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사람들을 취직시켰나 시리즈:

👉 1탄: 잡마켓에 대한 캐나다 사회/문화의 대략적인 설명

👉 2탄: 내 개인적인 경험담 (특히나 나와 같은 비상경 문과 학생들에게 바치는 글)

👉 3탄: 실전 전 마음가짐, 링크드인 가입

👉 4탄: 콜드메일/커피챗 팁

 

1. 잡마켓에 대한 캐나다 사회/문화의 대략적인 설명

 

나는 아주 가끔.. 가아끔 후배들에 커리어 어드바이스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그 때마다 내가 하는 얘기가 있다.

 

"착하게 살자.."

 

지금 학생인 친구들은 이 조언을 못알아들을지도 모른다. 보통 내가 받는 질문들은:

- 취업 어떻게 하나요

- 대학원 꼭 가야하나요

- GPA 얼마나 받아야 하나요

- 취업 시장에서 토론토 대학교가 얼마나 메리트 있나요

- 자격증 뭐 따야 하나요

 

등등.. 인데

 

나는 저 위 문제를 다 건들이기 전에, 우선 착하게 살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 물론 성자처럼 살라는 소리는 아니고, 최소한 친구 남친 여친 뺏지 말고, 남의 돈 떼먹지 말고, 뒷통수 치지 말고, 최소한의 평판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캐나다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누누히 듣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네트워킹 해라."

 

내가 미국에서는 안살아봐서 모르겠고, 영국 대학원 재학 당시에도 맨날 듣던 이야기다 (아, 물론 내가 LSE를 다녔다는 이유도 좀 있었겠다.. LSE가 워낙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보니)

 

도대체 왜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이랑 수다를 떨고, 그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가???

 

나나이모에서 우리 부모님과 왕래가 잦던 기러기 아버지가 한 분 계셨다. 그 분은 특이하게도 아내분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시고, 금지옥엽 외아들을 위해 당신이 휴직을 하시고 유학오신 분이셨는데, 한 마디로 말해 "선비" 스타일이셨음.

 

좋게 말하면 올곧고 매사 진지했고, 나쁘게 말하면 고지식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외골수셨다. 내가 기억하기로 현지 한인들과 어울림에 있어 어려움이 조금 있으셨던 것 같은데, 거의 유일하게 우리 부모님과는 잘 지내셨던 듯 하다.

 

아무튼 방학 때 집에 가서 이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캐나다에서 취업하기란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하다 말씀드렸더니, 이 분이 아주 심난해 하시며 심지어 화(?)를 내시는게 아닌가.

 

네트워킹이 그렇게 중요한 바닥이라니! 그럼 한국의 썩어빠진 연고주의와 다른게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오히려 더 썩은거 아닙니까??

 

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캐나다의 네트워킹은 한국의 학연, 지연, 혈연과 좀 다른 결이 있다.

 

나는 솔직히 한국에서 구직을 해본 적도 없고, 또 학연 지연 혈연은 이제 옛말일 수 있어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내가 상상하는 한국의 학연, 지연, 혈연과 캐나다의 네트워킹 위주 구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2. 캐나다의 네트워킹 위주 구직, "FIT" 그리고 실무자의 파워

 

내가 어렴풋이 이해하는 것이 맞다면, 한국의 학연, 지연, 혈연은 능력에 상관없이 특정 학교, 지역, 혈연 관계를 위주로 사람을 뽑는.. 행태이겠으나, 내가 느끼는 캐나다의 잡마켓은 특정 학교, 지역, 혈연에 상관없이 개개인의 능력에 못지 않게 "호감도"와 "성격"을 우선시 한다. 때문에, 기업 인사부(HR), 심지어 임원들보다 **hiring manager = 미래 사수 및 팀원들의 파워가 셀 수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여기 학교를 갓 졸업한 취준생이 있다.

 

이 취준생이 캐나다 명문 토론토 대학교를 나오던, 명문 할아버지 하버드를 나오던, 심지어 법대를 졸업했던, 기업은 상관하지 않는다. 이들이 명문대를 다녔다는 것은 그저 최소한의 성실함과 머리가 있겠거니~ 하고 유추하게 해줄 수 있는 한 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명문대 졸업생은 언제나 쌔고 쌨다.

 

내 경험상 캐나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신입 사원 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직원과 hiring manager, 그리고 전반적인 기업 문화의 "fit"이다.

 

이 취준생이 아무리 날고 기는 인재인들, 기존 사원들, 특히 훗날 사수가 될 사람과 마찰이 생기면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인 것이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인사부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실무진을 공략해야 한다.

