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일: 8월 25일 part II

 

아직 어린 나이지만 내 나이의 반을 외국에서 보낸 나에게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은 "남 참견 많고 오지랖 많은" 이미지이다. 물론 캐나다인들도 남의 뒷담화와 험담, 많이한다. 하지만 한국인 만큼은 아닌 듯 하다. 내 경험상 인신공격 또한 한국인이 으뜸인 것 같다.

 

이번 여름에 한국에 7년만에 방문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한국인들의 무의식적으로 남 이야기를 하고 트집잡는 일상이었다. 이모댁에 한달여간을 묵으면서 자연스레 초등학생/고등학생 사촌동생들이나 아주머니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온통 누구는 어쨌더라, 누구네 누구는 어디로 시집을 가는데 외모는 어떻고 어느 집안에 간다더라, 누가 더 아깝더라 는 둥 굳이 남의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의 얘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런 그들의 문화인 듯양 해서 적응하지 못했었다.

 

일례로 남고 2학년인 사촌동생과 명동 거리를 걸으면서 한국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정말로 한국에서 외모가 예쁘지 않거나 뚱뚱하면 공개적으로 욕을 듣는 상황을 겪을 수 있냐 물어봤더니 글쎄 그 아이가 하는 말이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 뒷통수에 대고 욕을 하고 비웃은 경험이 있다고.

 

"야, 니가 인간이냐?" 하는 내 말에 "뭐 어때,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하는 이 아이가 정녕 대한민국의 새싹이란 말인가... 이 아이의 말로는 대부분의 또래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있다고 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일으키면 곤란하겠지만, 여튼 그런 행동이 부끄럽지 않고 관대한(?) 대한민국의 사회가 많이 걱정이 되었고, 이상했고, 싫었다.

 

아무튼 나는 먼 타국 터키에서 욕을 먹었다. 그것도 같은 동포 한국인들에게.

 

익히 포스팅을 했다시피 나는 그리스에서 짐가방을 도둑맞아서 모든 옷과 소지품을 몽땅 잃어버린 채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구입한 현지바지 두장, 키 183에 100kg은 나가는 건장한 남동생의 상의, 그리고 짐가방을 잃어버린 날 입었던 옷, 달랑 그렇게만 가지고 터키/그리스 배낭여행을했다.

 

전날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서 한국인 팀을 여럿 보았는데, 그 중에는 한눈에 보아도 10대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그룹이 있었다. 한국에서 유행하던 폴로 카라티에 뿔테안경 등등 누가 봐도 한국의 고딩들... 남녀 섞여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고 시끄럽고 눈에 띄여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아무래도 이곳 일정이 다 뻔하다 보니 우리와 관광하는 루트가 비슷하게 짜여진 것 같았다.

 

근데 이자식들이 우리가 사진찍는 옆으로 와서 들으라는 듯이 크게 지껄이지뭐야.

 

"쪽팔리게 쪽바리처럼 입고다니면서 쪽팔리지도 않냐"

"어디가서 한국인이라고 하지 말아라 쪽바리야"

 

완전 나 들으라고 하는소리였다.

 

"누나, 쟤들 누나 욕하는데? ㅋㅋ" 하면서 피식 웃는 남동생.

 

누... 누나가 너희한테 뭐 잘못한거 있니-_-...

나잇살 먹고 왜저럴까 싶었다. 뭐 쟤들이 내 사정을 알 턱이 있나. 단지 나도 남을 겉모습으로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만 희번뜩 들었을 뿐 쪽팔리게 폴로 로고 겁나 크게 박혀있는 고딩들이랑 설전을 하느니 그냥 무시하고 말지 싶었다. 나 정말 성질 많이 죽었다 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그린투어가 시작되었다. 그 무리들과 함께.

 

 

 

 카파도키아는 지역이 워낙 광활하기 떄문에 보통 그린투어/레드투어로 나뉘어진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레드투어가 더 저렴한데 개인적으로도 관광이 가능해서 대부분의 배낭여행족들은 그린투어를 선택하는 듯 하다. 으흐라라 계곡이 현지인의 안내 없이는 힘든 루트라고...


