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일: 8월 25일 part II

 

아직 어린 나이지만 내 나이의 반을 외국에서 보낸 나에게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은 "남 참견 많고 오지랖 많은" 이미지이다. 물론 캐나다인들도 남의 뒷담화와 험담, 많이한다. 하지만 한국인 만큼은 아닌 듯 하다. 내 경험상 인신공격 또한 한국인이 으뜸인 것 같다.

 

이번 여름에 한국에 7년만에 방문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한국인들의 무의식적으로 남 이야기를 하고 트집잡는 일상이었다. 이모댁에 한달여간을 묵으면서 자연스레 초등학생/고등학생 사촌동생들이나 아주머니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온통 누구는 어쨌더라, 누구네 누구는 어디로 시집을 가는데 외모는 어떻고 어느 집안에 간다더라, 누가 더 아깝더라 는 둥 굳이 남의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의 얘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런 그들의 문화인 듯양 해서 적응하지 못했었다.

 

일례로 남고 2학년인 사촌동생과 명동 거리를 걸으면서 한국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정말로 한국에서 외모가 예쁘지 않거나 뚱뚱하면 공개적으로 욕을 듣는 상황을 겪을 수 있냐 물어봤더니 글쎄 그 아이가 하는 말이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 뒷통수에 대고 욕을 하고 비웃은 경험이 있다고.

 

"야, 니가 인간이냐?" 하는 내 말에 "뭐 어때,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하는 이 아이가 정녕 대한민국의 새싹이란 말인가... 이 아이의 말로는 대부분의 또래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있다고 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일으키면 곤란하겠지만, 여튼 그런 행동이 부끄럽지 않고 관대한(?) 대한민국의 사회가 많이 걱정이 되었고, 이상했고, 싫었다.

 

아무튼 나는 먼 타국 터키에서 욕을 먹었다. 그것도 같은 동포 한국인들에게.

 

익히 포스팅을 했다시피 나는 그리스에서 짐가방을 도둑맞아서 모든 옷과 소지품을 몽땅 잃어버린 채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구입한 현지바지 두장, 키 183에 100kg은 나가는 건장한 남동생의 상의, 그리고 짐가방을 잃어버린 날 입었던 옷, 달랑 그렇게만 가지고 터키/그리스 배낭여행을했다.

 

전날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서 한국인 팀을 여럿 보았는데, 그 중에는 한눈에 보아도 10대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그룹이 있었다. 한국에서 유행하던 폴로 카라티에 뿔테안경 등등 누가 봐도 한국의 고딩들... 남녀 섞여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고 시끄럽고 눈에 띄여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아무래도 이곳 일정이 다 뻔하다 보니 우리와 관광하는 루트가 비슷하게 짜여진 것 같았다.

 

근데 이자식들이 우리가 사진찍는 옆으로 와서 들으라는 듯이 크게 지껄이지뭐야.

 

"쪽팔리게 쪽바리처럼 입고다니면서 쪽팔리지도 않냐"

"어디가서 한국인이라고 하지 말아라 쪽바리야"

 

완전 나 들으라고 하는소리였다.

 

"누나, 쟤들 누나 욕하는데? ㅋㅋ" 하면서 피식 웃는 남동생.

 

누... 누나가 너희한테 뭐 잘못한거 있니-_-...

나잇살 먹고 왜저럴까 싶었다. 뭐 쟤들이 내 사정을 알 턱이 있나. 단지 나도 남을 겉모습으로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만 희번뜩 들었을 뿐 쪽팔리게 폴로 로고 겁나 크게 박혀있는 고딩들이랑 설전을 하느니 그냥 무시하고 말지 싶었다. 나 정말 성질 많이 죽었다 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그린투어가 시작되었다. 그 무리들과 함께.

 

 

 

 카파도키아는 지역이 워낙 광활하기 떄문에 보통 그린투어/레드투어로 나뉘어진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레드투어가 더 저렴한데 개인적으로도 관광이 가능해서 대부분의 배낭여행족들은 그린투어를 선택하는 듯 하다. 으흐라라 계곡이 현지인의 안내 없이는 힘든 루트라고...


그린투어: 피죤벨리-데린쿠유지하도시-으흐라라계곡-으흐라라 오픈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셀리메 동굴 수도원-귀젤유트의 그레고리교회-볼케이노호수-버섯바위 하사바-아바노스 공예상점-로즈벨리


레드투어: 괴리메 야외박물관-우치사르성-우치사르 오픈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버섯바위 파사바-우르굽 와인 테스트-데브렌트 벨리-케라벤세라이-아바노스-로즈벨리

 

 

데린쿠유의 지하도시. 안이 어두워서 사진은 많이 찍지 않았지만 초기 기독교인이 로마제국/이슬람의 탄압으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숨어 산 곳이다. 몇세대를 걸쳐 나중에는 사람들이 마치 골룸처럼 눈도 커지고 등도 위었다고 하는데, 손바닥만한 크기의 하늘이라도 보고싶어서 지상에 작은 구멍을 뜷고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마다 그곳만 쳐다봤다고 한다. 내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시작된 으흐라라 계곡 트랙킹. 그냥 더워서 헥헥거린 기억밖에... 기대했던 것보다 별거 없었고 그냥 흙먼지 태양볕밖에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 ㅠㅠㅠ 그저 앞사람 뒷통수만 보고 걷고 걷고 또 걷지요... 으앙 엄청 타겠다 하면서 징징거렸던

 

 

 

 

 

 

계곡 중간 쉼터에서 음료두도 마시고 멍멍이랑 오리도 보고 밀가루 반죽을 하는 현지 할머니들도 보고~ 사진을 찍으려 다가갔는데 엄청난 열기에 와 어떻게 저기서 스카프까지 두르고 저렇게 앉아있을까 하면서 엄청 존경스러웠던 ㅠㅠㅠ

 

 

 

 

 

 

 

점심식사를 한 오픈 레스토랑. 파리가 엄청나게 많았던 기억이... -_-;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나는 생선케밥을 시켰다. 워낙 더운 날씨에 지글지글 돌솥 케밥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스타워즈의 영화 촬영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비둘기 계곡, 피죤벨리. 

하지만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스타워즈 영화 촬영지라는 말은 루머란다.

 

 

일본인 같나요 -_-;

 

 

아무튼 그렇게 더웠던 그린투어가 끝이나고 파묵칼레로 경유하기 위한 터키의 주요도시 중 하나인 콘야로 떠났다. 천연 설탕이 유명하다는 콘야! 터미널 곳곳마다 이렇게 설탕과 터키쉬 딜라이트를 파는데 서로 나를 보고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야단들이다.

 

터키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도시 중 하나로서,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머리카락을 보이는 복장은 절대 금기시 되었다는데, 최근 많이 개방적이 되었다고.

 

 

 

 

이 아이가 나 덕분에 한건 했긔 ㅋ 귀여워서 기념품으로 설탕이랑 터키쉬 딜라이트 몇개 팔아줬다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를 떠날 때 처럼 이곳에도 군대를 보내는 마을잔치가 성대하게 벌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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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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