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 노숙자분들을 위한 샌드위치 나눠주기 프로젝트!
일상다반사/캐나다 일상 2014. 2. 12. 13:57 |이틀 전 셀원들이 정성스레 싸놓은 에그샐러드 샌드위치 20개를 들고 토론토의 노숙자분들께 아웃리치(outreach)하기 위해 주일 아침 여덟시 반에 서린언니와 팀호튼에서 만나서 길을 나섰다. 루트는 Spadina Bloor (스파다이나 블루어) 에서 Bloor East를 따라 이튼 또는 셜본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경험이 많은 교회 친구들을 통해 루트와 그들에게 어떻게 상처받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아직은 황량했던 겨울 아침을 나섰다.
보통 팀호튼이나 사거리, 쇼핑센터 골목골목 등에 구걸하는 걸인분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20개는 한시간이면 금방 동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개똥도 약에 쓸 때는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 상황에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ㅠㅠ) 요 며칠 새 노숙자 분들이나 구걸하시는 분들이 온데간데 길거리에서 자취를 감춘 것 아닌가.
그래서 걱정하던 차에 가뜩이나 주말 아침, 인적이 드문 타이밍에 샌드위치를 나눠드리게 되어서 한참을 헤매고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정말 모든 일을 잘 마치고 서린언니랑 내가 오히려 힐링을 받고 보람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지만, 정말 이벤트성이 아니라 나의 일상이 되어야 하는 일인데,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렇게 말씀을 뒷편에 테이프로 붙이고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서린언니는 샌드위치 갯수에 맞게 주스박스를 사왔다! 이틀 뒤 시험에 에세이에 많이 바쁠텐데도 혼자 보내는 건 마음의 짐이 된다고 나와 동행하기로 결심한 언니... 정말 나는 만남의 은사를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다.
눈이 많이 쌓인 날이었지만 바람도 불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온도가 따뜻했어서 감사한 날이었다.
블루어 이스트 쪽으로 쭉 걷는데 샌드위치를 나눠드릴 분들이 보이지 않아서 참 난감했다. 정말 어떤 때는 구걸하러 우리 아파트 앞에도 앉아있는 분들인데...
홀트 백화점 쪽으로 걷다가 구걸을 하시는 한분을 만났다.
"교회에서 나왔는데요, 샌드위치를 나누어 드려도 될까요?"
물었더니 고기가 들어갔냐고 묻는다.
"에그샐러드 샌드위치에요" 라고 하니까 "계란정도면 괜찮지" 하면서 먹겠다는 이분
예전에는 캐나다 노숙자들 입맛이 까다롭고 주제에 뭘가려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분들도 사람이다. 원하는 것을 먹고 먹지 않을 권리가 있고 더 나아가서 자존심을 지킬 권리도 있는 것이다...
"겨울에 가장 필요한게 뭐에요?" 하고 물으니 지하철 토큰이 가장 필요하단다. 왕복 $6인데, 매일 센트 단위로 밥벌어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큰 돈이다. 겨울에 추울텐데 길거리에는 나와야하고, 밤이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야하고...
노숙자 분들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다고 말하니 "보통 이 날씨에는 빌딩안쪽에 많이들 들어가있지" 하신다.
하지만 주일 날 아침... 이곳은 명품거리에다가 보안이 심한 빌딩들 투성이기에 이곳에서 노숙자분들을 마주칠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일단은 지하철과 연결된 쇼핑센터 카페테리아를 둘러본 뒤, 그곳에서 남루한 차림새로 엎드려 자고있는 분의 테이블에 두번째 샌드위치와 주스박스를 올려놓고 떠났다. 일요일 아침 9시에 가방도 없이 쇼핑몰 카페테리아에서 엎드려 자고있는 건 거의 100%겠지...
나눠드릴 분들이 너무 없어서 언니와 셜본을 가기로했다. 셜본은 원래 대낮에도 소외계층, 일일노동직에 종사하시는 분들 그리고 마약중독자와 매춘부가 모여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전에 추수감사절 맛집 포스팅에서 썼었는데, 대낮에도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여자들만 가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데 우리는 또 갔다. ㅋㅋㅋㅋㅋㅋㅋ
행색이 걸인같아 보이는 사람들은 정말 차고 넘쳤던 셜본거리인데, 그분들이 일일노동자분들이신지 아니면 노숙자이신지 분간이 정말 너무 어려워서 힘들었다. 만약 전자라면 샌드위치를 건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실례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에 동전 통 놓고 구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길을 나선건데 이게 뭔 낭패인가 싶었다.
눈이 다 녹아서 길은 slush하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겨울이지, 게다가...
