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소개했다시피 태국인 R군은 미국국적의 이중국적 소유자로, 이번 여름부터 방콕의 미국 영사관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다고한다. 붙었다고 단체위챗을 날리던게 엊그저께같은데 짜식 =_=ㅋㅋ FBI...에게 보내는 서류제출 및 지문체취(?)를 위해 방콕의 미국 영사관에 방문해야한다고 했다.


"아침 7시에 나랑 같이 나가서 영사관 갈 사람?"


R군이 여기여기붙어라 했는데 약 0.5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마침 타국의 아침거리를 일부러라도 찾아 떠나는 내가 길동무 말동무도 해 줄 겸, 아직 관광객들이 활동하지 않는 이른 시각의 방콕도 피부로 느껴볼겸, 손을 들었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방콕 시내의 아침풍경.



여타 동남아 국가들과 같이 역시 태국도 아침식사를 밖에서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보였다.



R군의 집 바로 옆에 붙어있는 Robinson쇼핑몰. 지하철과도 붙어있어서 교통이 용이하다. 간밤에 비가 왔는지, 길가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지하철 내 매일 마주했던 광고들. 일본브랜드의 건강음료? 요구르트 선전인 듯 했는데, 방콕은 정말정말정말 왜색이 짙은 나라였다! 왠만한건 모두 일본 것이었고, 그 뿐만 아니라 기모노나 일본 문화색이 짙은 선전물과 상품들이 즐비 한 곳이었다. 중국만해도 한국 화장품이나 상품들이 더 도드라지는데, 태국은 완전 일본의 경제 식민지 느낌이 날 정도로 왜색이 온 천지 삐까리였다. 길거리 가다가 기모노나 사무라이 복장의 사람들이 일본어로 소리치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R군에게 물어보니 태국은 흐지부지해지긴 했지만 과거 세계대전 도중 동맹관계이기도 했고,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한 역사도 없기 때문에 일본에 별다른 감정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일본 기업들의 태국 투자 역사가 길고 어마어마 했다고 하니, 내가 대만만 친일 국가라고 생각했구나, 싶을정도로 태국은 엄청난 친일인 듯 했다. "한국 기업들은 다 캄보디아로 가는데 뭐," 라고 별로 문제 될 것 없다는 것 처럼 말하던 R군. 와, 나는 정말 방콕에서 관광지만 흝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생활 깊숙히 들어가다보니 모든 것이 다 일본 것이었다, 정말. 



그 와중에 발견한 f(x)의 크리스탈. 상대적으로 "한국" 적인 것이 없던 방콕이었는지라 반가웠다. 관광홍보 선전물이었다.



앞서 푸켓에서 언급했던, 무려 "금"을 주는 Lays 공모전!



방콕의 교통은 정말 내가 경험 했던 것들 중 최악이었다. 베이징의 교통을 처음 접하고 정말 멘붕이었는데, 북경은 방콕과 비교하자면 양반이었다. 일단 방콕은 베이징과는 달리 도로가 그리 넓지 못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도 없는데에다가 사람들이 중국인들처럼 전동차나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속도가 레알인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전동차는 나한테 다가오는거라도 눈에 보이는데, 방콕은 정말 운전자들이 길 건너는 사람이 있건 말건 부아아아아아앙-! 하는 소리를 내면서 쌩쌩 달린다. 신호를 지키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똠 이모님은 우리를 싣고 역주행도 한번 하셨다 -_-; (홀홀 웃으시면서..)



역시나 미관상 좋지 않은 지상 위 덕지덕지 전깃줄들.




다시한번... 왜색 짙은 광고물.


아니 그나저나 이녀석, 도대체 날 데리고 얼마나 지하철 지하철 다 갈아타고 기약없이 걷는거야? 하다가 도착한 미국 영사관.



