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골목이 있으면 들어가고, 멈추고 싶은 곳이 있으면 멈추고, 그렇게 우리는 하바나의 오전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내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점은 쿠바는 여자들끼리 돌아다니기에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거짓말 한점 보태지 않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이백번 이상 희롱적인 멘트를 견뎌내야했다.


동양인은 무조건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쿠바인들 덕분에 우리는 언제나 "치노"라고 불려야했고 (물론 한국 또한 불과 15년전만 해도 백인을 모두 미국인이라고 정의내렸던 때도 있었지만) 단지 동양인 관광객이라는 이유로 수치스런 코멘트들을 들었던 것 같다.


예를들어서,


1. 길을 돌아다니면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치노", "린다 치노", 같은 말들을 그냥 "뱉는다". "Beautiful" 같은 코멘트들과 함꼐. 이건 정말 literally outburst한 코멘트라서 귓가에 박히는 소리들이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너네 참 예쁘다! 하는 것이 아니라 뒷통수에 대고, 우리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옆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페인트칠을 칠하다가, 창문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정말 시.도.때.도. 없이 우리를 향해 "부르짖는" 말이란 뜻이다. 내가 생각할 때는 남자들의 캐릭터 자체가 아주 쥐꼬리만큼의 여성으로서의 호감만 있다면 표현해야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았다. 한마디로 악의나 의도는 없는데, 그냥 귀찮고 짜증날 뿐이다.


2. 앞서 말했듯이, 이 귀찮은 남자들은 정말 가볍게 말을 뱉는다. 캐나다 같았으면 다 고소시켜버리고 싶을만큼 성적으로 수치스런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예를들어서 "내가 오늘밤만 너의 남자친구가 되어줄게" "너네 중 아무하고나 좋으니 결혼해줘" 라고 말하면서 쫒아오는 얼굴도 기억 안나는 남정네들이라던지 ㅡㅡ


3. 해가 지고 여자가 돌아다니면 남자들이 정말 개미떼처럼 따라붙는다. "Ladies~"라고 소리지르며 서로 차에 타라고 아우성이다.


나는 그런 행위 자체를 절대 재미있게 여기거나 웃으며 넘어가는 성향은 아니기때문에 문화적 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쿠바 시내를 돌아다니며 골백번 듣는 이 지겨운 코멘트들에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치노치노 거리는 것도 짜증이 났고 (동양인이면 다 중국인이냐 이 단세포 외계인들아!!!!!!) 그냥 이런 쿠바 남자들의 가벼운 언행자체에 빡이쳤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쿠바남자들은 나름 "칭찬"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마초나라이기 때문에 여자들에 대한 매너와 아름답다고 치켜세워주는 코멘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화이기 떄문에 아무리 수줍은 청년도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예쁘다고 대놓고 말을 한다고... 말도 안돼! 라며 반박했더니 쿠바 남학생의 수줍고 수줍지 않고의 차이는 여자앞에서 칭찬을 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같이 댄스파티에 가자고 물어볼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라고 했다. 그만큼이나 모두들 이런 코멘트에 자연스럽다는 거겠지...


어느정도냐 하면 하바나 시내에서 유일하게 신사를 보았는데 그분은 스패니쉬 악센트가 강한 일본어 ㅋㅋㅋ 로 우리에게 일본인이냐며 말을 걸었다. 말쑥한 수트에 서류가방을 든 차림새였는데, 인자한 인상에 말투도 젠틀했다. 아니라고,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쿠바에 잘 왔다고 말하면서 하는 말, "you are so beautiful". 이런 신사분까지 저런 코멘트를 내뱉다니, 그냥 이 나라는 이런 나란가보다 하면서 포기했다.


