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일 6월 20일 III


사원탐방 -> 빅토리아 피크의 야경사이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홍콩대 졸업생 소꿉친구 k군이 여러차례 강조하던 "딴딴면을 꼭 먹을 것" 을 실천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dehydration이 올 것만 같아서 결국 포기하고 돌아온 이야기 (하지만 현지인들이 너무 친절했어서 감동도 조금 있는 이야기)


길찾는 능력이 장애수준인 나는 이번에도 용감무쌍하게 바디랭귀지로 손발 섞어가면 "딴딴멘! 딴딴멘! 웨어 캔아잇 딴딴멘?!" 이라고 외치며 현지인들을 붙잡고 돌아다녔다.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서 딴딴멘 파냐고 묻기도 하고. 하지만 무심하게도 딴딴멘을 파는 곳은 찾지 못햇고 웃통벗고 땀 뻘뻘 흘리며 헬멧쓰고 열심히 공사작업 하시는 아저씨들에게 다가가 "저 배고파유 ㅠㅠ 딴딴멘을 꼭 먹고싶은데 어디가서 먹을 수 있나요?" 라며 책자에 소개 된 유명 딴딴면 맛집을 가리켰다가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의 친구들은 물론 그 동네 아파트 단지 아줌마들이 사방에서 다 몰려들어서 딴딴면 저 버스!!!!!! 저 버스 타면 먹을 수 있다고!!!!!!! (라고 터키의 돌무쉬와 흡사한 봉고차를 가리킴) 나를 차에 태우려는 바람에 왠지 새우잡이 배에 잡혀갈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그냥 저 혼자 근처에서 더 찾아볼게요 ^^!" 라고 초발랄하게 도망갔더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딴딴멘을 공항에서 먹게되는데 엄청 맛없음.......... (k군이 꼭 거기가서 먹어! 했던 레스토랑 체인임에도 불구하고) 난 딴딴멘 때문에 홍콩 점심시간에! 해가 가장 따가울 때! 두시간 남짓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모르는 곳을 돌아다녔는데! 잡혀갈 뻔 했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보니 한국에도 체인이 있더라 Crystal Jade라고. 한국에서도 딴딴면 팔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시 바로 홍콩 마지막 날 결국 먹게 된 딴딴면.......견과류 들어가고 기름이 둥둥둥 떠있는 정말 감칠맛 없이 맵기만 한 사천풍 국물이 인상깊었던 국수였는데 정말 한입 먹고 그냥 나왔다. 내가 아직 딴딴면의 매력을 모르나..? 내 입맛에 안맞나? ㅠㅠ 엄청 기대했는데 ㅠㅠ


아무튼


아침 일찍부터 발바닥에 불이나도록 돌아다니고 틴하우 사원, 웡따이씬 사원 돌아다니고 MRT타고 슝슝 홍콩의 다운타운을 돌아다닌 나는 다시 침사추이역 근처 숙소로 돌아와서 (무려 청!킹!맨!션! ㅋㅋㅋㅋㅋ) 씻고 땀범벅이 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친구가 수업 끝날 즈음이니까 ㅋㅋㅋㅋㅋ


언덕배기 홍콩대에 다시 어그적 어그적 헥헥거리면서 올라가서 친구의 중국 본토친구들 두명을 소개받고 다운타운 중심가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가는 스케쥴을 잡았다.


홍콩대 카페테리아에서 (딴딴면 대신 매우 늦은 ㅠㅠ) 점심을 사먹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2~4불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오리구이 + 배추덮밥. 세상에...... 유티는 각성하라......



이후 이른 저녁 즈음 현지 친구들 손에 이끌려 굉장히 큰 쇼핑몰에 들어섰는데, 그곳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빅토리아 피크랑도 가깝다고 나중에 걸어갈 수 있다고.




쇼핑몰 안에서 판매되고 있던 귀요미들. 그런데 이런 애들이 맛 없당 ㅋㅋㅋㅋㅋ


엘리베이터를 타고 꽤 고층으로 올라가니 중국집이 나왔는데, 이름이 뭐였는지 가물거린다. 이 날 너무 피곤해서 그냥 친구들이 이끄는 대로 흐늘흐늘 거렸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이런 노곤한 나를 충격에 빠뜨린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생선죽! 친구들이 시키는 거 그냥 맡기고 알아서 시키라고 했는데, 생선죽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거다. 진짜 너무 맛있다. 손에 꼽힌다 정말!! 이라고 되뇌면서 먹은 음식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충격적이었던 생선죽. 레시피 알고싶다 정말. 정체불명의 생선죽..... 쿠히힝 ㅠ_ㅠ





다른 음식들은 그냥그냥 무난했다.



안에 인테리어도 쾌적했던 레스토랑. 옆 테이블도 한국인 관광객이었던 것으로 기억...


아무튼 그렇게 해가 지길 기다리면서 쇼핑몰 안 아케이드도 들어가 보고, 여자애들 네명이서 모였다보니 스티커 사진도 찍고, 그렇게 재밌게 놀았다. 건담이랑 아톰도 있었고 여러가지 친근한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모두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이라 못올리는게 아쉽당.


