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네시부터 복작복작 페이퍼를 쓰던 굶주린 나는 회사에 출근하는 친구를 깨워 아침 7시, 북경대의 많은 학식당 중 하나인 옌난 학식당으로 함께 출동했다 (미안해). 분명 기숙사인 중관신원 안에서는 우리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기숙사 울타리를 나오자마자 역시나 바지런한 북경 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북경대 학식당들 중 몇군데는 아침식사를 제공하는데, 옌난 학식당도 그 중 한곳이다.


예전 조금 덜 추웠을 적, 랭귀지 익스체인지를 아침 7시...에 하는 바람에 옌난 바로 앞 파라디소 카페에서 언어교환을 하고 그 김에 옌난 학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는데, 그 때 알게 된 진짜 중국인들의 서민 아침식사!


아직 푸르스름했던 한겨울의 오전 7시였지만 식당 안에는 이미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차있었다.


듣기로는 중국인들이 엄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던데, 나이가 좀 지긋한 분들만 그런 것인가 내 중국인 친구들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던데..-_-ㅋㅋ (노인분들 아침잠 없는 건 전세계 공통이자나?)



옌난 학식당은 이렇게 1, 2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광장같이 넓직한 중간에 음식을 파는 카트들과 부스(?)들이 있다. 아침 학식은 특히나 가격이 싼 편이다.





자세히 보면 보이는 좌측의 소시지 계란 부침, 소고기가 소로 들어있는 호떡같은 지짐이 그리고 아침용 밍밍한 죽들! 개인적으로 시중에서 파는 소시지나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은 꺼리는 편이라서 오늘은 기름대마왕★요우티아오만 먹기로 했다. 베(?)같은 천으로 덮어져 있는 것들은 만두와 만토우들.




삶은 계란 ,차지단 (茶鸡蛋) 그리고 각종 반찬과 짱아찌들도 제공한다.



학생들도 많지만 교수님들과 교직원분들도 많은 듯 하다. 북경대를 들어오려면 신분증 검사를 해야하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지불 방식이 학생증으로밖에 되지 않아서 외부인은 음식을 먹지 못한다. 때문에 외부인들은 학식당에서 식사하고 싶을 때 북경대 학생을 잡아서 대신 값을 지불하게 하고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법을 많이 쓴다 (나도 두번 잡혀봤ㄷㅏ...)



어젯밤 내가 너무 먹고싶어서 입맛을 다시며 잠자리에 들었던 요우티아오 (油条)와 또우푸나오(豆腐脑)!


요우티아오는 밀가루를 길게 쭉쭉 늘어뜨려서 기름에 튀긴, 말그대로 공갈빵인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중국의 대표 서민음식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뻥튀기 정도 개념이려나? 뻥튀기랑 다른 점은 아침식사로 사랑받는다는 점지만. 갓 튀긴 바삭한 때가 역시 제일 맛있고, 그 이후에는 눅눅해진다. 또우장이라는 콩물과 함께 먹는 것이 정석인데, 이 날은 또우장이 다 팔렸나 보이지 않았다.


또우푸나오를 직역하자면 두부뇌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인데, 순두부와 시큼한 간장 그리고 목이버섯 등으로 맛을 낸, 녹말가루가 들어간 중국의 전형적인 수프이다. 뜨겁게 먹지 않고 그냥 따뜻하게 먹는 듯 한데, 후루루룩 마시면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처음에 먹으면 약간 탄냄새가 나는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산매탕 같은 음료도 탄맛이 나니, 중국에는 탄향이 나는 향신료나 요리법을 쓰는 듯 하다 (설마 일부러 탄향을 내려고 태우지는 않을거잖아요ㅠㅠ)


저기 간장에 조려진 계란은 간장으로만 조려진 것이 아니라 녹차와 함께 조려졌다는데, 겉 껍데기만 까맣지 속살은 하얗다. 딱히 간장이나 차의 향이 느껴지지 않았던 그냥 보통의 삶은달걀...



친구가 먹은 메뉴는 총칭샤오미엔이라고 직역하자면 소면인데, 한국의 소면과는 약간 다르다. 좀더 끈기가 없다고 할까? 퍽퍽하다고 할까? 소면과 메밀면의 중간 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국물이 무척 시원하고 시원하고 판타스틱해서 친구랑 감탄을 하면서 먹었던 국수. 학식이 이정도 레벨이라니... 북대 사랑합니다 ㅠㅠ


옆에 있는 소고기가 들어간 전병? 지짐이? 는 맛은 있지만 매우 기름져서 (한입 베어물으면 기름이 뚝뚝하는 기분) 나는 먹지 않았다.


