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3년지기 친구 솜다랑 함께하는 두번째 여행!

 

토론토 거주민으로서 뉴욕이란 곳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너무나 만만한 도시였기 때문에, 토론토로 이사오고 한번도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솜다랑 함께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뉴욕이 가고싶었다기 보다는 그냥 제일 만만해서 ㅋㅋㅋㅋㅋㅋㅋ)

 

때마침 크리스마스 바로 전, 최성수기 시즌이고 우리 크리스마스를 한번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에서 보내볼까!? 라는 마음이 들어서.

 

이번 우리 테마는 "도시의 법칙"

 

사실 도시의 법칙을 본 적도 없지만 그냥 뉴욕 서바이벌 하는 예능이라 들어와서...

 

솜다가 잡은 예산은 3박 5일 교통과 숙박비 모두 포함 $500 ㅋㅋㅋㅋ

 

"뭐?? 뉴욕은 돈 쓰러 가는 곳 아니야? ㅠㅠ" 라고 까무러치던 지인들... 넹 우리는 $500에 맞게 썼답니다. 어떻게 했는지 알려드릴게요.

 

일단 토론토<->뉴욕발 그레이하운드 또는 메가버스 왕복(!) 티켓을 $100에 끊으시구요, 민박을 알아보셔서 3박 넉넉잡아 $200정도에 끊으시고 도착해서 일주일 메트로패스를 $30에,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아침식사는 민박집에서 하시고 3불하는 계란이랑 소세지랑 과일정도 사셔서 그거 들고 다니시면서 드시면 되구요, 문화활동을 하고싶으시다면 뮤지컬 티켓을 TKTS부스에서 반값에 하시면 마지막까지 살떨리고 숨막힌 경비$500에 뉴욕 때려잡기를 하실 수 있으십니다. 물론 중간중간 커피도 마셔야하고 기념품도 사야하지요~

 

물론 나는 신용카드가 있었기에 좀 막 긁은 경향이 없지않아 있다. 기념품도 꽤 샀고.

 

그거 빼고 정말 순수하게 기본적인 서바이벌식 뉴욕여행 지출비용만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부과세 등등 대충 다 종합해서

1. 토론토<->뉴욕 왕복 버스티켓 $100

2. 한인텔 3박 $180

3. 메트로 카드 $30

4. 마틸다 뮤지컬 티켓 $75

5.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30

6. 식비 넉넉잡아 $50

 

= $465. 남은 돈으로 더 먹거나 더 즐기거나 더 사면 된다는거.

 

음식은 숙박포함! 문화생활은 딱 뮤지컬과 야경! 쇼핑은 아이쇼핑!

 

그렇게 20대 중반이 D-2주남은 토론토 처자들은 저녁 7시pm, 5시 반 뉴욕 도착 그레이하운드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_상황이_그냥_웃김.jpg

 

그레이하운드로 이동하는 것이 어땠냐고 다들 묻는데, 나는 할만하다고 느꼈다.

물론 내가 버스여행에 익숙해져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특히 터키여행에서는 이렇게 밤새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다반사였으니까).

12시간은 오바고 10시간 정도 걸려서 뉴욕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나는 국적이 캐나다이기 때문에 여권한장만 챙겼고, 대한민국 시민인 다솜이는 $6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국경을 넘어야했다.

 

토론토 이튼센터 근처인 베이스트릿의 버스터미널에서 선착순으로 버스를 타고 버팔로에서 모든 짐을 다시 끌어내려 입국(?)심사를 보는데, 나는 정말 언제나 미국입국심사를 할 때마다 좋지 않은기억들 뿐이다.

 

예전 내가 아직 한국 시민이었을 적, 밴쿠버를 통해 시애틀로 입국했을 때는 입국심사관이 나보고 부모없는 애라고 -_- 빡치게 만들어서 나도 똑같이 당해보라고 울며불며 난리 친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의 건강문제로 부모님이 모두 한국으로 몇달 계셨을 때, 이모네랑 힐링하고 오라고 시애틀로 이모와 보내주셨는데, 입국심사관이 왜 너는 엄마아빠가 없냐고 삿대질을 하며 도장을 안찍어 주는 바람에 엄마없는게 내 잘못이냐고 바락바락 악을 쓰며 난리를 쳐서 결국 통과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식했다... 자랑거리가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이번에도 내가 저만치 걸어오자마자 이 미국인 노인네가 "너 어느나라 애야" 하며 기분나쁘게 물어보는 바람에 캐나다 여권을 툭 던졌더니 별 말 않고 있다가 몇부스 떨어져서 심사보는 다솜이를 가리키며 쟤랑 왔냐고, 다솜이 심사하는 사람이랑 지들끼리 머라머라 낄낄 쑥덕거리더니 숙소 어디냔다.

 

"어.. 브로드웨이 어디인데 컬럼비아 대학 근처랬어. 기둘.."

 

하면서 주소 스크린 샷을 찾으려 핸드폰을 뒤적거리는데 이인간이 내 핸드폰을 그냥 막 쳐 가져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 문제될 것도 없는데 지도 뻘쭘했는지 또 다솜이 심사하는 심사관이랑 내 핸드폰 보면서 낄낄거리더니 보내준다. 아 뭐 또 이딴 ㅋㅋㅋ

 

다솜이는 한국시민인데다가 캐나다에 워홀비자로 들어와서 페이퍼 폼도 쓰고 돈도 지불하느라 조금 더 걸렸는데, 기다리고 있으니 짐관리하는 직원이 나보고 어디가냐고, 뉴욕간다고 하니까 저번주에 자기가 거기에 있었다고 뉴욕에서 가야 할 곳들 몇군데를 적어주었다.

 

땡큐~ 하면서 룰루랄라 다시 버스 탑승. 

 

그리고 눈 잠깐 붙히니 새벽 5시에 뉴욕 도착.

 

뉴욕 버스터미널의 첫인상은 일단 더럽고, 냄새나고, 노숙자 천지에 앉을 곳 하나 없었고 춥고 침침했다. 시간은 오전 5시를 조금 넘어갔고, 지하철은 여섯시부터 운행일 뿐이고, 우리는 (정확히 나는) 배가 고팠고, 노숙자로 꽉꽉 찬 터미널은 앉을데가 없었고, 그래서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텅하니 사람 빈 곳에 수트케이스 하나씩 깔고 앉아 어제 테이크아웃 한 짱깨를 먹을뿐이고 이렇게 우리의 뉴욕여행은 도착하자마자 그지같이 서바이벌틱했고

 

전날 이튼에서 먹고 남은 2 dishes+rice or noodle 중국음식을 야무지게 테이크아웃 하여 뉴욕의 어슴푸름한 새벽과 배골은 우리는 짜게 식은 짱깨와 함께였죠.

 

 

ㅋㅋㅋㅋㅋ 우리 숙소의 체크인은 오후 두시였기 때문에 일단 메트로를 끊고 스벅으로 향했다.

 

메트로를 끊을 때 (역시나) 아무 정보 없던 우리는 우왕좌왕했는데, 새벽 6시 딱 메트로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어찌나 분주하게 움직이던지... 메트로 끊는 기계 앞에서 어떤걸 끊어야하나 하던 찰나, 뉴요커 아주머니가 니들 지금 뭐하는거냐고 비키라고 ㅠㅠ 쏘리쏘리

 

이리 어리버리 있으니 한국교포로 보이는 또래 남학생이 다가와서 도와줬는데, 정말 눈길 한번 안주고 (눈을 아예 마주치려 하지 않음)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슝 떠났는데 우리한테만 그랬던건지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기억하는 뉴요커들은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면서 도와주기는 하는데 이미 혼자 바쁨 ㅋㅋㅋㅋㅋㅋ 발걸음은 막 재촉되서 다른데 쳐다보면서 우리를 도와주기는 하는데 어텐션은 딴데 가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우리의 첫 뉴욕 지출은 이렇게 $30 메트로 패스를 끊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아직 뉴욕에 대해 ☆생판☆ 모르고 도착한것이기 떄문에 숙소 체크인을 할 때까지 이곳을 검색하고 탐색하고 계획을 짜기로 했다.

 

예민한 솜다는 버스에서 자지 못해 스벅에서 저리 잤지만 ㅋㅋㅋㅋㅋㅋ 쿨쿨쿨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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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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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행중에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인데 가장 무겁게 끝냈다.


하루하루 정신이 없었기 떄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가늠이 되지않았던 여행이었다.

그냥 바쁘고 바쁘고 바쁘고 생각을 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바쁜 뉴욕여행 이후 휑한 집에서 혼자 눈을 떴을 때의 괴리감과 외로움은 착잡한 것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했다.

뉴욕 여행이 꿈이었으면, 하고 눈을 떴을 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이제 현실과 꿈을 구분못하는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일어났다.


다솜이는 타임스퀘어가 정말 뉴욕답다고 느꼈다는데, 나는 뉴욕의 지하철과 덤보에서의 브루클린 브릿지였다.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의 극치의 대명사였던 뉴욕은 이제 세계경제의 패권을 중국에게 넘겨주는 수순을 밟고있다.