그린투어: 피죤벨리-데린쿠유지하도시-으흐라라계곡-으흐라라 오픈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셀리메 동굴 수도원-귀젤유트의 그레고리교회-볼케이노호수-버섯바위 하사바-아바노스 공예상점-로즈벨리


레드투어: 괴리메 야외박물관-우치사르성-우치사르 오픈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버섯바위 파사바-우르굽 와인 테스트-데브렌트 벨리-케라벤세라이-아바노스-로즈벨리

 

 

데린쿠유의 지하도시. 안이 어두워서 사진은 많이 찍지 않았지만 초기 기독교인이 로마제국/이슬람의 탄압으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숨어 산 곳이다. 몇세대를 걸쳐 나중에는 사람들이 마치 골룸처럼 눈도 커지고 등도 위었다고 하는데, 손바닥만한 크기의 하늘이라도 보고싶어서 지상에 작은 구멍을 뜷고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마다 그곳만 쳐다봤다고 한다. 내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시작된 으흐라라 계곡 트랙킹. 그냥 더워서 헥헥거린 기억밖에... 기대했던 것보다 별거 없었고 그냥 흙먼지 태양볕밖에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 ㅠㅠㅠ 그저 앞사람 뒷통수만 보고 걷고 걷고 또 걷지요... 으앙 엄청 타겠다 하면서 징징거렸던

 

 

 

 

 

 

계곡 중간 쉼터에서 음료두도 마시고 멍멍이랑 오리도 보고 밀가루 반죽을 하는 현지 할머니들도 보고~ 사진을 찍으려 다가갔는데 엄청난 열기에 와 어떻게 저기서 스카프까지 두르고 저렇게 앉아있을까 하면서 엄청 존경스러웠던 ㅠㅠㅠ

 

 

 

 

 

 

 

점심식사를 한 오픈 레스토랑. 파리가 엄청나게 많았던 기억이... -_-;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나는 생선케밥을 시켰다. 워낙 더운 날씨에 지글지글 돌솥 케밥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스타워즈의 영화 촬영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비둘기 계곡, 피죤벨리. 

하지만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스타워즈 영화 촬영지라는 말은 루머란다.

 

 

일본인 같나요 -_-;

 

 

아무튼 그렇게 더웠던 그린투어가 끝이나고 파묵칼레로 경유하기 위한 터키의 주요도시 중 하나인 콘야로 떠났다. 천연 설탕이 유명하다는 콘야! 터미널 곳곳마다 이렇게 설탕과 터키쉬 딜라이트를 파는데 서로 나를 보고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야단들이다.

 

터키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도시 중 하나로서,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머리카락을 보이는 복장은 절대 금기시 되었다는데, 최근 많이 개방적이 되었다고.

 

 

 

 

이 아이가 나 덕분에 한건 했긔 ㅋ 귀여워서 기념품으로 설탕이랑 터키쉬 딜라이트 몇개 팔아줬다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를 떠날 때 처럼 이곳에도 군대를 보내는 마을잔치가 성대하게 벌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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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제 5일: 8월 21일


3시 30분 산토리니에서 아테네 행 페리 출발, 오후 11시 25분 아테네 도착일정.


페리 티켓이 예약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늦으면 좋은자리를 잡지 못하는데다가, 산토리니는 버린 패로 생각하고 어제 이아마을을 둘러 보았으니 마지막으로라도 항구에 가서 짐가방을 찾아보자 동생아 ㅜ.ㅜ 하며 한시간인지 한시간 반에 한대밖에 없는 항구로의 버스를 타고 일찍 페리 타는 곳으로 향했다. 항구에 주인잃은 짐가방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고 들어서 ㅠㅠㅠ


정말 짐가방 찾아 삼만리 했던 산토리니에서의 2박 3일이었다.


내려가니 아직 뱃시간이 멀어서인지 휑한 항구... 지중해의 따가운 햇빛 아래 이리뛰고 저리뛰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지않는 통에 이리묻고 저리묻고해서 겨우겨우 찾아낸 외딴 창고 하나... 뙤약볕을 맞으며 그곳에서 또 관리자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미쳐 ㅋㅋㅋㅋㅋㅋ


창고문이 열리고 내 가방을 쥐잡듯이 찾았지만 결국 없었고, 우리는 애꿎은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항구에 위치한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중 아무거나 내키는대로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만했더랬다. 메뉴판을 보니 술술술 온통 술에 땡기지도 않는 음식들이 뭐가 이리 다 비싼지.


감자튀김이 9유로... 밀크쉐이크가 6유로였나......


