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1일 1퀘사디아 한 우리 일행. 이 날의 메뉴는 치킨 몰레와 크림 포블라노(poblano). 포블라노는 고추의 일종이다.

 

 

일주일 째 되어가니, 리조트 내 음식이 익숙해져 식탐을 부리지 않게 되었달까. 첫날과 비교해 현저히 줄어든 음식량이다.

 

이 날도 어김없이 대자연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아서 -_- 그냥 먹고, 굽고, 뒹굴거리는게 내 일이었다.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이맘 떄 일교차가 심한데, 우리가 방문한 1월 말에는 해떨어지면 17도까지 내려갔고, 오전 10시 즈음 부터 태양이 급작스럽게 강해지며 30도 가까이까지 올라갔다. 그럼에도, 습도는 언제나 안정되게 40대 후반을 유지해서 땀이 줄줄 흐르거나 더워 미치겠는 날씨는 아니다.

 

정말 원없이 먹었던 과카몰레

 

뷔페에서 처음 본 메뉴! 이곳에서 해산물 모듬 세비체, 패주 세비체 등 여러 세비체를 봐왔지만 이렇게 생새우 세비체는 처음봤다. 생새우라서 색이 회색빛을 돌아 새우가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이다. 생새우를 반으로 잘라 오이와 무친건데, 세비체라고 부르지 않고 아구아칠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스패니쉬로 아구아는 말 그대로 "물"인데, 우리나라의 물회.. 같은 느낌의 ”물무침“이라고 하면 직역이 될라나?

 

이거,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하얏트 지바에서 삼시세끼를 일곱 번 먹는 내내 생각했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 생해산물, 그리고 과카몰리같이 갈변이 빨리 되는 음식, 그리고 오이같이 빨리 무르는 채소를 항상 자신있게 내놓다니, 재료들이 정말 모두 신선하다 싶었다. 도대체 이 많은 식자재를 어디서 공급받는걸까??

 

 

와플콘 위에 바닐라 한 스쿱 얹고, 코코넛도 한 스쿱 얹고

 

날.. 버리지 마................ ㅋㅋㅋㅋ

 

선베드에서 다리 구우면서 그냥 있었다.

 

거의 90도로 깎인 이 바위를 보라!

 

움직이고 싶을 때마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또 걸었는데, 정말 가지각색의 돌과 바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뭔가 가구 같기도 하고, 소파 같기도 하고.. 영감을 주는 위대한 자연의 신비 +_+

 

 

마지막 날이니, 피날레 디너는 멕시칸으로! 멕시칸 레스토랑인 카사 그란데로 두번째 방문이다.

 

 

말린 버섯을 얹은 옥수수 수프. 희한하게 3일 차에 내가 먹었던 수프보다 더 맛있었다 -_- 이 날은 버섯도 올려져 있고.

 

 

히카마(jicama) 새우 샐러드. 새우 샐러드라더니 새우는 꼴랑 하나 올라가 있다. 오이와 구운 히카마, 망고, 오렌지 그리고 시금치를 중국식 고추기름과 유사한 기름에 섞어먹는 샐러드이다. 싹싹 다 먹었지만, 솔직히 맛은 없었다...

 

 

남친몬이 주문한 에피타이저, 블랙빈 몰레. 치포틀레 주문하면 같이 나오는 소스 맛이라고 한다 (나는 치포틀레 안먹어봐서 모름..)

 

그리고 타코 🌮

 

 

저 옆에 딸려나온 고추가 정말 엄청나게 매웠는데, 할라피뇨도 아닌 것이 꼭 우리나라의 청양고추 같이 생기고, 맛도 그와 흡사했다 (시원하고 깔끔하게 매움..) 구운 새우와 파인애플을 함께 내오는 조합이 인상깊었다.

 

 

언니가 시킨 뼈골수 에피타이져. 양념된 골수를 박박 긁어내 밑에 딸려 나오는 토르띠야와 싸먹는다.

 

 

내가 주문한 마히마히 구이. 역시, 살이 단단하다. 결이 잘 찢어지는 닭고기를 먹는 기분까지 난다. 이곳은 비트가 맛있다.

 

멕시칸 음식은 고추류가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와 흡사한 고춧가루도 있고, 건고추도 사용하고 생고추도 사용한다. 여기에 계피, 팔각과 같은 중국요리에 자주 쓰이는 향신료에 라임, 고수까지 듬뿍 넣으니, 이국적이면서도 어딘가 친숙한 향의 음식들이 완성된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아직 해가 완전히 저물지 않았다.

 

마지막 날이라는게 아쉬워서, 리조트에서 내가 제일 애정했던 액티비티인 맨발로 해변가 걷기를 마구 했다.

 

 

바닷물은 따뜻했고, 밀물은 꽤나 가까이 올라와 있었다. 초승달은 거꾸로 모양새였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방에 들렀다 아무래도 아쉬워 다시 나갔는데, 핸드폰 없이 걷고 싶어 남친몬과 둘이 빈손으로 나왔다. 그래서 사진이 없다 -_-

 

8시 15분 가량이었다. 원래 나는 정말 조용히,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선베드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었지만

 

이 리조트는 엔터테인먼트팀이 겁나 빡세게 일했고 -_- 풀장에서 애기들이 엄마아빠들과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며 씐나게 흔들어대다 8시 30분 부터 아쿠아쇼를 한다고 했다. 2일 차 우리의 스트레칭을 리드했던 강사가 갑자기 얼굴에 반짝이를 붙히고 나타나서는 자기가 아쿠아쇼도 한다고!! 너네 8시 30분에 나 보러 올거지!! 라는 말을 남기며 유유히 사라졌다.. (리조트에 레알 우리 일행이 거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던지라 다들 우리를 기억했다..)

 

해변 좀 걷다가 아쿠아쇼도 보고 (재미는 없었지만 이 리조트 엔터테이먼트팀 팀원들의 짱센 코어힘과 유연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해변가에서 조용히, 별을 보기 위해 선베드에 누웠다.

 

별이 이렇게 많이 보이는 곳인지 몰랐는데, 매일 밤 이렇게 누워있을걸.

 

누워서 멍-하니 별을 보고있자니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애들이랑 몇 시간 째 누워있던 것도 생각나고, 새삼 다시 한번, 우리는 우주의 먼지조차 아닌 존재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우리는 우주의 먼지조차 아니겠지?

- 아니, 먼지 맞아. 생각하는 먼지.

 

생각하는 먼지라니

 

너무 멋있는 말 아닌가!!!

 

내 너드 남친은 이렇게, 종종 멋있는 말을 훅! 하고 던질 때가 있다. 물론, 그건 콩깍지 씌인 내 기준에 의한 것.. ㅋㅋ

 

한량 사진 하나 투척

 

월요일이면 또 다시 직장에 돌아가야 하고 (비록 재택이지만)

 

토론토는 눈이 씨게 한번 왔다 하고 (20센치는 쌓였다는 듯)

 

나는 여전히 결혼준비에 고통받고 (멕시코에 있는 동안 메이크업과 헤어에 대한 디파짓을 지불했고, 또 청첩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나는 일상으로 또 돌아가겠지만

 

이 날의 공기, 습도, 바람, 그리고 생각하는 먼지

 

이런 순간의 조각들을 하나 하나 붙잡으며, 또 치열한 일상을 살아남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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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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