아케이드를 가서 또 좋았던 점은 홍콩의 현지 고등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 ㅋㅋㅋ 뭐 세계 어딜가나 고딩들은 다 똑같다 우르르르르 몰려다니는 거 ㅋㅋㅋㅋㅋ



그리고 트램을 타고 오르는 빅토리아 피크. 안에 왁스 뮤지엄도 있다. 사람들이 많으니 재빨리 자리를 사수해서 앉아서 편히가자~ 슈웅





한마디로 그냥 멋있다. 꼭대기에서 정말 그냥 감탄만 하느라 한시간 쯤 머물렀던 듯 하다. 내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180도 spectrum. 그렇기에 사진 한장 찍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ㅠㅠ 게다가 너무 어두워서 사람 사진 찍은게 하늘의 별따기이다. 내 비루한 카메라+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징 ㅠㅠㅠㅠㅠㅠ


홍콩여행에서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그렇게 10시~11시 쯤 집으로 귀가하는데 친구들이 여자 혼자 위험하다고 숙소에 데려다 준댔다.


"청킹맨션인데도?"


라고 하니 갑자기 싸해지는 분위기...


"너 일주일 전에 중국인 여자 관광객이 거기서 강간당한거 몰라?"


하는데 와 정말 오싹하더라.


친구들 말로는 중국인 여자가 복도에서 샤워수건 한장 걸치고 돌아다니다가 강간을 당했다는데,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는 당시 아주 큰 이슈라고 했다.


몰랐어 얘들아...


근데 오늘이 마지막 밤이야..... 그리고 지내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해 ^^


이 아이들, 청킹맨션 앞에서 서로 두손 꼭 마주잡고 목걸이랑 반지등을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내가 다 민망해진다 얘들아 미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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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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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하기 전에는 장맛철인가 싶을 정도로 2주 넘게 비만 주룩주룩 내렸다던데 하늘이 너무 예쁘다! 아침에 들렀던 틴하우 사원과는 대조적으로 기도하고 점치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발 디딜 틈 사진 찍을 틈이 없는 웡타이씬 사원은 홍콩 최초의 도교사원으로 현지인들의 어마어마한 영적 본고장이라고 하는데 웡타이씬이라는 전설적인 실존 인물에 named after되었다고 한다. 상인이었다는 설과 양치기였다는 설이 있는데 전자던 후자던 사람들을 도와주는 어진 이였다고 한다.


웡따이씬 사원은 New Kowloon, 홍콩 신도시 개념인 썬 까우룽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서 야우마테 지역보다 더 쾌적한 느낌이 난다.
















향을 피우는게 소원빌고 기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막 흔들면서 중얼거리는게 점치는거라고도 하고?




어려서부터 크리스챤인 나에게는 이렇게 도시 중심부에 사원이 자리잡아 현지인들이 활발하게 기도하고 절하는 것이 생소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원만큼 이쁜 정원~







허헣 힘들다...






싱기싱기 싱기방기..... 대부분이 불교신자인 듯 at least they believe in some supernatural spir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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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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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일 6월 20일 II



짹쨱~ 참새가 방가방가 할 것만 같았던 고요했던 틴하우사원의 입구. 일본인 관광객 언니들이 치즈하고있음

전세계 어딜가나 아침 일찍 움직이면 조용히 보고싶은 거 구석구석 볼 수 있는게 좋다. 내가 갔을 때만해도 유명한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관리하시는 분들/청소하시는 분들 말고는 거의 아무도 없었으니까.









아침햇살 사이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향연기와 미세먼지(?) =_=ㅋㅋㅋㅋㅋㅋ




와 예쁘다!! 하는 탄성을 절로 나게 하는 틴하우 사원은 어부의 수호신 틴하우를 모시는 도교사원이라고 한다. 규모는 아기자기하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충분하다. 







아침햇살이랑 붉게 물든 내부랑 어쩜 이렇게 반짝거리는지~ 아마 노을 질 때쯤 가면 완절 다 벌겋게 물들 듯 ㅋㅋㅋㅋㅋㅋ



근데 엄청나게 더운게 함정... 모기도 피하고 이쁜 사원도 구경하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 갖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이른 아침에도 불구 ㅠㅠ 




쓱싹쓱싹 빗자루질에 물청소 하시는 환경미화원...........? 분들은 아닌 듯 했고 사원 관리하시는 분들인가? 난 자동적으로 자원봉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다음 목적지인 웡타이씬 사원으로 이동도중 채식요리가 발달한 중국의 베지테리안 셀렉션! 난 베지테리안도 아니거니와 비싸다! 차라리 고기를 먹겠엉 ㅋㅋㅋㅋㅋ 근데 어쩜 저렇게 다들 이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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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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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일: 6월 20일


원래 쇼핑이나 삐까뻔쩍한 것을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엄마가 "넌 홍콩가서 명품 한두개 안사고 뭐했니?" 라고 한마디 하실 만큼 별 관심이 없다. 전날의 쇼핑은 홍콩이 쇼핑의 천국이라길래 "의무적"으로 둘러봤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그래서 난 홍콩의 밤거리보다 아침거리가 더 좋았고, 편안했다. 관광객들과 파티를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홍콩의 야시장들이 아침에는 어떻게 탈바꿈하는지 궁금했다.


