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간 내다버린 블로그 첫 글이 음식 알레르기 검사 후기라니 -_-; 흥미롭기도 하고, 또 비슷한 미스테리를 겪고있는 분들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 까먹기 전 얼른 정리 해보려 한다.

 

Food sensitivity test라 불리는 식품/음식 알레르기 검사는 내가 한게 아니라 남편몬이 진행했다. 남편몬은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부터 아토피 혹은 건선 등과 유사해 보이는 증상에 시달려왔다.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고, 있다없다 하는 정도였지만 한번 나타나기 시작하면 매우 괴로워했다. 보통 팔, 목 주변에 났고, 정말 심할 경우 얼굴에도 발현되었다. 괴로움의 정점은 2023년 6월 결혼식을 마치고 다녀온 유럽 신혼여행에서였는데, 아무래도 덥고 습한 날씨에 기본 2만 보를 걷고 빨빨대며 돌아다니다 보니 태양 알레르기인가? 땀 알레르기인가? 라는 생각도 했더랬다.

 

지금까지 의심 정황에 올랐던 원인은:

- 땀 알레르기 (남편이 테니스를 열심히 쳤는데, 그 때문인가? 여름엔 유독 더 심해졌다 한다.)

- 태양 알레르기 (신혼여행 때 너무 고생했는데, 밖에 너무 싸돌아다녀서 아닌지?)

- 고양이 알레르기 (레몽이 입양 즈음부터 시작된 증상이나, 계산해보니 레몽이 입양 전부터 스물스물 생겨난거라 배제)

- 수면 (수면의 양질이 떨어지면 증상이 더 심화됨. 이 때 리서치 많이 하면서 수면 48시간 한 쥐의 피부병이 다 나았다.. 그런 연구결과 정독하고 그랬음.)

- 식품 (밀가루, 설탕, 고기 등을 끊어보았으나 뚜렷한 패턴 발견 못함)

 

팸닥을 통해 피부과 전문의(dermatologist)도 찾아가보고, 피부를 째서 연구소에도 보내봤지만 별 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나 답답하던 와중..

 

남편몬이 올 10월 한국에 약 2주 간 나가있었는데, 증상이 완전 사라진 것!

 

보통 이런 의학증상은 공기 좋은 캐나다서 나았다.. 라는 말이 많지, 역으로 한국에서 아토피가 나았다는 것은 듣도보도 못했던 일인지라 의아했다. 추적해보니 바뀐 것은 바로 아침식단.

 

남편몬은 n년 째 꾸준히 아침식사로 시금치, 삶은 계란, 견과류, 그릭 요구르트만을 고집하는 인물로, 멕시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갔을 때에도 여러 산해진미 다 마다하고 자신의 루틴을 지켜 나의 답답한 가슴을 팡팡 치게 만들었더랬다.

 

아무튼 한국에 잠깐 있다보니 자기가 매일 시금치를 어떻게 데쳐먹어..ㅎ 시차적응 안된다고 24시간 하는 소머리국밥집 가고 아침부터 갈비탕 먹고 그랬음. 근데 아무튼 아토피 증상이 사라진거.

 

이로인해 수면을 의심원인에서 배제하게 되었고 (시차 때문에 수면 사이클이 엉망이 되었는데 증상은 없어졌으니), 땀도 아니고 태양도 아니며 (여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 결국 식품에 이를 풀 수 있는 열쇠가 있으리라.. 짐작만 했더랬다.

 

남편이 한국에서 아토피 증상이 다 나았는데, 캐나다로 돌아오고 또 다시 스물스물 증상이 피어오른다며 우선 계란을 끊어보겠다 선언했다. 계란이라니? 이렇게 건강하고 versatile한, 어느 요리에나 다 들어갈 수 있는 계란이라니?

 

찾아보니 아이들의 계란 알레르기는 흔한 편으로, 증상이 남편의 그것과 거의 비슷했다. 차차 자라나면서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성인들 사이에서는 매우 드문 알레르라는데... 설마 내 남편이 계란 알레르기겠어?

 

출처: 이말년 작가 / 사실 웃긴 일 아님

 

계란 노른자는 괜찮다고 한다..

 

분명 내가 n년 전부터 알레르기 검사 해보라고, 아니면 피부과 전문의도 원인을 못찾으니, 내추로패딕 상담 한번 받아보자 했을 땐 콧방귀도 안뀌던 남편몬 ㅎ

 

어지간히 불편했는지, 또 한국에서 식단이 바뀌니 증상이 사라진 점이 의아했는지, 바로 naturopathic 진단 받고 식품 알레르기 검사를 진행했다. 나는 화상채팅으로 실시간 함께함. 그리고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데.....................

