주변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걸.어.서. 가란다. 


"버스 안타고도 갈 수 있어~"


사람들 영어는 어눌해서 이게 맞는 정보인가 싶기도 하면서 와이파이 인터넷은 느려터져서 인터넷에 접속을 할 생각은 꿈에도 못꾸겠고, 지도를 봐도 영 답은 나오지 않고... 이게 말이 되는건가 싶으면서도 물어보는 사람들 족족 그렇게 대답을하길래 용감하게 고속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에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아찔아찔 아지랑이밖에 없었다...


"누나 이건 좀 미친짓인것 같아"


하는 남동생을 어르고 달래면서 혼자 룰루랄라 모든 것이 잘 풀릴거라는 듯이 고속도로를 따라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아니, 미련한 짓이 아니라 여기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라고 했다니까?


그렇게 고속도로를 걷고 걷고 한 30분 걸으니 히에라폴리스가 나온다. 할레루야.



히에라폴리스는 성스러운 도시라고 불리우는 아나톨리아 전 지역에서도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공동묘이다. 그런데 너무 더워보인다... 나무도 죄다 키작은 것들 뿐이고 밤새 버스를 타고 달려와서 30분을 아스팔트 길목 위에서 휘청휘청 걸어다니던 우리는 히에라폴리스 자체가 그저 우리의 묘지일 뿐이었다...


"누나 저거 다 대리석 아닐까"

"응 그렇겠지..."


굴러다니는 돌덩어리 한조각 한조각 아주 성실하게 태양열을 한껏모아 반사해서 우리를 태워 죽일 것 같은 느낌.



결국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난 우리는 노천온천까지 포기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이른다.


"온천이 다 거기서 거기지 파묵칼레 온천 뭐 별거 있겠냐"

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최면까지 동원하면서... 비참하게시리 ㅠㅠㅠ


동생은 덥고 피곤해 죽겠다며 골아떨어지고 나는 수영장에서 퐁당퐁당 물장구도 치고 야자수 밑에서 시간도 떼우다가 대충 저녁을 먹었다. 한상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부페식!






이렇게 먹방만 찍다가 파묵칼레의 하루는 허무하게 지나갔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스케쥴에 쫒겨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사고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고, 게다가 처음으로 둘만 떠난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경험도, 노련미도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이만하면 선방한 것이라 스스로 위안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좋은 호텔에서 오랫만에 호사를 누리며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었던 것은 다음 날 목적지인 쿠사다시 행 버스를 타는데 버스터미널 근처가 바로 노천온천이었다는것이다. 호텔에서 돌무쉬로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는거리... 하하






우리가 원해서 파묵칼레 관광일정을 아예 없었던 일로 한 것이 아니라 길을 헤메다 지치고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호텔에 남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살짝 허무했지만, 그래도 에너지 충전 제대로 했으니까 그게 어디야 ㅠㅠ 하면서 버스시간이 될 때까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민박/식당을 겸하는 곳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한국인 배낭여행족들이 많이 오는 만큼 한국식 메뉴와 간판들도 눈에 자주 띄었다.




터키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했던 리서치 중에 무스타파 할아버지네 민박집이 유명했는데, 이런 유명인을 우연히 직접 뵙게 될 줄이야 ㅎㅎ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동생에게 "야, 너 한국인이지?" 하면서 말을 먼저 건 할아버지.


"ㅋㅋ 어떻게 알았어요?" 하니


"한국인은 다들 너같이 생겼어"


하면서 눈을 쭉 찢으시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캐나다에서 그렇게 하시면 고소당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 결국 우리는 파묵칼레까지 가서 그 유명한 노천온천을 이렇게 여행사 책자로만 보았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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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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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일: 8월 24일


터키의 고속버스는 참 편하다. 깨끗하고 wifi도 되고 차장이 차도 따라주고 서비스가 좋다. 그렇게 차이티 한잔 마시고 골아떨어져 있는 동안 날이 밝았고, 이스탄불 다음 일정지인 카파도키아에 도착했다.


미니버스를 갈아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이스탄불에서 묵었던 호텔과는 확연히 다른모습이다. 이스탄불 호텔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테네의 호텔과 다를 것이 없는 비좁은 호텔이었다. 덩치 큰 남동생과 둘이 화장실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불편할 정도였으니까...


카파도키아는 네브쉐히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도"에 해당되는 터키 중부지방인데, 카파도키아는 네브쉐히르에 위치한 역사적인 지명일 뿐이다. 카파도키아로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이스탄불과 비교하면 많이 시골인데다가 고산지대라 그런지 햇살은 따가웠지만 오전공기가 굉장히 상쾌하고 시원했다. 거리의 모습도 이스탄불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상점이나 주택가의 터도 큼지막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묵을 호텔 또한 넓었다.


체크인은 사실 더 늦은 시간에 가능했지만 카운터에 문의하니 바로 방을 쓸 수 있게 해줬다.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자빠져있는 동생을 어르고 얼래서 내일 모레의 파묵칼레 행 버스티켓을 알아보러 시내로 나갔다. 그 이후 본격적인 카파도키아 관광을 할 예정이었다.


시내로 나가서 버스 티켓 대리점들을 모두 둘러보는데, 아뿔싸

티켓이 모두 없다고한다.


터키에서 고속버스 티켓은 통상적이로 현지에서 하루 이틀전에 사거나 넉넉하게 가면 터미널에서도 구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 동네 버스회사 사무실을 다 돌아도 파묵칼레 행 버스티켓은 없단다... 티켓을 구할 방법이 전.무.하단다...


묵을 숙소는 이미 다 예약이 되어있던 상태고, 캐나다로 돌아갈 비행기도 예약되어있고, 스케쥴대로 이동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다 꼬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망연자실해서 호텔로 돌아왔는데 동생은 속편히 졸립다고 잔단다. 어이가 없어서 너 알아서 해 한마디하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카운터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하니 뒷편에서 매니저가 나온다.


"버스 티켓이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내일 모레 파묵칼레 행 버스를 구하지 못하면 우리는 끝이다, 남동생과 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며 징징거렸더니 침착하게 어딘가 전화를 거는 아저씨.


덩치도 크고 인자한 인상이다. "이 아저씨가 뭘 도와줄 수나 있을까" 싶을만큼 말투도 느릿느릿 온유했다. 어딘가로 전화를 마구 걸더니 하는 말이 티켓이 없단다. "우리 호텔에서 하루 더 자고 가야겠네 :)ㅋ" 라고 말하는데 어이도 없고해서 난 이제 어떡하냐고 머리를 부여잡았더니 안쪽으로 들어오란다. 아오... 동생이라는 놈은 현실파악도 못하고 안에서 잠이나 자고 있고 억울하고 짜증나고 설마 위험하지는 않겠지?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아저씨의 사무실로 따라들어갔다.


