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일: 8월 23일 partI


드디어 본격 이스탄불 투어의 날이 밝았다. 그리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침일찍 새벽같이 일어나서 호텔 식당으로 톡! 튀어나갔다. 터키에서의 첫 끼니~ 슬라이스 된 신선한 토마토와 치즈, 오이, 올리브, 햄, 에크멕 빵, 오렌지 주스와 커피 등등으로 구성 된 간단한 아침이었는데 그리스에서의 것과 흡사한 것 같았다. 근데 가짓수는 더 늘어났다는 거! 아무튼 그렇게 폭풍 먹방을 또 찍고 아직은 한적한 이스탄불 시내로 나섰다. 일찍 일어나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고 했었더랬지! 어제 그랜드 바자르에서 구입한 통넓은 터키 바지와 동생 티셔츠(남자기준 XL 티셔츠 ㅠㅠ)를 입고 아직은 선선한 이스탄불의 상쾌함을 들이마시면서 시내지도 한부 들고 펄쩍펄쩍 ㅋㅋㅋㅋㅋ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 (술탄 아흐멧 사원)으로 꼬우꼬우~ XD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완전 히피가 따로 없다.



블루모스크의 정식 명칭은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인데, 그 내부가 온통 푸른 도자기타일로 장식되어 있어서 블루모스크라는 애칭이 붙게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아흐메트 1세에 의해 1609년부터 7년동안 건설되어 1616년도에 완성되어졌다. 이슬람 모스크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아직까지 정식 모스크이며 그래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내부에는 기도하러 온 이슬람 교도들로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신은 벗고 들어가야 한다. 민소매나 반바지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출입할 수 있는 곳인데 나는 터키를 다니는 내내 거의 터키 현지차림이었어서 문제가 없었고 남자들은 반바지가 괜찮은 듯 했다. 


아래의 아야소피아 대성당은 본래 그리스 정교회 건물로서 537년부터 지어져서 1453년까지 계속되어 건설/재건축 되어졌다고 한다. 1204년부터 1261년까지 카톨릭 로마 교회였으며 1453년부터 1931년까지 이슬람의 모스크였다. 1935년 2월부터 세속화 되어서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여지고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비잔틴 양식의 산물 중 하나이다. 4월부터 10월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10월부터 4월까지의 운영시간은 9시부터 오후 5시이며 입장료는 25리라이다. 관광객들이라도 아이가 만 12살이 넘지 않았을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두곳 모두 늦게 가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고 뭐고 사람에 치여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땡볕에 줄만 길게 섰다 나오는 수가 있으니 일찍일찍 다닙시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는 이렇게 앞뒤로, 또는 마주보고 있다.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들은 거의 한자리에 모여있어 너무 편했다! 몽땅 선물 한세트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곳으로 가는 길목



이스탄불은 빨간 꽃이 많았다. 잘 정돈된 공원들과 푸른 지중해 바다와 빨간 꽃의 조화가 인상적인 도시였다. 사루비아인가 했는데 한국에서의 사루비아는 아닌 것 같고, 잘 모르겠는 아야소피아 앞 사루비아(?)



아야소피아 안에 들어서니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 거 있지~ 이건 정말 비어있는거다! 나중에 오후에 다시 찾았더니 티켓을 구입하려는 줄은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없었고 사람들은 명동 시장바닥에서 관광을 하는 것 마냥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인파에 이리휩쓸 저리휩쓸 했으니까.




아무리 이슬람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만 인정하지 않을 뿐, 존경하는 선지자로 받아들인다지만 현재 명실공히 무슬림 국가의 국보건물에서 예수님과 기독교적인 인물들을 찾는다는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오 예수님??" 뭐 이런느낌이었다 ㅋㅋ


이슬람은 눈에서 그 힘이 나온다고 믿기 떄문에 카톨릭의 잔해로 치부되고 있는 성경인물들의 벽화 눈을 파버렸는데, 이렇게 버젓이 멀쩡한 예수님과 마리아와 열두제자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세속적으로 바뀌어버린 이스탄불의 영향인지, 관광객 서비스인지 잘 모르겠다.



코란의 명필이라고 한다. 이슬람은 우상숭배의 이유로 살아있는 것의 조각/그림 등을 철저히 금하기 때문에 글씨체나 기하학적 무늬 등이 발달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같은 이유로 탄생했을 너무나도 멋진 이슬람의 흔한 천장.jpg (바닥이 아니라 천장!!)




터키는 관광객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는 느낌이다. 뭘 만지든 어디에 앉든 전~혀 터치하지 않고 관리인들도 여유롭게 감시(?)한다. 아테네에서 줄 하나 쳐놓고 눈을 부라리며 누가 뭘 만질까 뭘 부술까 노심초사하고 수상한 이를 미행(?)하던 아테네 관리인들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그래 내가 미행당하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_-).