뉴욕의 지하철은 낡고 지저분하지만 그것들이 100년전에도 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마치 로마의 부식된 콜로세움처럼, 뉴욕의 지하철과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은 미국의 지난 100년의 황금기의 박제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3박 5일을 짧은 일정동안 내가 뉴욕에서 미국이 한 국가로서 또는 세계최고의 강자로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보다는 과거에 사로잡혀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물론 매우 성급하며 미성숙하고 극단적인 오류를 범하는 일일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뉴욕은 로맨틱한 곳이었고, 인간미있는 곳이었으며 앞으로 더 낭만적인 곳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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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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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일 6월 20일 III


사원탐방 -> 빅토리아 피크의 야경사이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홍콩대 졸업생 소꿉친구 k군이 여러차례 강조하던 "딴딴면을 꼭 먹을 것" 을 실천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dehydration이 올 것만 같아서 결국 포기하고 돌아온 이야기 (하지만 현지인들이 너무 친절했어서 감동도 조금 있는 이야기)


길찾는 능력이 장애수준인 나는 이번에도 용감무쌍하게 바디랭귀지로 손발 섞어가면 "딴딴멘! 딴딴멘! 웨어 캔아잇 딴딴멘?!" 이라고 외치며 현지인들을 붙잡고 돌아다녔다.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서 딴딴멘 파냐고 묻기도 하고. 하지만 무심하게도 딴딴멘을 파는 곳은 찾지 못햇고 웃통벗고 땀 뻘뻘 흘리며 헬멧쓰고 열심히 공사작업 하시는 아저씨들에게 다가가 "저 배고파유 ㅠㅠ 딴딴멘을 꼭 먹고싶은데 어디가서 먹을 수 있나요?" 라며 책자에 소개 된 유명 딴딴면 맛집을 가리켰다가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의 친구들은 물론 그 동네 아파트 단지 아줌마들이 사방에서 다 몰려들어서 딴딴면 저 버스!!!!!! 저 버스 타면 먹을 수 있다고!!!!!!! (라고 터키의 돌무쉬와 흡사한 봉고차를 가리킴) 나를 차에 태우려는 바람에 왠지 새우잡이 배에 잡혀갈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그냥 저 혼자 근처에서 더 찾아볼게요 ^^!" 라고 초발랄하게 도망갔더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딴딴멘을 공항에서 먹게되는데 엄청 맛없음.......... (k군이 꼭 거기가서 먹어! 했던 레스토랑 체인임에도 불구하고) 난 딴딴멘 때문에 홍콩 점심시간에! 해가 가장 따가울 때! 두시간 남짓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모르는 곳을 돌아다녔는데! 잡혀갈 뻔 했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보니 한국에도 체인이 있더라 Crystal Jade라고. 한국에서도 딴딴면 팔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시 바로 홍콩 마지막 날 결국 먹게 된 딴딴면.......견과류 들어가고 기름이 둥둥둥 떠있는 정말 감칠맛 없이 맵기만 한 사천풍 국물이 인상깊었던 국수였는데 정말 한입 먹고 그냥 나왔다. 내가 아직 딴딴면의 매력을 모르나..? 내 입맛에 안맞나? ㅠㅠ 엄청 기대했는데 ㅠㅠ


아무튼


아침 일찍부터 발바닥에 불이나도록 돌아다니고 틴하우 사원, 웡따이씬 사원 돌아다니고 MRT타고 슝슝 홍콩의 다운타운을 돌아다닌 나는 다시 침사추이역 근처 숙소로 돌아와서 (무려 청!킹!맨!션! ㅋㅋㅋㅋㅋ) 씻고 땀범벅이 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친구가 수업 끝날 즈음이니까 ㅋㅋㅋㅋㅋ


언덕배기 홍콩대에 다시 어그적 어그적 헥헥거리면서 올라가서 친구의 중국 본토친구들 두명을 소개받고 다운타운 중심가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가는 스케쥴을 잡았다.


홍콩대 카페테리아에서 (딴딴면 대신 매우 늦은 ㅠㅠ) 점심을 사먹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2~4불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오리구이 + 배추덮밥. 세상에...... 유티는 각성하라......



이후 이른 저녁 즈음 현지 친구들 손에 이끌려 굉장히 큰 쇼핑몰에 들어섰는데, 그곳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빅토리아 피크랑도 가깝다고 나중에 걸어갈 수 있다고.




쇼핑몰 안에서 판매되고 있던 귀요미들. 그런데 이런 애들이 맛 없당 ㅋㅋㅋㅋㅋ


엘리베이터를 타고 꽤 고층으로 올라가니 중국집이 나왔는데, 이름이 뭐였는지 가물거린다. 이 날 너무 피곤해서 그냥 친구들이 이끄는 대로 흐늘흐늘 거렸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이런 노곤한 나를 충격에 빠뜨린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생선죽! 친구들이 시키는 거 그냥 맡기고 알아서 시키라고 했는데, 생선죽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거다. 진짜 너무 맛있다. 손에 꼽힌다 정말!! 이라고 되뇌면서 먹은 음식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충격적이었던 생선죽. 레시피 알고싶다 정말. 정체불명의 생선죽..... 쿠히힝 ㅠ_ㅠ





다른 음식들은 그냥그냥 무난했다.



안에 인테리어도 쾌적했던 레스토랑. 옆 테이블도 한국인 관광객이었던 것으로 기억...


아무튼 그렇게 해가 지길 기다리면서 쇼핑몰 안 아케이드도 들어가 보고, 여자애들 네명이서 모였다보니 스티커 사진도 찍고, 그렇게 재밌게 놀았다. 건담이랑 아톰도 있었고 여러가지 친근한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모두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이라 못올리는게 아쉽당.


아케이드를 가서 또 좋았던 점은 홍콩의 현지 고등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 ㅋㅋㅋ 뭐 세계 어딜가나 고딩들은 다 똑같다 우르르르르 몰려다니는 거 ㅋㅋㅋㅋㅋ



그리고 트램을 타고 오르는 빅토리아 피크. 안에 왁스 뮤지엄도 있다. 사람들이 많으니 재빨리 자리를 사수해서 앉아서 편히가자~ 슈웅





한마디로 그냥 멋있다. 꼭대기에서 정말 그냥 감탄만 하느라 한시간 쯤 머물렀던 듯 하다. 내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180도 spectrum. 그렇기에 사진 한장 찍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ㅠㅠ 게다가 너무 어두워서 사람 사진 찍은게 하늘의 별따기이다. 내 비루한 카메라+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징 ㅠㅠㅠㅠㅠㅠ


홍콩여행에서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그렇게 10시~11시 쯤 집으로 귀가하는데 친구들이 여자 혼자 위험하다고 숙소에 데려다 준댔다.


"청킹맨션인데도?"


라고 하니 갑자기 싸해지는 분위기...


"너 일주일 전에 중국인 여자 관광객이 거기서 강간당한거 몰라?"


하는데 와 정말 오싹하더라.


친구들 말로는 중국인 여자가 복도에서 샤워수건 한장 걸치고 돌아다니다가 강간을 당했다는데,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는 당시 아주 큰 이슈라고 했다.


몰랐어 얘들아...


근데 오늘이 마지막 밤이야..... 그리고 지내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해 ^^


이 아이들, 청킹맨션 앞에서 서로 두손 꼭 마주잡고 목걸이랑 반지등을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내가 다 민망해진다 얘들아 미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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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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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하기 전에는 장맛철인가 싶을 정도로 2주 넘게 비만 주룩주룩 내렸다던데 하늘이 너무 예쁘다! 아침에 들렀던 틴하우 사원과는 대조적으로 기도하고 점치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발 디딜 틈 사진 찍을 틈이 없는 웡타이씬 사원은 홍콩 최초의 도교사원으로 현지인들의 어마어마한 영적 본고장이라고 하는데 웡타이씬이라는 전설적인 실존 인물에 named after되었다고 한다. 상인이었다는 설과 양치기였다는 설이 있는데 전자던 후자던 사람들을 도와주는 어진 이였다고 한다.


웡따이씬 사원은 New Kowloon, 홍콩 신도시 개념인 썬 까우룽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서 야우마테 지역보다 더 쾌적한 느낌이 난다.
















향을 피우는게 소원빌고 기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막 흔들면서 중얼거리는게 점치는거라고도 하고?




어려서부터 크리스챤인 나에게는 이렇게 도시 중심부에 사원이 자리잡아 현지인들이 활발하게 기도하고 절하는 것이 생소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원만큼 이쁜 정원~







허헣 힘들다...






싱기싱기 싱기방기..... 대부분이 불교신자인 듯 at least they believe in some supernatural spir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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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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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일 6월 20일 II



짹쨱~ 참새가 방가방가 할 것만 같았던 고요했던 틴하우사원의 입구. 일본인 관광객 언니들이 치즈하고있음

전세계 어딜가나 아침 일찍 움직이면 조용히 보고싶은 거 구석구석 볼 수 있는게 좋다. 내가 갔을 때만해도 유명한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관리하시는 분들/청소하시는 분들 말고는 거의 아무도 없었으니까.









아침햇살 사이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향연기와 미세먼지(?) =_=ㅋㅋㅋㅋㅋㅋ




와 예쁘다!! 하는 탄성을 절로 나게 하는 틴하우 사원은 어부의 수호신 틴하우를 모시는 도교사원이라고 한다. 규모는 아기자기하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충분하다. 







아침햇살이랑 붉게 물든 내부랑 어쩜 이렇게 반짝거리는지~ 아마 노을 질 때쯤 가면 완절 다 벌겋게 물들 듯 ㅋㅋㅋㅋㅋㅋ



근데 엄청나게 더운게 함정... 모기도 피하고 이쁜 사원도 구경하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 갖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이른 아침에도 불구 ㅠㅠ 




쓱싹쓱싹 빗자루질에 물청소 하시는 환경미화원...........? 분들은 아닌 듯 했고 사원 관리하시는 분들인가? 난 자동적으로 자원봉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다음 목적지인 웡타이씬 사원으로 이동도중 채식요리가 발달한 중국의 베지테리안 셀렉션! 난 베지테리안도 아니거니와 비싸다! 차라리 고기를 먹겠엉 ㅋㅋㅋㅋㅋ 근데 어쩜 저렇게 다들 이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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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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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일: 6월 20일


원래 쇼핑이나 삐까뻔쩍한 것을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엄마가 "넌 홍콩가서 명품 한두개 안사고 뭐했니?" 라고 한마디 하실 만큼 별 관심이 없다. 전날의 쇼핑은 홍콩이 쇼핑의 천국이라길래 "의무적"으로 둘러봤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그래서 난 홍콩의 밤거리보다 아침거리가 더 좋았고, 편안했다. 관광객들과 파티를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홍콩의 야시장들이 아침에는 어떻게 탈바꿈하는지 궁금했다.


침사추이역에서 야우마테역으로 향하기로했다. 틴하우사훤도 보고싶었고, 야우마떼가 워낙 재래시장으로 명성이 높기도 하거니와 템플 야시장도 있는 곳이라서.



지하철역 베이커리. 캐나다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의 절반을 산 나지만 역시 아시아 베이커리가 갑이다... 하나씩 다 먹어보고싶다.


"홍콩에 가면 에그타르트랑 밀크티랑 딤섬은 꼭 먹고 와!!!" 라고 교과서적인 조언을 해주던 아는언니의 말에 따라 말잘듣는 나는 에그타르트와 다른 빵 하나를 집고 룰루랄라 야우마테 역으로 몸을 실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꾀죄죄하면서 형형색깔의 아파트 숲들. 전혀 답답하지 않고 경이로웠달까... 뭔가 대단해보였다. 멋있었다. 아무래도 인구밀도가 낮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에 살다보니 이런 높은 고층 건물들과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사는 것에 대해 존경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멋있다. 어떻게든 살아 갈 수 있구나. 왠지 홍콩의 문화와 역사와 사회적인 부분들까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달라서 멋있었다.



