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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꽁치의 맛 (1962) - 오즈 야스지로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3년 정도 내 컴퓨터에 묵혀있었고 꼭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시간만 축낸 영화였던지라 어제 억지로 시간을 내서 봤다.

 

 

 

오즈 야스지로라는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 유작으로, 1962년 개봉했으며 제목은 꽁치의 맛 (이지만 왜 꽁치의 맛인지 미스테리, 작중 꽁치 1도 안나옴), 영제는 An Autumn Afternoon.

 

우리 부모님이 태어나시기도 전 영화인데, 당시의 세련된 일본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내용은 별 것 없는 일상물로, 주인공 히라야마(류 치슈 분)가 당시에는 과년(?)했던 24세의 딸 미치코를 시집보내는 이야기로, 중간중간 가족과 친구들에 관한 줄기 이야기들이 있다. 히라야마 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극 중 등장도 없는 것을 보아 주인공은 홀로 2남 1녀를 키웠다. 영화는 히라야마가 딸을 끼고 살고 싶은 마음에 혼담, 중매 등을 거절하는 장면들부터 각종 peer pressure를 느끼는 장면 (일터 아가씨들이 24세가 되자 결혼선언, 친구 딸들 결혼 언급, 예뻤다고 기억한 은사의 딸 노처녀로 성격 나쁘게 늙는 모습을 보고 충격), 그리고 막바지 딸을 시집보낸 후 표현한 아버지의 고독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촬영 당시 어머니와 각별했던 감독이 상을 치루고, 또 미혼이었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꽤나 외로웠고, 또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인공 히라야마상.

 

히라야마는 천상 젠틀맨으로, 사무실 아가씨들이 결혼을 선언하면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인물이다. 동창회도 자주 나가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많은 인간성 좋은 신사.

 

 

 

자주 모이는 친구들이 학창시절 은사님을 초대해 저녁식사 하며 추억을 나누는 장면이 있었는데, 선생님 퇴장하자마자 "아이쯔(녀석)"라고 부르는거 보고 진짜 충격;; 철없는 학생 때야 선생님 없을 땐 뒷담하고 반말짓거리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저렇게 늙은(?) 어른들이 선생님보고 센세라 안하고 아이쯔라고 지칭하는게 충격적이라 한번 다시 돌려보기까지 했다.. 아이쯔라고 부르고 뒷담해도 아무튼 형편 어려운 센세 위해 십시일반 돈도 모아 전달함..

 

이렇게 친구들끼리 모여서 밥먹고 주전부리 하는 장면이 많이 있으나, 음식은 전혀 카메라로도 안잡아줌.. 유일하게 길게 잡은 장면이 저 은사님이 젓가락으로 집은 "하모"'라는 생선인데, 갯장어라고 한다. 갯장어국인데 저거 먹고 은사님이 너~~무 맛있다고 이게 이름이 뭐라고? 햄? 하무? 하모? 하는 장면이 있다 (꽁치는 언제 나오나요..)

 

 

 

이렇게 술마시고 반주하는 장면이 대부분임. 국수가 나올 뻔 했는데 극 중 주문 취소당함

당시 양주, 맥주와 일본식 작은 그릇들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좀 얼탱이 없던 장면

극 중 저 전범같이 생긴 사람이 히라야마와 바에서 위스키를 먹으며 "일본이 패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우리는 아마 지금 모두 뉴욕에 있겠죠. 파칭코 가게이름 뉴욕말고, 진짜 미국 뉴욕!"이라고 말하며 태평양전쟁 당시 군함행진곡에 맞춰 거수경례를 하는 등 온갖 꼴값을 떤다.

 

 

 

그걸 또 따라 쳐하는 주인공과 술집 마담;; (주인공은 해군 선장 출신으로, 저 꼴값남은 해군시절 부하였다.)

 

이 부분에서 전쟁이 끝난지 거진 20년이 지난 와중에도 일본인들이 저렇게 전쟁에 진 것에 대해 분해하고 이겼으면 좋았을 걸이라 마음에 응어리를 쌓아뒀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이질감이 확 느껴졌다. 일본인을 자주 접하는 나로서는 물론, 그들이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특히나 윗세대) 일본이 1945년 패전한 이후 17년이 지난 영화였는데도 불구, 저런 장면이 나와서 진짜 지랄꼴값을 떠네 싶었던건 사실. 그들에게 일본제국은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하지만 누렸었고 또 다시 누리고 싶은 영광인 것이다.

 

 

 

히라야마의 과년(?)한 딸 미치코. 작 중 남녀배우를 막론하고 요즘 일본 연예인들보다 인물들이 모두 훨씬 좋다. 특히 미치코역의 이와시타 시마는 참하면서 강단있게 생기고, 콧대도 엄청 이쁘고 두상도 이쁘고 아무튼 엄청 깨끗하게 생긴 동양적 미인이다. 전인화가 닮은 것 같기도.. 작 중 내내 올림머리로 나오는데, 그래서 좀 더 성숙해보이는진 몰라도 코디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히라야마의 아들, 며느리. 며느리도 이쁘다. 아들도 잘생김.

 

 

 

히라야마 사무실 결혼선언 하고 나가는 24세 아가씨들.. 다 이쁘게 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른쪽 분은 장만옥인 줄 ㅋㅋ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조명을 포함하여 소품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티 팍팍나는 세트장, 말하는 사람에 카메라 바로바로 돌아가는 영화촬영 기법 (이걸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좀 정신없기도 함), 군더더기 없고 담백한 대사, 완전(?) 고전 배경음악.

 

아주 큰 재미는 없으나 일본, 또는 빈티지 분위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눈이 즐겁겠다. 또 60년대 초반 일본 중산층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딸 시집보내고 고독함에 위스키 까는 아버지라니.. 우리나라 같았음 막걸리 까는건데)

 

장장 두 시간이 되는 영화인데 지루하게 보진 않았다. 자막이 너무 엉망진창이라 중간부터 끄고 봤는데, 그 부분이 살짝 아쉽다. 현재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풀버젼이 올라와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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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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