에페소를 가면 돌 부스러기마저 유물일진데, 사람들이 유적에 올라타고 기대고 앉고 사진찍고 해도 노 프라블럼~ 오히려 웃으면서 우리를 지켜봐(?)준다. 처음에는 저사람들이 일을 하는거야 마는거야? 했었더랬지만 이것이 자연스런 터키 관리인들의 태도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 힘입어 동물도 국보건물에 입장이 가능하다 :) 이미 관광객의 손이 많이 탄 듯한 살찐 냥냥이... 쟤들이 이 건물의 진짜 주인일지도.




아야소피아를 둘러보면서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 계속 생각났는데, 아야소피아는 아야소피아만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특별함이 있었다. 물론 성 베드로 대성당도 대단했지만 아야소피아의 이국적임과 이슬람 특유의,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엄숙함에 매료되어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정말 "대박이다"라는 말을 계속 내뱉었던 것 같다. 햇살이 비추는 황금빛 아야소피아에서의 오전... 종교간의 갈등과 유럽의 역사를 한 곳에 빨아들여버린 듯한 위대함에 서둘러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깊게 그 기운을 느끼려 자연스레 노력하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아야소피아의 매력에 취해 여유를 부리다가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다음 목적지는 블루모스크였는데, 앞서 설명했 듯 시간이 좀 지나니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과 땡볕에 치여 헥헥거리며 줄만 서다가 입장한 내부에서도 사람파도에 휩쓸려 사진만 대충 찍고 나왔다. 패키지 관광객들이 엄청 많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 한명에 여자 서넛은 데리고 다녔는데 여자들이 모두 눈만 내놓고 차도르를 쓰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나다에서는 무슬림 여자들이 히잡은 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나는 여태까지 그들이 차도르는 쓰고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무튼 그래서 제대로 찍지 못한 블루모스크의 내부. 실제 모스크라 그런지 카펫이 깔려져 있고 기도하는 신자들 주위로 빙 바리케이트가 쳐져있다. 아무리 쉬쉬한다 해도 한번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든 곳이기 때문에 적막속의 시끄러움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아야소피아는 뭔가 모스크이면서도 화려한 궁전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블루모스크는 정말로 종교적인 곳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음 목적지는 너무 더웠기 때문에 지하 저수저 (또는 지하궁전/Basilica Cistern/Yerebatan Sarayı)으로 가는 것으로! 아야소피아에서 남서쪽으로 150m밖에 떨어져있지않아 찾기가 쉽다.


지하궁전은 비잔틴 제국때부터 오스만 왕조시대까지의 물창고였다고한다. 개인적으로 건축물이나 이국적인 것에 대한 감성이 매우 메마른 편인데, 이날은 날 잡았다. 역시 너무 멋져! 정말 대박이야! ㅠㅠㅠ 진짜 입장하고부터 대박이구나, 이곳의 역사는 위대하구나, 옛 사람들은 정말 똑똑했구나!!! 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스탄불의 따가운 햇빛을 피해 찾은 지하궁전, 너무나 시원하고 아름답고 위대하다.


5세기 훨씬 이전부터 지어졌다는 이곳... 1500년 가까이 이곳 사람들의 물창고였다니 정말 대단하다. 역사에 따르면 이 지하 저수저를 짓기 위해서 7000명의 노예가 동원되었다고한다. 오스만제국의 왕족 귀족들이 이곳에서 여름을 나지 않았을까? 로맨틱해 ㅠㅠ 정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비쥬얼이다. 으스스하면서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곳 정말 다시가고싶다 ㅠㅠ




물이 맑아서 물고기도 살지용






메두사의 머리가 기둥처럼 솟아있는데, 로마제국에서의 전리품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는 듯 하다.


지하 저수저 입구에서 "터키의 술탄과 술타나가 되어보세요~" 하면서 옷입혀주고 사진찍어주는 부스가 있었는데... 너무 하고싶었는데... 동생놈이 같이 찍어줄리 만무했다. 징징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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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제 5일: 8월 21일


3시 30분 산토리니에서 아테네 행 페리 출발, 오후 11시 25분 아테네 도착일정.


페리 티켓이 예약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늦으면 좋은자리를 잡지 못하는데다가, 산토리니는 버린 패로 생각하고 어제 이아마을을 둘러 보았으니 마지막으로라도 항구에 가서 짐가방을 찾아보자 동생아 ㅜ.ㅜ 하며 한시간인지 한시간 반에 한대밖에 없는 항구로의 버스를 타고 일찍 페리 타는 곳으로 향했다. 항구에 주인잃은 짐가방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고 들어서 ㅠㅠㅠ


정말 짐가방 찾아 삼만리 했던 산토리니에서의 2박 3일이었다.


내려가니 아직 뱃시간이 멀어서인지 휑한 항구... 지중해의 따가운 햇빛 아래 이리뛰고 저리뛰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지않는 통에 이리묻고 저리묻고해서 겨우겨우 찾아낸 외딴 창고 하나... 뙤약볕을 맞으며 그곳에서 또 관리자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미쳐 ㅋㅋㅋㅋㅋㅋ


창고문이 열리고 내 가방을 쥐잡듯이 찾았지만 결국 없었고, 우리는 애꿎은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항구에 위치한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중 아무거나 내키는대로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만했더랬다. 메뉴판을 보니 술술술 온통 술에 땡기지도 않는 음식들이 뭐가 이리 다 비싼지.


