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개시한 책이 찰스 두히그(Charles Douhigg)의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이라니, 참 감사하다.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책 노트가 빼곡한데, 그 중 내가 어제 남친에게 열과 성을 다해 설명했던 부분에 대해 적어내려가고자 한다. 아직 완독도 못한 책이다.

 

2007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론다 번의 책 "시크릿".

 

모든 것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책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안읽었다.

 

시크릿 저자인 론다 번과 박근혜 전대통령... 물론, 이 둘의 상관관계는 없다 ㅎ

 

음, 일단 이 책이 사이비다, 유사과학이다? 뭐 이런 저런 논란이 많은 것 같은데, 론다 번은 찰스 두히그에게 빚진걸지도 모른다. 왜냐면 찰스 두히그가 "습관의 힘"을 통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과학적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ㅋㅋㅋ (그 정도의 차이가 심하긴 하다.)

 

일례를 들어보자.

 

마쉬멜로우를 앞에 두고 먹지 말라고 지시받은 아이들이 있다. 그 중 반은 앞에 놓인 말랑 말랑 달콤함의 유혹을 지나치지 못하고 마쉬멜로우를 먹어치웠다 치자. 그 중 반은 입맛을 다시면서도 먹지 않았다.

 

그럼 마쉬멜로우를 눈앞에 두고 먹지 않은 애기들은 왜 먹지 않았을까?

 

이 애기들이 나머지 절반 애기들보다 마쉬멜로우를 안먹겠다는 의지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 의지력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근데 이 의지력이라는 것은, 무형(無形)한 것이다. 마치 "믿음"이나 "신념"처럼 말이다. 수치로 잴 수 없다 (물론 자가 조절 관련 호르몬 수치 등을 조사해 유추해볼 수는 있겠다.)

 

마쉬멜로우를 참은 애기들과 못참은 애기들의 의지력을 수치화 시킬 수 없다. 결국 그들의 "의지력" 차이는 그들의 행동(=마쉬멜로우를 먹었냐, 참았냐)으로 유추, 결론내어 진다. 근데 그럼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되는데?

 

도대체 이 두 그룹 애기들의 "의지력"은 어디서 어떻게 차이가 나게 되었을까?

 

만약 이게 100% 타고나는 호르몬 문제라 하면, 남다른 의지력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과 연쇄 실패, 좌절하는 사람들은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인가? 아, 그건 너무 슬프다.

 

이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의지력은 근육과 같이, 후천적으로 기를 수 있다.

 

습관의 힘 제 5장은 이에 대한 연구 하나를 소개한다.

 

1992년, 영국의 한 심리학자가 스코틀랜드 병원 두 곳에서 평균 연령 68세의 매우 저소득(연수입 1만 달러 이하), 고졸 이하 학력의 피실험자 60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고관절 혹은 무릎 관절 교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었다. 이 실험의 목적은 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의지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삶의 끄트머리에서, 관절 근육을 절단하고 뼈를 잘라 내야 하는 수술 이후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의욕이 없었다. 재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는 극심한 고통이었고, 특히나 노인 환자들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라리 죽고 말지"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때 심리학자는 피실험자들에게 재활의 목표를 스스로, 또 구체적으로 적으라는 지시만이 쓰여져 있는 백지를 나누어 주었다. 목표를 쓴 환자들과 아무것도 쓰지 않은 환자들의 회복 정도를 비교할 요량이었다.

 

결과적으로, 백지에 계획을 착실히 적은 환자들이 계획을 적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두 배나 빨리 걷기 시작했고, 세 배나 빨리 휠체어를 타고 내렸으며, 정상적인 삶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이 과연 구체적인 목표를 적은 것 뿐이었을까?

 

이 심리학자는 재활 치료에 성공한 환자들의 더 본질적인 공통점을 발견했다. 통증이 예상되는 특정한 순간(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순간, 본능적으로 저항하게 되는 시그널)에 대처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스 정류장까지 매일 부인을 마중나간 환자는 그 산책이 너무 길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의 난관을 상세히 열거하고, 이를 이겨내는 방법을 미리 머릿속에 상상하며 멘탈 훈련을 했다. 마지막으로, 행위(산책)가 끝났을 때 얻는 보상을 다시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렸다. 이 환자에 경우, 환한 얼굴로 이 환자를 맞이할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이었다.