꽥! 저게 다 대기자야? 더워죽겠는데 gg ㅠㅠ 하던 찰나, 저건 태국 시민들 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R군은 미국시민권자였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들어가서 바로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내가 R군이 일처리를 하는 동안 그 밑에 있으니 경비 아저씨 한 분이 보고 엄청 해맑게 킥킥 웃으시던........ 한국이나 중국 같아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을거다 분명;


아래는 기다리다 지쳐 약 50미터 쯤 벗어나 태국과 미국의 외교/친선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벽화 사진을 찍어봤다. 엄청 유치해서 뭔고 싶었더니 역시나 아이들이 그린 것이었다.




서류 상 잠시 잡음이 생겨서 밖에서 통화한번 하고, 지문체취를 위해 경찰서에 가야한다던 R군. 으아니 이건 내 계획에 없던 건데 ㅠㅠ 싶었지만 나온 김에 그냥 조용히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언제 태국 경찰서에 가보겠는가;



가는 길에 아침밥을 파는 길거리 음식골목도 지나치고 (또 다시 사먹지도 않으면서 사진만 찍는 관광객의 미안함으로 요동치는 나의 카메라)



이렇게 뭔가 스시 롤같이 생긴 것도 있어서 먹어보고 (아직까지 무엇이엇는지는 모름. 바나나 잎에 쌓여있었다고밖에는..)



갈증이 나서 파인애플도 사먹었다. 종류 관계없이 20밧이었는데, 짭짤한 소금?은 아니고, 찍어먹는 장같은 것을 넣어준다. 우리나라에서 순대를 사면 소금을 넣어주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저번에 수상시장 갔을 때도 똠 이모님이 구아바랑 함께 건내주셨었지... 맛이 익숙치 않아서인진 몰라도 굳이 왜 먹는건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경찰서는 보안문제 상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하여간 엄청 큰 경찰서에 가서 지문채취를 했다. 그 동안 나는 그냥 하염없이 앉아있었을 뿐이다 ㅠㅠ 신분검사도, 그 무엇도 없었던 경찰서로의 출입이었다. R군의 얘기를 들어보니,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여있더라고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별로 험악하거나 그렇진 않았고, 오히려 드라마에 나올 법한 밝고 왁작지걸 한 경찰서 분위기였다.. ㅋㅋㅋ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드디어 집으로 가는 길~ (또 지상철 타고 지하철 타고 걸어서 ㅠㅠ)




사진에서는 역시 표현되지 않지만, 이 사원? 제단? 에는 뒷편의 전통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가무를 하고 있었다. R군 왈, 여기서 모시는 신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데, 춤과 노래를 매일 아침 바치기 위해 현지인들이 공양하고 무희들이 매일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래하고 춤 출 돈을 준다는 것...


오잉? 그럼 저 사람들은 저게 풀타임 직업이야? 했더니 그렇단다. 믿거나 말거나.


집안에서 온리 미국 시민권자인 R군의 (사연은 좀 복잡하다) 미국 영주권을 위해 어머니가 매일 기도를 드렸다는데, 그 때 기도드리던 신(?) 부처님(?) 이 삶은 계란을 좋아했다고... 그래서 영주권이 나오자마자 어마무시한 양의 삶은 계란을 공양했다고 한다 ㅡ_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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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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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네시부터 복작복작 페이퍼를 쓰던 굶주린 나는 회사에 출근하는 친구를 깨워 아침 7시, 북경대의 많은 학식당 중 하나인 옌난 학식당으로 함께 출동했다 (미안해). 분명 기숙사인 중관신원 안에서는 우리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기숙사 울타리를 나오자마자 역시나 바지런한 북경 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북경대 학식당들 중 몇군데는 아침식사를 제공하는데, 옌난 학식당도 그 중 한곳이다.


예전 조금 덜 추웠을 적, 랭귀지 익스체인지를 아침 7시...에 하는 바람에 옌난 바로 앞 파라디소 카페에서 언어교환을 하고 그 김에 옌난 학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는데, 그 때 알게 된 진짜 중국인들의 서민 아침식사!


아직 푸르스름했던 한겨울의 오전 7시였지만 식당 안에는 이미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차있었다.


