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너무 너무 재밌다. 만 하루만에 다 읽었다. 유튜브에서 French Folk Music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아코디언 소리를 들으며 작가와 작가의 남편이자 이 에세이집의 주인공, 에두아르의 코믹 티격태격담을 읽으면 마치 인간극장이 활자로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일본에서 대학까지 나온 자칭 "멀티링구얼 욕쟁이"이다. 미치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책 소개가 아주 흥미로운데, 사실 껍질을 까보면 그냥 사랑스런 남편 자랑에 알콩 달콩 부부생활 이야기이다 ^^ㅋㅋ

 

남편에 대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책 전반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처음엔 좀 당황스럽다. 남편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욕해도 되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남편에게 "미친놈"이라니..!) 하지만 멈출 수 없는 남의 남편 뒷담화 재미(?)에 책장을 계속 넘기다보면, 남편을 향한 욕설이 사실 애정이 물씬 묻어난 애정(애증 아님)의 표현임을 확신할 수 있다. 단단한 신뢰를 바탕으로, 남편에 대한 사랑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마음 깊이 와닿아 읽는 내내 괜시리 흐뭇하다.

 

흐뭇한건 흐뭇한거고, 이 책의 주인공 에두아르의 뚝딱거림과 작가의 빡치는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박장대소 구간이 군데 군데 있다 (요즘엔 티비도 날 웃기지 못하는데, 혼자 이렇게 웃어본 적이 정말 오랜만이다.)

 

에필로그에는 에두아르가 본인의 인생책에 대헤 소개하는데, 남편분이 작가님에 대한 관찰 에세이를 쓰셔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문화권을 초월한 시, 소설, 철학자의 명언, 연극 대사로 티키타카 하면서 하루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는 이 부부. 이 부부는 찐이다!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며, 마음 속 깊이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첨단기술의 이례없는 발전으로 인문학과 윤리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오늘 날,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부부이다. 가능하다면 나도 평생 이 두 사람처럼 살고 싶다.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그리고 간혹 그것이 실소일지라도, 웃음을 꺼뜨리지 않으며.

 

이주영 작가 인스타그램 @juyanvr (에두아르의 실물, 프랑스 생활 등을 엿볼 수 있다)

2탄도 집필 중이라 하신다! 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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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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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흔한 자기계발서겠거니 하고 리디북스로 다운받았는데, 이건 그냥 찐 과학책이다.

 

찐 과학책이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길어 완독하는데까지 시간이 더 걸렸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에서야 이 책을 다 읽게 되어 다행이다. 올 4월 이 책을 완독했는데, 나의 지난 3개월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책이며, 내 남은 앞으로의 인생을 이미 바꾼 책이다.

 

언급했다시피 리디북스에서 한국어판을 구해 읽었다. 솔직히 한국판 책홍보가 아래와 같아서 처음에는 다운로드가 살짝 망설여졌다 (유튜브 썸네일 뭔데... 마케팅 담당자 나와봐요ㅠ)

 

https://www.youtube.com/watch?v=KXCT2Nf6pjY 

사이비 자기계발서같아 보이는 영상 트레일러..... 절대 저런 내용 아님......

 

원본인데 과학책인만큼 신비롭고 예쁜 커버이다. 한국어판은 걍 자기계발서 되어버림..

 

암튼 각설하고, 빌 게이츠도 추천한 책이다. 작가는 보통 자기계발서 단골 작가 직업 라이프 코치가 아닌 찐 “신경뇌과학자”이며, 수면과학 분야에서 최고 석학으로 꼽히고, 현재 UC 버클리에서 Neuroscience와 Psychology 교수로 재직 중인 Dr. Matthew Walker 교수이다. 링띤에 들어가보면 구글 수면 advisor로도 활약한 전적이 있음...

 

암튼 이 책을 읽고 지난 3개월 간 잠의 quality를 자가 컨트롤 해보려고 노력해왔는데, 요즘 체력적인 컨디션이 최상이다. 학교 다닐 때 이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 책의 발간은 2017년, 내가 이미 학교를 끝내버린 시기 ㅋㅋㅋ)

 


 

아래는 내가 책을 읽으며 highlight해놓은 노트 및 페이지 수, 그리고 이에 대한 부가 설명이다:

 

🌙 모든 선진국에서 성인들은 대부분 현재 단상 monophasic 패턴으로 잠을 잔다. 지난 수천 년 동안의 생활 방식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케냐 북부의 가브라족이나 칼라하리 사막의 산족 같은 수렵 채집 부족들은 이상biphasic 패턴으로 잔다 (274).

= 인류는 산업화가 되기 전까지 낮잠을 잤다는 말씀… 요즘 현대인들은 낮잠을 스킵하고 통잠을 한번에 자는게 별로라는 말.. 

🌙 이제는 잠이 동물계 전체에 공통된 특징이지만, 종 내와 종 간에서 양(시간) 형태 (뇌의 절반, 뇌의 전체), 패턴 (단상, 이상, 다상)이 놀라울 만치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288).