쭈욱 계속 이어져 있는 Nathan Road. 토론토로 치면 Yonge길 쯤 되는건가? 친절하게 화살표 간파들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다운타운의 쇼핑몰과, 명품거리와, 항구 근처와, 중국 부호들과, 형형색색 네온사인과는 현저히 대조되는 홍콩 서민가의 아침거리. 조용했다. 노인들과 아이들과 주부들이 공원에 나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전 세계 어딜가든 꿋꿋히 행해지는 중국 할무니 할아버지들의 기체조? ㅋㅋㅋㅋㅋ 가 행해지고 있었다. 역시나 엄청나게 진지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아예 엄두도 못냈다. 아무튼 그렇게 휘얍! 휘얍! 이글이글 눈빛 쏘면서 쿵푸하는 것 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뵈면서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 한자리 잡고 빵을 쳐묵쳐묵하기로 했다.



Irreplaceable Taste라서 집어왔는데 완전 평범한 맛이잖아 어쩔거야 너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하는 여행은 찍어주는 사람이 없지요... 심지어 초점까지 흔들렸어... 오물오물 쫩쫩



별 맛 없었다



역시 난 쇼핑보다 이런데가 더 좋아~ 그렇게 사람들 보면서 아이들 보면서 흐뭇흐뭇 엄마미소 짓다가 슬슬 더(!!!!) 더워지기 시작해서 어슬렁 어슬렁 틴하우 사원으로 발걸음을 어그적 어그적 옮겼다.



어젯밤의 잔재들. 쳇바퀴처럼 치우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또 생기겠지. 밤이 되면 이곳은 또 상인들과 관광객들과 술취한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Jesus in Temple Street" 캬 ㅋㅋㅋㅋㅋ 뭔가 아이러니해서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던 ㅋㅋㅋㅋㅋ 멋있당!





사진찍기 정말 힘들었음 ㅠ_ㅠ


그나저나 홍콩에는 상의를 탈의하고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이 많았다. 근데 이해한다. 정말 어.마.어.마. 하게 더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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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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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일: 6월 19일

주의: 폰카와 섞여서 화질이 아주 많이 떨어지는 사진들이 많이 섞여있음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을 요량으로 청킹맨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쇼핑몰을 들어갔다. 쇼핑몰이라기보다 그냥 조그맣고 흔한 상가라고 보면 되겠다. 백열등에 아직 열지 않은 소규모 옷가게들, 화장품 브랜드샵 Sasa 등 사이 에스칼레이터를 올라가면 아침식사를 전문으로 하는 듯 한 식당이 있는데 내가 완전 사랑하고 애독하는 조경구 작가의 오므라이스 잼잼의 중국판인 차이니즈 봉봉에서 작가님께서 중국에서의 아침식사를 언급하신 적이 있기에 기대가 컸다. 식사를 보통 밖에서 먹는 중화권/동남아 사람들... 그래서 외식문화가 발달했는데 아침식사도 예외가 아니다. 자리잡고 먹다보니 정장입고 서류가방 든 직장인들도 많이 보이고, 학교가기 전의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메뉴는 시간대 별로 바뀌었다. 아마도 그 날 한정 재료가 다 떨어지면 그 날 하루 그 메뉴는 사라지는 듯 했는데, 편리하게 메뉴판을 바꿔끼웠다 뺏다 하더라. 차이니즈 봉봉에서 우육면 마카로니를 꼭 아침식사로 먹어보라고 한 것 같은(?) 기억이 나서 우육면 마카로니를 찾았는데 이 날 아침은 우육면 아침 장사 다 했다고 없었다. 결국 다음 날에 먹었지만.


메뉴를 보니까 역시 영국의 영향을 받은 홍콩... 서양식 breakfast를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소시지, 계란, 홍차위주의 메뉴라던지. 


나는 무슨 해물죽? 과 볶음국수 그리고 무우전을 시켰는데, 무우전은 무우전인지 모르고 시킨거다. 한입 먹고 너무 이상해서 조금 남겼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그게 무우전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해물 죽은 맛있었는데 발효된 오리알이 들어가 있었어서 정말 강렬했다. 발효된 오리알 좋아하는데 음... 아침식사로는 ㅋㅋㅋ


메뉴판을 계속 바꾸다보니 나중에 내가 뭐 먹었는지 기억해야지~ 하고 다시 돌아갔을 때 내가 먹은 메뉴가 없어져있었다 ㅠㅠ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기억을 더듬더듬...


다시 숙소로 숑 들어가서 외출준비를 하고 나왔다. 계획은 별거 없이 낮에 쇼핑 좀 하다가 친구 학교 파할 시간대 즈음 홍콩대에 들러서 하이티 먹고 그냥 홍콩 금융가 밤거리 돌아다니기.





홍콩에서는 기념품을 하나도 안샀는데, 이유는 토론토 차이나타운에서 팔 법한 물건들이 수두룩해서 =_=ㅋㅋㅋㅋㅋㅋ




이른 오전에도 따가운 햇볕, 입맛을 잃게 하는 습기 찬 더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송글이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한블럭 씩 있는 Sasa



홍콩 아침거리가 참 청량했다. 의외였다. 오히려 아침에 더 예쁜 듯 했다. 밤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났다. 야자수들, 햇볕에 빛나는 항구, 그리고 (명품 샵 앞에 한해서이지만) 깨끗했던 거리. 또 놀랐던 것은 홍콩의 쇼핑몰은 정말 어마어마 하다는거다. 대충 아무 쇼핑몰이나 들어가도 정말 쾌적하고 빛이 잘 통하게 설계되어있었고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같은 동북아시아 얼굴을 한 사람들이 야자수나무가 자라는 곳에서 산다는 것이 사뭇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렇게 정처없이 거닐다 규모가 있는 실내 쇼핑몰에 들어섰는데, 그 중 푸드코트의 규모가 정말 부러웠다. 푸드코트라고 대충 인스턴트 식품만을 취급하는 게 아니라 정말 왠만한 레스토랑 뺨치도록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식당들이 밀집되어있던 곳이 바로 쇼핑몰이다. 심지어 차이나타운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목달린 새구이들이 쇼핑몰 푸드코트 안에 버젓이 비치되어 있던...



파파야주스. 캐나다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거라 (차이나타운에 가면 있을지도) 시켜봤는데 역시나 밍밍... 별로 시원하지도 않다





힐끔힐끔 어꺠너머 본 사람들은 모두 구색을 갖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냥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덮밥에 반찬 두세가지에, 정말 다채롭고 퀄리티도 만만찮아보였다. 진짜 부러워...



사진의 렌즈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규모. 지금 이 사진에서는 푸드코트 규모의 1/10도 못담은 듯



두리번 거리다가 국수광인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간판 하나 (사실 별로 입맛이 없었다)



Plum 누들이라고, 자두국수? 하여간 분홍색 국수였는데, 기억으로는 한국돈으로 6000원 가량이다. 과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름만 보고 되게 기대했었는데, 그냥 새콤달콤 달짝지근한 식초맛이다.


오전에는 쇼핑몰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별로 찍은 사진이 없다. 왠만한 브랜드는 다 구비되어 있었지만 캐나다와 비교해보았을 때 그리 가격면에서 저렴한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중국 본토의 명품이 워낙 비싸니 홍콩이 싸다고 소문 난 것 같은데 (한국은 잘 모르겠다), 글쎄 어쨌든 캐나다와 비교했을 때는 더 비싼 것 같진 않았지만 더 싸지도 않았다.


인상깊었던 것은 점원들이 하나같이 다 엄청 친절했다는거, 그리고 영어를 진짜 너무 못했다는거. 명품샵 직원들인데 아무래도 중국 본토 사람들을 위주로 상대할테니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홍콩은 영어도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곳... 아니었던가...? 내가 잘못 알았나? ㅋㅋㅋㅋ 오바 한숟갈 더 보태서 일본에서 영어 안통했던 만큼 안통했다.


아무튼 그렇게 영혼없이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롱샴매장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카탈로그를 보다가 엄청 맘에 드는 모델을 발견! 크기도 크고 캐나다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어서 바로 결제하려고 했더니 브라운 색상밖에 없다고했다. 내가 원하는건 블루색상이었는데!

이거말고 블루색상 ㅋㅋㅋㅋ


"지금 홍콩에 딱 한개 남았는데 결제하고 픽업하시겠어요?" 라는 직원의 손짓발짓 말에 (이런 말조차도 영어로 통하지 않았다) ok하고 결제하고 약도를 사진으로 찍고 물어물어 약 30분가량 항구쪽으로 더 걸어서 조금 외곽지역이 있는 쇼핑몰에 도착. 항구와 더 가까운 몰이었는데 가는 길이 무척 예뻤다. 하늘도 이뻤고, 근대 서양식 건축물도 인상깊었고. 이쪽 지역은 쇼핑몰들과 고급호텔들이 운집해 있는 듯 했다.





가방을 픽업하니 슬슬 친구를 만나러 홍콩대에 갈 시간이왔다.



홍콩대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오마이갓, 스타벅스에서 레드빈 그린티 프라푸치노 발견! 진짜 너무 환상적으로 맛있어서 페북에 올리고 홍콩에 레드빈 그린티 프랍있다!! 했는데 아시아권에는 다 있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난 그렇게 북미촌년이 되었다 ㅠ_ㅠ 아 진짜 너무 맛있어 북미권에도 출시되면 대박일텐데♡


홍콩대학교는 산위..? 언덕위에 있는 학교였는데 뭐랄까, 대학교라기보단 고등학교같은 느낌이 강했다. 높은 아파트숲에 둘러쌓여있었고 계단이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등산하는 줄... 그리고 모기가 많았다.





학교 안에 에스칼레이터가 있다니!!!! 아까 게또한 가방들고 ㅋㅋㅋㅋㅋ



색색의 아파트숲은 홍콩만의 매력인 듯 하다. 갑갑하게도 볼 수 있겠지만 난 마음에 들었다.


다른 홍콩대 사진은 친구랑 찍은 사진들이 너무 많아서... ㅠㅠㅋㅋ 소중한 친구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올리지 못하는게 유감이네용. ㅋㅋ 난징학살에 대한 조형물도 있었고, 계단을 올라가 카페테리아에 보면 안에 연못도 있었고 (하지만 이게 바로 모기집인듯 =_=) 하여간 캐나다에서는 보지 못하던 캠퍼스였어서 흥미로웠다. 