듣기로는 중국인들이 엄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던데, 나이가 좀 지긋한 분들만 그런 것인가 내 중국인 친구들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던데..-_-ㅋㅋ (노인분들 아침잠 없는 건 전세계 공통이자나?)



옌난 학식당은 이렇게 1, 2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광장같이 넓직한 중간에 음식을 파는 카트들과 부스(?)들이 있다. 아침 학식은 특히나 가격이 싼 편이다.





자세히 보면 보이는 좌측의 소시지 계란 부침, 소고기가 소로 들어있는 호떡같은 지짐이 그리고 아침용 밍밍한 죽들! 개인적으로 시중에서 파는 소시지나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은 꺼리는 편이라서 오늘은 기름대마왕★요우티아오만 먹기로 했다. 베(?)같은 천으로 덮어져 있는 것들은 만두와 만토우들.




삶은 계란 ,차지단 (茶鸡蛋) 그리고 각종 반찬과 짱아찌들도 제공한다.



학생들도 많지만 교수님들과 교직원분들도 많은 듯 하다. 북경대를 들어오려면 신분증 검사를 해야하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지불 방식이 학생증으로밖에 되지 않아서 외부인은 음식을 먹지 못한다. 때문에 외부인들은 학식당에서 식사하고 싶을 때 북경대 학생을 잡아서 대신 값을 지불하게 하고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법을 많이 쓴다 (나도 두번 잡혀봤ㄷㅏ...)



어젯밤 내가 너무 먹고싶어서 입맛을 다시며 잠자리에 들었던 요우티아오 (油条)와 또우푸나오(豆腐脑)!


요우티아오는 밀가루를 길게 쭉쭉 늘어뜨려서 기름에 튀긴, 말그대로 공갈빵인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중국의 대표 서민음식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뻥튀기 정도 개념이려나? 뻥튀기랑 다른 점은 아침식사로 사랑받는다는 점지만. 갓 튀긴 바삭한 때가 역시 제일 맛있고, 그 이후에는 눅눅해진다. 또우장이라는 콩물과 함께 먹는 것이 정석인데, 이 날은 또우장이 다 팔렸나 보이지 않았다.


또우푸나오를 직역하자면 두부뇌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인데, 순두부와 시큼한 간장 그리고 목이버섯 등으로 맛을 낸, 녹말가루가 들어간 중국의 전형적인 수프이다. 뜨겁게 먹지 않고 그냥 따뜻하게 먹는 듯 한데, 후루루룩 마시면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처음에 먹으면 약간 탄냄새가 나는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산매탕 같은 음료도 탄맛이 나니, 중국에는 탄향이 나는 향신료나 요리법을 쓰는 듯 하다 (설마 일부러 탄향을 내려고 태우지는 않을거잖아요ㅠㅠ)


저기 간장에 조려진 계란은 간장으로만 조려진 것이 아니라 녹차와 함께 조려졌다는데, 겉 껍데기만 까맣지 속살은 하얗다. 딱히 간장이나 차의 향이 느껴지지 않았던 그냥 보통의 삶은달걀...



친구가 먹은 메뉴는 총칭샤오미엔이라고 직역하자면 소면인데, 한국의 소면과는 약간 다르다. 좀더 끈기가 없다고 할까? 퍽퍽하다고 할까? 소면과 메밀면의 중간 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국물이 무척 시원하고 시원하고 판타스틱해서 친구랑 감탄을 하면서 먹었던 국수. 학식이 이정도 레벨이라니... 북대 사랑합니다 ㅠㅠ


옆에 있는 소고기가 들어간 전병? 지짐이? 는 맛은 있지만 매우 기름져서 (한입 베어물으면 기름이 뚝뚝하는 기분) 나는 먹지 않았다.


이렇게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러가서 50분 근력하고 러닝을 시작했는데 식사가 너무 거했는지 배가 너무 아파서 결국 집에 왔다는 변명아닌 진짜 슬펐던 캐서린의 오늘 오전의 보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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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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