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고삐가 쬐끔 풀린 토론토 일상 (채식 베트남 쌀국수 / 화덕피자 / 추천 카페)
일상다반사/캐나다 일상 2021. 6. 20. 13:24 |지난 주 금요일인 6월 11일부터 온타리오 정부가 패티오 개장을 다시 허용했다.
겨울이 긴 토론토는 패티오가 있느냐 vs. 없느냐 차이로 매출이 많이 갈린다. 현지인들이 정말 목이 빠져라 여름에 패티오 식사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는 것만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곳도 역시나 시국 탓에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었다. 때문에 아래와 같은, 도로를 이용한 패티오 개장을 잠정적으로 허용해 준 듯 싶다. 도로 위 패티오를 위한 꼬깔콘 및 콘크리트 블록 등이 토론토시 소유로, 시에서 패티오 개장을 원하는 식당들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패티오까지 설치 못하게하면 정말 봉기 일어날지도..
아무튼 그 탓에 가뜩이나 비좁은 도로가 꽤나 엉망진창인 상황이다. 사람들 다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이번 여름은 내내 이럴 듯 하다.
나도 지난 금요일 패티오 개장이 허용되자마자 나름 외식을 열심히 했다. 테이크 아웃하면 특히나 맛이 떨어지는 국수집 위주로 돌았다 (중국 란주 라미엔 -> 베트남 쌀국수 -> 짬뽕 / 짜장 / 탕수육 순).
지난 주,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쌀국수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패티오가 잘 구비되어 있고 채식 쌀국수에 채소만 들어 있는게 아닌 콩고기도 들어가 있다길래, 주말을 맞아 남자친구 친구분들과 오랜만에 단체 외식을 하기로 했다.
사람이 붐빌 것 같아 느긋하게 오후 2: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멀리 운전해서 갔더니 아뿔싸. 이 집은 글쎄 오후 4시부터 장사를 한단다. 주차해놓고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너무 일찍 왔다고, 조금만 있다 오라 소리치신다. 나는 늦은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오전에 콩나물국에 밥말아먹고 왔는데, 친구분들은 정말 아무것도 안 먹고 쫄쫄 굶고 왔다고...
급한 불 끄는게 문제였던지라 이 동네 사는 친구분 추천을 받아 Drake Commissary라는 곳으로 향했다. 직접 구운 빵, 화덕 피자, 수제 버거 등을 파는 카페 겸 바이다. Larder이라는 명칭답게 수제 케챱 및 각종 디저트와 양념 등도 취급하며, 바로 옆에는 양조장이 있어 수제 맥주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뭔가 디스틸러리 느낌이 나는 곳으로, 근처 Museum of Comtemporary Art Toronto Canada가 있다. 바로 앞의 잔디밭은 (역시나) 콘도가 들어선다고 이미 굴삭기로 땅을 엎어버린지 오래. 이 동네에는 벽돌로 지은 건물이 많았다.
나, 남자친구, 남자친구 친구 부부, 남자친구 친구분까지 5인이었던지라 패티오는 거절당했다. 대신 친구분 오피스가 같은 빌딩에 있어서, 테이크 아웃 한 다음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코시국만 아니었다면 버글거렸을 내부.
번이 쫄깃하고 맛있었던 수제 베지 버거 (한 입 뺏어먹어서 안다.)
이후 근처 Ethica Coffee라는 곳에 들러 에스프레소 한잔 씩 뽑아 마셨다. 여기 커피 산미 장난 아니다. 예상치 못했던 터라 좀 놀랐다. 크레마가 예술이다. 커피콩을 직접 볶는다고 한다.
근처 기찻길 인근을 한바퀴 돌고, 다른 약속이 있는 친구분 1과 빠이한 후 (오피스 개방 감사합니다) 친구 부부와 다시 포집으로 향했다. 절대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오늘 내 미션은 콩고기가 들어간 채식 뽀를 먹는 것이었기에 ㅋㅋ
포집은 2060 Dundas St. West에 있는 Cafe Pho Nho: https://phonho.ca/
주차자리도 서너군데 정도 있고, 근처 주택가에 스트릿파킹도 가능하다. 애로사항은... 매일 매일 4시부터 여는 것과 ㅋㅋ 오로지 현금만 받는다는 것.
벽에 붙어있는 QR코드로 메뉴를 보고, 주문서에 메뉴와 수량을 적어내는 시스템이다.
아직도 우리가 시킨 번호가 기억난다.
133번 스프링롤 하나: $6.25
73번 컴비네이션 베트남 쌀국수: $9.50 X 2 = $19
78번 생고기 & 익힌 고기 쌀국수: $10.50
102번 채식 쌀국수: $10.50
스리라차에 해선장이 저렇게 반반 따로 나왔다. 아마도 코시국이라 소스통째로는 안주는 듯. 나는 해선장 안먹는뎅 ㅋㅋ
스프링롤 추천한다. 토론토에서 먹어본 튀긴 스프링롤 중 손에 꼽는다. 나는 보통 새우가 들어간 fresh 스프링롤만 먹기 때문에 튀긴 스프링롤은 어차피 많이 안먹어봤지만, 아무튼 슈퍼에서 공수한, 기름 잔뜩 먹은 눅눅한 냉동 스프링롤이 아니다. 맛있었다.
남자친구가 시킨 78번 뽀. 숙주, 바질 등은 넣지 않은 상태. 고기 뿐 아니라 비프볼에 천엽에 각종 소 부산물에, 이건 그냥 컴비네이션 뽀였다.. 고기만 먹는 남자친구는 도대체 뭘 시킨거냐며 경악 ㅋㅋ (그냥 빼고 먹어..)
이 집은 여타 뽀집들과 달리 모든 요리가 원사이즈인데, 양이 많다. 특히 국물이 엄청나게 많고, 아주 펄펄(!!!!) 끊는다. 저 사기그릇을 만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우리 모두 서버분들 손가락 안녕하신지 매우 걱정했다...)
내가 시킨 채식 뽀. 위에 고기처럼 보이는건 콩고기로, 텍스쳐는 마치 느타리버섯을 먹는 것 같은 꼬들꼬들한 식감이다. 유부? 동두부? (아마도 유부)도 들어가 있고, 표고버섯도 있고, 청경채, 배추에 심지어 무우까지 들어가 있다.
내 뽀와 남친 뽀.. 국물 한번 맛보고 동시에 내뱉은 말은.. "달다!"
이 집, 국물이 달아도 너무 달다. 아쉽게도 나는 단 음식을 대체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ㅜㅜ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 내 맘의 1등은 크리스티에 있었던 옛 뽀집 Pho Rex (여기가 정말 토론토 최고였는데 안타깝게도 문을 닫았다.) 그 외는 오싱턴 Pho Rùa Vàng Golden Turtle Restaurant (특히나 fresh 스프링롤이 일품이다), 다운타운 이스트 Mi Mi Restaurant, 쏜힐의 Pho Bistro, 그리고 내가 정말 애정하는 (하지만 모든 곳에서 파는 것은 아닌) Pho Do Bien을 위한 다운타운 이스트의 Pho East (Pho Do Bien을 좋아한다면 BC 주의 Pho Boi S2가 정말 맛있다. 토론토에는 지점 없음.)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두 끼나 밖에서 외식을 했다. 특별한 목적없는 지인들과의 나들이가 얼마만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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