냐려와서 칭구랑 인스턴트 버젼? 하이티 한번 경험해보고 ㅋㅋㅋ



홍콩 금융가 밤거리. 정장입고 전화하면서 바쁘게 왔다리갔다리하는 능력자들이 수두룩





야식으로 홍콩 두번째 날을 마무리! 딤섬의 투톱 하가우와 슈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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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제 1일: 6월 18일 II

청킹맨션을 뒤로한 채 친구를 만났다. 홍콩 쇼핑가의 건물 안은 대부분 으리으리 하고 매우 깨끗하며 밝고 환하다. 친구를 만난 장소도 그랬다. 긴 머리에 하늘하늘 쉬폰 롱스커트를 입은 내 친구... 점점 더 이뻐진다 ㅋㅋ 부럽다 기집애!


친구는 친구의 중국인 남사친과 함께였는데 나와도 얼굴을 아는 사이여서 불편하지 않았다.


"어디로 갈래?"


"란콰이펑! ㅋㅋ"


"설명은 필요없고, 일단 그냥 란콰이펑에 가." 라고 말해준 K군의 말만 맹신했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란콰이펑이 클럽과 알코올로 유명한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홍콩대 출신인 K군은 나와 초등학교 떄부터 그룹과외를 하면서 어머니들끼리도 친분이 있으신데다가 내가 캐나다로 이민 & 그 아이는 유학 올 때까지 꾸준히 연락했었던 친한친구여서 무한신뢰했...지만 그 자식은 내 성향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그냥 지가 좋아하던 곳 추천을 해준 듯 ㅡ,.ㅡ 걍 홍콩대 나온 친구 있다고 얘만 믿고 리서치 안해간 내 잘못이 가장 컸다. 내가 란콰이펑~란콰이펑 노래를 부르니 아무래도 친구 남사친이 이상하게 생각하긴 하더라 ㅋㅋㅋ


란콰이펑은 느낌으로 치자면 우리나라 홍대 쯤 되는 듯 했다. 파티오나 칵테일 등이 유명한 걸로 봐서 홍대보다 조금 더 고급스런 느낌?


우리는 일단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란콰이펑 근처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배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북경오리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나로서는 중화권에 처음으로 다다랐으니 이곳이 북경은 아니지만 베이직덕을 먹어보자! 싶어서 북경오리 전문점이라고 써져있는 음식점에 들어섰다. 




메뉴와 음식점 안은 깔끔했고 가격은 보통이었다. 단지 뒷편 중국인? 홍콩인 아저씨들이 회식을 하는지 엄청 시끄럽게 술먹고 떠듦... 어렸을 때 부모님과 부모님 지인분들과 잠실 롯데호텔의 중화레스토랑에 자주 들렀었는데 그때처럼 아저씨들이 원형테이블에 빙그르르 둘러앉아 고량주(?)와 고기를 뜯고있었다. 허허...



베이징오리를 해체시키는 모습




베이징덕은 전병(밀쌈)에 파와 소스 그리고 오이를 얹어 돌돌말아 먹는다. 진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 탑5에 든는 북경오리...이긴 하지만 홍콩에서 먹는 북경오리나, 토론토에서 먹는 북경오리나 별 다를게 없었다는게 아쉬웠다. 살짝 냄새가 났던 듯...


나나이모에 Golden Inn이라는 중국음식점이 있는데, 그곳 북경오리가 정말 맛있다. 알고보면 어딜 다건지 숨은 맛집들은 시골에 많다. 토론토에 사는 나로선 고향의 식당들이 생각날 때마다 아이러니함을 느끼곤 한다.



역시 비행기 타는 여행 첫날은 쌩얼이지



"홍콩에서는 꼭 스윗&사워 포크를 먹어야하지! 급이 다르다니까?"


이렇게 말하는 친구 남사친이 시킨 Sweet and Sour Pork. 달달하게 간을 맞춘 돼지고기 튀김 요리인데 이것도 그냥 그랬음


"아무튼 우리 오늘 란콰이펑 가는거지? 내 친구가 거기는 꼭 가보랬는데."


"너 클럽 갈 생각 아니면 별로 할 거 없을 걸?"


그제서야 란콰이펑의 실체를 알게되고 우리는 그냥 야시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아놔 K군 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녁식사를 마치고나니 내 기억상으로는 8~9시 쯤 되었던 것 같다. 친구는 일단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너무 늦게까지 함께 할 수 없어서 부랴부랴 네이던 로드를 따라 웡콕(Monkok) 으로 향했다.


네이던 로드는 웡꼭으로 이어지는 4km의 도로로, 홍콩의 13대 총독 매튜 네이던의 이름을 딴거라고한다. 그 중 1.6km정도가 세계 2차대전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구간이어서 황금의 1마일이라고 불린다고.





캐나다에서 바로 도착했다고 보면 되는 나에게는 완전 정신없었던 홍콩시내의 밤거리.


명동과 비교하자면 더 크고 냄새난다고 보면 되겠다. 하수구 냄새가 하도 많이 나고 에어컨 물이 뚝뚝 떨어지는게 인상적이었다. 밤의 도시라 불릴 만큼 사람들이 활기찼는데, 대부분의 가게와 몰들은 11시에 닫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에어컨을 엄청 세게 틀어놓아서 엄청난 습기와 더위에 고개를 내젓다가도 가게 앞을 지나서면 아주 순간적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는다. 문을 다들 활짝 열어놓는데, 이게 바로 환경오염의 주범...





유명하다는 홍콩의 망고라시를 마셨는데 특별할 것 없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홍콩은 특별할 것 없음.


Sasa라는 화장품 종합판매점은 정말 거짓말 안하고 한블록마다 있다. 정말 말그대로 징그럽게 엄청 많다. 분홍색 간판이 여기저기다.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서니 우리나라의 동대문 시장 같은 곳들이 즐비한데, 여기저기 싸구려 물건들과 짝퉁을 팔고있었다. 상인들은 심드렁한 얼굴로 부채질에 열심히고, 여기저기 선풍기를 틀어놓은 광경이 꼭 동남아의 시장과 흡사했다. 싸이 강남스타일 시계같은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찍지 말라고 저지당함...






ㅋㅋ 얜 뭐라는거야?




짝퉁 MK 가방들. 정말 말그대로 싼티나는 물건들만 즐비하다. 저런거 들고다니면 욕먹을거다. 유럽에서 알카에다 하수꾼들이 파는 명품짝퉁도 이정도 퀄리티는 아니었는데 ㅋㅋㅋ 듣기로는 A급을 원한다고 하면 안쪽으로 데리고가서 보여준다는데, 밀실에 갇혀서 들어오는건 맘대로지만 나가는건 니맘대로가 아닐 걸~ 하면서 계산기 두드린다는 소리를 하도 들었어서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아니 근데 누가 MK급을 짝퉁으로 들고다녀 ㅋㅋㅋㅋㅋㅋ


탐스짝퉁가게를 지나가는데 한 한국인 무리가 붙잡는다. "우리 네고할건데 같이 하실래요?"


흠 ㅋㅋ 안그래도 굽있는 신발만 들고와서 신발 한켤레 살까 하던 와중에 겸사겸사 OK를 했다. 자기들끼리 나는 이거, 저거, 이거하더니 여러켤레 골라잡는다. 나한테도 고르라고 해서 하나 집었다. 흥정이 시작됐는데, 이 양반들 양심도 없는건지 절반 밑으로 흥정을 한다.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딱 자르는 가게 아주머니. 나같아도 겁나 화나겠는데 -_-; 슬슬 같은 무리라는게 쪽팔리기 시작한다. 흥정은 끝을 보일 기세가 안나고 둘다 물러서지 않는다. 이거 깎아봤자 얼마나 깎는다고... 내 시간이 더 아까움 ㅠㅠ 그렇게 나는 나는 그냥 제값주고 내 신발을 사고 그들을 떠났다...


홍콩의 야시장을 걸으면서 든 생각은 여기 정말 살 거 없다라는거...

다 엄청 싼티나는데다가 그 저급 퀄리티에 가격도 엄청엄청엄청 싼 것도 아니다. 기대를 너무 많이하고 가면 실망할 듯.







카카오톡 일본버젼 Line 캐릭터들




홍콩답게 여러 장난감이나 피규어등이 많았고 아기자기한 소품과 악세사리 가게가 많았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 미샤 그리고 에뛰드 같은 가게들도 엄청 많았다. 몰 안은 대부분 쾌적했고 카페가 많았으며 일본의 버거 체인점인 MOS 버거가 자주 보였다. 11시가 다되가는 밤 늦은시간에도 음식점들은 인산인해... 젊은 아가씨들도 딤섬, 핫팟, 국수류 등 식사(!!!)를 그 시간에 하는 걸 보고 많이 놀라웠다. 윗 사진의 엄청난 길이의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를 자랑하는 빌딩은 Longham Place 빌딩인데, 정말 현기증 날 정도로 아찔한 에스칼레이터를 그것도 한개가 아닌 여러개 자랑한다. 그 높은 층에 에스칼레이터를 설치한 것 자체가 경이로웠다. 근데 이 건물도 11시 되니까 닫더라능 ㅋ


몰들도 슬슬 닫는 분위기고 친구가 내일 아침 수업도 있고해서 이만 오늘의 일정은 끝내도록 하고 청킹맨션으로 돌아왔는데, 친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면서 제발 나오면 안되겠냐고 다른 숙소를 알아보자고 애걸복걸한다. ㅋㅋㅋ 구래 넌 참 좋은 칭구야...


자신이 묵고있는 기숙사는 경비가 삼엄해서 나를 못데리고간다고, 미안하다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솔직히 나는 숙소가 짜증나고 의외였고 놀라웠고 비참하긴 했지만 피곤도 했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인드였어서 그냥 돌려보냈다.


청킹맨션은 새벽에 복도에서 어떤 아저씨가 기침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엄청나게 비좁다는 것 빼고는 인터넷도 잘되고, 에어컨도 빵빵하고 위치도 좋았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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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제 1일: 6월 18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틀만에 다시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땐 피곤하고 무기력해 죽겠거니와 숙소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시차때문에 전날 밤 11시에 도착하고 이모와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두세시에 잤는데 시차 때문에 어그적어그적 오전 7시정도에 기어나와 거실에 있는 컴퓨터로 리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Booking.com에서 아무 호스텔이나 골라잡았다. 사진도 깨끗해보이고 위치상 다운타운 중심부라 관광에 용이할 것 같아서...

