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고 두고 생각해왔던 것들로, 글로 써야지 써야지 하다 세 가지를 추려본다.

 

나는 현지 주류 사회와 아시아 기업을 연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일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들의 딜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완죤 보수적인 양국 정치 인사들부터, 다 늘어진 티셔츠 입고 미팅에 임하는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개발자들까지 각종 업계,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아래는 내 직장 생활 및 한국, 영국, 캐나다에서의 계약직 그리고 알바 경험 빅데이터를 통해 내 인맥 / 거래처 / 아시아계 기업들이 안이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했던 부분들 중 베스트 3를 추려본 것이다.

 

1. 이메일에 Thanks, Thanks in advance 되도록 쓰지 말자

 

Thanks는 thank you 보다 말이 좀 짧은 느낌이 든다. Appreciate~ 및 appreciate의 파생 단어를 쓰면 제일 공손한 표현이겠으나,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대부분 없고, thank you만 해도 충분하다.

 

Thanks는 서로 좋은 관계, 친밀한 관계에서는 비즈니스 이메일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표현이나, respect이 빠진 느낌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쓰지 않기를 추천한다. Thanks 쓰고 리스크를 안느니 thank you로 타자 몇 번 더 두드리고 리스크 없애는게 낫다.

 

Thanks in advance는 "미리 감사~" 같은 느낌으로, 도대체 뭘 미리 감사한다는건지 모르겠다. 내가 당신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아직 답변을 안했을텐데 지 혼자 미리 감사~ 이러고 앉아있으면 좀..

번외로 hi가 있다. 솔직히 hi는 자주 쓰이는 표현이나, 나는 개인적으로 hello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갈등 되면 짧은 말은 걍 피합시다...

 

 

영어가 상대적으로 상하관계와 예의가 두드러지지 않는 언어이기는 하나, 분명히 이 안에서도 예의라는 것이 존재하고, 친근한 표현, 무례한 표현, 존경을 담은 표현이 존재한다. 긴가 민가하면 되도록 예의 차리는 말투를 쓰는 편이 리스크가 적다.

 

2. 줄임말을 쓰지 말자.

 

없어보인다. 진짜로.

 

비즈니스를 biz로 쓴다던가, please를 plz로 쓴다던가. 친구랑 문자하는 것도 아니고..

 

앞서 말한대로, 서로 너무 너무 좋은 관계라면 어찌 어찌 우리는 찡그 찡그~😉 라는 느낌으로 사용해도 될,, 수도 있겠다. 근데 그거 타자 치는거 얼마 한다고 비즈니스 관계에서 없어보이는 편을 택할까..

 

최근 아찔했던 경험은, 내가 연결시켜 주는 너무나 명확한 갑을 관계의 두 사람 중 을에 해당되는 사람이 나를 참조하고 갑에게 이메일을 썼는데 줄임말 남발에 화룡정점으로 thanks in advance를 썼을 때다. 이런 경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을의 입장인 사람에게 내가 따로 연락해서 이런 식으로 쓰시면 좀.. 그렇습니다라고 훈수를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통 위와 같이 이메일을 쓰시는 분들은 영어 네이티브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도 이를 감안하여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영어 네이티브 현지인이 저렇게 쓰면 정말 예의없게 비춰질 수 있다.

 

오죽하면 Grammarly같은 영어 철자/문법 교정 스타트업이 15조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유니콘으로 등극했을까. 영어 쓰는 사람들이 모두 다 헤이~~~ 와쌉~~~! 하면서 격식없이 살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글로 글쓴이를 판단하는 경우, 여기도 비일비재하다.

 

이 글을 쓰니 이런 광고가... -_-ㅋㅋ

 

3. 전화 연결은 불시에 하지 말아주세요.

 

Email. Email. Email.

 

이건 케바케 사바사가 심한 부분이겠으나, 내 경험 상 대체적으로 한국인/한인들이 인더스트리에 상관 없이 불시에 전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이건 내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라도 젤 처음 써야지 싶던건데 ㅋㅋ 나 뿐만 아니라 전화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많은 MZ 세대가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맥락 없이 불쑥 걸려오는 전화가 정말 싫다.

 

이게 나만 이상한건가? 생각했다가, 실리콘 밸리에서 오래 근무 경험이 있으신 어떤 한인 분께서 비슷한 주장의 글을 쓰신걸 보게 되어 나도 용기를 내어 외쳐본다. 불시에 전화하지 마세요 -_-..

 

불시 전화가 싫은 이유:

  1. 양쪽의 시간 낭비이다: 연락이 필요한 쪽이 이메일로 연락이 필요한 이유와 원하는 점을 전달하면, 수취인이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해 답변할 시간이 주어지며, 필요하면 전화 연결로 이루어질 수 있다.
  2. 에너지 낭비이다: 요점 말고도 서로 구구절절 안부를 묻거나, 블라 블라 블라 하기 싫다.
  3. 내 경우 미팅 중일 때가 많아서, 어차피 전화가 울려도 못(안)받는다. 보이스 메일을 남기는 것 보다 그냥 요점을 딱딱 정리한 이메일 한 통.. 안되나요?

