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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일: 8월 24일


터키의 고속버스는 참 편하다. 깨끗하고 wifi도 되고 차장이 차도 따라주고 서비스가 좋다. 그렇게 차이티 한잔 마시고 골아떨어져 있는 동안 날이 밝았고, 이스탄불 다음 일정지인 카파도키아에 도착했다.


미니버스를 갈아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이스탄불에서 묵었던 호텔과는 확연히 다른모습이다. 이스탄불 호텔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테네의 호텔과 다를 것이 없는 비좁은 호텔이었다. 덩치 큰 남동생과 둘이 화장실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불편할 정도였으니까...


카파도키아는 네브쉐히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도"에 해당되는 터키 중부지방인데, 카파도키아는 네브쉐히르에 위치한 역사적인 지명일 뿐이다. 카파도키아로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이스탄불과 비교하면 많이 시골인데다가 고산지대라 그런지 햇살은 따가웠지만 오전공기가 굉장히 상쾌하고 시원했다. 거리의 모습도 이스탄불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상점이나 주택가의 터도 큼지막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묵을 호텔 또한 넓었다.


체크인은 사실 더 늦은 시간에 가능했지만 카운터에 문의하니 바로 방을 쓸 수 있게 해줬다.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자빠져있는 동생을 어르고 얼래서 내일 모레의 파묵칼레 행 버스티켓을 알아보러 시내로 나갔다. 그 이후 본격적인 카파도키아 관광을 할 예정이었다.


시내로 나가서 버스 티켓 대리점들을 모두 둘러보는데, 아뿔싸

티켓이 모두 없다고한다.


터키에서 고속버스 티켓은 통상적이로 현지에서 하루 이틀전에 사거나 넉넉하게 가면 터미널에서도 구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 동네 버스회사 사무실을 다 돌아도 파묵칼레 행 버스티켓은 없단다... 티켓을 구할 방법이 전.무.하단다...


묵을 숙소는 이미 다 예약이 되어있던 상태고, 캐나다로 돌아갈 비행기도 예약되어있고, 스케쥴대로 이동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다 꼬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망연자실해서 호텔로 돌아왔는데 동생은 속편히 졸립다고 잔단다. 어이가 없어서 너 알아서 해 한마디하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카운터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하니 뒷편에서 매니저가 나온다.


"버스 티켓이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내일 모레 파묵칼레 행 버스를 구하지 못하면 우리는 끝이다, 남동생과 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며 징징거렸더니 침착하게 어딘가 전화를 거는 아저씨.


덩치도 크고 인자한 인상이다. "이 아저씨가 뭘 도와줄 수나 있을까" 싶을만큼 말투도 느릿느릿 온유했다. 어딘가로 전화를 마구 걸더니 하는 말이 티켓이 없단다. "우리 호텔에서 하루 더 자고 가야겠네 :)ㅋ" 라고 말하는데 어이도 없고해서 난 이제 어떡하냐고 머리를 부여잡았더니 안쪽으로 들어오란다. 아오... 동생이라는 놈은 현실파악도 못하고 안에서 잠이나 자고 있고 억울하고 짜증나고 설마 위험하지는 않겠지?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아저씨의 사무실로 따라들어갔다.


"차이 한 잔 마실래?" 하면서 어디서 왔냐,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냐, 하면서 이것저것 편안히 대해주는 아저씨... 사무실 인터넷으로 뭔가를 이것저것 열심히 찾는다.


"없어, 없어, 없어," 하다가 "나가자" 하는 아저씨.


근무시간일텐데 이래도 될까 싶었지만 나는 카파도키아에 도착하자마자 하릴없이 잠이나 자고있는 동생을 뒤로하고 티켓사냥에 다시 나섰다. "첫째들의 숙명이지 ㅎㅎ" 하는 아저씨... 그냥 무시해도 됐을 법한 머나먼 타국의 호텔 투숙객을 이렇게 열심으로 도와주시다니, 내가 정말 사람복은 있구나싶었다.


결국 아저씨와도 버스 대리점을 몇군데나 돌아다니다가 방법을 찾아냈는데, 바로 중간 지점인 "콘야"라는 도시에서 갈아타서 파묵칼레로 가는 방법이었다. 할렐루야!


그렇게 버스티켓을 계산하고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0년에 한번 있는 터키의 대명절과 우리의 여행이 겹쳤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인들도 버스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카파도키아 관광. 높고 푸른 하늘에 평화롭다.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바람을 시원했지만 햇살이 너무 뜨겁고 한발 한발 발을 내딛는 것이 힘들만큼 금방 땀범벅이 되었다. "우와" 하면서 탄성을 내맽으면서도 너무 더워서 동굴 안 카페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느릿느릿 이동했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은 4-12세기에 걸쳐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들이 기암괴석을 파내어 만든 30여게의 석굴교회와 수도원이 모인 곳으로 비잔틴 시대의 벽화들이 남아있는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실크로드의 길목이기도 했다.