아무튼 남자와 함꼐 다니지 않으면 이렇게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쿠바여행 할 여성분들은 참고하세요~






파스텔톤의 페인트칠이 인상적이었던 올드 하바나. 하바나의 명동이라 불리는 Obispo (오비스포)에 들어서자 페인트칠도 더욱 말끔해지고 하수구 냄새도 나지 않는다. 곧 점심을 먹어야 할텐데, 음식점 앞 메뉴판의 음식들을 보니 파스타와 피자 2~3CUC부터 가재구이까지 쿠바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늘상 볼 수 있던 요리들 뿐이다. 이곳 피자는 특히나 간이식...으로 만들어져서 눅눅하고 축축한 밀가루 반죽에 햄 조금 얹은 것 밖에 먹어본 적 없는데, 쿠바에서는 왠지 "요리"라는 개념보다는 간식개념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한마디로 맛없다.




쿠바의 길거리 음식들. 이건 볶음밥인 줄 알았는데 햄과 파같은 것이 얹어진 정체불명의 무언가였다. 모두 아침부터 팔릴 때 까지 냉장보관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내버려진다고 가이드가 뜯어말리던 음식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길거리의 순대나 김밥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이런 음식들은 페소로 살 수 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쿠바의 음식들은 유난히 샛노란 것들이 많았다... 빵도 노랗고, 버터도 노랗고, 정말 노란 음식들이 많았든데 보기에 별로 좋지 않았다. 지방덩어리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온달까 ㅠㅠㅠ 저 샌드위치는 정말 ㅋㅋㅋ



오비스포는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고 북적여서 정신이 없을거라던 현지인들의 말과 달리 하바나의 명동 일구밀도는 우리나라의 것에 비하면 게임도 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집에서 시가를 이쁘게 쌓아놓고 팔고있긔



다시한번 끔찍한 쿠바 케이크의 비쥬얼들. 내가 홍대 케이크샵에서 셀프데코를 했을 때도 저거보단 잘만들었었다...


오비스포 거리에서 쭈욱 Place de Armas로 걸어올라가니 쿵짝쿵짝 신나는 소리가 들린다. 축제인가 싶어서 기웃거렸는데 서커스단의 무대가 있었던 것 같다. 골목을 막고 서커스 단원들이 기다란 목발을 신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 즈음엔 이미 공연이 끝난 듯 사진에서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의 키작은 여자가 길거리에서 돈을 받으러 돌아가니고 있었고 악단은 계속 북치고 장구치고했다. 이 사진도 몰래 찍은 것이, 사진 찍는게 들통나면 저 돈 걷으러 다니는 언니가 집요하게 쫒아온다 ㅠㅠㅠ 어떤 관광객이 공연때부터 쭈욱 찍다가 저 언니가 쫒아와서 (협박해서) 곤란해 하는 것을 봤다.




더운날씨에 고생하는 산타복장 멍멍이들 ㅠㅠㅠ 안경까지 씌워놓고... 사진 찍을라치자 사진에서는 가려진 주인 할아버지가 엄청 무서운 얼굴로 멍멍이들을 가로막고 돈을 요구했다. 돈돈돈 모든지 돈을 달란다




입맛도 없고 딱히 먹을 것도 없어서 들어간 아이스크림 카페. 메뉴를 보고 시킬라치자 웨이터가 다가와선 안되는 메뉴를 말해주는데, 반 이상이다. 되는 메뉴는 저기서 댓가지 밖에 되지 않았다. 장사를 하지 말어 ㅠㅠㅠ





1.65CUC짜리 선데의 비쥬얼인뎅 피스타치오와 살구 아이스크림에 밑에 파파야를 깔고 웨하스를 꽂았다. 시럽은 안뿌려줘도 되었을텐데 아이스크림은 참 맛있어서 한개 더 시켜먹을까 생각도 했지만 정신줄을 잡았당



Church and Convent of St. Francis of Asisi!


