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21년 9월 한 달을 육/가금류를 소비하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지내보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주말에 방문할만한 채식 레스토랑을 검색하던 중 많은 채식주의자분들의 추천을 받은 Buhdda's Vengan Restauant를 이번 달 첫 비건 레스토랑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 방문했던 샐러드 볼 위주의 북미식 비건 레스토랑들은 정말 너무나 비건 같고, 감칠맛도 없고 뭐든지 퍽퍽하며 좋은 말로 하면 모든 메뉴가 담백하다고 해야 하나..? 건강하기만 한 맛이라고 해야할지.. 그런데 또 한편으론 소스는 많이 자극적이었던, 그런 인상으로 남아있다. 동행한 친구들이 모두 2차로 고깃집 가자고 강력히 주장해 실제로 2차를 갔을 정도로 미식적으로는 실망이 많았던 기억이라 한참을 재방문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동안 중국도 다녀오고, 중국 요리에 채식이라는 주류적인 카테고리가 당당히 따로, 또 매우 상업적으로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또 채식의 꽃은 기름..(!) 이라는 것도 주워듣다 보니 자연히 아주 오래간만의 첫 비건 레스토랑을 자연스레 기름 범벅 중식 레스토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Buhdda's Vegan Restaurant는 다운타운 차이나타운에서 좀 더 서쪽으로 들어간, 시끌벅적 차이나타운 중심과는 몇 블럭 정도 더 들어간 오래된 거리에 위치해있다. 1991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김씨네 편의점에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올드하고 티피컬한 다운타운 토론토 거리이다.

Buhdda's Vegan Restaurant

666 Dundas St W, Toronto, ON M5T 1H9 / 구글 평점 4.5 ⭐⭐⭐⭐ 메뉴: http://www.buddharestaurant.ca/

 

Buddha Vegan Restaurant

B uddha’s Vegan Restaurant is one of Toronto’s earliest Asian Vegan Restaurant. We adhere to a goal of serving tasty, healthy and plant-based cuisines. We believe that eating healthy is not only good for our body but also for our mind since a peaceful

www.buddharestaurant.ca

가게 앞에 스트릿 파킹을 하고 들어갔다. 우리가 시키게 된 제너럴 타오 소야 치킨이 스페셜 $9.95라는 샌드위치 보드가 서있다. 마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캐나다와 함께 진행 중인 Shop Small 파트너이기도 하다! (자영업 점포에 아멕스를 사용하면 해당 자영업 점포 1회 한 정으로 아멕스에서 고객에게 $5를 돌려준다.)

 

협소한 가게인데 사람이 많이 붐빈다는 리뷰를 봐서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 직후 바로 달려가고 싶었는데, 늦어져서 11시 40분 쯤 도착했던 것 같다. 이른 시간에도 안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마침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2인용 빈 테이블이 있어 앉았다. 우리가 앉은 2인 테이블 뒤에 또 다른 2인 테이블이 있었으니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공간에는 14인만 수용할 수 있는 셈이다.

 

사진에 살짝 보이다시피 아주 옛날 토론토 건물이라 현관에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우리 자리 빼고 만석인 줄 알았는데 우리 뒤 테이블 바로 뒤 주방 뒤로 사람들이 자꾸 자꾸 들어가더라. 주방을 지나면 공간이 하나 더 나오는 듯 했다.

 

흡사 대학 시절 족보 프린트를 해놓은 듯한 메뉴판

 

들어가자 마자 느낀 점은 정말 엄청 옛날 시골 레스토랑..? 한국 깡촌의 김밥천국이 이런 느낌일까..? ㅋㅋ 찻주전자도 여기 저기 얼룩이 져있고, 타일 벽에도 심심찮게 얼룩을 찾아볼 수 있는게, 아주 아주 깨끗한 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냥 일반적인 엄청 오래된 토론토 중국 레스토랑 분위기인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장님 부부가 (특히 남편 사장님) 엄청나게 활기차고 친절하시다는 점;; 나는 중국 인구 많은 캐나다에서, 또 중국에서마저 이렇게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시시때때로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서빙하는 사장님을 뵌 적이 없다. 팁 주고 싶은 중국집은 여기가 머리털나고 처음이었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1. 산라탕 스몰 사이즈 (Hot & Sour $4.95) 👉 나눠먹으려고 $8.95하는 미디엄 사이즈 시켰는데 사장님이 두 사람이서 스몰로 충분하다고 하셔서 스몰로 바꿈. 양심적인 사장님 ㅋㅋ

2. 제너럴 타오 소야 치킨 ($9.95) 👉 밥 같이 안 나옴

3. (이미테이션) 콩오리고기 누들 수프 ($6.95)

4. 밥 한 공기 ($1.75)

 

스몰 사이즈 산라탕. 에피타이져로 2인이서 충분했다. 고기, 달걀 안 넣었는데도 감칠맛 나고 아주 맛있음, 표고 등 재료도 넉넉.
내가 시킨 콩오리고기 누들 수프. 위에 얹어진 건 불에 살짝 구운 두부피(bean curd)이고, 청경채, 배추, 당근 등 각종 채소들과 채수에 담백하게 한 그릇 말아져 나왔다.

 

이 국수가 엄청 맛있다. 담백해서 호불호 갈릴 듯 한데 나는 너무 만족했다. 가격도 $6.95밖에 안한다니! 게다가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두부피를 살짝 구워서 겹겹이 쌓아 올렸다니! 그리고 그걸 오리고기라고 부른다니, 내게는 너무나 완벽한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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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시킨 오늘의 스페셜 제너럴 타오 소야 치킨.
밀가루 죽에 안에는... 콩인지? 아무튼 메인 속(?)인 무엇인가가 들어있다.

 

무엇보다 착한 가격..! 어디 가서 밥 깨나 먹는다는 성인 남녀 둘이서 배 두드리고 나왔는데 HST까지 $30이 안나왔다. 요즘 물가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멕스에게서 $5를 돌려받았으니 거의 그냥 $20으로 두 끼 배부르게 해결한 셈..

 

나는 산라탕과 콩오리고기 국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곧 이 메뉴들만을 위한 재방문 의사가 있다. 또 다른 메뉴들도 모두 먹어보고 싶다. 제너럴 타오 소야 치킨은 사실 빵반죽에 제너럴 타오 소스 맛으로 먹는거라 다음에는 시키지 않을거임.

 

산라탕과 구운 두부피 국수는 정말 먹고 난 당일 밤까지 계속 생각날 만큼 맛있었다. 이 작고 허름한 가게에 왜 손님이 끊이지 않고, 토론토 최고의 비건 레스토랑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시고 돈 많이 버셨으면 좋겠다. 식당 내부가 너무 협소해 코시국에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오래 오래 운영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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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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