이렇게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러가서 50분 근력하고 러닝을 시작했는데 식사가 너무 거했는지 배가 너무 아파서 결국 집에 왔다는 변명아닌 진짜 슬펐던 캐서린의 오늘 오전의 보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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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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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찍은 사진 주의요망-

나는 지난 2015년 6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를 졸업하고 2015년 9월부터 북경대 국제관계(정치외교)학 영어과정 석사로 와있다. 런던 정경대와 복수학위 2년제 프로그램이라 내년에는 영국으로 떠날 예정. 현재는 이따금씩 중국어 기초수준인 내가 이 땅에서 말귀를 못 알아먹는 신세를 한탄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중이다.


아래 사진들은 내가 북경에 갓 도착해서 북경대 입학부터 9월 29일인 나의 생일까지 처음 한달간을 휴대폰으로 찍은 발사진이기 때문에 때때로 수평이 맞지 않거나 사진이 많이 좋지 못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려요


아쉽게도 북경대를 위주로 남에게 보여 줄 만한 사진을 찍은 적은 없어서... 예를 들면 유명한 서문이랄지, 내가 맨날 드나니는 동남문이랄지. 북대 건물 사진은 별로 없어요 죄송해요ㅋㅋ.. 앞으로 올리겠습니당.



이때는 북경대 유학생들 오리엔테이션 때. 북대 안에 엄청 화려한 호텔같은 곳이 있는데 아마 학술회나 연구회, 설명회 같은 곳을 위해 마련된 듯? 역시나 여타 서방국가들의 호텔 분위기라던지 인테리어와는 매우 다른 곳이었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서 아쉽.. 아마 8~90년대 홍콩 영화에 나올 법한 호화스런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라나? 흠...


아무튼 이 날, 북대에서 유학생들을 위해 자체제작 한 영상을 감상하고propaganda - 북뽕 장학금에 대한 설명을 들었었나, 하여간 그랬던 것 같다.


웃겼던게 영상 중 "북대의 학식" 해서 엄청 공을들이고 잘 만든 영상이 있었는데, "우리 북대 학생들은 아침에는 이곳 식당에 가서 뭘 먹고~ 점심 저녁 간식 다 매우 맛있고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답니다 북대 최고!!!" 그런 느낌이었지만 영상이 끝난 후 사회자가 "영상에서 소개 된 식당들 중 몇몇 곳은 문을 닫았으니 여러분은 못가요."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학식은 선택이었는데 100% 중국어로 한다길래 가고는 싶었지만 너무 피곤했어서 포기... 아닌가? 입학식 안가고 천안문 다녀왔던가? ㅋㅋㅋㅋ 기억이 가물가물


아래는 현재 체육관으로 쓰고있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건설 한 운동장. 이곳에서 입학 등록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현재 나의 gym이 있는 곳이기도 한... (중국에 와서 손에 꼽을 정도로 운동을 했다는게 함정)


하여간 2008년이 벌써 8년 쨰라니, 세월 참 빠르다. 실시간으로 TV중계를 보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6년이 되고 올해 또 올림픽이 열리는구나 ㅠㅠ


아래 사진들은 날씨 좋고 하늘 푸르짱짱했던 9월의 어느 날, 늦잠 자서 허겁지겁 잠옷으로 입는 티셔츠 (한 때는 외출복) 고대로 걸치고 아침수업에 갔다가 수업 같이 듣는 룸메한테 놀림당하고 (언니 그거 왜 입고 왔어요?) 안경 끼고 모자쓰고 눈 팅팅 붓고 하여간 총체적난국이었던 그 날, 날씨가 너무 억울 할 정도로 좋아서 끝나고 커피 한잔 픽업해서 혼자 호수를 산책했었을 때 찍은 사진들.



내가 알기로는 아빠 부시 대통령이 북대에 기부한 돈으로 설립되었다고 지어진 이름 "보야탑"이라는 탑인데, 아닐 수도 있으니 don't quote on me...

부시 대통령이 기부 한 돈으로 설립되었다기엔, 지금까지 내가 만난 북대 학생들은 모두 그 사실을 몰랐다..; 교수님마저 "미국인" 이 기부했다고 했지 "부시 대통령"이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 중국에 많은 애착이 있었던 아빠 부시 대통령에 대해 학부 때 페이퍼를 쓴 적이 있는 내가 그냥 나 혼자 그렇게 믿는건지도 -_-;;;


뭐, 미국에 부시라는 이름은 많으니까. 엊그제 내가 눈 빠져라 읽었던 중국-대만 양안관계에 대한 저자도 부시부시부시! 부시였다고! 