입맛도 없는데 연명은 해야겠고해서 꾸역꾸역 집어넣은 프렌치 프라이즈...


나름 유러피안 방식으로 식초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으며 그래 그리스는 내 나라가 아니었나보다... 유럽 어딘가를 떠돌아다닐 내 짐가방아, 안녕, 하며 쓰라림도 함께 삼켰다 ㅠㅠ


나의 환상의 섬 산토리니는 그렇게 끝이났다.





제 6일: 8월 22일


6시 기상, 조식 후 오전 10시 5분 아테네 공항에서 터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리스 항공이었는데 내 치약을 빼앗아갔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친절하게 말을 걸었는데, 터키와 그리스를 오가며 사업하는 터키인이라고 했다. 웰컴투터키~ 하면서 환하게 웃어주는데 지난 그리스에서의 일정간 이런 미소가 고팠던 사람으로서 엉엉 ㅠㅠ 그래 터키는 다르겠지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어쩔거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내 가방은 이제 찾을 수 없으니까하는 마음으로 남은 터키일정을 망칠만한 나쁜 감정을 모두 떨쳐버린 백지같은 상태에서 터키를 경험하고싶었다.


우리의 계획은 일단 11시 25분 터키에 도착 후 호텔에 체크인 하고 환전을 가장 잘해준다는 그랜드 바자르의 환전소를 가는 것이었다. 그 이후 시장을 둘러보며 쇼핑.


터키에 도착해서 멘붕상황을 두가지 겪게 되었는데, 첫번째는 비자문제였다. 한국사이트을 이용해 리서치를 해간 터라 우리는 캐나다시민은 터키에 입국하기위해 비자가 필요한지 몰랐고... 엄청나게 긴 줄을 서고나서 입국심사대에 들어섰는데 여권을보고 "넌 우리나라 못들어옴" 하는 심사원에 멘붕 멘붕 또 멘붕... 나중에는 그냥 비자를 사면 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예상에도 없던 비자값이 한사람당 100유로, 그러니까 200유로 현금으로 깨졌다.


한국인은 터키에 무비자로 30일 체류할 수 있지만, 미국 캐나다 등등 기타 해당되지 않는 나라의 시민일 경우 비자가 필요합니다 교포여러분 ㅠㅠㅠ


두번째는 우리가 공항사람에게 사기아닌 사기를 당했다는 것. 나중에 현지인들과, 그리고 다른 여행객들과 대화하며 깨닫게 된 사실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트램역이 어디인지 몰라 찾아 헤매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공항 information 오피스의 한 아저씨... 공항에서 운영하는것이니 수익에는 관심없을거라 생각한 것이 아주 큰 오산이었다. 어리버리 멍청해보이는 우리에게 스케쥴을 봐주겠다는 친절한 제안을 한 후 안으로 끌어들여 버스를 지금 예약하지 않으면 없다, 트램으로는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갈 수 없다, 등의 지금같으면 헛소리 중의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더니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밴과 이스탄불 다음 일정인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를 끊어주겠다고 했다. 한국은 우리 형제의 나라에요~ 하면서 물도 주고 지도도 봐주고 ㅠㅠㅠ 난 그때 너무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했건만 아저씨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택시를 바가지 씌우고 우리를 호텔 앞까지 태워다주었다. 뭐 아무튼 비싼 비용을 지불했지만 마지막 날 공항까지 가는 택시까지 예약해준 터라 그냥 편하게 이동했다 생각하고 그냥 웃고말았당 ㅋㅋ 터키에서 사기당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듣고있자니 우리가 당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라~ 하지만 결국에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는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했고, 우리가 알아본 버스티켓값보다 훨씬 비싸서 이미 우리는 엄청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ㅋㅋㅋ 아저씨 말로는 아마 5년전 가격인 것 같다며 어디서 이런 구닥다리 정보를 리서치 해온거냐며 ㅋㅋㅋㅋ 근데 나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아저씨도 돈벌어먹고 살고있는거에요 ㅠㅠㅠ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호텔 체크인에 성공했다. 이스탄불은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쾌적하고 바다가 알록달록 꽃과 바다와 공원의 조합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고 느낌이 정말이지 산뜻했다. 아테네에서 도착했을 당시와 180도 달랐다.