침사추이역에서 야우마테역으로 향하기로했다. 틴하우사훤도 보고싶었고, 야우마떼가 워낙 재래시장으로 명성이 높기도 하거니와 템플 야시장도 있는 곳이라서.



지하철역 베이커리. 캐나다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의 절반을 산 나지만 역시 아시아 베이커리가 갑이다... 하나씩 다 먹어보고싶다.


"홍콩에 가면 에그타르트랑 밀크티랑 딤섬은 꼭 먹고 와!!!" 라고 교과서적인 조언을 해주던 아는언니의 말에 따라 말잘듣는 나는 에그타르트와 다른 빵 하나를 집고 룰루랄라 야우마테 역으로 몸을 실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꾀죄죄하면서 형형색깔의 아파트 숲들. 전혀 답답하지 않고 경이로웠달까... 뭔가 대단해보였다. 멋있었다. 아무래도 인구밀도가 낮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에 살다보니 이런 높은 고층 건물들과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사는 것에 대해 존경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멋있다. 어떻게든 살아 갈 수 있구나. 왠지 홍콩의 문화와 역사와 사회적인 부분들까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달라서 멋있었다.



쭈욱 계속 이어져 있는 Nathan Road. 토론토로 치면 Yonge길 쯤 되는건가? 친절하게 화살표 간파들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다운타운의 쇼핑몰과, 명품거리와, 항구 근처와, 중국 부호들과, 형형색색 네온사인과는 현저히 대조되는 홍콩 서민가의 아침거리. 조용했다. 노인들과 아이들과 주부들이 공원에 나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전 세계 어딜가든 꿋꿋히 행해지는 중국 할무니 할아버지들의 기체조? ㅋㅋㅋㅋㅋ 가 행해지고 있었다. 역시나 엄청나게 진지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아예 엄두도 못냈다. 아무튼 그렇게 휘얍! 휘얍! 이글이글 눈빛 쏘면서 쿵푸하는 것 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뵈면서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 한자리 잡고 빵을 쳐묵쳐묵하기로 했다.



Irreplaceable Taste라서 집어왔는데 완전 평범한 맛이잖아 어쩔거야 너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하는 여행은 찍어주는 사람이 없지요... 심지어 초점까지 흔들렸어... 오물오물 쫩쫩



별 맛 없었다



역시 난 쇼핑보다 이런데가 더 좋아~ 그렇게 사람들 보면서 아이들 보면서 흐뭇흐뭇 엄마미소 짓다가 슬슬 더(!!!!) 더워지기 시작해서 어슬렁 어슬렁 틴하우 사원으로 발걸음을 어그적 어그적 옮겼다.



어젯밤의 잔재들. 쳇바퀴처럼 치우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또 생기겠지. 밤이 되면 이곳은 또 상인들과 관광객들과 술취한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Jesus in Temple Street" 캬 ㅋㅋㅋㅋㅋ 뭔가 아이러니해서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던 ㅋㅋㅋㅋㅋ 멋있당!





사진찍기 정말 힘들었음 ㅠ_ㅠ


그나저나 홍콩에는 상의를 탈의하고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이 많았다. 근데 이해한다. 정말 어.마.어.마. 하게 더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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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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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일: 6월 19일

주의: 폰카와 섞여서 화질이 아주 많이 떨어지는 사진들이 많이 섞여있음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을 요량으로 청킹맨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쇼핑몰을 들어갔다. 쇼핑몰이라기보다 그냥 조그맣고 흔한 상가라고 보면 되겠다. 백열등에 아직 열지 않은 소규모 옷가게들, 화장품 브랜드샵 Sasa 등 사이 에스칼레이터를 올라가면 아침식사를 전문으로 하는 듯 한 식당이 있는데 내가 완전 사랑하고 애독하는 조경구 작가의 오므라이스 잼잼의 중국판인 차이니즈 봉봉에서 작가님께서 중국에서의 아침식사를 언급하신 적이 있기에 기대가 컸다. 식사를 보통 밖에서 먹는 중화권/동남아 사람들... 그래서 외식문화가 발달했는데 아침식사도 예외가 아니다. 자리잡고 먹다보니 정장입고 서류가방 든 직장인들도 많이 보이고, 학교가기 전의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메뉴는 시간대 별로 바뀌었다. 아마도 그 날 한정 재료가 다 떨어지면 그 날 하루 그 메뉴는 사라지는 듯 했는데, 편리하게 메뉴판을 바꿔끼웠다 뺏다 하더라. 차이니즈 봉봉에서 우육면 마카로니를 꼭 아침식사로 먹어보라고 한 것 같은(?) 기억이 나서 우육면 마카로니를 찾았는데 이 날 아침은 우육면 아침 장사 다 했다고 없었다. 결국 다음 날에 먹었지만.


메뉴를 보니까 역시 영국의 영향을 받은 홍콩... 서양식 breakfast를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소시지, 계란, 홍차위주의 메뉴라던지. 