북미의 청량하고 맑은 물색깔(?) 보다는 역시 좀 녹조 낀 느낌이지만 그래서 연꽃이 있고 동양의 미가 서려있는거겠지. 캐나다 살면서 저렇게 우람한 소나무는 본 적이 없었는데, 뭔가 동식물들이 다르니까 내가 진짜 캐나다를 벗어나 중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대만 배낭여행 할 때 엄청 커다란 페리카나????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생긴 새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앞을 훠이훠이 날아갔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ㅋㅋㅋㅋㅋ


아래는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기숙사, 중관신원 (中关新园). 신식건물인데다가 호텔과 겸용이어서 (물론 기숙사건물과 호텔은 나뉘어져 있다) 시설도 좋고 학교와는 육고 하나 건너는 걸어서 5분 거리이지만 북경 온지 이틀만에 나에게 빅엿을 주려고 했던 건 안비밀. 나중에 이 이야기에 대해서 또 써야지 원


북대 중관신원 처음 들어가시는 분들 모두 조심하세요~




 



많고 많은 학식당에서 먹은 많고 많은 학식들 중에 학기 초에 먹은 것들. 현재는 그냥 면식부 빠순이. 쏸라펀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답니다. 내 몸에 쏸라펀 고추기름 흐를 듯..... 북대 학식에 대해서도 다음에 포스트 할게요!



 



삐기에게 잡혀서 닥터드레 강매당할 뻔한 중관촌 방문, 천안문 방문 기타 등등의 여정을 거치고 9월 29일!! 그새 사귄 친구들에게 깜짝 자정케이크 선물을 받고 새벽 세시까지 냠냠하고 아직도 살을 못 빼고 있는 중국 베이징 특파원, 캐서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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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어제, 정확히 말하자면 2016년 1월 5일은 북경대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의 국제안보 수업 기말 take-home exam을 제출하는 날이었다.


석사생은 학부생과 뭐가 다를꼬, 했는데


...그딴거 없었다.


학부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벼락치기만을 의지하는 하루살이 같은 나란 인간..


오후 12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페이퍼였지만 오전 9시 수업을 꼭(!) 출석해야 했기에 넉넉잡아 인쇄소 들르고 하려면 오전 8시 30분에는 페이퍼를 끝내야 하는 상황...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밤 꼴딱 새고 5시에 취침... 두시간 반 숙면을 취하고 8시 30분에 뉸뉴난나 집을 나섰더랬다.


그동안의 악명높은 베이징 스모그는 온데간데 없이 파랗고 파랗고 파란 하늘 그리고 청량한 공기를 자랑했던 어제...


호호 입김 불며 수업도 출석하고, 페이퍼도 제출하고, 친구들이랑 뜨끈한 국물 말아먹고 (내 사랑 쏸라펀) 열흘 뒤에 있을 우리의 태국-라오스 배낭여행 계획도 짜고 커피도 마시고 하여간 밤 샌 주제에 컨디션이 이상하리만큼 멀쩡해서 학교 안 웨이밍후(미명호)까지 돌고왔다.


너무 아름다워 이름을 붙힐 수 없다 하여 붙여진 이름, 未名湖.


...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다만 -_-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꽝꽝 얼어있는 웨이밍 호수. 캠퍼스 안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와 산책로, 날씨가 좋을 떄는 조깅코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북경의 나날들이다.



"와! 물이 얼었네!"


태국인 친구 마크와 어린애들 마냥 신나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너무 사랑스러운 이 친구, 너무 편해서 사진 좀 찍어달라는 말이 전혀 미안하고 어색하지가 않다. 미안해 친구야 -_-;;


북대학생들이 겨울이 되면 웨이밍 호에서 스케이트를 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벌써 이렇게 얼음이 꽝꽝 얼 줄이야...


생각보다 미끄럽지는 않고, 살금살금 걸을은 하다보면 콰지직! 콰직!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거 참으로 흥이 나는구나!




어우... 사진 부담스러워.. 죄송합니다


태양광과 얼음의 반사되는 빛을 받고 찰칵찰칵


다들 베이징 겨울 춥다 춥다 할 때 캐나다 부심 부리면서 얇게 입고 다녔는데, 아뿔싸 이 날은 좀 오바였던 듯... 집에 와보니까 허벅지 안쪽 핏줄이 추워서 터져있는 것을 발견 -_-; 토론토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밤새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며 호수 위름 한시간 넘게 걸어다니니 이런 일이 생겼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면 그냥 내가 나이를 먹은건가... ㅠㅠㅠ



근데 여기서 스케이트를 어떻게 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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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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