 

이 부분이 내가 어렴풋이 느끼는 한국의 연고주의와 다른 부분이라고 본다. 한국은 임원 혹은 기업 내 실질적 파워가 있는 사람의 입김이 세다면, 캐나다는 한국에 비해 기업 내 파워는 약할지라도 훗날 개개인이 "함께 일하게 될" 실무진의 인사 파워가 더 세다. 아무리 높으신 분들이 이 사람은 프리패스, 이 사람 뽑아! 해도, hiring manager가 끝까지 싫다고 한다면 못뽑는 것이다.

 

과연 실질적으로 매일 매일 새로 뽑은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될 hiring manager가 학연, 지연, 혈연에 연연할까? 그 확율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구직자가 나와 같은 학교를 나오고, 나와 같은 동네에 살았다면 그건 분명 플러스다. 왜냐하면 인터뷰 초반 ice breaker로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근데 그 뿐이다.

 

나와 같은 좋은 학교를 나오고, 심지어 부모님들끼리 아는 사이이며, 웬만큼 똑똑한 듯 한데 얘기를 해보니 나랑 합이 안맞는다? 그럼 나는 또 다른 능력있는 지원자들을 찾아나설 것이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이 부분에 있어 학연과 지연이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유럽에 관심이 조금 있는 분들이라면, 캐나다에서는 추천서/reference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전문의 만나야 하는데도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ㅡ.,ㅡ

 

만약 GPA 쩔고 extracurricular 쩔고 나와 대화도 잘 통하는, 내가 뽑고 싶은 학교 후배가 내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을 수 있다. 얘랑 뮤츄얼 지인도 많다. 그래서 슬쩍 이야기를 흘려보았다. 얘 어때?

 

최소한 평범해~ 정도만 되어도 합격 쌉가능이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라면?..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능력이 등한시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Hiring manager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당연히 새로 들어오는 팀원의 능력이다. 능력 없는 팀원이 들어오면 hiring manager와 팀원들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수와 기존 팀원들과의 fit이 중요하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향후 마찰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면 서로 갈 길 가는게 피차 시간낭비, 돈낭비 안하고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3. 기업의 채용 과정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새로운 자리가 나오면 내부 채용에 먼저 눈을 돌린다:

1. 이미 동일 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니 기본적인 능력은 검증 됐을 것이고,

2. 동일 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니 기업의 문화와 fit이 어느 정도 맞는 사람일 것이다

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내부 채용에 실패하고 외부 인력을 채용하는 상황이 온다면, 기업은 hiring manager에게 추천을 올리라고 한다.

 

Hiring manager의 가장 큰 관심사야말로 1. 일을 잘해서 본인의 일을 덜어주고, 팀의 힘이 되고 2. Fit이 잘 맞아서 (= 잡음을 만들지 않고, 말을 잘 듣고 협업을 잘해서) 함께 오래갈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부 인력을 채용해야 할 때 hiring manager는 주위로 눈을 돌린다. 내 주위에 내가 채용하고픈 사람이 있는가?

 

만일 hiring manager가 강추하는 인력이 있으면 (얘 없으면 일 못해요) 그대로 채용될 수도 있지만, 보통 이 때 기업은 링크드인 혹은 Indeed 등의 현지 구인 사이트를 통해 공개 티오를 동시에 올리게 된다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함.) 때문에, 이 과정을 만약 내가 기적적으로 hiring manager가 미리 추천을 올린 인력보다 너무나 월등히 모든 부분에서 능력이 뛰어서 매니져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바뀔 수 있겠으나, 보통 공개 채용 자리는 이미 내부 추천을 받은 "내정자"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공개 채용을 통해 잡을 잡으려면 내가 알 수 없는 이 미지의 내정자와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_-..

 

그래서, 되도록이면 내가 바로 이 "내정자"가 되어야 한다.

 

4. 내정자 되는 법 (2탄, 3탄을 쓰기 앞서)

 

이 글을 읽고 학교 다닐 때 네트워킹을 등한시 했던 졸업생들이나 캐나다에 연고가 없는 구직자들은 앞이 깜깜할 수도 있겠다. 아니, 내가 아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기업 "내정자"가 되냐고요..

 

내 경험상 캐나다의 재밌는 점은 바로 사람들이 굉장히 오픈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피부색, 학력, 기타 등등 백그라운드에 상관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한 마디로 오지랖이 넓다..)

 

기본적인 능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의사소통 가능, 시간 엄수, 성실 등) 당신이 만약 절실히 구직 중이고, 본인의 장단점이 뭔지 잘 파악하고 있고, 배우고 싶은 열망이 크고, 일하고 싶은 분야가 구체적이라면 많은 캐나다인들은 당신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들이 당장 hiring manager가 아닐지라도, 채용을 원하는 그들의 친구들에게 당신을 "friend"라고 소개하면서 연결시켜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마치 프렌즈의 레이첼이 식당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잡헌팅 고충을 털어놓다 거짓말처럼 블루밍데일에 취직하게 된 것 처럼 말이다. (정확하게는 아마도 모니카 붙잡고 징징대다 이 사람이 엿듣고 오지랖 부린 듯.. 기억 가물 가물)

 

그래서 "네트워킹"을 하라는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2탄과 3탄에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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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요즘 인생 노잼 시기를 겪고 있다. 이런 시기가 거의 없었기에 내 3X 평생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아 보고자 각잡고 한번 글을 써내려가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더더욱 바랄 게 없겠고.