나는 무슨 해물죽? 과 볶음국수 그리고 무우전을 시켰는데, 무우전은 무우전인지 모르고 시킨거다. 한입 먹고 너무 이상해서 조금 남겼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그게 무우전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해물 죽은 맛있었는데 발효된 오리알이 들어가 있었어서 정말 강렬했다. 발효된 오리알 좋아하는데 음... 아침식사로는 ㅋㅋㅋ


메뉴판을 계속 바꾸다보니 나중에 내가 뭐 먹었는지 기억해야지~ 하고 다시 돌아갔을 때 내가 먹은 메뉴가 없어져있었다 ㅠㅠ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기억을 더듬더듬...


다시 숙소로 숑 들어가서 외출준비를 하고 나왔다. 계획은 별거 없이 낮에 쇼핑 좀 하다가 친구 학교 파할 시간대 즈음 홍콩대에 들러서 하이티 먹고 그냥 홍콩 금융가 밤거리 돌아다니기.





홍콩에서는 기념품을 하나도 안샀는데, 이유는 토론토 차이나타운에서 팔 법한 물건들이 수두룩해서 =_=ㅋㅋㅋㅋㅋㅋ




이른 오전에도 따가운 햇볕, 입맛을 잃게 하는 습기 찬 더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송글이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한블럭 씩 있는 Sasa



홍콩 아침거리가 참 청량했다. 의외였다. 오히려 아침에 더 예쁜 듯 했다. 밤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났다. 야자수들, 햇볕에 빛나는 항구, 그리고 (명품 샵 앞에 한해서이지만) 깨끗했던 거리. 또 놀랐던 것은 홍콩의 쇼핑몰은 정말 어마어마 하다는거다. 대충 아무 쇼핑몰이나 들어가도 정말 쾌적하고 빛이 잘 통하게 설계되어있었고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같은 동북아시아 얼굴을 한 사람들이 야자수나무가 자라는 곳에서 산다는 것이 사뭇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렇게 정처없이 거닐다 규모가 있는 실내 쇼핑몰에 들어섰는데, 그 중 푸드코트의 규모가 정말 부러웠다. 푸드코트라고 대충 인스턴트 식품만을 취급하는 게 아니라 정말 왠만한 레스토랑 뺨치도록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식당들이 밀집되어있던 곳이 바로 쇼핑몰이다. 심지어 차이나타운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목달린 새구이들이 쇼핑몰 푸드코트 안에 버젓이 비치되어 있던...



파파야주스. 캐나다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거라 (차이나타운에 가면 있을지도) 시켜봤는데 역시나 밍밍... 별로 시원하지도 않다





힐끔힐끔 어꺠너머 본 사람들은 모두 구색을 갖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냥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덮밥에 반찬 두세가지에, 정말 다채롭고 퀄리티도 만만찮아보였다. 진짜 부러워...



사진의 렌즈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규모. 지금 이 사진에서는 푸드코트 규모의 1/10도 못담은 듯



두리번 거리다가 국수광인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간판 하나 (사실 별로 입맛이 없었다)



Plum 누들이라고, 자두국수? 하여간 분홍색 국수였는데, 기억으로는 한국돈으로 6000원 가량이다. 과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름만 보고 되게 기대했었는데, 그냥 새콤달콤 달짝지근한 식초맛이다.


오전에는 쇼핑몰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별로 찍은 사진이 없다. 왠만한 브랜드는 다 구비되어 있었지만 캐나다와 비교해보았을 때 그리 가격면에서 저렴한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중국 본토의 명품이 워낙 비싸니 홍콩이 싸다고 소문 난 것 같은데 (한국은 잘 모르겠다), 글쎄 어쨌든 캐나다와 비교했을 때는 더 비싼 것 같진 않았지만 더 싸지도 않았다.


인상깊었던 것은 점원들이 하나같이 다 엄청 친절했다는거, 그리고 영어를 진짜 너무 못했다는거. 명품샵 직원들인데 아무래도 중국 본토 사람들을 위주로 상대할테니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홍콩은 영어도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곳... 아니었던가...? 내가 잘못 알았나? ㅋㅋㅋㅋ 오바 한숟갈 더 보태서 일본에서 영어 안통했던 만큼 안통했다.


아무튼 그렇게 영혼없이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롱샴매장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카탈로그를 보다가 엄청 맘에 드는 모델을 발견! 크기도 크고 캐나다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어서 바로 결제하려고 했더니 브라운 색상밖에 없다고했다. 내가 원하는건 블루색상이었는데!

이거말고 블루색상 ㅋㅋㅋㅋ


"지금 홍콩에 딱 한개 남았는데 결제하고 픽업하시겠어요?" 라는 직원의 손짓발짓 말에 (이런 말조차도 영어로 통하지 않았다) ok하고 결제하고 약도를 사진으로 찍고 물어물어 약 30분가량 항구쪽으로 더 걸어서 조금 외곽지역이 있는 쇼핑몰에 도착. 항구와 더 가까운 몰이었는데 가는 길이 무척 예뻤다. 하늘도 이뻤고, 근대 서양식 건축물도 인상깊었고. 이쪽 지역은 쇼핑몰들과 고급호텔들이 운집해 있는 듯 했다.





가방을 픽업하니 슬슬 친구를 만나러 홍콩대에 갈 시간이왔다.



