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일, 10월 3일

쾌청한 초원의 아침이 밝았다. 날이 밝고 보니 현대식으로 재건설 된 몽골식 빠오가 마치 지구 반대편의 이글루 같이 보이기도 한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페인트, 그리고 황금빛 햇살의 조화에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하다.




저 커다란 건물이 바로 우리가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식당이다. 어제 아저씨들이 열심히 양꼬치를 굽던 카트도 눈에 띈다. 이른 아침엔 역시 장사를 안 하시는군..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승마체험 후 후허하오터로 이동, 시내관광을 하는 스케쥴이었는데, 아주 간단하게 숭늉? 비슷한 죽과 만토우, 그리고 중국식 장아찌를 제공한다. 삶은 계란과 소시지도 있어서 봤더니 그건 별도의 돈을 지불해야한다고.. :(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이렇게 몽골식 전통의상을 입은 아저씨들이 야구모자(..)를 쓰신 채 아주 언발란스하게 돌아다니신다.






여타 말들보다 훨씬 짜리몽땅하고 귀엽게 생긴 내맘대로 조랑이들. 원나라 시절, 고려에서 그렇게 조랑말 조공을 많이 했다더니 그 종자의 후손인가? 너네 사실은 제주도산? 잘 모르겠습니당.





모두가 식사를 마친 약 10시 경, 승마용 복장을 착용하고 이렇게들 우르르 모여가서 티켓을 끊은 후 말을 타러 간다. 우리가 여행사와 계약할 때는 옵션이 모두 포함이었어서 티켓이 그냥 제공되었는데, 다른 분들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별도의 승마 옵션은 약 100위안이 안됐던 것 같다.


그리고 헬게이트 입성


말을 탈 때는 두명 정도의 아저씨들께서 읏차! 하고 탑승시켜 주시는데, 일단 말이 다그닥 다그닥 걸어다니기 시작하자마자 (?) 엉덩이가 매우 아파진다. 진짜 이건 레알이다. 엄살이 아니다. 나는 태어나서 말을 타보는 거라고는 동물원에서 한두바퀴 빙 돈 것 밖에 기억이 안난다. 동물원 말들은 터벅터벅 영혼없이 걷기만했으나 내몽골 애들은 달랐다. 얘들은 레알 조깅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뛰기까지 했는데, 인력부족으로 아저씨들이 하나하나 고삐를 잡고 인도 해 주지 못하니, 만약 처음부터 아저씨가 붙지 않았을 경우에는 레알 무서운 척을 하면서 아저씨들의 관심과 눈길을 끌어야 한다 (제 고삐 좀 잡아주세요! 얘 좀 걷게 해주세요!). 그리고 아저씨들은 이런 우리를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신다. 기준이 다른건지, 아니면 무서워 하는 외국인들을 너무 많이 상대하신건지, 하여간 말도 안통하고 가이드도 따라붙지 않는데 엉덩이는 아프고 승마체험은 기약없이 40분 가량 진행되지, 조금 서러워진다. 나는 좀 어벙하고 만만해 보였는지 처음부터 아저씨가 붙었는데, 갈 떄는 잘 가다가 나중에 올 때 갈아탄 말이 미쳐 날뛰어서 외국애들 사이에서 꽤나 화자됐었다는 슬픈 이야기.


참고로 말 위에서는 핸드폰 촬영을 못하니 (셀카라도 찍을라치면 아저씨가 바로 소리를 지르신다) 참고하시고, 다그닥 다그닥 거리는 말 위에서 카메라 목에 걸고 촬영을 감행할 수도 있었지만 카메라가 배낭 안에 들어있었기에... 도저히 현실적으로 조깅하는 말 위에서 카메라를 꺼내고 또 닫고 할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물론 말들이 좀 터덜터덜 걷는 페이스로 돌입할 때 안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카메라를 목에 걸고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는 것이 가장 유익할 듯 싶다. 아래는 엉덩이가 아픈 나의 그림자... 도저히 셀카를 찍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두손으로 안전하게 찍었다.




몽골족 분들께서는 진짜 이 허허벌판 대지를 영웅처럼 말 위에서 쏘다니신다. 뭔가 말과 일심동체가 된 듯한 포쓰. 역시 징기스칸의 후예, 초원의 주인. 말이 조깅하려고 박차(?)를 가할 때마다 와우! 오우! 잇 헐츠! 라고 소리지르며 엉덩이를 들썩들썩, 깨알 비명을 지르는 내가 저들의 눈에는 얼마나 한심해보였을까.





약 40분가량의 편도 승마가 끝나면, 일제히 말에서 내려서 게르를 방문한다. 이게 왜 편도냐 하면, 게르를 방문하고 몽골식 우유차(나이차)와 우유간식을 시식 한 뒤 또 다시 말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기 때문. 정말 경악스러웠다 다시는 말 안 타.




우유차와 우유 캐러멜 그리고 치즈를 나눠주는데, 그냥 맛보기를 할 만한 양이다. 자리가 부족해서 우리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서서 먹고 마셨다. 우유차는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듯 했고 캐러멜과 치즈 모두 맛은 괜찮았는데, 관광상품으로 파는 대량상품들이 오히려 비릿내가 심해서 기념품으로 사왔지만 지금까지 나몰라라 하는 중. 친구한테도 나눠줬는데 똑같이 방치당하고 있는 듯 하다 ㅡㅡ


몽골족 간식 시식 후 약 15분 가량의 자유시간에 허락 된 포토타임! 아래 눈을 좀 덜 뜬건지 게슴츠레 하니 너무 멍청하게 나왔지만 한번 올려봅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가을이라 그런지 초원이 황금빛인데, 조랑이들이 배가 고팠는지 게르 가는 길에는 침착하게 잘 조깅만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는 점심식사 시간이어서 배가 고팠는지 갑자기 트랙을 이탈해서 풀을 뜯어먹질 않나 (풀 뜯어먹으려고 고개 숙일 때 내 몸도 함께 숙여짐) 갑자기 반항하면서 뛰어다니지를 않나, 정말 공포스러운 40분이었다. 내 말이 하도 날뛰고 내가 무서워 하니까 아저씨 두명이 붙어서 말을 조련했는데, 뭔가 본능적으로 두 분이서 히히덕 웃으시면서 나를 놀리는 듯한 기분이 확 들었다 (식스센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몽골의 승마체험은 레알 말이 나를 등에 업고 왕복 한시간 반 이상 조깅을 하는 것이니 노약자나 어린이 혹은 두려움이 많은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절대 터벅터벅 걷는 애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편한 바지를 입고 가세요. 선크림 단디 바르시구요. 지금 생각하면 좋은 추억이고 내가 언제 말 등위에서 그렇게 들썩거려보겠나 싶지만, 또 내몽골에서 승마체험을 해볼래? 하면 흔쾌히 수락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왜냐면 이건 레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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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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