 

떠나기 전날 홍콩에서 홍콩대를 다니며 지병으로 홧병을 얻은 (분노조절장애 ㅋㅋㅋㅋㅋ) 소꿉친구 K군을 서현역에서 만났는데 걔가 하는 말이 란콰이펑에는 꼭 가라더라. 나는 나름대로 이곳저곳 지명이나 관광소를 리서치 해서 걔한테 보여줬는데 내가 준비해간 노트를 고이 접고 걍 서점에서 책 한권 사라던 K군 ㅡㅡ 너 이자식 근데 란콰이펑 클럽명소더라........ 나 술 안마시고 클럽 안가는거 알자나 이시끼 ㅠㅠ

 

홍콩으로 떠나는 날에는 지가 엄청 주룩주룩 내리고 습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수지에서 인천공항행 버스에 올라탔다. 공항도 이제는 지겹다 gg

 

홍콩/대만 여행은 일주일 예정이었고, 홍콩에는 초등학교를 같이 나와서 대학에서 다시 만나게 된 친구가 당시 홍콩대에 교환학생으로 가있었다. 마침 대만에는 하이스쿨을 함께 나오고 대학에 같이 진학한 친한 대만인 친구가 들어가있는 상태였고.

 

하지만 홍콩대 교환학생 친구는 오전/낮에는 학교에 가야했기 때문에 부통 밤에 만나는 것으로 약속을 잡았고 대만친구는 아버지의 동물병원을 도와주느라 내가 대만에 있는 동안 내내 나를 데리고 다닐 짬이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아~ 난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홍콩은 공항에서부터 엄청 습하고 더웠다. 크고 깨끗했던 공항이었지만 기대보다는 촌스러운 느낌이었다. 날씨는 무지 좋은 듯 했다.

 

Luggage pick up 라운지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내 짐이 나오지 않는다. 아 제길... 영국에서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건가;; 그리스에서 짐 도둑맞은걸로 충분하지 않은건가;; 이번에는 여행 시작하기도 전에 뭐야 이거 했는데 다행히 엄청 늦게 delay되서 내 짐이 나왔다.

 

덕분에 체크인 후 저녁식사를 하고 야시장을 함께 가자던 친구와의 약속이 늦어졌다.

 

Octopus 교통패스를 사고 홍콩의 다운타운으로 운행하는 공항버스를 탔다. 영연방 출신답게 붉은색 2층버스였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내 앞자리에는 단발컷이 인상깊은 아저씨가 앉았는데 머리를 도대체 얼마나 감지 않은건지 기름과 비듬에 쩔어서 찰랑찰랑 하다못해 머리가 치덕치덕거렸다.

홍콩/대만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보통 한국인은 깨끗한 것이 정상이고 씻지 않으면 그게 더러운 것으로 치부되는데, 중국인들은 반대인 듯 했다. 씻지 않는게 평범한건데 씻으면 단지 "깨끗"할 뿐인거... 한마디로 홍콩/대만에도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게 비정상으로 치부되지는 않는 듯 했다. 다니면서 왜 K군이 홧병에 걸렸는지 이해가 가더라는...

 

아무튼 도착하자마자 카톡으로 교환학생으로 가있는 친구가 하는 말 "전날만 해도 비 엄청 왔었어! 장마철인가 할 정도로 2주동안 비만 내렸는데 왠일이니 신기하다!"

 

ㅋㅋ I guess HK welcomes me

 

 

창가로 부는 바람의 기분이 좋았다. 노을이 지기 직전 오후의 햇볕이라 그런지 햇빛이 황금빛이었다. 지금 홍콩에 도착했구나 내가~

 

40분정도 걸려서 숙소가 위치해있다는 Nathan Road의 침사추이역 근방에 다다랐다. 이곳저곳 때묻은 고층 빌딩들과 빼곡한 한자들, 가게 간판들, 자동차들 그리고 인산인해...

 

전날 구입한 홍콩여행책자를 뒤적거려보았는데 (그래 나 리서치 하나도 안하고갔다 정말 하.나.도 ㅋㅋ) 거기 써있기를

 

청킹맨션: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찾을법도 하지만 중경삼림 등 여러 액션/조폭영화의 배경이 된 곳으로 마약밀거래나 불법노동자들이 판을치는 곳이다. 남자들도 조심할 것. 비추.

 

라고 써있었다.

 

잠깐...

 

아까 내가 확인했던 내 숙소 주소가 뭐였지?

 

ㅡㅡ

 

청킹맨션...

 

 

"청킹맨션이 어디있죠?"

 

버스에서 내려서 아무나 붙잡고 물으니 내 옆에 있는 건물을 가리킨다. 청킹맨션이라고 써져있다.

 

Shit...

 

 

침사추이역에서 Nathan Road를 따라 Front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분명 대부분 홍콩/중국인 및 관광객들이 대부분인데 한두블럭 정도 중동/인도/흑인 삐끼들이 엄청 많은 곳이 나온다. 관광객들을 붙잡고 호텔 예약했어~? 하면서 잡아 이끄는데 내가 예약한 숙소, 청킹맨션이 바로 그들의 상권에 속해있었다. 화려한 고층 빌딩들 중간에 떡하니 자리잡은 조금있으면 쓰러질 것 같은 엄청나게 떄 탄 이 건물... 내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마자 어두컴컴한 백열등이 비추는 이 건물입구가 꼭 할렘가 같았다.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계단에는 삐끼들이 서서 내 팔을 이끌었다. "아가씨 방 잡았어?"

 

세상에나;;; 가뜩이나 핫팬츠 차림에 20대 초반 여자가 두리번 두리번 어리버리하게 캐리어 하나 이끌고 계단에 올라서니 남자들이 개떼처럼 달려든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진짜 대박 불안하다.

 

안은 옛날 한국의 지하상가처럼 생겼는데 전자, 인도음식, 싸구려 물건등을 취급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청킹맨션이 홍콩에서 환율 값을 가장 잘 쳐준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내가 홍콩을 떠나는 날에 청킹맨션 환율소는 나에게 빅엿을 주었다).

 

 

 

혼자 조폭같이 서있는 청킹맨션.

 

내가 예약한 호텔은 7층의 Tokyo Hotel이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서면 카운터에 들어서게 되고 그곳에서 체크인을 하고 키를 받는다.

 

카운터에는 왠 인도인이 앉아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저기... 여기 안전은 한가요?"

 

"Of course. No worries."

 

심드렁하게 말하는 카운터...

 

믿기 힘들거든? ㅡㅡ

 

아오;; 열쇠를 따고 복도에 들어서니 이게 왠 여관분위기...

 

방은 정말 3평 남짓하리만큼 코딱지만한 방이었고 사진과는 매우 달랐다. 사기다. 내가 반올림해서 165cm에 그 당시 몸무게가 49kg였는데 혼자 몸을 못가눌 정도이고 화장실은 문을 닫지 못한다.

 

K군에게 "내 숙소 청킹맨션이라는덴데;; 뭐야?"

 

했더니 "미쳤냐?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고 당장 나와"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

 

찜찜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밖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한국인 accent가 있는 키작은 50대 아저씨를 만났다. 낯선 땅에서 한국인이 반갑기도 하고 이 그지같은 숙소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경에 "혹시 한국인이세요?" 물으니 그렇단다.

 

사업차 홍콩에 장기간 묵는 사업가라고 하는데 자기는 청킹맨션을 아주 잘 안다면서, 젊은 아가씨가 왜 혼자 이런 곳으로 왔냐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7층 도쿄호텔? 걔들 질 안좋은데..."

 

"저 정말 불안해서 그러는데 혹시 모르니까 긴급사항이 생기면 전화드려도 될까요?" 하니 언제든지 그러라면서 번호를 알려준다.

 

"이따 몇시쯤에 들어올거에요?"

 

"글쎄요, 친구들이랑 야시장 돌고 하면 한 열두시 한시 쯤 되지 않을까요?"

 

"그럼 나 저기 저 xxx 숙소에 묵고 있으니까 두시가 됐든 세시가 됐든 아무리 늦어도 좋으니까 내 방에 들러요. 여자 혼자 위험하게..."

 

서너번 계속 강조하면서 꼭, 꼭 오늘 밤 자기 방에 들르라는 이 아저씨... 순간 뭐지 이거? 싶었지만 표정이나 말투자체가 너무 나를 걱정하고 위해주는 말투라 그냥 번호만 받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불쾌하고 혼란스러웠다. 개새끼였고 생각할 수록 더 개새끼다.

 

그리고 그날 나를 숙소로 데려다 준 친구는 울었다. 제발 나오라면서...

 

앞으로 나는 홍콩에서의 나흘간 삶에 위협을 느끼며 아침해가 밝자마자 숙소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가기를 매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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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2013년 여름, 연세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덕분에 덩달아 계획한 홍콩/대만/태국여행 그리고 7년만의 한국방문은 나에게 삶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고, 나 자신을 더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몬트리올, 쿠바, 그리고 1년 반 이상을 미루고 미루던 터키/그리스 여행기까지 일단은! 다 마쳤기에 쓸 수 있는 2013년 홍콩/대만 여행기.


2013년 봄, 심신이 갈기갈기 망신창이가 되어서 역시나... 충동적으로 계획한 여행이다 (지금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 곰곰히 정리해보니 나는 정말 충동적인 짓을 많이하는 것 같다. 반성해야지 ㅋㅋㅋㅋㅋㅋ)


"엄마, 나 이번에 홍콩이랑 대만 가."


5월 어느 초여름날 토론토,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엄마에게 그렇게 통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갈 것입니다.


예상외로 엄마는 쿨하게 허락해주셨고 이번 여행을 계기로 엄마는 내가 여행하며 돌아다니는 것에 일절 터치하지 않으시게 된다. 솔직히 좀 많이 섭섭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생활을 하는 아이라고 소문이 자자할 만큼 학교에서 공부, 대외활동, 노는 것, 모두 열심히였던 나는 그냥 아무데나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다. 홍콩/대만을 다음 목적지로 정한 이유는 단지 "안가본 곳"이어서다. 다른 동남아 나라들은 왠만하면 다 가본데다가, 특히 홍콩은 교환학생으로 꼭 가보고싶었던 곳이었기에 그냥 집어넣었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 2013년 홍콩/대만 여행은 아무런 기대도, 아무런 계획도 없는 여행이었다. 비행기표만 덜컥 끊어놓고서는 떠나기 전날까지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홍콩대를 졸업한 10년지기 친구를 서현역에서 만났는데, 그 아이도 혀를 끌끌 찰 정도였다. 그냥 책자 하나 사라면서 아무 도움도 주지 않은 K군 넌 나를 청킹맨션으로 던져넣었어...