홍콩대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오마이갓, 스타벅스에서 레드빈 그린티 프라푸치노 발견! 진짜 너무 환상적으로 맛있어서 페북에 올리고 홍콩에 레드빈 그린티 프랍있다!! 했는데 아시아권에는 다 있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난 그렇게 북미촌년이 되었다 ㅠ_ㅠ 아 진짜 너무 맛있어 북미권에도 출시되면 대박일텐데♡


홍콩대학교는 산위..? 언덕위에 있는 학교였는데 뭐랄까, 대학교라기보단 고등학교같은 느낌이 강했다. 높은 아파트숲에 둘러쌓여있었고 계단이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등산하는 줄... 그리고 모기가 많았다.





학교 안에 에스칼레이터가 있다니!!!! 아까 게또한 가방들고 ㅋㅋㅋㅋㅋ



색색의 아파트숲은 홍콩만의 매력인 듯 하다. 갑갑하게도 볼 수 있겠지만 난 마음에 들었다.


다른 홍콩대 사진은 친구랑 찍은 사진들이 너무 많아서... ㅠㅠㅋㅋ 소중한 친구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올리지 못하는게 유감이네용. ㅋㅋ 난징학살에 대한 조형물도 있었고, 계단을 올라가 카페테리아에 보면 안에 연못도 있었고 (하지만 이게 바로 모기집인듯 =_=) 하여간 캐나다에서는 보지 못하던 캠퍼스였어서 흥미로웠다. 



냐려와서 칭구랑 인스턴트 버젼? 하이티 한번 경험해보고 ㅋㅋㅋ



홍콩 금융가 밤거리. 정장입고 전화하면서 바쁘게 왔다리갔다리하는 능력자들이 수두룩





야식으로 홍콩 두번째 날을 마무리! 딤섬의 투톱 하가우와 슈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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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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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일: 6월 18일 II

청킹맨션을 뒤로한 채 친구를 만났다. 홍콩 쇼핑가의 건물 안은 대부분 으리으리 하고 매우 깨끗하며 밝고 환하다. 친구를 만난 장소도 그랬다. 긴 머리에 하늘하늘 쉬폰 롱스커트를 입은 내 친구... 점점 더 이뻐진다 ㅋㅋ 부럽다 기집애!


친구는 친구의 중국인 남사친과 함께였는데 나와도 얼굴을 아는 사이여서 불편하지 않았다.


"어디로 갈래?"


"란콰이펑! ㅋㅋ"


"설명은 필요없고, 일단 그냥 란콰이펑에 가." 라고 말해준 K군의 말만 맹신했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란콰이펑이 클럽과 알코올로 유명한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홍콩대 출신인 K군은 나와 초등학교 떄부터 그룹과외를 하면서 어머니들끼리도 친분이 있으신데다가 내가 캐나다로 이민 & 그 아이는 유학 올 때까지 꾸준히 연락했었던 친한친구여서 무한신뢰했...지만 그 자식은 내 성향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그냥 지가 좋아하던 곳 추천을 해준 듯 ㅡ,.ㅡ 걍 홍콩대 나온 친구 있다고 얘만 믿고 리서치 안해간 내 잘못이 가장 컸다. 내가 란콰이펑~란콰이펑 노래를 부르니 아무래도 친구 남사친이 이상하게 생각하긴 하더라 ㅋㅋㅋ


란콰이펑은 느낌으로 치자면 우리나라 홍대 쯤 되는 듯 했다. 파티오나 칵테일 등이 유명한 걸로 봐서 홍대보다 조금 더 고급스런 느낌?


우리는 일단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란콰이펑 근처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배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북경오리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나로서는 중화권에 처음으로 다다랐으니 이곳이 북경은 아니지만 베이직덕을 먹어보자! 싶어서 북경오리 전문점이라고 써져있는 음식점에 들어섰다. 




메뉴와 음식점 안은 깔끔했고 가격은 보통이었다. 단지 뒷편 중국인? 홍콩인 아저씨들이 회식을 하는지 엄청 시끄럽게 술먹고 떠듦... 어렸을 때 부모님과 부모님 지인분들과 잠실 롯데호텔의 중화레스토랑에 자주 들렀었는데 그때처럼 아저씨들이 원형테이블에 빙그르르 둘러앉아 고량주(?)와 고기를 뜯고있었다. 허허...



베이징오리를 해체시키는 모습




베이징덕은 전병(밀쌈)에 파와 소스 그리고 오이를 얹어 돌돌말아 먹는다. 진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 탑5에 든는 북경오리...이긴 하지만 홍콩에서 먹는 북경오리나, 토론토에서 먹는 북경오리나 별 다를게 없었다는게 아쉬웠다. 살짝 냄새가 났던 듯...


나나이모에 Golden Inn이라는 중국음식점이 있는데, 그곳 북경오리가 정말 맛있다. 알고보면 어딜 다건지 숨은 맛집들은 시골에 많다. 토론토에 사는 나로선 고향의 식당들이 생각날 때마다 아이러니함을 느끼곤 한다.



역시 비행기 타는 여행 첫날은 쌩얼이지



"홍콩에서는 꼭 스윗&사워 포크를 먹어야하지! 급이 다르다니까?"