라이브 카페에서 커피한잔 하고싶었지만 올드하바나에는 이렇다 할 카페가 없었다. 헤밍웨이가 자주 들렸다 한 La Floridita 모히또 가게는 시끄럽고 또 오비스포를 지나 쭉 걸어내려올라가야했다. Cafe Paris라는 Place de Armas 근처 카페도 괜찮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그냥 5시 버스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것을 선택~


올드하바나에서 Viazul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비는 7~8CUC인데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10CUC를 부른다. 고개를 저으며 쿨하게 지나가니 저쪽에서 손가락으로 7을 만든 택시기사가 소리를지른다. 우리 모두 쿠바에서는 흥정을 해봅시당~


차로 15분정도 걸리는 Viazul 버스터미널을 가니 인산인해다. 하바나에서 쿠바 이곳저곳으로 통하는 고속버스이다 보니 예약을 했었어야... 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는 티켓을 못 구할 것을 염려해서 일부러 세시 반 정도에 터미널에 도착을 했는데, 표가 없댄다. 다섯시 40분 차인데 5시에 다시 와서 취소 된 티켓이 없냐 다시 확인하라는 직원 말에 나는 또 삐끼사냥에 들어갔다 ㅠㅠ


터미널 밖으로 나와서 시가 피우는 아저씨들에게 접근... 하바나까지 가는 택시기사 아는 사람?

60CUC를 부른다. 40CUC를 부르니 아예 등을 돌려버리는 이 아쟈씨덜...

결국 50CUC로 딜.


이탈리안 배낭여행족과 동승했는데 비좁았지만 덕분에 즐거웠던 두시간이었다. 남녀 커플은 아니고 소꿉친구끼리 여행을 왔다고 하는데, 남자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회사원으로, 부산 출신 동료들이 많다고 했다. 우리보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면서 국정원 비밀댓글 사건 등등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물어보았고 ㅋㅋㅋ 우리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했지만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아쉽게도 거절했다.


두번째 하바나 방문, 물론 수박 겉햝기에 오래 지내지도 않았지만, 다시 한번 방문했던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Posted by 캐서린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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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화연결 없이 쿠바 밖 세상과의 소통이 끊긴 채로 지내던 다섯째날 친구는 다시한번 하바나를 갈 것을 제안했다.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던 바라데로 시내와 삼일째 그리고 5일째 여유있게 리조트에서 먹고 자고 헤엄치는 그 시간이 아까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하바나가 그리 인상 깊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또 꼭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대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가이드와 함께 했을 때는 시간에 쫒기고 눈치도 보여서 사진도 마음대로 찍지 못하고 카페에 앉아 수다도 떨지 못했으니까.


그래 그럼 우리 마지막 날 하바나를 한번 더 가서 그렇게 유명한 쿠바의 생음악도 여유있게 들어보고 현지음식도 먹고싶은 만큼 먹어보고 도시에서 여유를 즐겨보자!


바라데로에서 하바나로 차를 이용해 걸리는 거리는 약 두시간으로 택시를 타고가면 보통 100CUC, Viazul이라는 버스를 타고가면 10CUC이다.


버스가 1/10 가격이기에 매력있지만 고려해야 할 것은 1. 버스의 한계적인 시간표, 2. 한번 가는데 걸리는 3시간 20분, 말인 즉슨 왕복 여섯시간~여섯시간 반, 3. 버스 정류장까지 가야하는 시간과 비용 이었다.


일단 버스는 8시 버스가 첫버스라고 하고, 정류장은 바라데로 시내에 있단다. 바라데로 시내까지 가는 택시비용만 일단 10CUC... 하바나로 가는 버스티켓과 맞먹는다. 내가 캐나다에서 알아본 바로는 하바나에서 바라데로로 떠나는 막차가 5시 30분정도에 있었는데, 호텔 직원 말로는 8시까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 쿠바에서 해 진 후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첫차와 막차를 타는 계획을 했다. 하바나 버스터미널에서 올드 하바나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11시 반~12시 정도에 도착할 것을 예상하고 약 6~7시간정도 하바나에서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고,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걷다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었다. 비록 다음날 아침 출국을 해야했고 예상 호텔 도착시간은 밤 12시였지만 이왕 이렇게 결정 된 김에 밤을 새도 상관없다~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ㅠㅠㅠ ㅋㅋㅋㅋㅋㅋ (진작에 다녀올것이지 ㅠㅠㅠㅠ)


7시에 호텔에서 조식한 후 15분 쯤 택시를 잡아탔다. 역시나 예상대로 10CUC. 5CUC씩 나눠내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어떤 남정네가 우리를 잡아세운다.