"차이 한 잔 마실래?" 하면서 어디서 왔냐,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냐, 하면서 이것저것 편안히 대해주는 아저씨... 사무실 인터넷으로 뭔가를 이것저것 열심히 찾는다.


"없어, 없어, 없어," 하다가 "나가자" 하는 아저씨.


근무시간일텐데 이래도 될까 싶었지만 나는 카파도키아에 도착하자마자 하릴없이 잠이나 자고있는 동생을 뒤로하고 티켓사냥에 다시 나섰다. "첫째들의 숙명이지 ㅎㅎ" 하는 아저씨... 그냥 무시해도 됐을 법한 머나먼 타국의 호텔 투숙객을 이렇게 열심으로 도와주시다니, 내가 정말 사람복은 있구나싶었다.


결국 아저씨와도 버스 대리점을 몇군데나 돌아다니다가 방법을 찾아냈는데, 바로 중간 지점인 "콘야"라는 도시에서 갈아타서 파묵칼레로 가는 방법이었다. 할렐루야!


그렇게 버스티켓을 계산하고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0년에 한번 있는 터키의 대명절과 우리의 여행이 겹쳤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인들도 버스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카파도키아 관광. 높고 푸른 하늘에 평화롭다.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바람을 시원했지만 햇살이 너무 뜨겁고 한발 한발 발을 내딛는 것이 힘들만큼 금방 땀범벅이 되었다. "우와" 하면서 탄성을 내맽으면서도 너무 더워서 동굴 안 카페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느릿느릿 이동했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은 4-12세기에 걸쳐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들이 기암괴석을 파내어 만든 30여게의 석굴교회와 수도원이 모인 곳으로 비잔틴 시대의 벽화들이 남아있는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실크로드의 길목이기도 했다.









카파도키아 괴레메 야외 박물관을 나서면 여러 상점과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석류 생과일 주스를 마셨는데, 맛이 없었다 ㅠㅠ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도자기 상점. 이곳에서 도자기도 굽고, 기념품도 팔고 여러가지 공예품들을 파는데, 눈에 잘 띄는 카파도키아의 인기장소이다 :)












그 외 핸드메이드 쥬얼리들 및 카펫상점








저녁이되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들른다는 항아리 케밥집도 찾았다. 항아리 케밥집이 많아서 어디가 진짜인지 물어물어 찾았는데, 버스 정류장 근처로 한글 간판덕분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윗층 테라스로 안내되었는데 우리가 첫 팀인듯 했고, 나중에는 몇몇의 한국팀들로 더 채워졌다. 한식 메뉴를 보고 "누가 여기까지 와서 터키인이 만든 한국음식을 먹을까? ㅋㅋ" 했는데, 우리 다음 팀이 무엇을 시켜먹는지 얼핏 보니 신라면에 김치찌개를 시켜먹고있었다 ㅋㅋㅋ



한국팀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신경써서 상추쌈도 제공해준다. 조기 보이는 소스는 쌈장인 줄 알고 맛있지만 이국적인 맛에 "한국인 서비스 해준다고 쌈장까지 만드나보다~"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터키 전통 소스란다 ㅠㅠㅠ 그것도 모르고 쌈장인가부다 ㅎㅎ 하면서 먹었는데 부족한 리서치의 폐해였다... 괜시리 터키에게 미안해지고 ㅠㅠ 앞으로의 여행에서는 이런 실수 하지 말아야지 ㅠㅠ



요구르트에 오이, 소금을 섞은 에피타이저. 요구르트를 키워먹기까지 하는 나는 항상 꿀이나 과일만 섞어먹었는데, 소금을 섞어서 먹으니 요구르트 본연의 맛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집에서도 이렇게 해먹어야지~ 생각했던 ㅎㅎ



이것이 바로 유명한 항아리 케밥. 즉석에서 망치로 깨서 목부분을 깨뜨려 먹는데, 깔끔하게 분리해야 파편이 적다.



자작자작한 국물의 고기요리였는데, 맛은 기대보다는 별로.



귀여운 빌박스 ㅎㅎㅎ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식사가 한창이었다. 아침과 저녁은 포함인 호텔이었는데, 동생이 항아리 케밥 맛도 없었는데 호텔 밥도 먹자~ 해서 들어갔다. 시끌벅적 패키지 여행객들로 북적였는데, 음식이 가짓수도 많고 맛있었다. 웨이터들 중에 대부분이 어려보였는데, 자기를 찍으라고 삿대질(?)하던 이 아이... 트립 어드바이저에 찾아보니 직원교육이 절실한 호텔이라는 평이 있던데, 순수한건지, 반죽이 좋은건지 ㅎㅎㅎ




아무튼 나는 이 호텔 지배인 아저씨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만 남아있던 상태라 다른 티끌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상태였다. 감사표시를 하고싶은데 마땅환 것이 없어서 호텔 옆 편의점에 들어가 딸기요구르트 ㅋㅋㅋㅋ 를 아저씨께 전해달라고 카운터에 부탁했다.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지배인님이 보자시는데요."


동생에게 로비에 있을거라고 얘기 한 후 내려가니 아저씨가 관광은 재밌었냐면서 자리에 앉기를 권하신다. 뭐 먹고싶은거 없냐시면서 차이 티를 한잔씩 주문하셨다. 다른 관광거리 하고싶은거 없냐고 물어보셔서 내일 그린투어를 할건데 새벽에 떠나는 에어벌룬 투어는 관심이 없지만 한번에 수백대 하늘 위로 올라가는 열기구를 보고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또 어딘가에 전화를 하신다 ㅎㅎㅎ


"네가 원한다면 열기구 투어도 엄청 싸게 줄 수 있는데."


ㅎㅎㅎ 나는 열기구보다는 밑에서 열기구들 사진을 찍고싶다고 말하니 알았다고 하시면서, 차편을 대기시키겠다 하신다. 열기구를 탈 다른 관광객들을 태우는 차편이 각 호텔들을 돌면서 관광객들을 픽업하는데, 본인이 얘기를 해 놓을테니 그냥 그 차를 타란다. 라이드비를 지불하겠다고 하니 다 필요없다고 그냥 재밌게 즐기고 오라고 하신다.


내일 그린투어를 하는데 콘야로 가는 버스 스케쥴과 그린투어 투어가 끝나는 스케쥴이 맞아 떨어지지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또 전화를 거시더니 다 해결되었다고, 그린투어 도중 가장 먼저 터미널에 드롭오프 해주라고 말을 다 해놓았다고 했다.