이렇게 말하는 친구 남사친이 시킨 Sweet and Sour Pork. 달달하게 간을 맞춘 돼지고기 튀김 요리인데 이것도 그냥 그랬음


"아무튼 우리 오늘 란콰이펑 가는거지? 내 친구가 거기는 꼭 가보랬는데."


"너 클럽 갈 생각 아니면 별로 할 거 없을 걸?"


그제서야 란콰이펑의 실체를 알게되고 우리는 그냥 야시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아놔 K군 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녁식사를 마치고나니 내 기억상으로는 8~9시 쯤 되었던 것 같다. 친구는 일단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너무 늦게까지 함께 할 수 없어서 부랴부랴 네이던 로드를 따라 웡콕(Monkok) 으로 향했다.


네이던 로드는 웡꼭으로 이어지는 4km의 도로로, 홍콩의 13대 총독 매튜 네이던의 이름을 딴거라고한다. 그 중 1.6km정도가 세계 2차대전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구간이어서 황금의 1마일이라고 불린다고.





캐나다에서 바로 도착했다고 보면 되는 나에게는 완전 정신없었던 홍콩시내의 밤거리.


명동과 비교하자면 더 크고 냄새난다고 보면 되겠다. 하수구 냄새가 하도 많이 나고 에어컨 물이 뚝뚝 떨어지는게 인상적이었다. 밤의 도시라 불릴 만큼 사람들이 활기찼는데, 대부분의 가게와 몰들은 11시에 닫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에어컨을 엄청 세게 틀어놓아서 엄청난 습기와 더위에 고개를 내젓다가도 가게 앞을 지나서면 아주 순간적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는다. 문을 다들 활짝 열어놓는데, 이게 바로 환경오염의 주범...





유명하다는 홍콩의 망고라시를 마셨는데 특별할 것 없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홍콩은 특별할 것 없음.


Sasa라는 화장품 종합판매점은 정말 거짓말 안하고 한블록마다 있다. 정말 말그대로 징그럽게 엄청 많다. 분홍색 간판이 여기저기다.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서니 우리나라의 동대문 시장 같은 곳들이 즐비한데, 여기저기 싸구려 물건들과 짝퉁을 팔고있었다. 상인들은 심드렁한 얼굴로 부채질에 열심히고, 여기저기 선풍기를 틀어놓은 광경이 꼭 동남아의 시장과 흡사했다. 싸이 강남스타일 시계같은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찍지 말라고 저지당함...






ㅋㅋ 얜 뭐라는거야?




짝퉁 MK 가방들. 정말 말그대로 싼티나는 물건들만 즐비하다. 저런거 들고다니면 욕먹을거다. 유럽에서 알카에다 하수꾼들이 파는 명품짝퉁도 이정도 퀄리티는 아니었는데 ㅋㅋㅋ 듣기로는 A급을 원한다고 하면 안쪽으로 데리고가서 보여준다는데, 밀실에 갇혀서 들어오는건 맘대로지만 나가는건 니맘대로가 아닐 걸~ 하면서 계산기 두드린다는 소리를 하도 들었어서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아니 근데 누가 MK급을 짝퉁으로 들고다녀 ㅋㅋㅋㅋㅋㅋ


탐스짝퉁가게를 지나가는데 한 한국인 무리가 붙잡는다. "우리 네고할건데 같이 하실래요?"


흠 ㅋㅋ 안그래도 굽있는 신발만 들고와서 신발 한켤레 살까 하던 와중에 겸사겸사 OK를 했다. 자기들끼리 나는 이거, 저거, 이거하더니 여러켤레 골라잡는다. 나한테도 고르라고 해서 하나 집었다. 흥정이 시작됐는데, 이 양반들 양심도 없는건지 절반 밑으로 흥정을 한다.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딱 자르는 가게 아주머니. 나같아도 겁나 화나겠는데 -_-; 슬슬 같은 무리라는게 쪽팔리기 시작한다. 흥정은 끝을 보일 기세가 안나고 둘다 물러서지 않는다. 이거 깎아봤자 얼마나 깎는다고... 내 시간이 더 아까움 ㅠㅠ 그렇게 나는 나는 그냥 제값주고 내 신발을 사고 그들을 떠났다...


홍콩의 야시장을 걸으면서 든 생각은 여기 정말 살 거 없다라는거...

다 엄청 싼티나는데다가 그 저급 퀄리티에 가격도 엄청엄청엄청 싼 것도 아니다. 기대를 너무 많이하고 가면 실망할 듯.







카카오톡 일본버젼 Line 캐릭터들




홍콩답게 여러 장난감이나 피규어등이 많았고 아기자기한 소품과 악세사리 가게가 많았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 미샤 그리고 에뛰드 같은 가게들도 엄청 많았다. 몰 안은 대부분 쾌적했고 카페가 많았으며 일본의 버거 체인점인 MOS 버거가 자주 보였다. 11시가 다되가는 밤 늦은시간에도 음식점들은 인산인해... 젊은 아가씨들도 딤섬, 핫팟, 국수류 등 식사(!!!)를 그 시간에 하는 걸 보고 많이 놀라웠다. 윗 사진의 엄청난 길이의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를 자랑하는 빌딩은 Longham Place 빌딩인데, 정말 현기증 날 정도로 아찔한 에스칼레이터를 그것도 한개가 아닌 여러개 자랑한다. 그 높은 층에 에스칼레이터를 설치한 것 자체가 경이로웠다. 근데 이 건물도 11시 되니까 닫더라능 ㅋ


몰들도 슬슬 닫는 분위기고 친구가 내일 아침 수업도 있고해서 이만 오늘의 일정은 끝내도록 하고 청킹맨션으로 돌아왔는데, 친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면서 제발 나오면 안되겠냐고 다른 숙소를 알아보자고 애걸복걸한다. ㅋㅋㅋ 구래 넌 참 좋은 칭구야...


