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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채식을 한다고 말 못하는 사람이다. 어제만 해도 샤브샤브를 먹었고, 고기 육수를 좋아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사랑 소고기 베트남 쌀국수는, 지금까지의 마음으로는, 평생 포기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 약 2년 전부터 내가 혼자 먹는 식단을 위해서는 소/돼지/닭고기를 소비하지 않았다. 인간의 습관적인 고기 소비는 분명히 개선되야 한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장을 보러 갈 때 으레 습관적으로 고기 코너를 처음 들러, 일주일의 식단을 짰다.)

 

나는 내가 비건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류는 옛부터 잡식이었으며, 건강을 위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뭐든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물며 우리집 고양이 레몽이도 육식이고, 삼시 세끼 닭과 칠면조, 토끼로 만든 육식 사료를 섭취한다. 육식은 자연의, 그리고 먹이 사슬의 한 부분인 것이다.

 

하지만 공장형 축산 및 도살을 유발하고 환경을 무분별히 파괴하는 습관적 육류 섭취는, 이제 내가 성장기 청소년도 아닌 만큼 지양하자 생각했다.

 

아주 예전, 벌써 10년은 된 듯한 학생 시절, 채식주의자인 친구 동생이 "고기 육수"는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혀를 끌끌 차며 비난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는 이제 내가 혼자 장볼 때는 고기를 사지 않을거야"라고 말했을 때 엄마는 내 건강을 염려했다. 누군가는 "그게 얼마나 갈까?" 하며 웃었다.

 

비건 지향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후, 세상이 얼마나 채식주의자들에게 엄한 잣대를 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은 좋은 것이다. 또 육류 섭취보다 환경에도 좋고, 동물권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농사도 얼마나 환경을 해치는데?"라고 반박할 수 있으나,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며, 또 완벽한 인간이 될 생각이 눈꼽만치도 없다. 각종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모두 인지하고, 또 그것을 개선해 나가려고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백만 개의 문제가 있다면, 그 중 한 가지라도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고민해보고, 작심삼일일지라도 행동으로 옮겨보고 싶을 뿐이다. 3일에 한번씩 또 결심을 하면 되니까.

 

내 요리 인스타 계정을 둘러보면 너무나 분명하지만, 나는 절대, 절대 비건이 아니다. 또 내가 언젠가 100% 비건이 되리라고는 감히 생각지도 못하겠다 (그러기엔 내가 고기 육수와 해산물, 그리고 치즈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아주 작은 걸음이라도 노력을 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다.

 

이전에 김치가 무조건 비건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비건 마크를 박은 김치를 보고 나서야, 아, 젓갈이 들어가면 비건이라 여겨지지 않는구나, 그 때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나의 의지를 공표한 후(?) 채식주의자 지인분께 각종 콩고기, 콩새우 등의 냉동 제품을 추천 받았다. 나는 가공식품을 잘 먹지 않는 주의라 그 제품들이 아주 내켰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번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맘에 들면 나중에 내가 직접 만들어도 되고.

 

9월 한 달 동안 "채식"을 하기로 했다. 아니, 아주 정확히 말하자면 "페스코 채식"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처럼 육류 코너는 그냥 지나가되, 외식도 육류와 가금류는 한 달 간 삼가고, 데이트 할 때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물론 남친에 강요는 없다.)

 

9월 한 달 동안 실천해본 후 괜찮으면 다음 달은 락토 오보를 도전하고, 너무 힘들면 다시 페스코로 넘어왔다가 정말 힘들면 못 이기는 척 고기 한번씩 먹어주고, 락토도 한번 해보고, 여러 채식 레시피를 개발한 뒤 언젠가는 비건 식단 한 달도 도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다 너무 힘들면 월-금은 채식을 하고, 주말에만 고기를 먹어도 되고.

 

그게 뭐야? 이리 저리 갖다 붙히기는. 플렉시테리안은 또 뭐고? 라고 생각할 분들이 분명 계시리라 생각한다.

 

"행동하는 위선이 말뿐인 진심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지금 레몽이가 새근 새근 자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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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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