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화연결 없이 쿠바 밖 세상과의 소통이 끊긴 채로 지내던 다섯째날 친구는 다시한번 하바나를 갈 것을 제안했다.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던 바라데로 시내와 삼일째 그리고 5일째 여유있게 리조트에서 먹고 자고 헤엄치는 그 시간이 아까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하바나가 그리 인상 깊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또 꼭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대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가이드와 함께 했을 때는 시간에 쫒기고 눈치도 보여서 사진도 마음대로 찍지 못하고 카페에 앉아 수다도 떨지 못했으니까.


그래 그럼 우리 마지막 날 하바나를 한번 더 가서 그렇게 유명한 쿠바의 생음악도 여유있게 들어보고 현지음식도 먹고싶은 만큼 먹어보고 도시에서 여유를 즐겨보자!


바라데로에서 하바나로 차를 이용해 걸리는 거리는 약 두시간으로 택시를 타고가면 보통 100CUC, Viazul이라는 버스를 타고가면 10CUC이다.


버스가 1/10 가격이기에 매력있지만 고려해야 할 것은 1. 버스의 한계적인 시간표, 2. 한번 가는데 걸리는 3시간 20분, 말인 즉슨 왕복 여섯시간~여섯시간 반, 3. 버스 정류장까지 가야하는 시간과 비용 이었다.


일단 버스는 8시 버스가 첫버스라고 하고, 정류장은 바라데로 시내에 있단다. 바라데로 시내까지 가는 택시비용만 일단 10CUC... 하바나로 가는 버스티켓과 맞먹는다. 내가 캐나다에서 알아본 바로는 하바나에서 바라데로로 떠나는 막차가 5시 30분정도에 있었는데, 호텔 직원 말로는 8시까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 쿠바에서 해 진 후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첫차와 막차를 타는 계획을 했다. 하바나 버스터미널에서 올드 하바나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11시 반~12시 정도에 도착할 것을 예상하고 약 6~7시간정도 하바나에서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고,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걷다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었다. 비록 다음날 아침 출국을 해야했고 예상 호텔 도착시간은 밤 12시였지만 이왕 이렇게 결정 된 김에 밤을 새도 상관없다~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ㅠㅠㅠ ㅋㅋㅋㅋㅋㅋ (진작에 다녀올것이지 ㅠㅠㅠㅠ)


7시에 호텔에서 조식한 후 15분 쯤 택시를 잡아탔다. 역시나 예상대로 10CUC. 5CUC씩 나눠내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어떤 남정네가 우리를 잡아세운다.


"You going to Habana?"


처음에는 정류장 직원인 줄 알았는데 그럼 그렇지 삐끼다. 우리에게 40CUC에 하바나에 갈 것을 제안한다.


택시가 있다는데 버스는 세시간 20분이나 걸리고 두사람이 가려면 20CUC인데 우리 둘만 40CUC에 태워주겠단다. 두시간도 안걸린다면서. 솔직히 혹 했지만 그렇게 땡기지는 않는 제안이었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내 친구는 웃으면서 어쩔 줄을 몰라 당황해하는데 내가 정색을 하며 그냥 가자 하며 지나치자 잠시 후 또 따라온다. 30! 을 외치면서. 그럼 콜이지~


그렇게 우리는 다시한번 올드카를 타고 하바나에 가게 되었다. 30CUC에 버스정류장이 아닌 올드하바나에 내려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바나에 가는 길에 평생 들이마실 니코틴과 매연을 다 뒤집어 쓴 것 같지만 (창문이 없는 차에서 담배태우는 기사 할아버지 -_-).... 가는 길 꾸벅꾸벅 졸다가 하도 덜컹거리는 차소리 때문에 아 이대로 쿠바에서 차사고로 하직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비록 삐끼 아저씨가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조폭같이 생긴 쿠바아저씨 태워서 동승하게 되었지만...


올드하바나에 도착시간 10시 15분.


날씨는 여전히 따갑지만 화창하고 여유롭다. 아직 관광객도 많지 않고 현지인들도 슬슬 자신들의 생활을 시작하는 시간인 듯 했다(? 주말도 아닌데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건 좀 많이 늦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가이드 아저씨와는 찬찬히 둘러보지 못했던 El Moro 등대와 말레꼰 방파제를 여유롭게 거닐었다. 방파제에 앉아서 멍때리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시가를 태우며 담소 태우는 사람들 등등 현지인들의 색감이 잘 묻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Te amo, "Love you" 라는 뜻



뜬금없는 포세이돈 아저씨... 저기 뒤로 처음 하바나에 도착한 날 들렀던 예수 그리스도 공원의 상도 보인다.

하늘도, 바다도 어찌 그리 파란지요~








이리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말레꼰 해안가에서 우리는:

1. 하수구 냄새에 질식사 할 뻔 했다.

2. 엄청나게 커다란 죽은 쥐를 보았다.

3. 헌팅을 당했다. 그것도 고딩들한테.


누누히 말했듯이 쿠바는 여자들끼리 돌아다니기 좋은 곳이 아니다. 시선과 관심을 좋아하는 여성분이라면 또 모르겠다.



아직은 그늘안에 들어서면 선선한 하바나의 아침. 건물 페인트 칠이 벗겨진 골목 이곳저곳도 들어가보고



등돌리고 사진 찍다 시선이 느껴져서 눈높이가 같은 동네 주민과 눈이 마주쳐 까무러쳐보기도 하고



어느 블로거가 자신은 쿠바의 빨래조차 사랑한다고 글을 올렸다던데 쿠바에서 참 빨래를 많이 본 것 같다.






올드 하바나는 박물관이 참 많은 곳이다. 쿠바 미술, 군용, 혁명, 요새박물관 등등이 넘처나니 관심이 있으면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리고 다시 찾은 Capitolio.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코를 찌르는 하수구 냄새와 삐끼들에 지쳐갈 때 즈음이었다.

슬슬 12시가 다가오니 사람들도 붐비기 시작했고 해도 더 강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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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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