자신이 묵고있는 기숙사는 경비가 삼엄해서 나를 못데리고간다고, 미안하다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솔직히 나는 숙소가 짜증나고 의외였고 놀라웠고 비참하긴 했지만 피곤도 했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인드였어서 그냥 돌려보냈다.


청킹맨션은 새벽에 복도에서 어떤 아저씨가 기침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엄청나게 비좁다는 것 빼고는 인터넷도 잘되고, 에어컨도 빵빵하고 위치도 좋았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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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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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일: 6월 18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틀만에 다시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땐 피곤하고 무기력해 죽겠거니와 숙소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시차때문에 전날 밤 11시에 도착하고 이모와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두세시에 잤는데 시차 때문에 어그적어그적 오전 7시정도에 기어나와 거실에 있는 컴퓨터로 리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Booking.com에서 아무 호스텔이나 골라잡았다. 사진도 깨끗해보이고 위치상 다운타운 중심부라 관광에 용이할 것 같아서...

 

떠나기 전날 홍콩에서 홍콩대를 다니며 지병으로 홧병을 얻은 (분노조절장애 ㅋㅋㅋㅋㅋ) 소꿉친구 K군을 서현역에서 만났는데 걔가 하는 말이 란콰이펑에는 꼭 가라더라. 나는 나름대로 이곳저곳 지명이나 관광소를 리서치 해서 걔한테 보여줬는데 내가 준비해간 노트를 고이 접고 걍 서점에서 책 한권 사라던 K군 ㅡㅡ 너 이자식 근데 란콰이펑 클럽명소더라........ 나 술 안마시고 클럽 안가는거 알자나 이시끼 ㅠㅠ

 

홍콩으로 떠나는 날에는 지가 엄청 주룩주룩 내리고 습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수지에서 인천공항행 버스에 올라탔다. 공항도 이제는 지겹다 gg

 

홍콩/대만 여행은 일주일 예정이었고, 홍콩에는 초등학교를 같이 나와서 대학에서 다시 만나게 된 친구가 당시 홍콩대에 교환학생으로 가있었다. 마침 대만에는 하이스쿨을 함께 나오고 대학에 같이 진학한 친한 대만인 친구가 들어가있는 상태였고.

 

하지만 홍콩대 교환학생 친구는 오전/낮에는 학교에 가야했기 때문에 부통 밤에 만나는 것으로 약속을 잡았고 대만친구는 아버지의 동물병원을 도와주느라 내가 대만에 있는 동안 내내 나를 데리고 다닐 짬이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아~ 난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홍콩은 공항에서부터 엄청 습하고 더웠다. 크고 깨끗했던 공항이었지만 기대보다는 촌스러운 느낌이었다. 날씨는 무지 좋은 듯 했다.

 

Luggage pick up 라운지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내 짐이 나오지 않는다. 아 제길... 영국에서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건가;; 그리스에서 짐 도둑맞은걸로 충분하지 않은건가;; 이번에는 여행 시작하기도 전에 뭐야 이거 했는데 다행히 엄청 늦게 delay되서 내 짐이 나왔다.

 

덕분에 체크인 후 저녁식사를 하고 야시장을 함께 가자던 친구와의 약속이 늦어졌다.

 

Octopus 교통패스를 사고 홍콩의 다운타운으로 운행하는 공항버스를 탔다. 영연방 출신답게 붉은색 2층버스였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내 앞자리에는 단발컷이 인상깊은 아저씨가 앉았는데 머리를 도대체 얼마나 감지 않은건지 기름과 비듬에 쩔어서 찰랑찰랑 하다못해 머리가 치덕치덕거렸다.

홍콩/대만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보통 한국인은 깨끗한 것이 정상이고 씻지 않으면 그게 더러운 것으로 치부되는데, 중국인들은 반대인 듯 했다. 씻지 않는게 평범한건데 씻으면 단지 "깨끗"할 뿐인거... 한마디로 홍콩/대만에도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게 비정상으로 치부되지는 않는 듯 했다. 다니면서 왜 K군이 홧병에 걸렸는지 이해가 가더라는...

 

아무튼 도착하자마자 카톡으로 교환학생으로 가있는 친구가 하는 말 "전날만 해도 비 엄청 왔었어! 장마철인가 할 정도로 2주동안 비만 내렸는데 왠일이니 신기하다!"

 

ㅋㅋ I guess HK welcomes me

 

 

창가로 부는 바람의 기분이 좋았다. 노을이 지기 직전 오후의 햇볕이라 그런지 햇빛이 황금빛이었다. 지금 홍콩에 도착했구나 내가~

 

40분정도 걸려서 숙소가 위치해있다는 Nathan Road의 침사추이역 근방에 다다랐다. 이곳저곳 때묻은 고층 빌딩들과 빼곡한 한자들, 가게 간판들, 자동차들 그리고 인산인해...