이렇게 호텔 지배인 아저씨의 세심한 배려와 도움을 넘치도록 받고, 터키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 차도 몇잔이나 얻어 마시다가 새벽 두시에야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열기구 픽업 차를 타야했는데 말이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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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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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일: 8월 23일 part II


터키에서는 즉석 생과일 주스가 사랑받는 길거리 음식인 듯 어딜가나 가판대와 가게들을 볼 수 있다. 이스탄불 역사지구를 둘러본 후 점심식사를 하기 전 호텔에 잠시 들러 둘러본 근처 동네에서 발견한 생과일 주스집. 부자지간이라는데 하나도 안닮았넹 ㅋㅋㅋ 사진을 찍자 수줍게 웃으면서 과일을 이리들었다 저리들었다 하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말은 안통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인거 다 알아용 :)



수박과 자몽주스를 시켰는데, 다른 첨가물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원액기에 100% 순수 과일만을 가지고 주스를 뽑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맛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냉장보관 된 과일조차 아닌지라 밍밍 닝닝 미지근하다. 터키에 머물으면서 종류별로 주스를 마셔보았는데, 그 중 석류가 가장 비쌌음애도 불구하고 가장 맛이 없었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과일 자체 당도가 높을수록 맛있다. 오렌지 주스가 가장 인기가 많고 대중적인 것 같았다.

가격은 1리라부터 5리라까지 다양하다.




또 와~ 하며 배웅까지 해주신 과일주스 아저씨


그렇게 우리는 한숨 돌리고 이스탄불 시내를 다시 떠돌았는데, 히포드럼이 도대체 어디인고~ 하면서 늑장을 부렸다. 너무너무 더워서 거북이 발걸음으로 나무그늘만 찾아다니며 유명하다는 터키 찰떡 아이스크림도 먹게되었지. 아이스크림 파는 애는 고등학생 쯤으로 되어보였는데 초등학교 때 클래스메이트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깜짝 놀랐다 ㅋㅋㅋ 아이스크림을 휙휙 던졌다 빙글빙글 돌렸다 현란한 솜씨로 혼을 쏙 빼놓더니 가격도 알려주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내 손에 쥐어준다. ㅋㅋㅋ 그럼 그렇지 얘들 장삿속이 다 이렇다. 나중에 한입 베어물고 계산대에 가니 꽤나 비싼 값을 부른다.


바가지 써봤자 얼마나 쓰겠어~ 하면서 룰루랄라 다시 시내를 걷는데 한 여학생이 다가와 말을건다. "한국사람이에요?"

반죽좋은 이 아이, 한국의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익혔다고하는데 한국말이 엄청 유창한 것 아닌가... 자신을 한국명 박신비라 소개한 이 영민하고도 깜찍한 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보고 "캐나다에 오래 살았다더니 너 발음이 쪼~끔 그렇다 야" 란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말투에 혀를 내둘렀다. 친절하게 이곳저곳 길을 안내해주고, 흥정할 때 필요한 자세와 말투도 코치해주고, 내 바지를 동네 바자르에서는 1/10가격에 살 수 있다며 그랜드 바자르는 바가지라고 혀를 끌끌 차주는 것 까지 잊지 않았다.



나보고 연락 안하면 죽는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포드럼도 둘러보고, 톱카프 궁전 입구까지 갔지만 궁전은 너무 더워서 입장 포기. 히포드럼은 로마시대 전차경기를 열었던 광장같은 곳인데 터만 남아있다. 블로그에 올릴만한 사진은 찍지 못했다.


이 날밤 카파도키아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하고 이틀간 묵었던 호텔에 짐을 맡긴 후 보스포러스 해협 근처를 둘러보았다.



보스푸러스 해협의 오후





해협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에서 고등어 케밥도 먹었다. 가게에 따라 베리에이션이 있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간고등어에 뼈를 발라내고 상추에, 양파에 레몬즙을 뿌려 에크멕에 끼워먹는 음식인데, 입맛에 잘 맞았다. 냠냠

(후에 포스트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보스포러스 해협 통통배의 고등어 케밥보다 더 맛있었다)



카파도키아 행의 오버나이트 버스에 탑승하고 버스에서의 취침준비를 하는데, 밖이 너무 시끄럽다. 요란한 나팔소리에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이게 왠 난리인가... 우리는 여행기간 중 civil unrest를 경험하는 것인가... 하면서 내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마을 청년들이 군대가는 것에 대해 축하해주고 배웅해주는 세레모니라고했다. 삼삼오오 청년들이 군대갈 때가 되면 동네 주민들이 모두 저렇게 나와서 환송해준다고... 북치고 장구치고 나팔불고 피리불고 사진찍고 폭죽 터뜨리고 춤추고 남자들은 난리가 났는데 옆에 차도르를 뒤집어 쓴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눈물을 닦는다. 터키도 참 정많은 나라구나,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보람이 넘쳤던 이스탄불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카파도키아로 향했다. 쿨쿨 자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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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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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일: 8월 23일 partI


드디어 본격 이스탄불 투어의 날이 밝았다. 그리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침일찍 새벽같이 일어나서 호텔 식당으로 톡! 튀어나갔다. 터키에서의 첫 끼니~ 슬라이스 된 신선한 토마토와 치즈, 오이, 올리브, 햄, 에크멕 빵, 오렌지 주스와 커피 등등으로 구성 된 간단한 아침이었는데 그리스에서의 것과 흡사한 것 같았다. 근데 가짓수는 더 늘어났다는 거! 아무튼 그렇게 폭풍 먹방을 또 찍고 아직은 한적한 이스탄불 시내로 나섰다. 일찍 일어나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고 했었더랬지! 어제 그랜드 바자르에서 구입한 통넓은 터키 바지와 동생 티셔츠(남자기준 XL 티셔츠 ㅠㅠ)를 입고 아직은 선선한 이스탄불의 상쾌함을 들이마시면서 시내지도 한부 들고 펄쩍펄쩍 ㅋㅋㅋㅋㅋ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 (술탄 아흐멧 사원)으로 꼬우꼬우~ XD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완전 히피가 따로 없다.



블루모스크의 정식 명칭은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인데, 그 내부가 온통 푸른 도자기타일로 장식되어 있어서 블루모스크라는 애칭이 붙게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아흐메트 1세에 의해 1609년부터 7년동안 건설되어 1616년도에 완성되어졌다. 이슬람 모스크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아직까지 정식 모스크이며 그래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내부에는 기도하러 온 이슬람 교도들로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신은 벗고 들어가야 한다. 민소매나 반바지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출입할 수 있는 곳인데 나는 터키를 다니는 내내 거의 터키 현지차림이었어서 문제가 없었고 남자들은 반바지가 괜찮은 듯 했다. 