더워 미칠 것 같다고 찡찡거리는 동생의 입을 틀어막기위해 마트에서 마실 것을 좀 사고 (이 나라는 3L짜리 음료수가 즐비하당 ㅋㅋㅋㅋㅋ) 호텔에서 한 숨 돌리고 우리는 계획대로 그랜드 바자르로 가기위해 호텔문을 나섰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는 무려 15세기 중반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중 하나로서,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직후 술탄 메멧2세에 의해 옷감무역을 위해 지어졌다고한다. 현재는 3000여개가 넘는 상점들과 61개의 시장내 골목들, 그리고 25만에서 40만명의 관광객의 발걸음이 매일 끊이지 않는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하다. 일요일에는 열지 않으니 참고하시고 월-토요일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그랜드 바자르는 트램역 10m 남짓한 곳에있다. 찾기 무지 쉬우니 걱정마시길 :)


유명하고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시장인 만큼 바가지가 엄청나다. 흥정을 잘 해야 한다던데 이곳 상인들은 배째라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흥정이 쉽지는 않다...


우리의 (아니 아마 나만의) 목표는 시장을 둘러보기 전에 캐리어와 남은 일정 입을 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 짐가방 잃어버리고, 그래서 제대로 관광도 못하고, 비자문제 때문에 시간 지체 돼, 예상치 못한 비용깨져, 우울우울 했지만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능수능란한 몸짓으로 차이(터키식 차)를 배달하는 아저씨들과 왁작지껄 까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너희 둘 사진 찍어줄까?"하며 다가오는 어린아이들 덕에 이미 터키의 첫느낌이 좋았다.



저 램프들이 무지 탐났지만 어찌 들고다니랴 ㅠㅠ 색색깔 너무나도 아름다운 램프들 





그랜드 바자르는 정말이지 램프, 터키 현지 옷들, 스카프, 카펫, 가방, 그릇 등등 너무나고 화려하고 탐나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니 익숙한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그 중에는 나이가 너무나도 어려보이는,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팔목을 붙잡고 실크 스카프 한번 보고가시라며 어설픈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말하는데 가슴이 아팠다. 한창 뛰놀고 공부하고 미래를 꿈꿀 나이에 관광객들 호객행위나 하고있다니,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일까? 하며 순간 내가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며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여타 자본주의 국가의 사회적 기준에 맞춰진 나의 교만한 착각들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처음으로 들어선 터키 가방가게에 들어서니 주인 할아버지가 손목을 잡고 이끈다. 어떤 스타일, 어떤 디자인을 원하냐면서. 사실 가방이 모두 너무 예뻤지만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지도 않았던 상태이고 실용성이 없는 가방들 뿐이었는지라 탐났지만 다른 가게를 둘러보고 다시 오겠다고 말한채 나왔다. 몇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리며 흥정을 하던 할아버지는 엄청나게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나중에는 갈테면 가라하며 우리를 반 내쫒듯(?)이 했고, 아 우리는 터키 상인들을 상대하기엔 너무 허접한가보다 ㅠㅠ 하며 그랜드 바자르 더욱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나중에는 결국 돌고 돌아 그 가방가게로 다시 가게 되었는데, 실용적인 가방은 별로 찾을 수도 없고 그냥 가방 디자인이 예뻐서 살까말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들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게 할아버지는 나를 진짜, 말그대로 문전박대했다. "너한테는 팔고 싶지 않아. 나가". 라고 말했다. 진.짜.로.


겁나 상처받고 여기 왜이렇게 살벌하냐 ㅠㅠㅠ 하며 우리는 현지 여자들이 입고다니는 바지 두벌과 (이것도 흥정할려 했는데 잘 안해주더라 ㅠㅠ) 엄마 선물인 실크 스카프 한장, 그리고 나중에 시장을 나갈 때 즈음 골목에서 대충 캐나다 달러로 $15정도 하는 싸구려 캐리어를 샀다.