카파도키아 괴레메 야외 박물관을 나서면 여러 상점과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석류 생과일 주스를 마셨는데, 맛이 없었다 ㅠㅠ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도자기 상점. 이곳에서 도자기도 굽고, 기념품도 팔고 여러가지 공예품들을 파는데, 눈에 잘 띄는 카파도키아의 인기장소이다 :)












그 외 핸드메이드 쥬얼리들 및 카펫상점








저녁이되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들른다는 항아리 케밥집도 찾았다. 항아리 케밥집이 많아서 어디가 진짜인지 물어물어 찾았는데, 버스 정류장 근처로 한글 간판덕분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윗층 테라스로 안내되었는데 우리가 첫 팀인듯 했고, 나중에는 몇몇의 한국팀들로 더 채워졌다. 한식 메뉴를 보고 "누가 여기까지 와서 터키인이 만든 한국음식을 먹을까? ㅋㅋ" 했는데, 우리 다음 팀이 무엇을 시켜먹는지 얼핏 보니 신라면에 김치찌개를 시켜먹고있었다 ㅋㅋㅋ



한국팀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신경써서 상추쌈도 제공해준다. 조기 보이는 소스는 쌈장인 줄 알고 맛있지만 이국적인 맛에 "한국인 서비스 해준다고 쌈장까지 만드나보다~"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터키 전통 소스란다 ㅠㅠㅠ 그것도 모르고 쌈장인가부다 ㅎㅎ 하면서 먹었는데 부족한 리서치의 폐해였다... 괜시리 터키에게 미안해지고 ㅠㅠ 앞으로의 여행에서는 이런 실수 하지 말아야지 ㅠㅠ



요구르트에 오이, 소금을 섞은 에피타이저. 요구르트를 키워먹기까지 하는 나는 항상 꿀이나 과일만 섞어먹었는데, 소금을 섞어서 먹으니 요구르트 본연의 맛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집에서도 이렇게 해먹어야지~ 생각했던 ㅎㅎ



이것이 바로 유명한 항아리 케밥. 즉석에서 망치로 깨서 목부분을 깨뜨려 먹는데, 깔끔하게 분리해야 파편이 적다.



자작자작한 국물의 고기요리였는데, 맛은 기대보다는 별로.



귀여운 빌박스 ㅎㅎㅎ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식사가 한창이었다. 아침과 저녁은 포함인 호텔이었는데, 동생이 항아리 케밥 맛도 없었는데 호텔 밥도 먹자~ 해서 들어갔다. 시끌벅적 패키지 여행객들로 북적였는데, 음식이 가짓수도 많고 맛있었다. 웨이터들 중에 대부분이 어려보였는데, 자기를 찍으라고 삿대질(?)하던 이 아이... 트립 어드바이저에 찾아보니 직원교육이 절실한 호텔이라는 평이 있던데, 순수한건지, 반죽이 좋은건지 ㅎㅎㅎ




아무튼 나는 이 호텔 지배인 아저씨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만 남아있던 상태라 다른 티끌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상태였다. 감사표시를 하고싶은데 마땅환 것이 없어서 호텔 옆 편의점에 들어가 딸기요구르트 ㅋㅋㅋㅋ 를 아저씨께 전해달라고 카운터에 부탁했다.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지배인님이 보자시는데요."


동생에게 로비에 있을거라고 얘기 한 후 내려가니 아저씨가 관광은 재밌었냐면서 자리에 앉기를 권하신다. 뭐 먹고싶은거 없냐시면서 차이 티를 한잔씩 주문하셨다. 다른 관광거리 하고싶은거 없냐고 물어보셔서 내일 그린투어를 할건데 새벽에 떠나는 에어벌룬 투어는 관심이 없지만 한번에 수백대 하늘 위로 올라가는 열기구를 보고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또 어딘가에 전화를 하신다 ㅎㅎㅎ


"네가 원한다면 열기구 투어도 엄청 싸게 줄 수 있는데."


ㅎㅎㅎ 나는 열기구보다는 밑에서 열기구들 사진을 찍고싶다고 말하니 알았다고 하시면서, 차편을 대기시키겠다 하신다. 열기구를 탈 다른 관광객들을 태우는 차편이 각 호텔들을 돌면서 관광객들을 픽업하는데, 본인이 얘기를 해 놓을테니 그냥 그 차를 타란다. 라이드비를 지불하겠다고 하니 다 필요없다고 그냥 재밌게 즐기고 오라고 하신다.


내일 그린투어를 하는데 콘야로 가는 버스 스케쥴과 그린투어 투어가 끝나는 스케쥴이 맞아 떨어지지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또 전화를 거시더니 다 해결되었다고, 그린투어 도중 가장 먼저 터미널에 드롭오프 해주라고 말을 다 해놓았다고 했다.


이렇게 호텔 지배인 아저씨의 세심한 배려와 도움을 넘치도록 받고, 터키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 차도 몇잔이나 얻어 마시다가 새벽 두시에야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열기구 픽업 차를 타야했는데 말이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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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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