음... 그래 나는 여자 홀몸으로 청킹맨션에서 며칠간 지냈다. 내가 홍콩/대만여행에 얼마나 무관심 했는지를 아주 잘 설명하는 예 중 하나이다. 홍콩 일대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들은 청킹맨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곳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ㅋㅋㅋㅋㅋ


여행자 보험도 들지 않고, 혼자 조사도 없이 싸돌아다니고, 즉흥적으로 숙소를 정하고, 무단횡단하다 교통사고 당할 뻔 하고, 하여튼 우여곡절 사건사고가 많은 여행이었다. 될테면 되라지~ 세상 뭐 별거있나 여기서 죽으면 죽는거지, 하면서 정말 겁도 없이 싸돌아다닌 무식한 여행이었는데, 이 나이에 나 아니면 언제 또 해볼 경험인가 싶기도 해서 지금 생각하면 그냥 웃음만 나온다.


생각정리를 하고싶어서 갔다. 근데 생각이 안났다. 혼자 거리를 걷는데 머리가 그냥 텅텅 비어있는 느낌인 듯 했다. 뭔가 자아를 더 깊숙히 이해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서 결정한 여행이었는데 돈낭비, 시간낭비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걸었던 조용한 홍콩의 아침거리가, 대만의 북적북적한 사람냄새가, 그리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었던 나만의 일주일이 결과적으로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아주 조금은 얻게 해 준것 같아서 감사한 여행이었다.


산속에 올라갔는데 비는 주구장창 오고, 아무하고도 연락은 되지 않고, 나 혼자 구름 속 산장에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내가 어디서 왔는지, 뭘하는 누구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홍콩/대만 여행은 그걸 깨닫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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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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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남동생과 둘이 훌쩍 떠난 터키 & 그리스 배낭여행은 사실 굉장히 충동적이었고 그래서 사전조사가 거의 없었던 떠남이었다. 부끄럽지만 "메르하바"라는 단어조차 외지 못하고 터키 땅을 밟았으니 내가 그토록 평소 욕하던 세계 어느나라를 가나 영어만 쓰는 오만한 미국 관광객들 짝이 되어버린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틈만 나면 해외여행을 다니던 집안전통(?)에 발맞춰 여름마다 어디 나다니지 않고서는 사족을 못썼는데, 마침 심신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2012년 봄, 기말고사 직전 미쳐버릴 것 같던 나는 부모님께 배낭여행을 혼자 가겠다 땡깡을 부리다가 결국 타협점을 찾은 것이 곧 대학생이 되는 동생과의 동행이었다. 사실은 친구 남매와 넷이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있었는데 친구네가 갑자기 취소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둘이 가게되어 버린 것이지만말이다. 


토론토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는 곧 나의 후배가 될 동생과 함께 터키 & 그리스에서의 일정을 함께 마치고 토론토로 둘이 귀환-이라는 이상적인 계획을 세웠는데, 동생은 나와는 180도 정 반대의 성향을 타고난지라 밖에 나다니는 것을 귀찮아하는 성격이어서 그 아이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억지로 부모님의 명령(?)에 따라 짐꾼 겸 사진기사 겸 보디가드로 따라나선 여행이었다.


덕분에 출국 할 때부터 징징거림을 한 없이 들었어야 했고 설상가상 산토리니에서 짐가방을 분실해버리는 상황을 겪은 마당에 동생은 있는데로 빡이 쳐 있는 상태였고 나는 매일 밤 나에 대한 원망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밤을 지새워야했다.


하지만 끝에는 동생이 여행이 너무 좋았다고, 나중에는 부모님과 네명이서 꼭 다시 오자고 말할 정도였으니 우리가 처음 한 배낭여행이, 그리고 특별히 터키에서의 경험이 유난히 인상깊고 행복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태까지 끊기지 않은 소중한 인연들도 많이 맺고.


앞서 포스팅들에게서 너무나 명백하게 밝혀지듯이 우리 남매는 짜임새 있는 스케쥴 안에서 꽤나 즉흥적으로 스케쥴을 빼고 넣고했다 (솔직히 뺀게 더 많다 ㅋㅋㅋㅋ). 예를들어 힘들게 아지랑이 피는 고속도로를 30분이나 걸어서 도착한 히에라폴리스 앞에서 덥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입구 앞까지만 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던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갈라타탑 위에서의 석양을 포기했다던지 ㅋㅋㅋㅋ


게다가 앞서 올린 퀘벡의 몬트리올의 짧은 2박 3일 여행기에서와는 달리 쿠바와 이번 여행기에서는 되도록 내 사진을 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첨부되지 않은 사진이 많다. 글로만 띡 "여기도 다녀왔다" 하고 스킵해 버린 관광지가 꽤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사실 터키 & 그리스 여행기는 2012년의... 나의 엄청난 게으름의 산물로서 현재 터키는 실정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벌써 2013년만 해도 civil unrest로 터키는 아픈 몸살을 겪었고 많은 것이 뒤바뀌었으리라 짐작한다.


내 옆에는 그 때 당시 열심히 모아둔 프린트물들이 수두룩하지만 업데이트가 많이 필요한 정보들이라서 과감히 요금이라던지 개관시간은 뺐다. 앞으로 천천히 시간 날 때마다 리서치 하면서 업데이트 할 예정... (이지만 2주 안에는 다 끝내는 것이 목표)


이렇게 미루고 미루던 여행기이다 보니까 뭐든 후딱후딱 끝내야 하는 내 성격에 터키 & 그리스 여행기는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백하건데 사실 이번 여행기는 엄청나게 대충 날려쓴, 성의없게 끝을 맺게 되었다. "일단 다 썼음 후... -_-" 이런 마인드에 갈급했기 때문에. 한마디로 아직 미완이라는 얘기다 ㅠㅠㅠ


의도치 않게 omit한 에피소드들도 많다. 에페소에서 기념품 사겠다던 동생과 소리지르고 싸운 이야기, 차도르 뒤집어 쓰고 나이트클럽 다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3인자 딸내미 이야기 등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는 사람도 없을텐데 이런 글까지 쓰면서 "나 사실 이거 쓰는데 노력 하나도 안했어 ㅠㅠ" 하는게 웃기기는 하지만 내 취미 자체가 예전 사진들을 정리하고, 추억하고, 예전에 쓴 글들을 읽으면서 회상하는 것인만큼 미래의 나에게 쓰는 글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맞겠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터키 & 그리스여행은 축복이었다는거! 가치있었다는것! 동생과의 우애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혹시나 제 여행기를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정보를 기대하진 말아주세요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의 홍콩/대만/태국 여행기도 화이팅 ㅠㅠㅠ 하길 제ㅋㅋ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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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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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일: 8월 29일


터키/그리스 관광의 마지막 날, 아침에 에페소에서 이스탄불 도착 후 처음 묵었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보스포러스 해협을 걸었다. 그 유명한 통통배 고등어케밥을 맛보기위해서!


이번 여행에 너무나도 감사했던 것은 날씨가 정말 판타스틱했다는것 :)



자로 대고 그린 듯한 뭉게구름 뭉치가 꼭 만화영화에 나오는 것 같다.




터키 인기 길거리 음식 홍합밥 주위의 사람들. 쿠사다시에서 홍합밥을 먹고 여름인데 아차! 싶어서 이곳에서는 먹지 않았는데, 솔직히 또 찾아 먹을 만큼의 맛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여름에 홍합밥 먹는 것은 비추합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바닷빛은 푸르고 푸르고 또 푸르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참 아름답구나~




드디어 찾아온 보스포러스의 유명 통통배 고등어케밥집! 흔들흔들하는 케밥집에 묘기를 부리듯 고등어를 굽고, 에크멕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끼우는 손길들이 마냥 신기하기만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데 줄은 후딱후딱 없어진다. 이곳에서 먹는 고등어케밥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는 길목의 보통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0.5리라 정도 더 비싸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더 기름지고 가시도 발라지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예쁜 통통배를 마주보고 먹는 분위기에 유명한듯. 우리가 첫날 찾았던 외지고 허름한 음식점의 고등어 케밥이 더 담백하고 값도 착했다. 0.5 리라 차이지만 :)


이곳에서 케밥을 먹고있자면 어린 아이들이 와서 음료수 캔 같은것을 사라고 계속 압박을 주기때문에 마음 편히 먹지는 못한다.







케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본격적인 터키 신시가지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높다란 담을 따라 신시가지로 이동 중. 점심으로 오르타쾨이의 쿰피르를 먹으려고! 사실 오르타쾨이까지는 트램을 타고 카바타쉬에서 내린 후 버스정류장에서 22번, 25분 버스를 타고가면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냥 걷기로 했다. 날씨도 너무 좋았음으로.








이스탄불 역사지구/구시가지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깨끗하고 깔끔한 신시가지를 지나 오르타쾨이에 도착했다. 통감자에 이것저것 토핑을 얹은 쿰피르와 벼룩시장이 유명한 터키 젊은이들의 인기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다.




터키의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점 (MADO) 마도. 썰어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는데 우리는 쿰피르에만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었어서 아이스크림 생각이 그닥 없었다. 하지만 이날 터키의 명동 이스틱클락 거리에서 결국 아이스크림을 썰었다는~






예쁜 가게들이 많은 오르타쾨이





여행으로 인해 다 벗겨진 내 매니큐어- 으으



오르타쾨이의 명물, 쿰피르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여기로 오세요 아가씨!! 곤니찌와!" 하는 장삿꾼들의 외침에 나는 제부도 조개구이 거리인줄 착각 -_-;



푸짐하게 올려진 토핑에 따끈따끈 김이 서려있는 통감자!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너무너무 맛있어서 집에서 도전해보기로.


쿰피르를 먹고 있는데 차도르를 쓴 내 또래 쯤 되어보이는 터키 여학생 두명이 다가와서 "photo?"라고 물으며 다가온다. 동생과 나 둘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고마워요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한번 더 찍어준다고 한다. 수줍게 웃으면서 돌아서는 모습이 귀엽기는 한데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다. 터키에서 여성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도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한다. 아무리 세속화 된 터키일지라도 아직까지 그렇게 남자들이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나라인데, 여자들이 담배를 피는 건 괜찮나? 싶으면서도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모르는 내가 뭐라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생각하는 걸 그만 뒀다 ㅋㅋㅋ



아테네는 멍멍이가 많았는데 터키는 고양이가 참 많다.







