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재밌었던 외계+인 1부

 

영문으로는 Alienoid

 

개봉하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 친절하신 분께서 북미 개봉 전날 공짜 티켓을 보내주셨다.

 

 

개봉 첫날인 금요일 퇴근하고 시네플렉스 노스욕 센터 엠프레스 웤에서 7시꺼 봄. 여러 의미에서 한국에서 화제작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15명 안짝 됐을라나..?

 

 

미리 밝히지만 나는 최동훈 감독 전우치의 엄청난 열혈팬이다. 거의 전우치 전도사급;

 

영국 유학 시절에도 기숙사방에서 중국애들한테 전우치 틀어주고 그랬다; ㅋㅋ 그 전우치 쿵짝쿵짝하는 장면은 정말 국적불문 다 좋아한다.

 

최동훈 감독 작품의 대표적인 매력으로는 능청스럽고, 잔망스럽고 통통 튀면서 허를 찌르는 캐릭터들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전우치에서 워낙 타임슬립과 판타지 요소를 잘 표현해냈기에 <외계+인>의 난잡하리만큼 복잡해보이는 설정에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점점 왜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데........

 

1. 너무 많은 이야기, 너무 많은 톱스타들

<외계+인>은 SF물이자, 가족 드라마이자, 코미디이자, 타임슬립물이자, 액션물이자... 앞으로 아마도 로맨스 한 스푼... 아무튼, 없는거 빼고 다 있다.

 

14세기 후반 고려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외계 사이보그들이 외계인들을 잡으러 다니는데, 정말 듣기만 해도 심난한 설정이지만 최동훈 감독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기획하고, 스타들을 캐스팅하고, 또 상영에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설정은 심난하나 복잡하거나 베베 꼬는 설정은 아니라서, 영화에 집중하다보면 그 세계관에 점차 빠지게 된다.

 

최동훈 감독은 여러 주연급 캐릭터들을 내세워 그들만의 서사를 맛깔스럽게 풀어나가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그 부분이 <외계+인>에서도 보이긴 한다만.. 너무 많은 캐릭터들에 서사를 부여하는 것 플러스, 너무 다른 두 시대가 충돌하다보니 이야기가 너무 많아져버렸다.

 

현재까지의 관객 반응을 보면 고려시대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라는 평이 더 많은데, 나는 김우빈이 맡은 가드와 썬더 캐릭터가 너무너무 매력적이어서 머릿속에 현대시대에서 열연한 김우빈 밖에 남지를 않는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대의 가드, 썬더 그리고 어린 이안을 제외한 캐릭터들 - 예를 들어 빌런 문도석역의 소지섭이라던가, 아직까지 어떤 역할로 나오는지 모르겠는 민개인역의 이하늬 - 가 너무 생뚱맞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소지섭이나 이하늬 모두 단독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톱스타들인데, 영화 스토리상 소모적 캐릭터에 가까운 이들이 갑툭튀해서 좀 놀랐다고나 할까. 난 솔직히 소지섭이랑 이하늬가 출연하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특별출연도 아니고 조연급으로 갑자기 나오니까 "아.. 이 둘 캐릭터가 분명히 또 무슨 중요한걸 맡겠군.." 하면서, 영화 보는 내내 이들이 언제 활약(?)할지에 대한 궁금증 반 염려 반으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달까. 가뜩이나 톱스타 캐릭터가 이렇게 많은데 언제 소지섭이랑 이하늬까지 소화할 시간이 있을꼬.. 하며. 결론적으로 이하늬는 1부 끝까지 아무 역할이 없었다. 빌런인 소지섭조차, 최소 1부에서는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소지섭을 썼어야 했을까...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염정아와 조우진이 맡은 고려시대 흑설 청송 신선들.. 호평일색이던데 나는 너무 과하다 생각했다. 영화에 꼭 필요한 개그 캐릭들이긴 한데 비중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차라리 흑설 청송 비중을 좀 줄이고 우왕좌왕이에게 개그 비중을 더 줬으면 밸런스가 좀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2. 진부하게 생긴 사이보그, 외계인?

솔직히 사이보그와 외계인 디자인이 신선하진 않다. 다 어디서 본 듯한 외형들임.. 영화보는 내내 신선하지는 않다 생각하긴 했으나, 뭐 최동훈 감독이 영화계에 로보트와 외계인의 외형에 대한 혁명적인 재해석!!까지 제시했어야 했나 싶다.