개인적인 이유로는, 전화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게 MZ 세대의 특징인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나는 정말 불시의 전화가 싫다. 넬렐렐레 울리는 전화 수락 버튼 클릭 한번으로 어떤 내용을 예상해야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 내던져지는게 싫고, 이리 저리 빈말 하고 돌려 말하는 서두도 귀찮다. 다시 한번, 피차 양쪽의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이다.

 

이런 경우는 전화 통화가 괜찮다:

  1. 미리 이메일로 전화 미팅 스케쥴을 잡은 경우: 어떤 내용이 의논될 지 숙지된 상태이며, 몇 시 몇 분에 전화벨이 울릴걸 예상한 상태.
  2. 이미 이메일로 내용을 전달 했고, 급한 일이라고 강조 했는데 답변이 전혀 안오는 상황 (더 자세히 아래 후술.)

개인적으로 내 경험상 이해 안됐던 부분들:

  1. 본인을 소개하기 위해 계속 전화 거는 경우
    • 이 경우, 예상치 못하게 인사가 길어질 수 있고, 부득이하게 전화 받는 입장에서 통화를 빨리 끊어야 할 수 있음. 그럼 예의 없는 것 같고 찜찜함. 죄송한데 지금 제가 바빠서 언제 다시 전화 해주시겠어요? 혹은 제가 언제 다시 전화드릴까요? 하는 것 조차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이다. 이메일로 먼저 내가 새로 부임한/취직하게 된 누구 누구다, 전화로 인사를 한번 하고 싶은데 언제가 괜찮겠냐? 라고 왜 먼저 못하는거죠..?
  2. 이메일 답변 바로 안준다고 계속 전화 거는 경우 ★★★
    •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서로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으나, 아시아계 기업에서 유난히 독촉을 많이 하는 경우를 마주한다.
    • 이메일 준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이메일 수신 하셨냐고 독촉 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본인에게 아주 우선순위인 일이라면 이메일에 그렇게 쓰도록 하자. 그러면 최소한 "이메일 받았습니다. 곧 연락 드리겠습니다" 와 같은 짤막한 답변을 줄 수 있다. 그럼 서로 마음이 편하다.
    • 일례로, 최근 어떤 아시아계 client에게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
      • "By the way, how is __(내가 해주기로 한 일)__ from your end?" 금요일에 미팅을 갖고, 불과 월요일 오전에 나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이미 미팅에서 수요일 전에 해주겠다고 얘기 했는데, 정말 기가 찬다. 본인도 수요일 이전에 좋다고 동의한 사안이다. 대학원 시절 내 지도교수님도 이렇게 독촉 안했다 -_-
      • 만일 상대방이 약속한 기한 내 답변이 없다면, 아래와 같은 짤막한 이메일 하나로 예의바른 독촉이 가능하다:
Hello ____,
I just wanted to follow-up with you regarding _____.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Have a great day.
Sincerely,
000
  • 번외로 내 상사가 답변 24시간만에 안준다고 나에게 전화 독촉한 사람들, 내가 답변 안준다고 우리 회사 전직원(CEO 포함)에 전화 폭탄 돌린 사람 등 정말 별의 별 인간들이 다 있었다. 말이 24시간이지, business hour로 치면 몇 시간 되지도 않는다. 나도 퇴근하고 주말 보내고 내 우선순위 일 먼저 처리해야할 것 아니여. 일각을 다투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차피 그게 우선순위로 올라가 알아서 처리될 일이다.

내 경험상 불시 전화는 한국인/한인들에서 오는 경우가 90%가 넘고, 나머지 지분은 현지 리얼터들이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발로 뛰는(?) 직업이다 보니 전화가 더 편한 듯.. 사실 이 글도 방금 현지 리얼터에게 다짜고짜 전화 와서 각잡고 쓰게 된 글이다.

 

번외로.. 아시아계 클라이언트 중에 내 카톡/라인/왓츠앱/위챗을 굳ㄷㄷㄷㄷㄷ이 추가하셔서 연락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메일로 자세히 답변드릴게요~ 하면 아니라고, 그냥 여기서 카톡으로 해달라고... 하시는데, 웬만해서 회사 일은 track record를 위해서라도 회사 이메일로 남겨두는 편이 좋으며, 이러한 메신저 사용은 이메일보다 피로도가 훨씬 높다.

 

그리고 팬데믹 동안 스팸 전화가 하도 판을 쳐서, 어차피 이제 모르는 번호 안받는다. 또 코시국 동안,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명함에 쓰여진 전화번호를 지워버렸다.

 

 

엄마한테 전화에 대해 이러 이러한 나의 느낌과 경험을 공유했더니, 나보고 이상하다 하신다. 엄마 세대는 다 전화로 소통 했다면서. 내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예의 차리는 현지인들은 전화 통화 전 나에게 먼저 내 스케쥴을 이메일로 물어보고, 의논하고 싶은 용건을 미리 말해준다. 아니면 진짜 촌각을 다투는 프로젝트에 같이 관련되어 언제 어디서든 전화해도 이상할게 없고, context가 다 숙지되어 있는 상황이라던지. 여기 분위기가 이렇다는 것을 알아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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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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