아래의 아야소피아 대성당은 본래 그리스 정교회 건물로서 537년부터 지어져서 1453년까지 계속되어 건설/재건축 되어졌다고 한다. 1204년부터 1261년까지 카톨릭 로마 교회였으며 1453년부터 1931년까지 이슬람의 모스크였다. 1935년 2월부터 세속화 되어서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여지고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비잔틴 양식의 산물 중 하나이다. 4월부터 10월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10월부터 4월까지의 운영시간은 9시부터 오후 5시이며 입장료는 25리라이다. 관광객들이라도 아이가 만 12살이 넘지 않았을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두곳 모두 늦게 가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고 뭐고 사람에 치여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땡볕에 줄만 길게 섰다 나오는 수가 있으니 일찍일찍 다닙시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는 이렇게 앞뒤로, 또는 마주보고 있다.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들은 거의 한자리에 모여있어 너무 편했다! 몽땅 선물 한세트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곳으로 가는 길목



이스탄불은 빨간 꽃이 많았다. 잘 정돈된 공원들과 푸른 지중해 바다와 빨간 꽃의 조화가 인상적인 도시였다. 사루비아인가 했는데 한국에서의 사루비아는 아닌 것 같고, 잘 모르겠는 아야소피아 앞 사루비아(?)



아야소피아 안에 들어서니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 거 있지~ 이건 정말 비어있는거다! 나중에 오후에 다시 찾았더니 티켓을 구입하려는 줄은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없었고 사람들은 명동 시장바닥에서 관광을 하는 것 마냥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인파에 이리휩쓸 저리휩쓸 했으니까.




아무리 이슬람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만 인정하지 않을 뿐, 존경하는 선지자로 받아들인다지만 현재 명실공히 무슬림 국가의 국보건물에서 예수님과 기독교적인 인물들을 찾는다는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오 예수님??" 뭐 이런느낌이었다 ㅋㅋ


이슬람은 눈에서 그 힘이 나온다고 믿기 떄문에 카톨릭의 잔해로 치부되고 있는 성경인물들의 벽화 눈을 파버렸는데, 이렇게 버젓이 멀쩡한 예수님과 마리아와 열두제자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세속적으로 바뀌어버린 이스탄불의 영향인지, 관광객 서비스인지 잘 모르겠다.



코란의 명필이라고 한다. 이슬람은 우상숭배의 이유로 살아있는 것의 조각/그림 등을 철저히 금하기 때문에 글씨체나 기하학적 무늬 등이 발달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같은 이유로 탄생했을 너무나도 멋진 이슬람의 흔한 천장.jpg (바닥이 아니라 천장!!)




터키는 관광객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는 느낌이다. 뭘 만지든 어디에 앉든 전~혀 터치하지 않고 관리인들도 여유롭게 감시(?)한다. 아테네에서 줄 하나 쳐놓고 눈을 부라리며 누가 뭘 만질까 뭘 부술까 노심초사하고 수상한 이를 미행(?)하던 아테네 관리인들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그래 내가 미행당하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_-).


에페소를 가면 돌 부스러기마저 유물일진데, 사람들이 유적에 올라타고 기대고 앉고 사진찍고 해도 노 프라블럼~ 오히려 웃으면서 우리를 지켜봐(?)준다. 처음에는 저사람들이 일을 하는거야 마는거야? 했었더랬지만 이것이 자연스런 터키 관리인들의 태도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 힘입어 동물도 국보건물에 입장이 가능하다 :) 이미 관광객의 손이 많이 탄 듯한 살찐 냥냥이... 쟤들이 이 건물의 진짜 주인일지도.




아야소피아를 둘러보면서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 계속 생각났는데, 아야소피아는 아야소피아만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특별함이 있었다. 물론 성 베드로 대성당도 대단했지만 아야소피아의 이국적임과 이슬람 특유의,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엄숙함에 매료되어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정말 "대박이다"라는 말을 계속 내뱉었던 것 같다. 햇살이 비추는 황금빛 아야소피아에서의 오전... 종교간의 갈등과 유럽의 역사를 한 곳에 빨아들여버린 듯한 위대함에 서둘러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깊게 그 기운을 느끼려 자연스레 노력하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아야소피아의 매력에 취해 여유를 부리다가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다음 목적지는 블루모스크였는데, 앞서 설명했 듯 시간이 좀 지나니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과 땡볕에 치여 헥헥거리며 줄만 서다가 입장한 내부에서도 사람파도에 휩쓸려 사진만 대충 찍고 나왔다. 패키지 관광객들이 엄청 많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 한명에 여자 서넛은 데리고 다녔는데 여자들이 모두 눈만 내놓고 차도르를 쓰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나다에서는 무슬림 여자들이 히잡은 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나는 여태까지 그들이 차도르는 쓰고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무튼 그래서 제대로 찍지 못한 블루모스크의 내부. 실제 모스크라 그런지 카펫이 깔려져 있고 기도하는 신자들 주위로 빙 바리케이트가 쳐져있다. 아무리 쉬쉬한다 해도 한번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든 곳이기 때문에 적막속의 시끄러움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아야소피아는 뭔가 모스크이면서도 화려한 궁전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블루모스크는 정말로 종교적인 곳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음 목적지는 너무 더웠기 때문에 지하 저수저 (또는 지하궁전/Basilica Cistern/Yerebatan Sarayı)으로 가는 것으로! 아야소피아에서 남서쪽으로 150m밖에 떨어져있지않아 찾기가 쉽다.


지하궁전은 비잔틴 제국때부터 오스만 왕조시대까지의 물창고였다고한다. 개인적으로 건축물이나 이국적인 것에 대한 감성이 매우 메마른 편인데, 이날은 날 잡았다. 역시 너무 멋져! 정말 대박이야! ㅠㅠㅠ 진짜 입장하고부터 대박이구나, 이곳의 역사는 위대하구나, 옛 사람들은 정말 똑똑했구나!!! 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스탄불의 따가운 햇빛을 피해 찾은 지하궁전, 너무나 시원하고 아름답고 위대하다.


5세기 훨씬 이전부터 지어졌다는 이곳... 1500년 가까이 이곳 사람들의 물창고였다니 정말 대단하다. 역사에 따르면 이 지하 저수저를 짓기 위해서 7000명의 노예가 동원되었다고한다. 오스만제국의 왕족 귀족들이 이곳에서 여름을 나지 않았을까? 로맨틱해 ㅠㅠ 정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비쥬얼이다. 으스스하면서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곳 정말 다시가고싶다 ㅠㅠ




물이 맑아서 물고기도 살지용






메두사의 머리가 기둥처럼 솟아있는데, 로마제국에서의 전리품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는 듯 하다.