 

내 생각엔 이 영화의 궁극적 테마는 로보트와 외계인의 액션물은 아니고, 그 안에서의 사람들 이야기이기 때문에 (혹은 사람과 로보트, 사람과 외계인의 감정적 교류) 이 부분은 너무 비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한다.

 

3. 러닝타임

영화의 배경만을 설명하는 1부가 장장 2시간 반이라니. 원작이 있는 작품도 아니오, 그렇다고 어벤져스처럼 오랜 시간 탄탄하게 세계관을 빌드업해온 것도 아닌데, 거기다 성격 급한 한국시장에서 이런 시도를 하다니.. 가히 대담한 시도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나는 너무나 재밌게 봤기에 2부가 엄청 기다려지는데, 위와 같은 이유들로 영화를 지루하게 생각했던 관객들은 1부인 걸 알고 봤더라도 좀 화가 났을 수도 있겠다 싶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매력적인 세계관

한국에 B급 감성을 이렇게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또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될까?

 

세계관이 엄청 큰데다가 (저 우주 너머까지..) 고려시대~현대 왔다갔다하는게 진짜 어지러울 수 있는데, 차라리 1부 현대편 2부 고려시대 이렇게 시대별로 파트를 나눴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직까지 있다. 뭔가 정리가 안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최동훈 감독이기 때문에 이 어지러운 설정과 타임슬립도 이만큼 풀어낸 것 같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거기다 고려시대에 현대까지

 

영어권 리뷰를 몇 개 찾아보니, 고려시대 연출이 굉장히 "일부러, 과하게 화려하다"라는 평이 있던데 그도 동의한다. 관객들에게 있어서 조선시대보다 덜 친숙한 고려시대를 무대로 삼으면서 이질감과 판타지 요소를 더 가미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의복이나 세트장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몇몇 외국인에게는 "과도하게 연출된 국뽕요소"라고 보여질 수도 있다는 점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는 좋았다.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

아직 <외계+인> 1부에서 전우치를 능가하는 캐릭터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2부까지 기다려보면 결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제발 엎지 말아주세효 🥺🙏..)

 

뭐 이러저러한 평들을 보아하니 캐릭터들이 너무 유치하다, 썬더 목소리가 그게 뭐냐, 로보트가 인간의 감정을.. 어쩌구저쩌구 대사 치는게 너무 진부하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던데

 

그런 진부함 + 유치함을 니글니글한 신파 기름기 다 걷어내고 세련되게 표현해내는 것이 최동훈 감독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언급된 클리셰들 모두 내 안의 B급 갬성을 충만하게 해줬기에 영화 보는 내내 너무나 만족했음.

 

탄성이 절로 나오던 병원씬.. 우빈오빠 절대 지켜

 

성장형 류준열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감초 조연들도 좋았고, 무엇보다 가드와 썬더의 1인 4역을 맡은 김우빈 배우.. 이제껏 매력을 몰랐는데 진짜 매력 폭발임. 앞으로 영화가 전개되면서 감정이 생기는 등의 진부한 시나리오가 예상되지만 원래 사는게 다 그런거 아닌가. 최동훈 감독 버젼의 세련되면서 담백한 풀이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2부 너무 기대됨. 처음엔 이게 뭐지 했던 과해보이는 타임슬립 설정도 차차 몰입됨. 한국 영화계에 정말 큰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내 흥행에는 참패했다니 최동훈 감독 팬인 나로서는 그저 너무너무너무 아쉬울 뿐이다.

 

찾아보니 손익분기점이 700만이 넘어야 했다던데, 한국에서는 200만도 모으지 못했다니, 내 가슴이 다 쓰린다 -_- 윤제균표 신파는 천 만 훌쩍훌쩍 넘어가는 마당에 정말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래도 SF물을 바탕에 두고 있고, 인간이랑 사이보그랑 외계인들이 한데 모여 고려시대랑 현대를 오가며 투닥투닥하다 보니 취향을 아주 많이 탈 수 있는 영화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기가 좀 그렇고, 어르신들 모시기에도 좀 그럴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닝타임도 긴데 끝에 완결까지 나지 않으니 ㅠㅠㅠ

 

이렇게 대중이 주춤거리게 만드는 요소에도 불구하고.. 2부 제발 엎어지지 않길 바라고, 유종의 미 거두고 2부에서 나머지 퍼즐 쫙쫙 맞춰서 1부 재평가 되고 역주행 하기를..... ㅠㅠㅠ 투자자님들 잘 좀 봐주세요.. 제발 🙏🙏🙏🙏🙏

 

2022년 8월 26일 북미 전격 개봉!!!

