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2일 차

 

2일, 3일 차는 남친이 남친 회사 사람들이랑 풀로 일하는 날이다. 오피셜 워크숍 날들. 애초에 이거 한다고 멕시코 옴

 

팀원 중에 폴란드 직원이 있어서, 그 직원 만나겠다고 겸사겸사 멕시코로 모두 모인 자리. 폴란드 직원은 러우전쟁 때문에 하늘길이 막혀서 경유로 돌고 돌아 24시간 만에 멕시코 도착했다고;

 

이 때까지만 해도 남친몬도 이 직원은 줌으로만 봤지, 실물로 본 적은 없었음.

 

점심도 자기들끼리 먹고 -_- 저녁은 패밀리 디너 할거라길래 저녁에 다들 얼굴 보겠구나 싶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먹으러 가는 길

 

리조트 유일의 뷔페 World Cafe 앞에 엄마 고영희 보니또가 세상 편히 앉아있다. 나중에 얘 나랑 엄청 친해짐..

 

 

7시 쯤? 꽤 일찍 간 것 같은데 왜이렇게들 부지런 하신지; -ㅅ- 폰카 영상으로 찍은거 캡쳐한거라 화질구리주의

 

 

각족 또르띠야를 버무린 메뉴와 치즈, 생양파, 할라피뇨 장아찌, 올리브, 토마토, 호박 볶음 등

 

앞서 얘기했듯, 멕시코 음식은 옥수수 - 콩 - 호박을 빼놓으면 말할 수 없다고. 옥수수랑 콩은 납득 가는데 호박은 정말 의외였다. 치첸 이트사 현지인 가이드가 말해줌.

 

남친은 여기서도 팬케잌, 계란, 오트밀에 과일

 

로보트여 로보트..

 

 

하늘이 좀 심상치 않았던 아침시간

 

조식 먹고 바닷가 가는 길에 남친이 갑자기

 

"오우!" 탄성을 지르며

 

맞은편에 걸어오는 젖은 머리에 비치타올을 감싼 수영복 커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말로만 듣던 폴란드 직원 커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여친이랑 수영복 차림으로 첫대면 하는거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두 커플 모두 좀 뻘쭘했다.

 

아무튼 이른 아침부터 수영장에서 놀고 오시다니.. 참으로 부지런한 분들이구먼 싶었음

 

 

커피도 짠~ 하고

 

바람도 많이 불고 비오려는 낌새가 보여 좀 누워보려던 찰나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 때 잠깐 뿐이었지 곧장 맑게 개었다.

 

문제는 남친이 그때부터 일하기 시작함

 

나는 버려짐 ㅋ.ㅋ.ㅋㅋ.ㅋ.ㅋㅋ

 

혼자서도 잘 놀겠다는 다짐을 했으나 나는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일하는거 따라도 다녀보고 👀...

 

 

나 홀로 리조트 투어도 하고 해변에 누워있어도 보고

 

 

동물 칭구들도 많이 만남.

 

이 리조트엔 이구아나들이 많이 사는데 평일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여기 터줏 이구아나들 소개해주는 시간도 있다. 난 이구아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엄청 순한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레몽이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 사람들이 왜 이구아나를 반려로 키우는지도 이해가 가겠더라...)

 

중간중간에 리조트와 연계된 투어도 알아봤다.

 

남친은 휴양파인데 나는 완전 관광파라서 나는 무조건 관광일정을 소화해 내고 싶었다. 나 혼자서라도 말이다.

 

홀로 로비에 가서 투어 책자를 가져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뒤져봄.

 

리조트에서 제시하는 가격 하나하나 다 기록해서 익스피디아랑 비교해보고, 미국 사이트 또 캐나다 사이트랑 비교해보고, 동선도 짜보고 여러 상품을 비교도 해보고 하여간 혼자서 조용히 바빴다.

 

자 이제 점심시간

 

전날 제대로 된 숯불향이 인상깊었던 Seaside Grill에 갔다.

 

이 가족/커플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혼자 입장하니 뭔가 나 혼자 남친이랑 싸운 사람 같았음 ㅋㅋ

 

자리에 앉으니 아니나 다를까 서버가 또 물어봄

 

"일행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아니용;"

 

아.. 남친이랑 싸웠구나.. 싶은 2초 간의 정적이 흘렀음

 

저 안싸웠어요

 

안싸웠다고요 ㅋㅋㅋㅋㅋ

 

 

세비체, 과카몰리

 

또르띠야 벌써 물리기 시작함 ㅠㅠㅠㅠㅠㅠㅠ

 

 

전날 탐했던 남친의 숯불꼬치

 

나도 시켰지렁~ 이번에도 숯불 바나나 사이드와 함께. 이 날은 특이하게 알아서 샐러드 세팅해주더라

 

 

피쉬 타코 시켰는데 그냥 bajan 생선이라 그래서 baja가 뭐지뭐지 찾아봄. 걍 타코에 넣는 튀긴 흰살 생선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대구)

 

냠냠뇸뇸 거의 다 먹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의 꼬마 아가씨가 지나감

 

회사 공동대표 딸내미였음 ㅋㅋ 만 8살인데 말도 많고 야무지고 에너지가 어마무시한 꼬마다..

