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원의 토론토 대학교 2학기 첫 등굣길
일상다반사/캐나다 일상 2014. 1. 11. 03:02 |나는 우리 학교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학교 뿐만이 아니라 토론토, 이 도시 자체를 사랑한다. 눈내리는 날의 풍경도, 아침부터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 리포트를 읽으면서 정신없이 걸어가는 학생들, 24시간 로바츠 도서관에서 밤샘공부하는 친구들, 빨간색 ttc 스트릿카, 영하 20도의 기온에 장갑끼고 호호 불어마시는 커피, 추위에 달아오른 얼굴들마저 모두 사랑스럽다. 이 도시에 살아서,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있어서, 이곳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어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사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축복이다.
전날 한숨도 자지 않았기 때문에 6시 쯤 거실로 기어나와 전날 재워둔 레몬물 마시고, 2학기 스케쥴 정리를 좀 하다가 집에서 공수해온 파니니 그릴기 개봉! 동생이 워낙 빵종류를 좋아해서 가지고 온 것인데, 내가 처음 쓰게 되었다 ㅎㅎㅎ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자는 내 동생. 어제 나 먹으라고 메트로에서 wrap을 사서 반개를 남겨뒀는데, 맛을 보실 시간~
오늘의 아침! 스위스치즈 & 비프 wrap, 삶은 계란 하나 그리고 딸기차. 딸기차 너무 맛있어~~ >.<
키보드가 망가지신 노트북님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데, 어제 오픈한 MS Surface가 너무 맘에 든다 ㅠㅠ
터치패드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타자도 잘 쳐지고, 오락용 타블렛이 아닌 휴대가 간편한 노트북 형 타블렛을 원했던 나에게 정말 안성맞춤이다. 앞으로 한 2주동안은 내애기~ 하면서 애지중지하겠지 ㅋㅋㅋㅋㅋㅋ (2주동안만! ㅋㅋㅋㅋㅋㅋㅋㅋ)
9시쯤 밖에 나왔다. 눈 내린지가 꽤 되어서 꽁꽁 얼어버린 길과 더러운 눈더미들... 이미 거리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사진을 잘 못찍었다 ㅠㅠ 눈치보느라 ㅠㅠ 핸폰 카메라로 찍는 건 상관없는데 찰칵찰칵 소리나는 미러리스 들고다니려니 아무래도 눈치가보인다. 관광객처럼 보이면 상관없는데 난 누가봐도 이곳 학생이니까...
눈이 내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새벽시간에 한번 출사를 나가봐야겠다.
King's Circle. 학교 운동장 같은 곳인데 설원에 얼음빙판이 되었다. 저 건물은 University College라고, 일곱개의 기숙사 건물들 중 하나이다. 뿔이 하나밖에 없는 것은 옛날 옛적 저곳에서 화학실험을 하다가 폭발했다나 하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The Grey Lecture"등의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 the Convocation Hall. 이곳에서 영화도 많이 찍었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한국명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수학경시대회장 ㅋㅋㅋ 내가 알기론 1500명인가 2000명인가 수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1학년 때 이곳에서 수업을 많이 들었었다. 천명 넘는 애들 한자리에 집어넣고 무시무시한 미드텀으로 학기의 반이 지나면 강의를 듣는 아이들도 반으로 줄지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친구들 중에 우리학교 그만 둔 애가 정말 꽤 되는구나. 입학 할 때는 그저 선배들이 후배들 겁주기 위한 괴담인줄로만 알았는데.
CN타워와 콘홀. 그냥 보고있자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살며시 웃게된다.
오늘은 수업이 이곳 근처라서 캠퍼스 중 극히 일부만 돌아본 것이지만, 유티 캠퍼스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예쁜 기숙사 건물들만 7개에 기숙사 부속 도서관, 부속 건물들, 기타 등등 정말 볼거리가 구석구석 풍성한 캠퍼스고, 예쁜 곳도 정말 많은데 관광객들은 이곳에서만 사진을 찍고 바로 버스로 올라타서 너무 아쉽다... 물론 그분들도 스케쥴이 있으시겠지만 ㅠㅠ
1학년 때 첫기말고사를 보고 이곳을 건너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정말 속눈썹 하나하나가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날카로운 바람이었고 맹렬한 추위였다. 기숙사로 돌아와서 거울을 보니 쌔빨갛게 얼은 얼굴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거보고 또 좋다고 웃으면서 엄마한테 "나 시험 끝났어~ 근데 정말 추워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 하면서 바로 전화했었지. 바로 이튼으로 쇼핑하러 가고.
그때는 사람들 만나는게 너무 좋아서 로바츠 가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우르르 몰려다녔는데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주위도 정리되고, 이제는 후배들 보면 그냥 귀여울 뿐이다.
조용하게 사는 것을 추구해서 수업가는 것만 아니면 학교도 도서관도 잘 가지 않는데, 그래서 지금은 새로 들어온 학생들을 아무도 모른다. 나름 옛날엔 유티 한국 학생들과 모든 안면을 트고다녔는데 ㅎㅎㅎ
간만에 캠퍼스를 돌아보는데 내가 모르는 신입생들이 정말 많아서 기분이 참 묘했다.
직장인 선배들이 맨날 나 애기라고 부르는데 내가 그들의 눈엔 저렇게 비춰질까 싶었다.
횡설수설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난 이곳이 너무도 좋다는거.
졸업한 선배들도, 얼굴도 모르겠는 후배들도, 내 친구들도, 건물 하나하나, 이곳에 투자하는 모두의 시간 일분일초, 겨울의 설경 전부 사랑한다.
또 봄, 여름, 가을이 되면 얼마나 예쁜데.
부디 이번에도 좋은기억, 좋은추억만 많이 남기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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