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일: 6월 20일


원래 쇼핑이나 삐까뻔쩍한 것을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엄마가 "넌 홍콩가서 명품 한두개 안사고 뭐했니?" 라고 한마디 하실 만큼 별 관심이 없다. 전날의 쇼핑은 홍콩이 쇼핑의 천국이라길래 "의무적"으로 둘러봤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그래서 난 홍콩의 밤거리보다 아침거리가 더 좋았고, 편안했다. 관광객들과 파티를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홍콩의 야시장들이 아침에는 어떻게 탈바꿈하는지 궁금했다.


침사추이역에서 야우마테역으로 향하기로했다. 틴하우사훤도 보고싶었고, 야우마떼가 워낙 재래시장으로 명성이 높기도 하거니와 템플 야시장도 있는 곳이라서.



지하철역 베이커리. 캐나다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의 절반을 산 나지만 역시 아시아 베이커리가 갑이다... 하나씩 다 먹어보고싶다.


"홍콩에 가면 에그타르트랑 밀크티랑 딤섬은 꼭 먹고 와!!!" 라고 교과서적인 조언을 해주던 아는언니의 말에 따라 말잘듣는 나는 에그타르트와 다른 빵 하나를 집고 룰루랄라 야우마테 역으로 몸을 실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꾀죄죄하면서 형형색깔의 아파트 숲들. 전혀 답답하지 않고 경이로웠달까... 뭔가 대단해보였다. 멋있었다. 아무래도 인구밀도가 낮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에 살다보니 이런 높은 고층 건물들과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사는 것에 대해 존경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멋있다. 어떻게든 살아 갈 수 있구나. 왠지 홍콩의 문화와 역사와 사회적인 부분들까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달라서 멋있었다.



쭈욱 계속 이어져 있는 Nathan Road. 토론토로 치면 Yonge길 쯤 되는건가? 친절하게 화살표 간파들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다운타운의 쇼핑몰과, 명품거리와, 항구 근처와, 중국 부호들과, 형형색색 네온사인과는 현저히 대조되는 홍콩 서민가의 아침거리. 조용했다. 노인들과 아이들과 주부들이 공원에 나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전 세계 어딜가든 꿋꿋히 행해지는 중국 할무니 할아버지들의 기체조? ㅋㅋㅋㅋㅋ 가 행해지고 있었다. 역시나 엄청나게 진지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아예 엄두도 못냈다. 아무튼 그렇게 휘얍! 휘얍! 이글이글 눈빛 쏘면서 쿵푸하는 것 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뵈면서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 한자리 잡고 빵을 쳐묵쳐묵하기로 했다.



Irreplaceable Taste라서 집어왔는데 완전 평범한 맛이잖아 어쩔거야 너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하는 여행은 찍어주는 사람이 없지요... 심지어 초점까지 흔들렸어... 오물오물 쫩쫩



별 맛 없었다



역시 난 쇼핑보다 이런데가 더 좋아~ 그렇게 사람들 보면서 아이들 보면서 흐뭇흐뭇 엄마미소 짓다가 슬슬 더(!!!!) 더워지기 시작해서 어슬렁 어슬렁 틴하우 사원으로 발걸음을 어그적 어그적 옮겼다.



어젯밤의 잔재들. 쳇바퀴처럼 치우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또 생기겠지. 밤이 되면 이곳은 또 상인들과 관광객들과 술취한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Jesus in Temple Street" 캬 ㅋㅋㅋㅋㅋ 뭔가 아이러니해서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던 ㅋㅋㅋㅋㅋ 멋있당!





사진찍기 정말 힘들었음 ㅠ_ㅠ


그나저나 홍콩에는 상의를 탈의하고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이 많았다. 근데 이해한다. 정말 어.마.어.마. 하게 더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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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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