 

내 취미(? 라기 보다는 내가 가끔 행하는 일 ㅋㅋ) 중 하나는 사람들을 취직시키거나, 최소한 취업을 돕는 것이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말이다.. ㅡ_ㅡㅋㅋㅋㅋㅋ)

 

엄청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취직시키려 눈에 불을 켜고 다니거나 그런건 아니고, 주위에 취직에 대한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이 포착되면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취직에 성공 시킨다. 지난 3년 간 나를 통해 취직에 성공한 사람들은 여섯 명이다.

 

 

가장 최근 취직에 성공한 분은 당근마켓에 입사했는데, 본래 캐나다 취직을 희망하셨으나 한국에서 취업에 성공해버리셨다. 나는 캐나다 취직만 조언해드렸던지라 결론적으로 별로 해드린건 없는데, 반갑게도 취직 성공 소식을 전해주시며 내게 아주 큰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하셨다. (이제 생각해보니 감사 인사 안하셔도 됐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

 

내가 머리털나고 처음 취직시킨 사람은 일본에서 토론토로 왔던 워킹 홀리데이 학생으로, 홋카이도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한 일본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랭귀지 익스체인지를 아주 활발히 하는데, 그 때 만났던 학생이다. 그 학생은 보통의 워홀들이 1년 동안 캐나다에 머물면서 카페나 레스토랑 알바 자리를 알아보는 것과 달리, 캐나다 테크 회사에 "취직"을 하고 싶어했는데, 취직 활동 하느라 알바 안해서 생활비는 떨어져가는 와중에 면접은 커녕 서류 합격조차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 학생을 랭귀지 익스체인지 하면서 컨설팅(??) 해줬는데, 정말 거짓말 같게도 내가 말해준 방법으로 이 친구가 캐나다 현지 테크 회사에 취직이 되어버린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이때부터 몇 명을 취직시킨(?) 나는 작은 용기를 얻어 캐스모와 같은 카페에 취직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사람들이나 문과 전공으로 잡마켓에서 고전하는 과거의 나같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댓글을 열심히 달았는데, 이에 대해 검사커플이지렁~ 하는 악플러들에 시달리다 캐스모를 떠나게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오래 전부터 캐나다 취직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야무지고 똑똑한 분들이 많은데, 캐나다 취업 시장의 벽이 높다고 느껴져 (혹은 스스로의 영어 실력에 좌절하여) 원하지 않는 잡에 정착하고 한국 생활을 그리워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들었던 말): "네가 말하는거야 쉽지. 너는 여기서 학교 다 나왔잖아."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내 글이 재수없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그냥 안읽으시면 된다. 그리고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갓 이민오신 뉴커머 혹은 워홀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건 아니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1.5세 한인 대학생부터, 현실과 타협해 원하지 않는 직업 고시를 준비 중인 대학원생 (이를테면 LSAT이라던가), 스리랑카인까지 (최근 스리랑카분도 취직 도와드림..) 캐나다에서 잡을 얻고자 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한 글이다.

 

앞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대강의 아웃라인을 정해보자면:

👉 잡마켓에 대한 캐나다 사회/문화의 대략적인 설명

👉 내 개인적인 경험담 (특히나 나와 같은 비상경 문과 학생들에게 바치는 글)

👉 구직 실전 A-Z (많은 사람들이 하는 실수, 팁 등)

 

뭐 이 정도 되지 않을까?

 

사실, 캐나다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에 대해 쓰려면 나만의 가설(=뇌피셜) 뿐만이 아닌 사회적인 학술 자료를 긁어모아 이를 참고하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 읽은 책에 이 부분에 대해 연구 자료가 소개되어 있는거임 ㅋㅋㅋㅋㅋㅋ

 

가뜩이나 노잼시기 맞딱뜨려서 골골대던 차에 다시 한번 힘을 쥐어짜내 보련다.. ㅋㅋ

 

아, 물론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브로커도 아니며, 수수료나 컨설팅비를 1원도 받은 적 없는 그냥 평범한 소시민이다. 진짜 그냥 보람차서 도와주는거고, 쓰는 글임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만 구직활동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주는 어떨런지 모른다. 하지만 "원하는" 잡을 랜딩하기 위한 여정은 온주가 기타 그 어느 캐나다 지역보다 박터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내용에 그냥 캐나다가 이렇습니다~ 하고 일반화 할 예정이다. BC주/퀘벡주 친구들이 많기도 하고, 보고 들은 것도 있고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뇌피셜 ㅋㅋ)

 

소중한 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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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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