반가운 국산 캐릭터 둘리~ 터키식으로 변형되었구나 ㅋㅋㅋㅋㅋㅋ



오르타쾨이에서 탁심광장으로 이동



역시나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하다. 파리의 개선문, 로마의 광장 등 세계적인 관광지가 현지인들의 삶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그들의 일상 한 부분이라는 점이 언제나 부러웠는데 이곳도 그렇다. 2013년 여름에는 civil unrest로 물대포까지 동원이 된 곳이었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었다.





터키의 명동, 이스틱클락 거리에서 맞는 이른 저녁시간! 들르지 못해서 아쉬웠던 MADO에서 아이스크림을 썰기로~ 



차도르는 캐나다에서 10년동안 히잡을 지겹도록 본 나에게도 새롭다.



MADO의 아이스크림은 가격대도 있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그닥이다. 그저 썰어먹는다는 것의 특이한 메리트를 뺀다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아이스크림이다. 회전율도 빨라서 먹으면 바로바로 나가야하는 분위기이다.


가게에서 폴라로이드 필름을 정리하고 있자니 종업원들이 다가와서 자기들을 찍어달라고 아우성이다 -_-

이거 한장에 얼마인 줄 아니...

하면서도 그냥 하나 찍어줬더니 좋아라 하는 종업원들...

순수한건지 뻔뻔한건지는 몰라도 여행에 노곤하고 지쳤을 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쫒아온다던지 심지어 폴라로이드를 탐내는 눈빛들을 보면 솔직히 한숨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사실 엄청 실례스러운것이었지만 여행 도중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냈다. 여행자들을 다소 불쾌하게 만들수도 있는 그들의 행동 저 너머에는 때묻지 않은 순진무구함이 있을것이라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ㅋㅋㅋㅋㅋㅋㅋ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즐비한 수산/농산물 가게들. 즉석에서 꼬치 등을 팔기도 한다.





참 탐났던 체스판들. 내가 짐가방만 잃어버리지 않고 싸구려 캐리어만 끌고 다니지 않았어도 하나 샀을 법 한데, 아쉬웠다.




토론토의 스트릿카와 비슷하게 생긴 올드트램 :) 관광명물 중 하나라고 한다. 지금보니 토론토의 것과는 다르게 참 깔끔하고 귀엽게 생겼다.




Epple이라고 잘못 표기한 스펠링이 재미있다. Grapes도 그렇고.



이스틱크랄 거리에서 동생이 그렇게도 사고싶어했던 차이찻잔세트도 사고, 기념품도 한아름 안고 저녁노을 지는 무렵 갈라타 타워를 보기위해 계속해서 걸었다.


갈라타 타워 위에서 보는 터키의 야경이 그렇게 끝내준다는데, 우리는 탑에는 올라가지 않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트램역 그리고 트램 안에서 찍은 이른 저녁의 이스탄불. 잘 찍지도 못한 옛 사진을 보고있자니 정말 이곳이 감탄사 터져나오리만큼 로맨틱하고 멋있는 곳이었구나, 싶다.




통통배에서 먹은 고등어케밥이 아쉬웠던 우리는 보스푸러스 해협과 호텔 사이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서 다시한번 고등어케밥을 저녁식사로 먹고 양고기 케밥도 한개 시켰다. "진작 이런거 많이 먹어줬어야 했는데~" 하면서 아쉬워 하던 동생.




배도 채우고, 동네 슈퍼에서 아이린이라는 터키 요구르트를 포함한 현지 음료수도 몇개 챙기고 이스틱크랄 거리에서 구매한 기념품들을 호텔에 드롭오프 한 후 다시한번 구시가지 이스탄불 역사지구를 찾았다. 밤이되면 엄청 멋있을거야~라는 기대를 한아름 품고서.








불이 들어오면서 분홍빛 꽃나무와 함께 빛나던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 그리고 이스탄불 역사지구의 광장. 그 푸르렀던 하늘과 핑크빛 조명의 조화는 너무나도 환상적이어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선선한 어느 여름날 밤의 이스탄불, 그곳의 거리는 옥수수와 밤을 굽는 노점상들, 시끌벅적한 관광객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밝게 빛나는 조명들로 덮여져 있었다. 그렇게도 뜨거웠던 태양의 뜨거움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곧 다가올 가을을 예고하듯 요란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저 너머로 희미하게 찌르르 찌르르, 귀뚜라미 소리가 울려퍼졌다.


"음... 그리스는 모르겠는데, 터키는 오기 정말 잘 한것 같아."


3L나 되는 터키 환타를 나눠마시면서 우리는 그렇게 배낭여행의 마지막 초저녁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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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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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일: 8월 28일





안녕? 난 에페소 개냥이야~


에베소의 역사

최근에 진행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베소지역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 (아야술룩) 언덕에서 인류가 최초로 정착하기 시작했음을 밝혀주고있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최초의 유물은 (아야술룩) 언덕에 위치한 "미켄" 무덤에서 발굴 된 토기들이다. 오늘 날 남아있는 에베소도시 유적은 기원전 3세기 경 알렉산더 대왕의 장근들 중 한사람인 "리시마우스" 장군에 의해 건설 되었다.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시대에 에베소의 인구는 20만을 넘었으며 오늘 날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유적들도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던 지진은 이 도시의 건축물들을 파괴해왔지만 그때마다 에베소인들은 새로히 개축하여 화려함을 더해나갔다. 기원 후 1세기에 에베소는 기독인들에게 중요한 도시가 되었으며 사도바울이 이 에베소를 중심으로 선교를 벌리고 교회를 세워 초대 칠대 교회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 후 비잔틴 제국 시대에 들어와서는 에베소 항구가 퇴적작용에 의해 흙으로 채워지고 도시에 말라리아 전염병이 퍼지게 되어 도시의 몰락을 가져왔으며 (아야술룩) 언덕에 세워진 "사도요한의 교회"가 기독교의 중심지로 번영하게 됨에 따라 고대의 에베소도시에서 (아야술룩)으로 교회가 이전되었다. 이 도시는 14세기 경에 완전히 터키인들의 지배하에 들게 되었다.

터키 한인회 제공 (장로회 대전신학교 성지순례단 협찬)


어젯밤 약속대로 체크아웃 후 짐가방을 메멧 & 알리바바의 식당에 맡기고 차를 얻어 탄 후 약 10분 간 비포장 도로를 걸으니 아직 오전인데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에페서 유적지에 도착했다. 배낭여행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곳이 대단한 유적지이긴 한가보다.




어영부영 느릿느릿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었는데 마침 로마황제를 중심으로 한 세레모니가 펼쳐지고 있었다. 시간 맞춰하는 공연인 줄 알고 "와 대박이야!" 하면서 우르르 몰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여타 관광객들 틈에 끼어 운이 좋군~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15분 내지 30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하는 쇼였다는 ㅠ^ㅠ 다른 관광객들도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나중에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인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보이는 안타까운 쇼였다 ㅋㅋㅋㅋㅋㅋ









워낙 쇼를 자주해서 돌아다니는 와중에서 배우(?)들의 열연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와중에 지루해 보였던 대장장이/꽃파는 아줌마 역 터키인분들 ㅋㅋㅋㅋ 나중에 저 꽃왕관도 쓰고 사진도 같이 찍었는데, 내가 첫스타트를 끊자 우르르르 줄이 몰려서 좀 죄송했다.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은 저리가라! 정말 어마어마 엄청난 규모였던 에페소의 원형극장






셀서스 도서관. 그 정교한 조각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으로 인한 충격 이후 처음으로 감동받았던 건축물인듯.



카파도키아에서 쪽바리라고 불려서 감정 상했던 나를 놀리듯이 동생은 이 날도 나를 "왜녀" 라고 부르며 "누나는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있어도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니 나라로 돌아가라 왜녀야" 라며 심기를 건드렸다.






세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낙서. 유적지에서는 제발 이러지 맙시다



뙤약볕 쩅쨍 그들도, 휴식할 곳도 너무나도 부족했던 에페소에서의 감상은 아름답고 위대하지만 "불편"했다. 한국에서 성지순례를 오신 목사님 그룹, 6~70대로 이루어진 중장년 패키지 그룹 등등을 자주 뵐 수 있었는데, 20대 초반인 펄펄한 우리도 대포만한 물병을 장전해가지고 다니면서 쉬고 쉬고 또 쉬고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돌아다녔는데 그분들은 오죽 하셨을까. 성지순례 오신답시고 우르르 가이드의 깃발을 쫒아 대리석 돌바닥을 걷고 또 걸으면서 모래바람를 온 몸으로 맞으시던 그분들이 안타까웠다. 즐겁고 은혜로운 일정이기 보다는 일단 쉬고 싶어하시는 기색이 역력했다.


터키여행을 하면서 결심하게 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부모님이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최대한 빨리 성지순례를 시켜드리고 싶다는 결심이다. 우리 아빠, 이과수 폭포도 보고 싶어하시고, 우리 엄마는 성지순례 하고 싶어하시고, 아직 둘러볼 곳이 세계 곳곳 이렇게나 많은데 우리 키우시고 뒷바라지 하시느라 여행도 마음대로 못하시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나는 어린 나이에 세계 25개국 돌아다녔다는 나름의 특이사항을 가지고는 있지만 사실 내 능력으로 이룬 것은 아니잖는가. 어린나이부터 해외여행 실컷 시켜주시고, 머리 좀 컸다고 배낭여행 가겠다는 딸을 서포트 해주시고 아무런 탈 없이 돌아다니라고 최소 4-5성급 되는 호텔만 끊어주신 우리 부모님 덕분에 사실 2012년에는 배낭여행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배낭여행을 하고왔다.



에페소 유적지 관광을 마치고 다시 찾은 메멧 & 알리바바 케밥집에서의 저녁










역시나 전날처럼 뜨뜻미지근했던 그냥 그랬던 케밥 ㅋㅋㅋ


메멧 & 바바 케밥집은 옆에 카펫/수공예 장사도 하는데,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blow out 세일을 한다고 했다. 여기서 기념품이랑 친구들에게 줄 터키석 귀걸이 몇개를 샀당 ㅋㅋ 큰 형 바바가 안깎아준다고 오빠가 메멧한테 얘기 잘 해보랬는데 맘 약한 나는 그냥 바바한테서 에눌도 별로 없이 샀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유학생 오빠가 알려준 내일 이스탄불의 마지막 날 일정 지도!