"You going to Habana?"


처음에는 정류장 직원인 줄 알았는데 그럼 그렇지 삐끼다. 우리에게 40CUC에 하바나에 갈 것을 제안한다.


택시가 있다는데 버스는 세시간 20분이나 걸리고 두사람이 가려면 20CUC인데 우리 둘만 40CUC에 태워주겠단다. 두시간도 안걸린다면서. 솔직히 혹 했지만 그렇게 땡기지는 않는 제안이었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내 친구는 웃으면서 어쩔 줄을 몰라 당황해하는데 내가 정색을 하며 그냥 가자 하며 지나치자 잠시 후 또 따라온다. 30! 을 외치면서. 그럼 콜이지~


그렇게 우리는 다시한번 올드카를 타고 하바나에 가게 되었다. 30CUC에 버스정류장이 아닌 올드하바나에 내려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바나에 가는 길에 평생 들이마실 니코틴과 매연을 다 뒤집어 쓴 것 같지만 (창문이 없는 차에서 담배태우는 기사 할아버지 -_-).... 가는 길 꾸벅꾸벅 졸다가 하도 덜컹거리는 차소리 때문에 아 이대로 쿠바에서 차사고로 하직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비록 삐끼 아저씨가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조폭같이 생긴 쿠바아저씨 태워서 동승하게 되었지만...


올드하바나에 도착시간 10시 15분.


날씨는 여전히 따갑지만 화창하고 여유롭다. 아직 관광객도 많지 않고 현지인들도 슬슬 자신들의 생활을 시작하는 시간인 듯 했다(? 주말도 아닌데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건 좀 많이 늦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가이드 아저씨와는 찬찬히 둘러보지 못했던 El Moro 등대와 말레꼰 방파제를 여유롭게 거닐었다. 방파제에 앉아서 멍때리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시가를 태우며 담소 태우는 사람들 등등 현지인들의 색감이 잘 묻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Te amo, "Love you" 라는 뜻



뜬금없는 포세이돈 아저씨... 저기 뒤로 처음 하바나에 도착한 날 들렀던 예수 그리스도 공원의 상도 보인다.

하늘도, 바다도 어찌 그리 파란지요~








이리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말레꼰 해안가에서 우리는:

1. 하수구 냄새에 질식사 할 뻔 했다.

2. 엄청나게 커다란 죽은 쥐를 보았다.

3. 헌팅을 당했다. 그것도 고딩들한테.


누누히 말했듯이 쿠바는 여자들끼리 돌아다니기 좋은 곳이 아니다. 시선과 관심을 좋아하는 여성분이라면 또 모르겠다.



아직은 그늘안에 들어서면 선선한 하바나의 아침. 건물 페인트 칠이 벗겨진 골목 이곳저곳도 들어가보고



등돌리고 사진 찍다 시선이 느껴져서 눈높이가 같은 동네 주민과 눈이 마주쳐 까무러쳐보기도 하고



어느 블로거가 자신은 쿠바의 빨래조차 사랑한다고 글을 올렸다던데 쿠바에서 참 빨래를 많이 본 것 같다.






올드 하바나는 박물관이 참 많은 곳이다. 쿠바 미술, 군용, 혁명, 요새박물관 등등이 넘처나니 관심이 있으면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리고 다시 찾은 Capitolio.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코를 찌르는 하수구 냄새와 삐끼들에 지쳐갈 때 즈음이었다.

슬슬 12시가 다가오니 사람들도 붐비기 시작했고 해도 더 강렬해졌다.

Posted by 캐서린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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