= 이게 엄청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작가는 인간의 수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의 수면까지도 샅샅이 파헤친다 (진정한 수면 뇌과학 덕후임.) 이 책에는 범고래, 다람쥐에 땃쥐, 홍학에 고양이 수면까지 소개된다. 범고래나 홍학은 수면을 취할 때 뇌의 반쪽만 수면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범고래 새끼는 초식동물들이 태어나자마자 걷는 것처럼, 태어나자마자 무리에 합류하기까지 엄마 고래를 따라 사나흘 정도를 잠을 자지 않고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 자폐아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렘수면의 양이 30-50% 적다 (329).

= 고양이 수면에도 나오는데, 인위적으로 뱃속에 있는 태아 고양이(?)의 렘수면을 방해하면 태어난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ㅠㅠㅠ (연구가 뭔지… 인간이 제일 나쁘다 진짜...)

🌙 알코올은 렘수면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331 페이지). [태아의] 자연스러운 수면 상태에서는 시간당 381회로 정상이었던 호흡 속도가 알코올 세례를 받자 시간 당 겨우 4회(!!오타아님)로 떨어졌다 (336).

= 임신 중 음주가 무척이나 해로운 이유이다. 임신인 채로 알코올을 섭취하면 산모 뿐만 아니라 태아의 렘수면이 말도 안되게 줄게 되고, 자폐로 태어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는 것도 과학적으로는 myth라고 한다. 오히려 렘수면을 못하게 되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렘수면을 스킵하게 되어 일찍 일어나는거라고.

 

= 앞서 언급했듯, 렘수면 부족이 자폐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비렘수면이 부족하면 조현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비렘수면은 뇌 정보를 가지치기하는 역할을 하는데,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비렘수면이 없어진다고 함. 그래서 작가는 청소년기에 특히 카페인 많이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 [수면 시간이] 특히 여섯 시간 미만일 때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몸이 지치는 시간이 10-30퍼센트 더 빨라지고, 호흡량도 상당히 줄어든다 (500).

🌙 주요 정신질환 중에서 수면이 정상인 사례는 전혀 없다 (577). 정신 의학은 오래 전부터 수면 교란과 정신 질환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 의학의 주류 견해는 정신 장애가 수면 교란을 일으킨다는 쪽이었다… (578).

= 조심스러운 이야기이나, 여태껏 흔한 생각 중 하나인 정신질환 원인 → 수면 장애 결과가 아니라 수면 장애 원인 → 정신질환 결과…를 배제할 수 없다고 함.

🌙 …렘수면 꿈은 낮 동안 겪었던 힘든, 심지어 정신적 외상까지 일으킬 수 있는 감정적 사건들에서 고통을 제거함으로써, 다음 날 아침에 감정을 해소한 상태로 깨어날 수 있게 해준다 (791).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주요 화학 물질의 농도가 이 꿈꾸는 수면 단계에 들어갈 때 뇌에서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진다 (792).

= 스트레스 받으면 일단 그냥 푹 자는겨 (렘수면 필수).

🌙비렘수면 = 기억 굳히기

🌙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기억에 저장된 다른 경험들 사이에 끼워넣는 일 = 렘수면 & 꿈 (883).

🌙 수면제 산업은 미국에서 연간 매출액이 무려 300억 달러에 달한다 (922).

🌙 이 장을 쓰고 있는 현재, 의료 과실이 심근 경색과 암 다음으로 미국인들의 세번째 사망 원인이라는 새로운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1224).

= 의사들의 수면부족 & 그를 부추기는 컬쳐는 사회의 독.

🌙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오전 1시에 지쳐서 교대 근무를 하는 잠을 제대로 못 잔 담당자들의 실수로 빚어졌다 (1238).

이 외, 사람은 각기 다른 life phase에 따라 바이오 리듬이 달라지는데, 사회적인 문제로 모두 비슷한 바이오 리듬에 맞춰 살아가야 해서 문제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청소년의 바이오 리듬은 성인보다 더 늦다고 한다. 작가에 따르면 청소년은 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하는데, 학교 시간이 이른 오전이라 렘수면을 다 못채우고 일어나서 큰 문제라고 함. 요즘 청소년들은 또 카페인에 더 노출이 되기 때문에 렘수면 + 비렘수면 둘 다 부족해서 큰일이라고. 작가 말에 따르면 본디 청소년은 12시 넘어서 한 시~두 시 정도에 자서 10시~11시 정도에 일어나야 한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우리가 중2 때 그렇게 잠을 안잔거구나~)

 

반대로, 노인들은 바이오 리듬이 더 앞당겨 진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들이 일찍 일어나는거…) 하지만 사회 활동을 하려면 일반 대다수의 성인들과 같이 놀고(?) 먹고(?) 자다보니 저녁에 꾸벅 꾸벅 졸다가 뜬 눈으로 지새고 잠을 푹 못자고 일찍 일어나고 또 저녁에 꾸벅 꾸벅 조는 일을 반복, 이로 인한 수면 부족으로 자연스레 기억력이 감퇴되기 때문에 흔히 노인들의 수면 부족을 치매라고 오해하고 병원을 먼저 찾고 치매 진단을 내려버리는게 문제라고 꼬집는다.

 

책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작가가 Ted Talk 등 수 많은 강연에서 강의했으니 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너무나 좋은 책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완독하셔서 인생의 1/3을 차지하는 수면의 질을 확 높히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3&v=5MuIMqhT8DM&feature=emb_logo 

https://www.youtube.com/watch?v=c1yGw_hfE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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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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