 

가장 높은 알레르기 점수가 나온 식품은 유제품과 계란 흰자 (매일 마시는 라떼 바이요 👋)

 

대부분의 우유, 카제인 (포유류젖으로 치즈, 크림, 그릭 요거트 등 발효식품 및 단백질 파우더 전반 포함), 계란 흰자, 스피룰리나(spirulina - 뭔지도 몰랐음; 단백질 많은 해조류라는데 건강보조식품에 많이 쓰이는 듯), 자두, 헤이즐넛, 아몬드, 캐슈넛, 피스타치오, 플렉스시드, 감자(?!), 해바라기씨, 브라질리안넛, 코코넛, 서양 호박 (버터넛 스쿼시 등).. 에 알레르기 증상이 빨간불이라고 한다.. 🚩

 

주의해야 할 경계선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완두콩, 옥수수, 한천/우묵가사리, 글리아딘(!!), 오렌지, 배추(!!!!!!!!!!!!!), 조개.

 

음.......................... 김치를 먹는 한국인이 배추 알레르기라뇨.............................................................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한국배추도 안되고 ㅠㅠ 보통의 흰양배추도 안되지만 적양배추, 청경채 등은 괜찮다고 함.

 

결론적으로, 6년 동안 남편몬을 괴롭힌 주범은 우유와 계란 흰자였으며, 내 추측이지만 아토피와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건 바로 계란 흰자. (한국에서 맨날 라떼 마셨을 텐데 별 반응이 없던 걸 보아하니) 6년 전부터 증상이 생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부터 아침마다 삶은 계란 갈갈갈 마시기 시작해서..

 

신혼여행 당시 가장 증상이 극심했던 이유는... 맨날 조식으로 스크램블드 에그 쓸어담고, 치즈 맛기행 다니고, 삼시세끼 감자먹고, 유제품 베이스 음식 와구와구 해서.. 아니 그럼 유럽에서 계란 치즈 우유 감자먹지 뭘 먹어 ¯\_(ツ)_/¯...

 

남편 식단 총책임자로서 선생님께 묻고싶은 잔잔바리 질문들이 많았다.. (stupid한 질문들 ㅋㅋㅋ)

- 계란이랑 같이 조린 장조림 먹어도 되나요? ➜ 괜찮음

- 배추김치 먹으면 안되나요? ➜ 경계선이라 막 안되는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깍두기 추천 ㅠㅠ

 

그 와중에 버팔로 밀크/치즈는 괜찮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라떼나 치즈 먹고 싶으면 버팔로 사야됨.. 선생님께서 우리 애기 생기면 애기 우유 알레르기 있을 수도 있다고 첨부터 버팔로 먹이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 여가지 식품에 대한 남편 알레르기 수치가 계란/유제품, 곡물, 과일, 채소, 고기, 해산물, 허브 및 향신료, 견과류 및 씨앗류, 그 외 등등으로 정리된 pdf 리포트를 손에 얻었다! ($$)

 

그 와중 고기는 알레르기 하나도 없는거 넘나 다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기 있었으면.. 진심 남편 엉엉 울었다)

 

타조도 괜찮고.. 멧돼지도 괜찮아;;

 

양고기가 그나마 사알짝 높게 나오긴 했네.

 

남편 진료지만 나도 같이 듣고 더 잘 서포트 해줘야겠다 생각해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아침에 귀찮아서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시간 맞춰 화상채팅으로 한 시간 동안 노트도 받아적고 걱정하시는 엄마한테 실시간 보고도 했다고 ^^ㅋㅋㅋㅋㅋㅋ

 

선생님께서 홍채검사도 진행하셨는데 막 장기분석이랑 성격분석까지 나와서 어리둥절 ㅋㅋㅋㅋㅋㅋㅋ 홍채검사 실제로 하는거 처음 봄. 근데 MBTI 테스트같고 재밌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집에서 무슨무슨 영양제 얼마나 먹냐는 질문에 내가 1층까지 내려가서 확인시켜 드리고, 질문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 신혼이라 이렇게 열심히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결론적으로:

- Red 표시된 알레르기 유발 식품 3개월 간 아예 끊어보기 처방, 이후 정 먹고 싶다면 72시간씩 넘기고 하나씩 먹기 (72시간 동안 식품의 알레르기 유발요소, 영양 등이 남아있는다고 함)

- 소고기 일주일에 2번 이하 처방받고 (철분수치가 사알짝 높다 함)

- 기타 등등 새로운 영양제 처방받음 ㅋㅋㅋ

 

오.. 뭔가 안해보던거 했던거라 신선했다. 나도 다음 주에 진단받을건데 (식품 알레르기 검사는 아니지만 ㅎㅎ) 홍채검사 해주시려나?

 

지난 6년 간 지긋지긋하게 남편몬을 괴롭혀왔던 원인모를 피부병 증상의 뿌리가 뽑혀 너무 시원하다. 흰자, 전반적인 유제품을 주의해야 하는 것과 배추마저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속상하긴 하지만 몰라서 먹는 것보단, 이제 대체제를 찾고 더욱 건강한 신체를 위해 노력하게 될 수 있어 기쁘다.

 

혹시나 원인모를 피부 두드러기, 염증, 아토피나 건선같은 증상이 발현된다면.. 식품 알레르기 검사를 추천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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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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