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남쪽에서 햇볕쬐고 낮잠도 좀 자가며 방황하다가 1번 라인을 타고 103rd street 근처 숙소로 이동했다. 뭔가 주택가인 느낌이었는데, 센트럴 파크도 가깝고 컬럼비아 대학도 가까운 지역이었다. 105th street에 있는 낡은 아파트였는데, 엘리베이터가 수동이었다(?) ㅋㅋㅋ 문열고 들어가야하는 엘리베이터 방식...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숙소주인분께 미리 카톡을 하고 들어갔는데, 키가 엄청 큰 남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ㅋㅋㅋ 숙소를 어떻게 이렇게 잘 찾으셨냐며 ㅋㅋㅋ 방도 안내해 주시고 부엌에 데려가셔서 이것도 드셔도 되구요 쌀도 드셔도 되구 커피도 뽑아 가시고 여러가지 말씀해주셨는데 피곤하고 지친 우리는 네... 네.. 머엉... 혹시 저희 지금 샤워해도 되나요? 샤워 안한지 24시간이 넘어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우리가 묵었던 작은방, 하루에 $60! 그런데 성수기가가 $60이지 비성수기시즌에는 $40이다. 2층침대에 책상이랑 거울이랑 드라이기랑 빗도 구비해 놓으시고 여자분이 일러스트 전공이시라던데 정말 집을 예쁘고 깔끔하게 잘 꾸며놓으셨다. 




샤워하고 짠! 하지만 쏘렐부츠에 24시간 시달린 나의 슬픈 다리야.. 왜 침대에 눕혀도 쉬지를 못하니 ㅠㅠㅠㅠ 그냥 붕붕 떠있는 느낌



토론토에서 내려온 배고픈 하이에나 두마리는 저녁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식으로 구비해놓으신 식빵과 우유와 치즈와 어쩌구저쩌구를 아주 쳐묵쳐묵했지요. 것도 모잘라서 쌀씻어서 밥까지 해먹었답니다....



계란까지 야무지게 해먹었네......


주인언니가 너무 친절하셔서 (이쁘시기까지 함!) 반찬도 내주시고 ㅠㅠㅠ 감사했어요 (우리가 불쌍해보였던 듯)



8시인 마틸다 공연까지 잠시 눈을 붙히기! 찾아보니 슈베르트 공연장은 타임스퀘어 바로 근처~



배도 채웠구 30분은 쿨쿨 한 것 같고 이제는 마틸다 뮤지컬 보러 공연장으로 이동!

다크서클 아니에요. 화장이 벌써 번져서 그래요...

103rd street 메트로 조명 좋더랑 ㅋㅋㅋㅋ


(아직) 뉴욕에 익숙하지 않은 길치녀 두마리는 극장을 못찾아서 타임스퀘어 주변을 뱅뱅 돌며 공연시작 5분 전에서야 겨우겨우 물어물어 극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마틸다는 정말 좋은 뮤지컬이었다. 특히 배우들이 대부분 초등학생~학생이었을텐데 정말 소름끼치게 연기를 잘해서 나는 저 나이 때 뭘했나싶은 상대적 회의감을 들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_- 마틸다 역을 맡은 아이가 얼마나 깜찍하게 배역을 소화하던지...


하지만 나는 Mrs. Warmwood와 교장선생님 팬! 히히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인데, 나는 초등학교 때 달의 팬으로서 마틸다를 한 두세번 정도 읽었기에 내용이 많이 친근했다. 티비만을 쫒고 책을읽지 않는 폭력적인 동시대의 세대를 풍자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어린 천재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냥 너무 깜찍하고 맹랑하고 재밌다.


 M-A-T-I-L-D-A를 중심으로 꾸민 레터 무대장치도 인상깊었고, 그네를 타는 장면이라던지 아이를 던지는 장면이라던지 (인형이지만) 정말 디테일이 하나하나 살아나서 눈과 귀와 모든 것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다만 라이온 킹을 다 보고나서는 "이건 꼭 다시 봐야해!!" 했다면 마틸다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였단거...


마지막 커튼타임에 배우들이 다 나와서 인사하고 뮤지컬 씨어터도 나와서 인사하는데,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가 젊은 동양인 여자더라. 나도 고등학교 때 시립 발레단이랑 학교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서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었는데... 지금 내 손가락들은 다 굳어 석고상이 되었겠지 -_-




바람도 선선하니 절대 춥지 않았던 12월 18일 뉴욕날씨... 얇은 면원피스 한장에 코트하나 걸쳤어도 그냥 기분 좋게 시원하다는 느낌이지 전혀 춥지 않았다. 던다스 스퀘어와 비교될리 만무하지만 나는 그저 토론토의 확장판이라는 느낌에 시큰둥~ 했는데 솜다는 신났던 듯



셀카봉 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거집 답지 않게 세련된 니온사인의 쉑쉑버거 가게



그리고 낮에 사온 엽서들 다섯 장! 마지막 날에 퀘벡 제레미네 식구에게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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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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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행중에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인데 가장 무겁게 끝냈다.


하루하루 정신이 없었기 떄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가늠이 되지않았던 여행이었다.

그냥 바쁘고 바쁘고 바쁘고 생각을 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바쁜 뉴욕여행 이후 휑한 집에서 혼자 눈을 떴을 때의 괴리감과 외로움은 착잡한 것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했다.

뉴욕 여행이 꿈이었으면, 하고 눈을 떴을 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이제 현실과 꿈을 구분못하는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일어났다.


다솜이는 타임스퀘어가 정말 뉴욕답다고 느꼈다는데, 나는 뉴욕의 지하철과 덤보에서의 브루클린 브릿지였다.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의 극치의 대명사였던 뉴욕은 이제 세계경제의 패권을 중국에게 넘겨주는 수순을 밟고있다.

뉴욕의 지하철은 낡고 지저분하지만 그것들이 100년전에도 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마치 로마의 부식된 콜로세움처럼, 뉴욕의 지하철과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은 미국의 지난 100년의 황금기의 박제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3박 5일을 짧은 일정동안 내가 뉴욕에서 미국이 한 국가로서 또는 세계최고의 강자로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보다는 과거에 사로잡혀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물론 매우 성급하며 미성숙하고 극단적인 오류를 범하는 일일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뉴욕은 로맨틱한 곳이었고, 인간미있는 곳이었으며 앞으로 더 낭만적인 곳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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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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