셜본에는 정말이지 정상인(?)이라고 보기는 힘든 분들이 거리를 많이 지나다니셨는데, 어떤 분은 길거리에서 허름한 차림새로 어슬렁 거리시길래 다가가서 말을 걸어볼까 했더니 우리에게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우리를 쫒아오셨다 ㅠㅠ 계속 소리를 지르시면서...
너무 놀라서 언니랑 나랑 냅다 도망쳤는데 정말... 너무 무서웠다 ㅠㅠ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교회를 들어가서 물어보려했는데, 마침 양무리목자 교회라고 한국어 간판이 쓰여진 교회가 있길래 냅다 들어갔다. 성도들은 필리핀? 중국? 등 다문화적인 것 같았는데, 그곳 목사님과 책임자분이 한국분이셨다.
우리는 이러이러한 사람들이고 샌드위치를 나눠드리기위해 이곳에 왔는데 아무도 없다, 어떻게 해야하냐, 했더니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구세군의 위치를 친절히 알려주셨다.
셜본과 던다스 웨스트, 퀸즈 스트릿에 자리잡고 있다는 구세군 골목에 노숙자분들이 많이 모여계시고, 또 거기서 Young이라는 한국분이 오랜 시간 노숙자분들을 섬겨주셨다고했다.
장애수준 길치인 나는 언니 팔짱만 꼭 끼고 그곳으로 향했지 ㅎㅎㅎ
이곳 반대편은 명품거리에 이튼 쇼핑센터인데, 조금만 내려가면 이렇게 sketchy하다. 밤에는 절대 돌아다니면 안될.. (물론 여자들은 낮에도 =_=)
눈이 적당히 녹아서 축축하게 변했다. 아웃리치 끝내고 윈터리셔스 간다고 멍청하게 구두를 신고 갔는데, 양말 다 젖고 나중에는 구두 굽까지 부러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는 용감한건지 미련한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아니 단순히 나만 무식한 걸 수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Salvation's Army, 구세군에 도착하니 어슬렁 거리는 행색이 초췌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 구세군 골목쪽을 스윽 보니 안에 많이들 계신 것 같았는데,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나눠주는 것은 조금 무모한 짓인 것 같았다. 일단 구세군 안으로 들어서서 "샌드위치를 나눠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했더니 그냥 밖에 서성거리면 사람들이 알아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밖에 나가서 한 분에게 말을 걸었다. 샌드위치가 있는데 사람들 다 어디있냐고, 어떻게 나눠줄 수 있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일단 하나 먹겠다면서, 친구들을 부른다. 안에서 2~30명이 우르르 나와 줄을 서서 받아가기 시작했다. 우리 샌드위치는 금방 동이났고 오히려 모자라서 나중에는 못받은 분들이 쫒아와서 더 없냐고 물어볼 지경에 이르렀다 ㅜ_ㅜ
빈 쇼핑백을 들고 뿌듯하게 이튼 쪽을 향했는데,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하수구 위에서 침낭을 깔고 자는 분들이 두분 보였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나눠드릴 샌드위치는 없고, 바로 앞의 팀호튼에서 Breakfast 메뉴를 사다드렸더니 그냥 허겁지겁 말 도 없이 드신다.
가끔씩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 망각할 때가 많다.
물론 물질적인 것이 행복의 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메슬로 (Maslow)가 말했듯 우리는 최소한 본능적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경제력과 눈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은 있지 않은가.
사랑은 받기만 해서도 안되고 홀로 간직만 해서도 안된다. 표현하고 흘려 보내는 것이 사랑이다.
정말 너무 부족해서 이런 말 할 자격도 없는 나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서 주위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이 아주 작은 일이라 할 지라도 얼마나 간단하고 보람찬 일인지를 다시한번 느꼈다.
샌드위치? 시에서 제제가 들어오면 어떡하지... 뭐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저분들이 상처받으시면 어떡하지, 그래서 안해, 안해, 안해 못해 하는 마음은 변명일 뿐이었다.
일단 하면 되는거다. 받기 싫다는 사람에게게나 샌드위치를 감사해 하는 영혼에게나 모두 "God bless!" 한마디 하고 돌아서면 되는것이다.
학교에서 마시는 커피한잔, 친구들과의 외식 한끼 줄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데, 나는 이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살았던 것 아닐까.
2012년, 그러니까 벌써 재작년이 되어버린 겨울, 추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다 나르고 팀호튼 도넛과 커피를 건내던 나는 죽었었다. 메마르고 사랑없는 2013년의 내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몸부림 치고 있던 와중에 행동을 취하니 또 다시 사랑이, 열정이, 그리고 소망이 채워졌다.
매일매일 사랑이 넘치는 하루를 살아가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비록 아주 작은 한걸음이었을지언정 일단 스타트는 끊어놓았으니 이제는구제하는 일을 내 일상의 일부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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