 

나보고 지금 뭐하냐길래 밥 먹고 이제 일어나려는 중이라고 하니까 자기는 엄마랑 오빠랑 저~~기 풀장에 있는데 여기서 밥 테이크 아웃 할까 물어봤는데 안됐다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내가 구래~ 엄마랑 잘 놀고 이따 저녁에 봐~ 그랬는데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이 어린이의 의도적 접근이었다고 ㅋㅋㅋㅋㅋㅋ 엄마말 들어보니 이 딸내미가 내가 내년에 결혼한다는거 듣고 나한테 로비(?)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넘보고 있다고 했다. 안그래도 남친한테 결혼 언제하냐고 자꾸 졸라대서 남친이 반지 뭐할까? 했을 때 "핑크반지!" 해서 자기가 로즈골드로 맞춘거라고 ㅋㅋㅋ 웃으면서 얘기한 적이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한테 프로포즈 성공 지분 있다고 화동 시켜줘야 되는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ㅋㅋ 이렇게 관심이 많은거 보니까 아무래도 화동 시켜줘야 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그래서 패밀리 디너 때 얘 또 볼 줄 알았는데, 일 끝나고 돌아온 남친은 팍팍 쉰 파김치 그 자체였다.

 

거의 10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골머리 앓도록 논의하고, 빡세게 생각했다고 했다. 영혼이 거의 반은 나간 것 같았음. 그래서 패밀리 디너는 개뿔 다 취소했다고..ㅋㅋㅋ

 

둘이서만 전날 빠꾸먹은 멕시칸 식당에 다시 찾았다. 이번엔 드레스 코드 통과~

 

 

형형색색의 타일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인상적이었던 식당 내부

 

 

디폴트 에피타이저(에피타이저의 에피타이저)로 여기서 직접 반죽하고 구운 빵, 직접 만들었다는 하바네로 소스, 그리고 콩이 나온다.

 

걍 콩 갈아서 죽같이 만든 빈소스인데, 여기서는 고트치즈와 양파 등의 가니쉬를 얹었다.

 

하바네로 소스 너무 맛있어.

 

 

내가 시킨 서양배 샐러드.

 

 

메인으로는 문어구이. 서양에서 요리를 시키면 예를 들어 스테이크에는 감자+가 딸려나오듯, 이곳에서는 밥이랑 어떤 형태로든의 아보카도, 그리고 빈소스가 나오는 듯 하다.

 

 

디저트로 시킨 아이스크림. 한 입 먹으니 쿠바의 맛이 내 입안에서 요동쳤다. 쿠바에서 먹을 거 없어서 매일 퍼먹던 아이스크림과 같은 맛, 같은 텍스쳐 게다가 같은 색료의 빛깔이었다!! 크림을 얹어 내오는 것 까지 똑같다. 쿠바에 유통되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제품을 쓰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 마디로, 맛없으니 굳이 안시켜도 된다.

 

 

저녁 식사를 다 하고 남친이랑 리조트를 뱅뱅 걷는데 엄청 어려보이는 소년(??? 중3 정도 되어보였다)이 다가와서

 

사진 찍겠냐며

 

자기가 찍어줄테니 나중에 사진관에서 샘플 보고 그 때 구입하고 싶으면 구입하라고 한다.

 

ㅇㅋㅇㅋ하고 찍는데

 

환장하겠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소년님

 

왜 해 다 져서 깜깜한데 후레쉬를 키시는 거에여

 

후레쉬 켜서 뒷 배경 다 날려버릴거면 장소 이동하는 이유가 없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너무 열심히 성심성의껏 찍어주고, 우리에게 장소 이동과 여러 포즈를 요구하는 바람에 그냥 다 찍혀주고 옴 ㅋㅋ

 

우리한테 막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라는 주문하고

 

이리이리 저리저리 하라고 주문할 때 어찌나 웃기던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계속 싱글벙글 했더니 이 소년님께서 우리 커플 맞는거지..? 물어보심 ㅋㅋㅋㅋㅋ

 

주문하신 포즈가 다 우리 엄마아빠 90년 대 신혼여행 앨범에 있는 포즈들이었음

 

나름 신선하고 잼있었다 ㅋㅋㅋㅋ 비록 시간이 없어서 우리 사진은 리뷰도 못했지만 말이다..,,

 

더 가관인건 이 소년님이 다음 날에 풀장에서 남친이 회사 동료들이랑 회의하는거 보고 다시 찾아와서

 

사진 찍어 줄테니 키 큰 사람들이 키 작은 사람 업어보라고 했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 소년이 소속되어 있는 리조트 내 사진관

 

인스타 계정도 있고 웹사이트도 있음 @photodreamstulum

 

 

Photodreams - We make dreams last forever

“We received the photos and they are absolutely amazing. We cannot thank you enough, you and your team were wonderful to work with and we will highly recommend you to anyone we know looking to get married in Tulum. Thanks again!”

photodreams.com.mx

 

 

매일은 아니지만, 리조트 안 광장에서 이렇게 마트도 열린다.

 

 

프리다 칼로................................... 똑 뜯으면 목도 뜯김

 

 

여기 리조트는 밤에 아예 풀장을 닫아버린다.

 

남친이랑 인파를 피해서 멀리서 들려오는 라이브 뮤직 들으며 누워있었는데, 사진으로 못담아서 그렇지 하늘의 별들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토론토에서는 볼 수 없던, 정말 오랜만에 보는 공기 좋은 곳의 별이 송송 박힌 밤하늘 풍경에 그냥 헤~ 하면서 별멍 때렸음. 모로코 하늘 다음으로 별이 많았던 것 같다.

 

별이 반짝반짝거려서 왜저렇게 반짝이는지 남친한테 물어봤는데

 

남친이 그건 별들이 불타 죽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번쩍이는거라고 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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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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