지하 저수저 입구에서 "터키의 술탄과 술타나가 되어보세요~" 하면서 옷입혀주고 사진찍어주는 부스가 있었는데... 너무 하고싶었는데... 동생놈이 같이 찍어줄리 만무했다. 징징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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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제 5일: 8월 21일


3시 30분 산토리니에서 아테네 행 페리 출발, 오후 11시 25분 아테네 도착일정.


페리 티켓이 예약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늦으면 좋은자리를 잡지 못하는데다가, 산토리니는 버린 패로 생각하고 어제 이아마을을 둘러 보았으니 마지막으로라도 항구에 가서 짐가방을 찾아보자 동생아 ㅜ.ㅜ 하며 한시간인지 한시간 반에 한대밖에 없는 항구로의 버스를 타고 일찍 페리 타는 곳으로 향했다. 항구에 주인잃은 짐가방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고 들어서 ㅠㅠㅠ


정말 짐가방 찾아 삼만리 했던 산토리니에서의 2박 3일이었다.


내려가니 아직 뱃시간이 멀어서인지 휑한 항구... 지중해의 따가운 햇빛 아래 이리뛰고 저리뛰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지않는 통에 이리묻고 저리묻고해서 겨우겨우 찾아낸 외딴 창고 하나... 뙤약볕을 맞으며 그곳에서 또 관리자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미쳐 ㅋㅋㅋㅋㅋㅋ


창고문이 열리고 내 가방을 쥐잡듯이 찾았지만 결국 없었고, 우리는 애꿎은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항구에 위치한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중 아무거나 내키는대로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만했더랬다. 메뉴판을 보니 술술술 온통 술에 땡기지도 않는 음식들이 뭐가 이리 다 비싼지.


감자튀김이 9유로... 밀크쉐이크가 6유로였나......


입맛도 없는데 연명은 해야겠고해서 꾸역꾸역 집어넣은 프렌치 프라이즈...


나름 유러피안 방식으로 식초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으며 그래 그리스는 내 나라가 아니었나보다... 유럽 어딘가를 떠돌아다닐 내 짐가방아, 안녕, 하며 쓰라림도 함께 삼켰다 ㅠㅠ


나의 환상의 섬 산토리니는 그렇게 끝이났다.





제 6일: 8월 22일


6시 기상, 조식 후 오전 10시 5분 아테네 공항에서 터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리스 항공이었는데 내 치약을 빼앗아갔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친절하게 말을 걸었는데, 터키와 그리스를 오가며 사업하는 터키인이라고 했다. 웰컴투터키~ 하면서 환하게 웃어주는데 지난 그리스에서의 일정간 이런 미소가 고팠던 사람으로서 엉엉 ㅠㅠ 그래 터키는 다르겠지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어쩔거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내 가방은 이제 찾을 수 없으니까하는 마음으로 남은 터키일정을 망칠만한 나쁜 감정을 모두 떨쳐버린 백지같은 상태에서 터키를 경험하고싶었다.


우리의 계획은 일단 11시 25분 터키에 도착 후 호텔에 체크인 하고 환전을 가장 잘해준다는 그랜드 바자르의 환전소를 가는 것이었다. 그 이후 시장을 둘러보며 쇼핑.


터키에 도착해서 멘붕상황을 두가지 겪게 되었는데, 첫번째는 비자문제였다. 한국사이트을 이용해 리서치를 해간 터라 우리는 캐나다시민은 터키에 입국하기위해 비자가 필요한지 몰랐고... 엄청나게 긴 줄을 서고나서 입국심사대에 들어섰는데 여권을보고 "넌 우리나라 못들어옴" 하는 심사원에 멘붕 멘붕 또 멘붕... 나중에는 그냥 비자를 사면 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예상에도 없던 비자값이 한사람당 100유로, 그러니까 200유로 현금으로 깨졌다.


한국인은 터키에 무비자로 30일 체류할 수 있지만, 미국 캐나다 등등 기타 해당되지 않는 나라의 시민일 경우 비자가 필요합니다 교포여러분 ㅠㅠㅠ


두번째는 우리가 공항사람에게 사기아닌 사기를 당했다는 것. 나중에 현지인들과, 그리고 다른 여행객들과 대화하며 깨닫게 된 사실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트램역이 어디인지 몰라 찾아 헤매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공항 information 오피스의 한 아저씨... 공항에서 운영하는것이니 수익에는 관심없을거라 생각한 것이 아주 큰 오산이었다. 어리버리 멍청해보이는 우리에게 스케쥴을 봐주겠다는 친절한 제안을 한 후 안으로 끌어들여 버스를 지금 예약하지 않으면 없다, 트램으로는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갈 수 없다, 등의 지금같으면 헛소리 중의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더니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밴과 이스탄불 다음 일정인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를 끊어주겠다고 했다. 한국은 우리 형제의 나라에요~ 하면서 물도 주고 지도도 봐주고 ㅠㅠㅠ 난 그때 너무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했건만 아저씨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택시를 바가지 씌우고 우리를 호텔 앞까지 태워다주었다. 뭐 아무튼 비싼 비용을 지불했지만 마지막 날 공항까지 가는 택시까지 예약해준 터라 그냥 편하게 이동했다 생각하고 그냥 웃고말았당 ㅋㅋ 터키에서 사기당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듣고있자니 우리가 당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라~ 하지만 결국에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는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했고, 우리가 알아본 버스티켓값보다 훨씬 비싸서 이미 우리는 엄청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ㅋㅋㅋ 아저씨 말로는 아마 5년전 가격인 것 같다며 어디서 이런 구닥다리 정보를 리서치 해온거냐며 ㅋㅋㅋㅋ 근데 나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아저씨도 돈벌어먹고 살고있는거에요 ㅠㅠㅠ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호텔 체크인에 성공했다. 이스탄불은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쾌적하고 바다가 알록달록 꽃과 바다와 공원의 조합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고 느낌이 정말이지 산뜻했다. 아테네에서 도착했을 당시와 180도 달랐다.


더워 미칠 것 같다고 찡찡거리는 동생의 입을 틀어막기위해 마트에서 마실 것을 좀 사고 (이 나라는 3L짜리 음료수가 즐비하당 ㅋㅋㅋㅋㅋ) 호텔에서 한 숨 돌리고 우리는 계획대로 그랜드 바자르로 가기위해 호텔문을 나섰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는 무려 15세기 중반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중 하나로서,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직후 술탄 메멧2세에 의해 옷감무역을 위해 지어졌다고한다. 현재는 3000여개가 넘는 상점들과 61개의 시장내 골목들, 그리고 25만에서 40만명의 관광객의 발걸음이 매일 끊이지 않는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하다. 일요일에는 열지 않으니 참고하시고 월-토요일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그랜드 바자르는 트램역 10m 남짓한 곳에있다. 찾기 무지 쉬우니 걱정마시길 :)


유명하고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시장인 만큼 바가지가 엄청나다. 흥정을 잘 해야 한다던데 이곳 상인들은 배째라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흥정이 쉽지는 않다...