 

신호: 부인이 집에 돌아올 때에 맞춰 버스 정류장까지 산책 나가는 시간 오후 세시 반

반복 행동: 산책 (매우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지만, 다시 걷고 싶다!)

보상: 아내의 환한 얼굴, 오늘도 해냈다는 보람.

 

이들은 아무리 포기하고 싶어도, 이러한 패턴을 통해 "의지력"을 "습관화"시켰다.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다.

 

반대로, 아무런 계획도, 멘탈 트레이닝도 하지 않은 환자들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그냥 포기해버렸다.

 

이 책에 따르면, 의지력은 근육과 같아서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의지력의 그릇을 키우면, 어제의 나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더 잘 대처하고, 덜 포기하게 되며 따라서 목표 달성을 더 많이, 잘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같은 장에 올림픽 수영 챔피언 마이클 펠프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마이클 펠프스가 수 많은 세계 신기록 중 하나를 세웠을 때 그는 사실 물안경에 물이 들어찬 사고를 경험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눈에 물이 들어가, 눈앞이 깜깜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말이다.

 

 

펠프스는 어린 시절 수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코치에게 한 가지 지시를 받고 이를 매일 행했다고 한다. 바로 수영의 첫 스타트부터 1등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까지, 팔을 몇번 휘저어야 결승에 도달하는 것인지까지 눈을 감은채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돌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펠프스는 눈이 안보이는 상태에서도 몇번 팔을 돌려야 턴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결승점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결국 사고가 터졌음에도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던 것이다.

 

이는 서비스업 기업들이 특히나 많이 트레이닝 시키는 부분이라 한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적대적인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반복 행동을 습관화하는 방법을 강도높게 훈련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스타벅스 라테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L (Listen 귀담아 듣고)

A (Acknoweldge, 고객의 불만을 인정하며)

T (Take Action, 해결 행동을 취하고)

T (Thank 고객을 감사하며)

E (Explain 문제가 일어난 경위를 설명)

 

결국 스타벅스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고객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비록 그들이 진상일지라도), 적절한 대처를 로봇처럼 자동화(=습관화) 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스트레스에 짓눌린 변곡점에서 사용하는 수십 가지의 반복행동을 가르친다고 한다.

 

이 책은 전반에 걸쳐 나쁜 습관이 언제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지 설명한다. 나쁜 습관이 다시 자리잡는 경우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쌓였을 때나 큰 변화를 겪었을 때다 (= 역시나 스트레스).

 

따라서, 나쁜 습관(예를 들면 습관적 포기)에 다시 좌절되지 않으려면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를 잘 넘겨야 하고 (의지), 평소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이 때, 머릿속에 그리는 스트레스 상황과 보상은 구체적이고 명확할 수록 좋고, 또 자주 그려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라는 주문은 결국, 좋은 습관 고리에 필연적인 "멘탈 트레이닝"이며 ➞ 이를 통해 인간은 의지력을 길러 좌절 상황을 무사히 잘 넘기게 되어 ➞ 다시 한 보 앞으로 목표에 전진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을 무사히 잘 넘기면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확율이 더 높아진다.

 

내 성격은 그리 둥글지 못한데, 100% 사람 대하는 직업인지라 간간히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다.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99%의 확율로 내 클라이언트들은 모두 똑똑하고 서윗한 젠틀맨과 레이디들이시지만, 아주 가끔 진짜 유니콘처럼 엄청나게 무례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평소에 기분이 표정에 다 드러나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표정 관리가 안됨 ㅋㅋㅋ

 

이 챕터를 읽고 진짜.. 나도 스타벅스 직원들 처럼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멘탈 트레이닝 빡시게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이게 습관이 될 때까지 말이다. 2022년 새해 목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멘탈 트레이닝은 정말 어느 상황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작게는 내가 왜 매번 운동을 포기하게 되는지ㅋㅋ를 극복하는 시나리오부터, 크게는 내 인!!생!!목표!! 뙇!!..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어제 이 얘기를 해줬더니 ㅋㅋㅋ 남친이 오늘 장독대 스크린에 띄워두고 일했다. 내 꿈이 킬러 키친 있는 하우스에서 장독대 50개 안에 각종 김치와 장들을 담아두고 사는 거라고 누누히 세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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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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