 

!!!!!!!!!!토론토 던다스, 스코샤 뱅크, 노스욕 개봉!!!!!!!!!!

 

~신파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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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오랜 기간 내 watchlist에 남극의 쉐프(남극요리인, 2009년 작)가 올라 있었는데, 이번에 부모님집으로 휴가 온 김에 심야식당, 카모메 식당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 등을 재밌게 봤던 엄마와 함께 보게 되었다. 마침 이번에 엄마와 리갈 하이 시즌 1, 2에 스페셜편까지 모조리 정주행 해서 ㅋㅋ 밀린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사카이 마사토 팬심 한 스푼을 더해 남극의 쉐프를 보기로 했음. 사카이 마사토는 이 영화에서 남극에 1년 파견된 조리사 니지무라 준을 연기했다.

 

진짜 내용 없는 영화인데, 오죽하면 이런 류의 잔잔한 일본 요리 일상물 좋아하는 엄마마저 좀 지루하다.. 라고 평하실 정도 ㅋㅋ 게다가 장장 두 시간에 달한다. 그래도 사카이 마사토 통통히 젊었을 적이랑 예쁜 요리 보는 맛에 간간히 생각날 만한 영화. 그리고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접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의 감초 연기자들이 많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교훈도 물론 있다.

 

니시무라상은 데코도 한 점 흐트럼이 없긔
1인 분 씩 총 8인 분을 차곡 차곡 참하게 담는 사카이상
연어 데리야끼
소스가 삐져나오면 우리 엄마처럼 키친타올로 닦아준긔. 반짝이는 웨딩링.
8인 8색 제각각인 식성들.
해동한 연근으로 만든 조림, 튀김, 샐러드, 회, 연어 데리야끼, 시금치 버섯 달걀찜, 우측 아래는 모르겠다.
니시무라상의 기발한 아이디어
낫토, 생선 구이, 미소 된장국, 시금치 새우 무침?, 달걀 말이에 피클들. 라임은 어디서 났을까나
평균 기온 -50도 아래인지라 밖에 나가면 항상 깨알같이 눈썹에 눈가루가 들러붙음
돈지루
연어알, 통조림 소고기, 연어살, 우메보시 등을 넣은 주먹밥 속
통통한 사카이상 ㅋㅋ 겁나 소듕하게 만드는 주먹밥
 후룩 후룩 돈지루
이 영화 최고 비호감, 통칭 주임인데 리갈 하이 이소가이역 ㅋㅋ 기껏 생각해서 주먹밥 갖다 줬더니 고맙다는 말도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 하는 사람 좋은 니시무라상 ㅠ
전 직장에서 먹는 카레밥
니시무라상은 애 둘 있는 아빠다.
남극 발령 전 아내가 집에서 해줬던 눅눅한 닭튀김
180도에서 두 번 튀겼어야 했는데 안그래서 속 안좋은 가라아게
닭새우로 만든 튀김
말이 좋아 닭새우지 영어로는 랍스터임 ㅋㅋ
이렇게 정성스레 매일 삼시세끼 해먹이는데 맛있다는 말 한 마디 안해주고 몰래 야식으로 야식이나 처먹는 동료들
어이가 없을 뿐이다
생일파티를 위한 바베큐. 무슨 고기인지는 안나온다.
생일 케이크도 만들고 ㅠ
생일 주인공이 감동받아 내심 흐뭇한 니시무라상
천연 빙수
축제일에는 이렇게 특별 요리도 내놓고
중식도 뚝딱 뚝딱이다. 딤섬에, 가지 볶음?에, 깐소 새우에 없는게 없다.
삶은 게
팀원들이 만든 눅눅한 닭튀김에 아내 생각이 나 울컥
라면 해달라고 찡찡대는 대장 때문에 물도 부족한 남극에서 라멘까지 만든다.
차슈까지 넣어서..
마지막으로 다 같이 먹는 음식인데, 꽤나 길게 원테이크로 찍었고 무슨 음식을 먹는지는 안나옴. 아쉽..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서 놀이공원에서 함께 먹는 햄버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자, 유일하게 "맛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장면이다.

 

사카이 마사토가 부들 부들하게 나오는 영화이다. 한자와 나오키랑 리갈 하이 코미카도와는 세상 딴판 ㅋㅋ 엄마가 계속 "(이 영화에서 사카이 마사토) 인상 진짜 다르다, 다르다, 진짜 코미카도?" 연발하심 ㅋㅋ 사카이 마사토가 귀엽고 찡하게 나오는거 보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 남극에서 최선을 다해 만드는 요리 하나 하나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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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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