우리의 (아니 아마 나만의) 목표는 시장을 둘러보기 전에 캐리어와 남은 일정 입을 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 짐가방 잃어버리고, 그래서 제대로 관광도 못하고, 비자문제 때문에 시간 지체 돼, 예상치 못한 비용깨져, 우울우울 했지만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능수능란한 몸짓으로 차이(터키식 차)를 배달하는 아저씨들과 왁작지껄 까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너희 둘 사진 찍어줄까?"하며 다가오는 어린아이들 덕에 이미 터키의 첫느낌이 좋았다.



저 램프들이 무지 탐났지만 어찌 들고다니랴 ㅠㅠ 색색깔 너무나도 아름다운 램프들 





그랜드 바자르는 정말이지 램프, 터키 현지 옷들, 스카프, 카펫, 가방, 그릇 등등 너무나고 화려하고 탐나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니 익숙한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그 중에는 나이가 너무나도 어려보이는,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팔목을 붙잡고 실크 스카프 한번 보고가시라며 어설픈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말하는데 가슴이 아팠다. 한창 뛰놀고 공부하고 미래를 꿈꿀 나이에 관광객들 호객행위나 하고있다니,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일까? 하며 순간 내가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며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여타 자본주의 국가의 사회적 기준에 맞춰진 나의 교만한 착각들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처음으로 들어선 터키 가방가게에 들어서니 주인 할아버지가 손목을 잡고 이끈다. 어떤 스타일, 어떤 디자인을 원하냐면서. 사실 가방이 모두 너무 예뻤지만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지도 않았던 상태이고 실용성이 없는 가방들 뿐이었는지라 탐났지만 다른 가게를 둘러보고 다시 오겠다고 말한채 나왔다. 몇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리며 흥정을 하던 할아버지는 엄청나게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나중에는 갈테면 가라하며 우리를 반 내쫒듯(?)이 했고, 아 우리는 터키 상인들을 상대하기엔 너무 허접한가보다 ㅠㅠ 하며 그랜드 바자르 더욱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나중에는 결국 돌고 돌아 그 가방가게로 다시 가게 되었는데, 실용적인 가방은 별로 찾을 수도 없고 그냥 가방 디자인이 예뻐서 살까말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들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게 할아버지는 나를 진짜, 말그대로 문전박대했다. "너한테는 팔고 싶지 않아. 나가". 라고 말했다. 진.짜.로.


겁나 상처받고 여기 왜이렇게 살벌하냐 ㅠㅠㅠ 하며 우리는 현지 여자들이 입고다니는 바지 두벌과 (이것도 흥정할려 했는데 잘 안해주더라 ㅠㅠ) 엄마 선물인 실크 스카프 한장, 그리고 나중에 시장을 나갈 때 즈음 골목에서 대충 캐나다 달러로 $15정도 하는 싸구려 캐리어를 샀다.


이스탄불의 여름오후는 그렇게 노을로 물들고, 우리는 일단 숙소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고 이틀 뒤 카파도키아 행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이스탄불 시내로 뛰어들었다. Nevşehir이라는 대형 버스회사의 대리점이었는데 정말 물어물어물어 찾았다... 내 기억으로는 한사람당 70리라였던 듯? (집에가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가까스로 티켓을 구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더위에 지쳐 헥헥대던 우리는 저녁을 마다하고, 엄마아빠와 보이스톡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그렇게 노곤한 하루를 마치고 골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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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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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일: 8월 20일


피라마을은 사실 교통의 중심지이지 볼 것은 없다. 최선을 다해 짐가방을 찾지 않았다는 후회를 하기 싫어서 이 날 버스정류장에도 다시 가보고 항구경찰에도 다시 가보고 전화도 여러번 돌리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지만 열매가 없어서 포기, 한숨 돌리고 산토리니의 하이라이트인 이아마을로 출발했다. 가방때문에 쓴 교통비만 해도 오바해서 산토리니 전체를 돌았겠다 ㅠㅠㅠ 이게 왠 개고생이야 ㅠㅠㅠㅠㅠ













막상 가보면 예쁘지 않은데 사진 찍으면 이쁜 산토리니 섬.

그 곳에서는 다시는 여기 안와, 사진빨 사기 섬이다라고 그렇게 욕을 하고 다녔는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또 예쁜 곳이다.

하지만 절대 다시는 안가.





이아마을에서 보는 석양이 그렇게 예쁘다고 해서 한두시간 전부터 뷰포인트에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렸는데 노을이 지자마자 밖이 깜깜해지고 추워지니 사진 다 찍었으면 늑장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하자! :)

앉아서 편안히 누구보다 빠르게 숙소에 도착해 피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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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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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일: 8월 19일




8월 19일에 찍은 사진은 없다.

산토리니를 가는 도중 짐가방을 잃어버려 하루종일 눈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관광은 하나도 못했기 때문에...


원래의 8월 19일 계획대로라면:


아침 6시에 기상, 숙소가 있는 Syngrou-Fix역에서 Omonia 역에서 내려 Piraeus역으로 향해서 육교를 건너 페리 타는 곳으로 가서, 아침 7시 25분 피라우스 항구에서 산토리니 행 배 출발 ☞ 오후 3시 10분 산토리니 티라 항구 도착, 관광시작.


깜깜한 새벽부터 길찾는 것과 메트로 갈아타는 것을 꽤나 걱정했는데 산토리니로 출발하는 아테네의 모든 배낭여행객들의 짐가방 드륵거리는 소리가 한데 모여 피라우스 항구로 향했다. 그냥 앞사람 따라가면 되더라 :) ㅋㅋㅋ


먼저 http://www.greekferries.gr/ 이곳에서 구입한 티켓을 프린트 해 가서 항구의 티케팅 부쓰에 보여주고 실제 티켓을 받는다. 배가 고파서 앞에 노점상에서 츄러스? 비슷하게 생긴 그리스의 모닝빵을 한 입 입에 물고 배에 올라탔다. 새로 지은 made in Korea 배였다. VIP가 아닌 이상 정해진 좌석이 없으니 배에 빨리 올라타서 테이블 말고 소파나 제대로 된 좌석에 자리잡자. 조금만 늦으면 바닥에 앉거나 일행과 따로 떨어지게 되거나 낯선 사람과 동석해야 할 수도 있다.


