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 혹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한 픽사 디즈니 애니 <메이의 새빨간 비밀 / Turning Red / 터닝 레드 (2022)>.

 

 

중국계 캐나다인 감독 도미 슈ㅣ(Domee Shi)의 작품이다 (한국 기사들 중에 도미 시라고 표기한 곳이 많은데 도미 시보다는 도미 쉬에 가깝다.) 도미 슈ㅣ 감독은 쉐리던 칼리지 출신으로, 무려 1989년 생.. 엄청 어리지만 2018년 단편 영화 Bao로 온갖 상을 다 휩쓸더니 이제는 디즈니 픽사 장편 영화의 감독으로 당당히 이름을 내걸었다. 로튼 토마토 지수는 무려 94%. 그만큼 신선하다. 국내에서는 한국계 캐네디언 배우 산드라 오의 출연으로 잠깐 화제가 되었다.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 Bao 

 

슈ㅣ 감독의 데뷔작이자 단편 영화 Bao를 영화관에서 처음 접했었다. 무슨 영화를 보러 갔던건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본격적인 영화 상영 전 갑자기 토론토 배경의 중국 가정 이야기가 시작되어 뭥미.. 싶었던 기억이

 

결론적으로, 내가 같은 날 본 장편 영화가 생각이 안날 만큼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단편 영화였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여타 디즈니 작품과 같이, 나름의 논란(?)과 가십거리를 양산했으나 이번에는 그 비중이 좀 높은 것 같다. 또한 디즈니 영화로서의 전세계적 흥행 돌풍을 불어일으키지 못했고, 머릿속에 남는 OST도 없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디즈니 영화들과 결이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지금 그냥 생각나는, 이 영화의 논란거리 혹은 대중의 불만을 나열해보자면:

  • 공감 어려움. 너무나 "중국계 토론토 이민 가정 내 사춘기 소녀"가 겪는 이야기 뿐인지라 일반 대중에 어필하기 힘들다.
  • 디즈니가 이제 소재 고갈인가.. 너무 지루하다.
  • 사탄의 영화다 (이건 어느 미국 목사가 한 말 ㅋㅋㅋ)

 

 

이 글에서는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첫번째 논란에 대해서 간단히 내 견해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주제가 대중적인 공감을 얻어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앞서 언급했듯 토론토 거주 중국계 캐네디언 가정의 만 13세 사춘기 외동딸이 주인공이다. 거기다 평범한 중국집 딸도 아니고 무려 캐나다에서 중국식 사원을 운영하는.. 일본 애니 설정으로 따지자면, 이민까지 와서 일본 신사를 운영하는 무녀(?) 집안이다(?) ㅋㅋㅋ 이 영화는,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까지 온 레서 판다 무녀 가문의 주인공 메이메이(줄여서 메이)가 겪는 북미 사춘기 소녀의 업앤다운 감정 롤러코스터, 그리고 그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남자친구랑 같이 봤는데, 남자친구가 초반부에 너무 지루해 했음. 이건 아래 프로필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고:

 

- 북미에서 사춘기를 경험해 봄, 북미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있음

- 이민자 가정임 (특히 중국인, 혹은 최소 동양인)

- 성별이 여자임

- 너드

- 오타쿠 기질이 있음

-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음

 

아니 그런데!

 

 

학창 시절, 주인공 메이와 단 하나의 차이점만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메이와 나의 차이점은 바로 나는 메이와 달리, 친구가 없는 초초초 아싸였다는 점이다 -_-) 초반은 조금 읭스러울 수 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더더 재밌어짐. 유색인종 이민자 가정에서 출신 국가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 북미 청소년들, aka 교포 1.5세들이 보면 코끝이 찡해질만한 이야기이다. 때문에 대중적 공감대를 얻기 힘든 주제라는 것에는 불만스런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만,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리. 우리 같은 유색인종 교포 1.5세, 2세가 마음을 기댈 영화 한 두 편 쯤은 이제 나와도 되지 않나? 그게 그렇게 불만인가?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이 영화는 작중 배경인 2000대(영화에서는 2002년)에 북미 학창시절을 보낸, 현재 직장을 다니고 어쩌면 이미 부모가 되었을 교포 1.5세들을 위한 어른 동화이다.

 

엄마가 쫒아다니면서 과보호 하는데 대부분의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은 동의할 듯. 그런데 그게 또 사랑의 한 방식이라 뭘 어떻게 못함
이 빨간 너구리(...) 레서 판다가 엄청 귀엽다. 영화 보는 내내 인간으로 안돌아갔음 좋겠음 ㅋㅋ

 

디즈니의 행보에 언제나 동감하고 응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디즈니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 힘든 소수자(유색인종+이민자+여성+청소년)의 성장 스토리를 심도있게, 또 동시에 유쾌하게 파고든 좋은 영화였다.

 

다만, 대부분의 디즈니 영화처럼 애기들이 봤다가는.. 그냥 레서판다 귀여운 것만 남을 수 있음 주의. 이 영화는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슈ㅣ 감독의 자전적 영화이다. 사실 이 표현은 내가 어디선가 주워 들은 혹평이었으나, 나는 한국계 교포 1.5세 캐나다인으로서 영화 보는 내내 정말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면서 봤다.

 

 

혹시나 캐나다/미국 이민을 생각하고 계신 부모님이시라면 -_- 아니면 지금 내 자녀가 1.5세/2세라면.. 아니면 내 애인/배우자가 교포 1.5세, 2세라면.. 이들의 성장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들여다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p.s. 메이 친구 중에 애비(Abby)라는 애(사진 속 분홍 머리띠 한 동양인 키 작은 여자애)는 설정상으로도 한국인이다 ㅋㅋ 처음에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말을 한국어로 하면서 등장하고, 토론토 철자를 톨레도랑 착각해서 좌절하는 와중 한국어를 내뱉는다. 작중 이 아이들이 미쳐있는 아이돌 그룹(아마도 엔싱크가 모티브 아닐까) 멤버 중에도 태영이라고 한국인 멤버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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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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