이스탄불의 여름오후는 그렇게 노을로 물들고, 우리는 일단 숙소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고 이틀 뒤 카파도키아 행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이스탄불 시내로 뛰어들었다. Nevşehir이라는 대형 버스회사의 대리점이었는데 정말 물어물어물어 찾았다... 내 기억으로는 한사람당 70리라였던 듯? (집에가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가까스로 티켓을 구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더위에 지쳐 헥헥대던 우리는 저녁을 마다하고, 엄마아빠와 보이스톡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그렇게 노곤한 하루를 마치고 골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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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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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일: 8월 20일


피라마을은 사실 교통의 중심지이지 볼 것은 없다. 최선을 다해 짐가방을 찾지 않았다는 후회를 하기 싫어서 이 날 버스정류장에도 다시 가보고 항구경찰에도 다시 가보고 전화도 여러번 돌리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지만 열매가 없어서 포기, 한숨 돌리고 산토리니의 하이라이트인 이아마을로 출발했다. 가방때문에 쓴 교통비만 해도 오바해서 산토리니 전체를 돌았겠다 ㅠㅠㅠ 이게 왠 개고생이야 ㅠㅠㅠㅠㅠ













막상 가보면 예쁘지 않은데 사진 찍으면 이쁜 산토리니 섬.

그 곳에서는 다시는 여기 안와, 사진빨 사기 섬이다라고 그렇게 욕을 하고 다녔는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또 예쁜 곳이다.

하지만 절대 다시는 안가.





이아마을에서 보는 석양이 그렇게 예쁘다고 해서 한두시간 전부터 뷰포인트에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렸는데 노을이 지자마자 밖이 깜깜해지고 추워지니 사진 다 찍었으면 늑장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하자! :)

앉아서 편안히 누구보다 빠르게 숙소에 도착해 피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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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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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뒷북이지만 제발 2013년이 가기 전에 정리하고픈 동생과 한 2012년 터키 그리스 배낭여행기.

블로그도 방치해두고 사는게 바빠 하지 못했던 일인데, 사진을 좋아하고, 자주 보고, 지난 글로 추억하는 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터키 그리스 배낭여행을 정리하지 못한 것이 언제나 마음 한 편 큰 짐으로 자리잡고있다.


2012년 여름, 내가 얼마나 감사한 것이 많은 인생을 살고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여행 도중 짐가방을 도둑맞아서 옷과 필름, 삼각대는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필기도구, 노트 등까지 모조리 잃어버리는 바람에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정리하고픈 마음에 글을 쓴다.

덕분에 informative한 글이 아닐 수 있다. 다른 분들께 참고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게다가 이미 1년 반도 더 지난 일이다 (반성ㅠㅠ)


만 두살부터 해외여행을 데리고 다닐 생각을 하신 부모님 덕분에 나는 어려서부터 더 많이 경험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덕분에 틈만나면 가족과 함께 세계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었다. 독립심이 강한 성향 탓에 머리가 조금 크고부터는 대학교 때 꼭 하고싶은 일 중 하나에 배낭여행을 꼭 집어넣었고, 그래서 2012년 여름은 나의 소원 중 하나를 실현시켜 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11-2012년은 나에게 인간적으로 너무나 힘든 한해였고 심신이 모두 너무나 지쳐있던 탓에 굉장히 즉흥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처음에는 혼자 가는 것을 계획했으나 엄마의 강렬한 반대로 인하여 친한 친구의 남매와 우리 남매, 네명이서 가기로 했지만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에 친구가 취소를 해버리는 바람에 동생과 단 둘이 가게 되었다. 스페인과 포루투갈, 또는 그리스를 두고 고민했지만 그리스 홍보영상을 유투브에서 보다가 관련 동영상이었던 터키 홍보 동영상을 보고 한눈에 반해서 터키까지 여행에 집어넣고 결국엔 여행 대부분을 터키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터키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최고의 매력적인 나라다).


어느새 내 키보다 20센치는 더 커버린 징그러운 남동생과 단 둘이 함께 떠난 여행이었는지라 더욱 설레였고 편안했고 소중한 기억이다. 그나저나 2013년이 3일남았는데 나는 이 배낭여행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ㅋㅋ


일정: 8월 16일~29일 터키 그리스 배낭여행

새벽 6시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 나나이모 공항에서 출발 ☞ 6시 22분 밴쿠버 국제공항 도착 ☞ 8시 토론토행 비행기 출발 ☞ 토론토 시간 오후 3시 20분 토론토 도착 ☞ 오후 5시 50분 아테네행 비행기 출발


집이 BC주이다보니 토론토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 다시 토론토로 돌아가 아테네로 가야만 했던 불편한 상황...

그래서 8월 16일은 비행기에서 literally 하루종일 보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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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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