 

전날 구입한 홍콩여행책자를 뒤적거려보았는데 (그래 나 리서치 하나도 안하고갔다 정말 하.나.도 ㅋㅋ) 거기 써있기를

 

청킹맨션: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찾을법도 하지만 중경삼림 등 여러 액션/조폭영화의 배경이 된 곳으로 마약밀거래나 불법노동자들이 판을치는 곳이다. 남자들도 조심할 것. 비추.

 

라고 써있었다.

 

잠깐...

 

아까 내가 확인했던 내 숙소 주소가 뭐였지?

 

ㅡㅡ

 

청킹맨션...

 

 

"청킹맨션이 어디있죠?"

 

버스에서 내려서 아무나 붙잡고 물으니 내 옆에 있는 건물을 가리킨다. 청킹맨션이라고 써져있다.

 

Shit...

 

 

침사추이역에서 Nathan Road를 따라 Front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분명 대부분 홍콩/중국인 및 관광객들이 대부분인데 한두블럭 정도 중동/인도/흑인 삐끼들이 엄청 많은 곳이 나온다. 관광객들을 붙잡고 호텔 예약했어~? 하면서 잡아 이끄는데 내가 예약한 숙소, 청킹맨션이 바로 그들의 상권에 속해있었다. 화려한 고층 빌딩들 중간에 떡하니 자리잡은 조금있으면 쓰러질 것 같은 엄청나게 떄 탄 이 건물... 내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마자 어두컴컴한 백열등이 비추는 이 건물입구가 꼭 할렘가 같았다.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계단에는 삐끼들이 서서 내 팔을 이끌었다. "아가씨 방 잡았어?"

 

세상에나;;; 가뜩이나 핫팬츠 차림에 20대 초반 여자가 두리번 두리번 어리버리하게 캐리어 하나 이끌고 계단에 올라서니 남자들이 개떼처럼 달려든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진짜 대박 불안하다.

 

안은 옛날 한국의 지하상가처럼 생겼는데 전자, 인도음식, 싸구려 물건등을 취급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청킹맨션이 홍콩에서 환율 값을 가장 잘 쳐준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내가 홍콩을 떠나는 날에 청킹맨션 환율소는 나에게 빅엿을 주었다).

 

 

 

혼자 조폭같이 서있는 청킹맨션.

 

내가 예약한 호텔은 7층의 Tokyo Hotel이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서면 카운터에 들어서게 되고 그곳에서 체크인을 하고 키를 받는다.

 

카운터에는 왠 인도인이 앉아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저기... 여기 안전은 한가요?"

 

"Of course. No worries."

 

심드렁하게 말하는 카운터...

 

믿기 힘들거든? ㅡㅡ

 

아오;; 열쇠를 따고 복도에 들어서니 이게 왠 여관분위기...

 

방은 정말 3평 남짓하리만큼 코딱지만한 방이었고 사진과는 매우 달랐다. 사기다. 내가 반올림해서 165cm에 그 당시 몸무게가 49kg였는데 혼자 몸을 못가눌 정도이고 화장실은 문을 닫지 못한다.

 

K군에게 "내 숙소 청킹맨션이라는덴데;; 뭐야?"

 

했더니 "미쳤냐?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고 당장 나와"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

 

찜찜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밖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한국인 accent가 있는 키작은 50대 아저씨를 만났다. 낯선 땅에서 한국인이 반갑기도 하고 이 그지같은 숙소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경에 "혹시 한국인이세요?" 물으니 그렇단다.

 

사업차 홍콩에 장기간 묵는 사업가라고 하는데 자기는 청킹맨션을 아주 잘 안다면서, 젊은 아가씨가 왜 혼자 이런 곳으로 왔냐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7층 도쿄호텔? 걔들 질 안좋은데..."

 

"저 정말 불안해서 그러는데 혹시 모르니까 긴급사항이 생기면 전화드려도 될까요?" 하니 언제든지 그러라면서 번호를 알려준다.

 

"이따 몇시쯤에 들어올거에요?"

 

"글쎄요, 친구들이랑 야시장 돌고 하면 한 열두시 한시 쯤 되지 않을까요?"

 

"그럼 나 저기 저 xxx 숙소에 묵고 있으니까 두시가 됐든 세시가 됐든 아무리 늦어도 좋으니까 내 방에 들러요. 여자 혼자 위험하게..."

 

서너번 계속 강조하면서 꼭, 꼭 오늘 밤 자기 방에 들르라는 이 아저씨... 순간 뭐지 이거? 싶었지만 표정이나 말투자체가 너무 나를 걱정하고 위해주는 말투라 그냥 번호만 받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불쾌하고 혼란스러웠다. 개새끼였고 생각할 수록 더 개새끼다.

 

그리고 그날 나를 숙소로 데려다 준 친구는 울었다. 제발 나오라면서...

 

앞으로 나는 홍콩에서의 나흘간 삶에 위협을 느끼며 아침해가 밝자마자 숙소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가기를 매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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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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