8시간을 배타고 가는데 그렇게 지루할 수 가 없더라...

동생은 멀미한다고 물먹는 하마처럼 물만 끊임없이 사고 사람들은 시끄럽고 불친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포카리스웨트 손예진이 기다리고 있을 아름다운 섬을 고대하며 동생을 어르고 얼렀지.....


마침내 산토리니 섬에 도착하고 수백명의 사람들과 푹푹 찌는 무더위에 동시에 우르르르 내렸다.

그냥 사람들 따라가니 "피라, 피라" 하는 시내버스가 여러대 서 있었고 사람들이 우르르르 올라타더라.


이 버스를 조심해야 한다.


굉장히 원시적인 버스인데, 50인승 될까말까한 이 버스에 사람은 100명쯤 타는 것 같다. 농담이 아니다...

짐은 모두 짐칸에 싣고, 사람들 차곡차곡 자리에 앉히고, 사람들을 정말 버스가 200% 찰 때 까지 쑤셔넣는다. 모두 서있고 부대끼고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버스가 돌아다니는 도중 그 우글거림 속을 뜷고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돈을 걷고 티켓을 발급한다. 가뜩이나 꼬부랑 절벽길 올라타는데... 바로 밑이 낭떨어지인데... 심장 약한 분들은 20분동안 눈 질끔 감고계시기를...


그리고 나의 비극은 이 버스에서 시작되었다.


피라마을 버스역에 도착하고 짐을 찾으러 갔는데 이걸 왠걸. 동생 짐만 덩그러니 있고 내 짐은 온데간데 찾을 수가 없다. 분명히 아까 동생 가방과 함께 깊숙한 곳에 넣어놨는데....... 내가 다 봤는데.......


아무튼 도둑맞았다.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고 경찰서도 여러번 왔다갔다 하고 항구경찰서의 문도 질리도록 두드렸다.


한마디 하자면 그리스 국민성은 게으르고 이기적이며 게으르고 게으르고 게으르다..... 최소한 내가 만난 사람들은... 경찰서 밖에서 울고있는 나를 커다란 머신건 하나 들쳐매고 커피마시면서 두시간 있다 리포트 작성하러 오라던 경찰관... 두시간동안 경찰서 앞에서 지켜본 결과 그들은 그냥 어디서 굴러들어온 쪼매난 동양인 관광객의 방해없이 커피타임을 즐기고 싶을 뿐이었지... No one was willing to help me lol.... 동생 왈 치안이 얼마나 안좋으면 일반 경찰에 저런 총을 들고있겠냐는데 정말... 이곳 관광객들은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이라기 보단 커플이나 젊은이들이 많았다. 덕분에 밤마다 술주정으로 제정신이 아닌 시끄러운 사람들이 많았다.


뜨거운 물도 제대로 안나오는 소금물 민박집에서 퉁퉁불은 눈을 부여잡고 울면서 정말... 부모님과 집과 내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었는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밤이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 ㅋㅋㅋ


묵었던 숙소는 Kykladonisia라는 곳으로 버스 정류장과 피라 다운타운과 가까운 거리지만 산토리니 자체가 돌바닥으로 되어있고 가방잃어버리고 날씨까지 덥고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멀리 느껴졌다. 뷰도 예쁘고 숙소 자체도 나름 깨끗했지만 워낙 호텔에서 묵다보니 이번 여행 중에서는 가장 급이 낮았던 곳. 소금물 샤워를 감수해야 하는 곳. 머리가 뻑뻑해진다. 아침을 제공해 주긴 하는데 그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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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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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일: 8월 17일


2012년 8월 중순, 아테네는 "고요했다".

공항도, 시내로 가는 길도, 번화가도 모두 고요했다.

음악소리와 웃음이 사라진 도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사람들의 메마름을 대변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찾지 못한 다른 요소가 있던 것일까.

인적도 드물고 적막에 쌓인 도시 곳곳에 저녁 늦게 돌아다닐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아테네

황금빛 강렬한 태양빛에 지면은 쩍쩍 갈라지고, 메말른 듯 보이던 키작은 올리브나무, 포도나무가 인상적이었던 곳.

골목골목마다 여유로움이나 밝은 기운은 온데간데 없고 현지인들 대부분 "놔버렸다", 는 느낌이랄까

그리스에 짧은 시간동안 머물렀지만 현지인들(이라고 해봤자 상인들과 호텔업 종사자들 뿐이지만) 분위기 자체가 관광객들을 단지 돈으로만 보는 듯 어느 누구 한명도 진실된 친절함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다. 아주 100% 틀린 일반화의 오류만은 아닌 것이, 앞으로 포스트 할 터키에서의 경험은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30분 긴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그리스 아테네 도착, 호텔찾기!


아테네의 다운타운까지는 1. 버스를 이용하거나 2. 지하철을 이용하는 방법 두가지가 있는데 (OR Taxi lol)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정부에서 파견 된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관광객들에게 레스토랑이나 어트랙션 할인 쿠폰 같은 것을 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 그리스 경제가 그렇게 파탄이 났다더니 정말 이곳에선 왕대접 받을 수 잇겠거니... 하고 착각했다.

짐을 찾고 나오면 관광객들을 위한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곳에 목적지를 말해주면 버스나 메트로로 어떻게 갈 수 있는 지 설명해준다. 대신 친절하지 않으니 대충 지도에 가는 길 슥슥 그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시내지도 한 부씩만 얻어오자..


공항근처에 바로 공항->신타그마 광장 직항 메트로가 운행중이다. 우리는 메트로가 1.4유로라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훨씬 비싼 것을 알게되고 도착하자마자 패닉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7유로였던 듯. 직원도 한명밖에 없고 주위에 너무 휑해서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왜이리 비싸냐고 물었더니 어이없어하면서 공항이랑 연결되면 뭐든지 다 비싸다고...


우여곡절 끝에 티켓을 구입하고 메트로에 올라타니 집시 아이들이 구걸하며 돌아다녔다. 창밖에는 햇빛에 갈라진 대지와 키작은 포도나무가 드문드문 심어져 있었다. 수학을 연상케 하는 문자가 내가 진짜 그리스에 도착했구나, 생각하게 했다.


아테네는 매우 더웠고 30도가 넘엇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날씨에 짐을 줄이겠답시고 모자쓰고 스카프 매고 후디에 스윁팬츠를 입은 내가 얼마나 우매해 보였을지 ㅋㅋㅋ


우리는 호텔을 미리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짐끌고 이리저리 숙소를 찾아 헤멜 필요는 없었다. 우리 호텔은 Acropolis Select 호텔로,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도보 5분~10분 거리의 가까운 숙소였다.지하철 역에서도 가까워서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방도 깔끔하고 조식도 맛있었는데, 위치 상 아크로폴리스 광장 바로 옆이나 안이 아니라 변두리에 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고 어둑해질 때는 생명의 위협이 느껴질 만큼 외졌다. 아크로폴리스 광장이 의외로 너무나 가까워서 놀라울 정도로 그 짧은 거리 안의 간격이 굉장히 크다. 그 정도로 그리스는 치안이 좋지 않았다.


