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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년 마지막 독서 - 인간실격

 

 

추천 문학에 언제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1948년 소설이다.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한국 방문 중 영풍문고를 들렀다 홀리듯 집어들어 구매했고,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きました。

부끄러운 일이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いのです。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위와 같은 도입부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고백서(書)이다. 누군가는 다자이 오사무, 혹은 그의 투영인 작중 오오바 요조가 부족할 것 없는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나약한 영혼을 타고난 탓에 (혹자는 근본적 원인이 요조의 어렸을 적 성적 학대 트라우마라고도 이야기 하는 것 같다만) 방탕하여 이 여자, 저 여자 빌어먹다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감한, 비루하고 비굴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소설 속 주인공인 요조의 간결하고도 체념적인 문체를 통해 작가의 위태로운 일생과 섬세하고도 취약한 감정선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때때로 어떤 인간은 너무나 나약해서 나락의 구렁텅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도 이로부터 헤어나올 수 있는 힘이 없을 수 있겠구나- 싶어, 이와 같은 이들에게 겨누던 손가락을 거두고 동정심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 집필 직후 자살했다.

 

때문에 어느 누군가에는 치유의 소설이 될 수도, (나만 이런 감정과 열등감, 그리고 추악함에 시달리는게 아니구나),

또는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소설이 될 수 있겠다 (방탕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어떤 면을 이 소설이 들춰내 회피하고 싶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한 이 자전적 소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전 세계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제목 <인간실격>에서 보여지듯, 그러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던 작가, 그리고 주인공의 비극적 마감이 인간 본연의 측은지심을 이끌어내서가 아닐까?

 

누군들 인간으로 태어나 실격하고 싶었을까.

누군들 빠져버린 구렁텅이에서 헤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이 구렁텅이가 불가항력이었는지, 혹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실패를 두고 단순히 "의지의 부족이야"라 훈계하기엔,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만의 사정이 있으며, 또 모두 제각각 다른 모양의 영혼을 가지고 살아간다. 살다 보니, 어떤 이는 다른 이들보다 더욱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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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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