지금까지 연락을 간간히 하는 고마운 오빠인데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 새해도 됐는데 카톡해봐야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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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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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일: 8월 27일

파묵칼레에서 약 3시간 30분정도 이동하면 쿠사다시라는 해안도시가 나오는데, 이렇게 곧게 뻗은 야자수들과 크루즈와 반짝반짝한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다. 야자수들이 꼭 까치머리 장난꾸러기들같다 ㅎㅎㅎㅎㅎ

이곳에서 우리의 일정은 1일 에페소 박물관, 아르테미스 신전 유적, 그리고 성요한 교회였고, 2일은 fully dedicated to 에페소 유적지였다.

바로 맞은편 해안가를 바라보는 호텔에 체크인을 한 후 에페소 박물관으로 고고!

박물관을 가는 도중 길을 모르겠어서 길을 걷고있는 한 동양인 남자와 터키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봤는데 그 중 현지인 아저씨는 배낭여행객들에게 유명한 메멧 아저씨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스타파 할아버지 때 처럼 터키 그리스 여행을 리서치 하면서 여러번 들었던 메멧 & 알리바바의 케밥집 아저씨였던 것이다. 같이 걷고 있던 동양인 남자는 터키에서 유학중이었던 거의 현지인화 된(?)ㅎㅎㅎㅎ 한국인 오빠였고. 나중에 저녁에 그곳 레스토랑을 찾을 것을 기약한 뒤 박물관 지리를 안내받고 길을 나섰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에로스와 프시케 신화. 반가워서 찰칵!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이 많이 없는 이유는 내가 함께 나온 사진이 너무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사람도 별로 없고 볼 것도 엄청 많았던 박물관이었는지라 신나게 구경하고 신나게 촬영했다.

아테네 박물관처럼 사진불가 박물관도 아니고 관리인도 없는 이곳... 유적들이 그냥 야외에 내팽개쳐있는 이곳... 너무 매력적이다. 햇볓 잘 드는 건물에 유적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사진도 잘나온다 ㅋㅋㅋㅋㅋㅋ

그리스 유적부터 로마제국의 흔적까지 동서양의 교착지, 그리고 흥망성쇠했던 제국의 잔해를 경험 할 수 있었던 이곳 에페소 박물관. 덕분에 소크라테스 부터 로마 5현제까지 두루두루 공부할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역사 꽤나 아는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 역사덕후) 동생도 감탄사만 연발하면서 꼼꼼하게 이곳저곳 둘러보고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정말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재밌었던 박물관 투어였다. 개인적으로는 아테네 박물관보다 훨씬 가치있고 친근한 분위기에 편안하게 에페소의 역사를 정리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방문한 아르테미스 유적지. 찾는 길에 현지인들에게 방향을 물었는데 우리보고 어디서 왔냐고해서 캐나다에서 온 한국인이라고 하니 자기도 캐나다 살았다고 ㅋㅋㅋㅋㅋㅋ 나 토론토에서 대학다닌다고 말하니 자기 영앤 에글링턴 살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향 친구 만난 듯이 너무 반가웠다~ 그분이 그날 생일이라고 해서 박수치면서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찾은 성요한 교회. 에페소에 와서 기독교를 전파하다가 이곳에서 죽자 무덤위에 교회를 세웠다고한다. 역시나 이곳도 관광객이 거의 전무했다. 다음 날 방문 할 에페소도 그렇고, 뭔가 성지순례 코스 중 한군데를 밟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엄마아빠와 함께 방문했어야 하는 곳인데...






성요한무덤은 언덕 위를 조금 올라가야 있는데, 현지인들이 접근해서 성요한 동전이라면서 이곳에서 발굴되었다 뭐다 하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데 장사꾼들이니까 조심~ 그냥 주는 척 하면서 나중에 돈을 요구하니 상큼히 무시합시다.

그렇게 메멧 & 알리바바 케밥집으로 가는 길~


"인터넷 정보로는 이곳이 셀축에서 가장 맛있는 케밥집이라는데, 정말인가요?" 하는 내 물음에 "음... 맛있는 편이긴 한데 ㅎㅎㅎ"라고 얼버무리는 유학생 오빠 ㅋㅋㅋ 그렇게 소문날 만한 맛은 아닌 것 같아서. 인상부터 무뚝뚝한(?) 첫째 바바 아저씨와는 달리 메멧 아저씨가 너무 친근하고 귀여워서 ㅋㅋㅋㅋㅋㅋ (24시간 술에 취해있는 듯한 풀린 눈과 행동거지) 배낭여행족 및 민박 투숙객들에게 인기가 좋아 널리널리 입소문 퍼지게 된 것이 이곳인 듯. 메멧은 10대 아들과 둘이 살고 있는데 이혼했단다. 듣기로는 겉으로는 그렇게 순해보여도 부부싸움 할 때는 아주 동네가 떠나갈 듯 했다는데 수염 거뭇거뭇 난 수줍은 아들은 이제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데이트 장소를 고민 중이라고 ㅋㅋㅋㅋㅋ

유학생 오빠와는 거의 가족같은 사이처럼 보였는데 이혼을 했건 말건 아무튼 시트콤에 나오는 가족처럼 투닥투닥 개성 강하고 화목해 보여서 보기 좋았다.

죽 때리고 있다가 우리랑 말트고 내일 보기를 기약한 유학생 오빠의 빽(?)으로 차도 무한리필 공짜로 얻어먹고, 오빠의 기타연주소리도 듣고, 내일 체크아웃 해야해서 에페소 유적지를 둘러보는 동안 오갈 데 없게 될 짐가방도 식당에 맡기기로 하고, 에페소까지 라이드도 따냈다.

스웨덴? 아무튼 북유럽에서 온 고고학자였는데 이곳 장기 투숙객인듯~ 유학생 오빠랑 친해서 소개받았는데 유쾌하고 친절했지만 그대의 담배연기 때문에 가시방석이었답니다 ㅠ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합밥도 먹어보고 (별 맛은 없당) 버스 터미널이 어딘지 몰라 찾아 헤메는 우리에게 다가온 (자칭) 터키에서 아주 유명한 축구유망주에게 길안내도 받고 사진도 찍고~



셀축의 밤은 이뻤다. 해안도시 답게 밤문화가 발달했는지 이곳저곳 취객들이 돌아다니고 관광객들 때문에 붐볐지만 말이다. 통닭하나 사서 호텔에서 뜯을까 했지만 역시나 체력이 저질인 우리 남매는 에어컨 틀고 그대로 골아떨어졌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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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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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일: 8월 26일


파묵칼레의 기본 관광루트는 히에라폴리스->원형극장->노천온천이다. 콘야에서 파묵칼레로 이동해서 돌무쉬로 갈아타고 호텔 체크인을 한 후 클레오파트라도 요양했다는 그 유명한 노천온천을 어떻게 갈 수 있다고 물어봤더니 호텔 관계자들이 버스를 타라는데, 무슨 버스인지 물어봐도 도통 명쾌한 답을 주는 사람도 없다. 땡볕에 한시간이 넘도록 우리를 태울만한 버스는 오지 않는다. 답답한 나머지 주변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걸.어.서. 가란다. 


"버스 안타고도 갈 수 있어~"


사람들 영어는 어눌해서 이게 맞는 정보인가 싶기도 하면서 와이파이 인터넷은 느려터져서 인터넷에 접속을 할 생각은 꿈에도 못꾸겠고, 지도를 봐도 영 답은 나오지 않고... 이게 말이 되는건가 싶으면서도 물어보는 사람들 족족 그렇게 대답을하길래 용감하게 고속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에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아찔아찔 아지랑이밖에 없었다...


"누나 이건 좀 미친짓인것 같아"


하는 남동생을 어르고 달래면서 혼자 룰루랄라 모든 것이 잘 풀릴거라는 듯이 고속도로를 따라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아니, 미련한 짓이 아니라 여기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라고 했다니까?


그렇게 고속도로를 걷고 걷고 한 30분 걸으니 히에라폴리스가 나온다. 할레루야.



히에라폴리스는 성스러운 도시라고 불리우는 아나톨리아 전 지역에서도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공동묘이다. 그런데 너무 더워보인다... 나무도 죄다 키작은 것들 뿐이고 밤새 버스를 타고 달려와서 30분을 아스팔트 길목 위에서 휘청휘청 걸어다니던 우리는 히에라폴리스 자체가 그저 우리의 묘지일 뿐이었다...


"누나 저거 다 대리석 아닐까"

"응 그렇겠지..."


굴러다니는 돌덩어리 한조각 한조각 아주 성실하게 태양열을 한껏모아 반사해서 우리를 태워 죽일 것 같은 느낌.



결국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난 우리는 노천온천까지 포기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이른다.


"온천이 다 거기서 거기지 파묵칼레 온천 뭐 별거 있겠냐"

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최면까지 동원하면서... 비참하게시리 ㅠㅠㅠ


동생은 덥고 피곤해 죽겠다며 골아떨어지고 나는 수영장에서 퐁당퐁당 물장구도 치고 야자수 밑에서 시간도 떼우다가 대충 저녁을 먹었다. 한상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부페식!






이렇게 먹방만 찍다가 파묵칼레의 하루는 허무하게 지나갔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스케쥴에 쫒겨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사고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고, 게다가 처음으로 둘만 떠난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경험도, 노련미도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이만하면 선방한 것이라 스스로 위안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좋은 호텔에서 오랫만에 호사를 누리며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었던 것은 다음 날 목적지인 쿠사다시 행 버스를 타는데 버스터미널 근처가 바로 노천온천이었다는것이다. 호텔에서 돌무쉬로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는거리... 하하






우리가 원해서 파묵칼레 관광일정을 아예 없었던 일로 한 것이 아니라 길을 헤메다 지치고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호텔에 남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살짝 허무했지만, 그래도 에너지 충전 제대로 했으니까 그게 어디야 ㅠㅠ 하면서 버스시간이 될 때까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민박/식당을 겸하는 곳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한국인 배낭여행족들이 많이 오는 만큼 한국식 메뉴와 간판들도 눈에 자주 띄었다.




터키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했던 리서치 중에 무스타파 할아버지네 민박집이 유명했는데, 이런 유명인을 우연히 직접 뵙게 될 줄이야 ㅎㅎ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동생에게 "야, 너 한국인이지?" 하면서 말을 먼저 건 할아버지.


"ㅋㅋ 어떻게 알았어요?" 하니


"한국인은 다들 너같이 생겼어"


하면서 눈을 쭉 찢으시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캐나다에서 그렇게 하시면 고소당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 결국 우리는 파묵칼레까지 가서 그 유명한 노천온천을 이렇게 여행사 책자로만 보았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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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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