체크인 후 피곤해 하는 동생을 이끌고 일단 밥을 먹자고 밖으로 나왔다. 목적은 점심 후 고대아고라 -> 아크로폴리스 -> 국립박물관에서 끝날 때 까지 있기 (너무 더운 관계로) -> 야경을 이해 아크로폴리스로 돌아가기 -> 9시까지 호텔 도착...이었지만, 역시나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


점심을 먹으러 번화가로 나갔는데, 레스토랑 직원들이 곤니찌와 니하오를 연발하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의외로 한국어는 많이 들리지 않는다. 맹한 우리들은 어디서 먹지 하면서 두리번 거리다가 스프링쿨러가 달려있는 레스토랑 직원에게 잡혔다. 그릭 샐러드, 무사카 그리고 음료가 한사람당 15유로인데 10유로에 해주겠다면서 잡아 이끈다. 이 때 그냥 지나쳤어야 하는데 발걸음을 멈칫한게 화근이었다. 일단 자리에 앉자 태도가 돌변한 직원들... 속단하긴 이르지만 공항에서부터 느낀 점... 이 사람들 국민성 좀 그렇다. 그릭샐러드는 내가 한게 더 맛있고 무사카는 너무 느끼했다. 그릭푸드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본토에서 먹은 첫 끼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너무 피곤해서 내 카메라로는 담을 생각도 못했다. 비행기만 거의 24시간 가까이 타고 뜨거운 햇볓 아래서 물을 들이키는 것 말고는 도저히 뭘 할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그리스에서 찾은 첫번쨰 좋은 점은 팁문화가 없고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캐나다에 익숙하고 서유럽여행에 익숙했던 우리로서는 감사할 수 밖에 없엇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덥지, 피곤하지. 덥지, 덥지 덥지....... 정말 너무나도 더웠다. 아크로폴리스가 태양 아래 이글이글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래, 해지면 가자. 박물관에서 더위를 피하고 해가 지면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 아크로폴리스로 가는거야...


박물관은 아크로폴리스 및 유적지 통합티켓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물관이 포함되어 있다는 정보가 날라다니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다. 일반입장은 5유로. Reduced ticket은 3유로인데 조건은 이렇다:

1. EU가입국가 아닌 곳의 대학생들, 학생증 필요

2. EU가입국가 아닌 곳의 18세 이하, 신분증 필요

우리는 몰랐다. 그래서 5유로를 냈다. 하하...


박물관은 촬영 금지. 햇볓이 잘 들어오는 깨끗하고 정돈 잘 되어있는 곳이었지만 너무 무분별하게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얼마든지 훼손 시킬 수 있겠다 싶었다. 덕분에 쫙 깔려 있는 관리인들.... 차라리 서유럽처럼 바리케이트를 치던지 터키처럼 아예 상관을 하지 말던지... 아니면 치솟는 실업율을 낮춰보자는 정부의 방침인가 -_-


박물관에서 죽치고 앉아있다가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자! 하며 나왔지만 해는 질 생각을 하지 않고, 배도 고프지 않고 덥기만 하고 잠만 오고...


그렇게 우리 남매는 호텔로 돌아와서 씻고 골아 떨어졌다.


터키 그리스 배낭여행 제 1일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제 2일: 8월 18일







그리스의 끔찍한 오후를 경험한 우리는 씨에스타를 이번 여행에 집어넣기로 했다. 아침 일찍 나가서 낮에 숙소로 돌아와 낮잠 자고 해 떨어지면 다시 나오기.

애초부터 이 여행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동생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라 맘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히 최고의 아이디어였다고 말 할 수 있다... 7~8월 터키 그리스 여행 하시는 분들! 참고하세요 ㅎㅎㅎ


7시 땡 치자 마자 바로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아크로폴리스로 이동! 가는 길 한적하고 아무도 없고 바람은 솔솔 불고 날씨는 화창하고 정말 최고였다. 관광객들이 모두 올빼미 족인가 의심 될 정도로 11시까지는 인적이 드물었다. 정말 편하게 아크로폴리스에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말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이 떄 왔으면 덥고 사진도 못찍었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 한 장...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오는 길에 디오니소스 극장을 들렀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터키의 에베소에 가보니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모나스티라키 벼룩시장은 사실 볼 게 별로 없었다. 가는 길이어서 지나친 것 뿐. 

가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고 한적해서 좋았다.

점심도 먹지 않고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오이마사지 하고 두세시간 잤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와서, 로마/고대 아고라, 모나스티라키 벼룩시작으로 가는 골목들

씨에스타ㅋㅋ 이후 해가 떨어지고 제우스신전->하드리아누스의 문을 들렀다. 이후, 아크로폴리스 번화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비싼 레스토랑과 숙소가 즐비했다. 돈 많아 보이는 관광객들은 우리처럼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쉬러온 것이 보였다. 아주 잠시 야외에서 친절한 웨이터들에게 서빙 받으며 시간에 쫒기지 않고 여유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아예 안쪽은 사람도 많고 밝고 치안도 좋아보였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ㅋㅋㅋㅋㅋ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이곳에 다시 들를거야~ 

우리같은 어린 배낭여행객들을 대견하게 쳐다보면서... 하면서 지나갔었더랬지 ㅎㅎㅎㅎ











아크로폴리스의 야경. 


계획에 따르자면 해가 질 무렵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는 리카비토스 언덕에서 아테네 시내 전망을 한 눈에 감상하려고 했지만, "나중에 호텔 어떻게 돌아올건데?" 라는 동생의 한마디가 너무 와닿았다...

아크로폴리스 안의 번화가는 괜찮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그리스는 정말 정말 무섭다. 그냥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이곳에서 칼부림이 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구나...

그래서 아크로폴리스 내의 아크로폴리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가기로 했다. 낮에도 한번 올라가 본 적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북적북적...

자리잡고 사진 찍는 것도 힘들었는데 바람은 또 얼마나 부는지 ㅠㅠ

But it was worth it! 너무 예뻤던 아크로폴리스의 야경. 아예 깜깜해지자 사람들도 하나, 둘씩 떠나고 우리도 후딱 숙소에 돌아왔다. 도저히 아테네에서는 밤에 돌아다닐 깡과 담력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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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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