감자튀김이 9유로... 밀크쉐이크가 6유로였나......


입맛도 없는데 연명은 해야겠고해서 꾸역꾸역 집어넣은 프렌치 프라이즈...


나름 유러피안 방식으로 식초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으며 그래 그리스는 내 나라가 아니었나보다... 유럽 어딘가를 떠돌아다닐 내 짐가방아, 안녕, 하며 쓰라림도 함께 삼켰다 ㅠㅠ


나의 환상의 섬 산토리니는 그렇게 끝이났다.





제 6일: 8월 22일


6시 기상, 조식 후 오전 10시 5분 아테네 공항에서 터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리스 항공이었는데 내 치약을 빼앗아갔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친절하게 말을 걸었는데, 터키와 그리스를 오가며 사업하는 터키인이라고 했다. 웰컴투터키~ 하면서 환하게 웃어주는데 지난 그리스에서의 일정간 이런 미소가 고팠던 사람으로서 엉엉 ㅠㅠ 그래 터키는 다르겠지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어쩔거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내 가방은 이제 찾을 수 없으니까하는 마음으로 남은 터키일정을 망칠만한 나쁜 감정을 모두 떨쳐버린 백지같은 상태에서 터키를 경험하고싶었다.


우리의 계획은 일단 11시 25분 터키에 도착 후 호텔에 체크인 하고 환전을 가장 잘해준다는 그랜드 바자르의 환전소를 가는 것이었다. 그 이후 시장을 둘러보며 쇼핑.


터키에 도착해서 멘붕상황을 두가지 겪게 되었는데, 첫번째는 비자문제였다. 한국사이트을 이용해 리서치를 해간 터라 우리는 캐나다시민은 터키에 입국하기위해 비자가 필요한지 몰랐고... 엄청나게 긴 줄을 서고나서 입국심사대에 들어섰는데 여권을보고 "넌 우리나라 못들어옴" 하는 심사원에 멘붕 멘붕 또 멘붕... 나중에는 그냥 비자를 사면 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예상에도 없던 비자값이 한사람당 100유로, 그러니까 200유로 현금으로 깨졌다.


한국인은 터키에 무비자로 30일 체류할 수 있지만, 미국 캐나다 등등 기타 해당되지 않는 나라의 시민일 경우 비자가 필요합니다 교포여러분 ㅠㅠㅠ


두번째는 우리가 공항사람에게 사기아닌 사기를 당했다는 것. 나중에 현지인들과, 그리고 다른 여행객들과 대화하며 깨닫게 된 사실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트램역이 어디인지 몰라 찾아 헤매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공항 information 오피스의 한 아저씨... 공항에서 운영하는것이니 수익에는 관심없을거라 생각한 것이 아주 큰 오산이었다. 어리버리 멍청해보이는 우리에게 스케쥴을 봐주겠다는 친절한 제안을 한 후 안으로 끌어들여 버스를 지금 예약하지 않으면 없다, 트램으로는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갈 수 없다, 등의 지금같으면 헛소리 중의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더니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밴과 이스탄불 다음 일정인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를 끊어주겠다고 했다. 한국은 우리 형제의 나라에요~ 하면서 물도 주고 지도도 봐주고 ㅠㅠㅠ 난 그때 너무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했건만 아저씨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택시를 바가지 씌우고 우리를 호텔 앞까지 태워다주었다. 뭐 아무튼 비싼 비용을 지불했지만 마지막 날 공항까지 가는 택시까지 예약해준 터라 그냥 편하게 이동했다 생각하고 그냥 웃고말았당 ㅋㅋ 터키에서 사기당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듣고있자니 우리가 당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라~ 하지만 결국에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는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했고, 우리가 알아본 버스티켓값보다 훨씬 비싸서 이미 우리는 엄청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ㅋㅋㅋ 아저씨 말로는 아마 5년전 가격인 것 같다며 어디서 이런 구닥다리 정보를 리서치 해온거냐며 ㅋㅋㅋㅋ 근데 나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아저씨도 돈벌어먹고 살고있는거에요 ㅠㅠㅠ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호텔 체크인에 성공했다. 이스탄불은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쾌적하고 바다가 알록달록 꽃과 바다와 공원의 조합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고 느낌이 정말이지 산뜻했다. 아테네에서 도착했을 당시와 180도 달랐다.


더워 미칠 것 같다고 찡찡거리는 동생의 입을 틀어막기위해 마트에서 마실 것을 좀 사고 (이 나라는 3L짜리 음료수가 즐비하당 ㅋㅋㅋㅋㅋ) 호텔에서 한 숨 돌리고 우리는 계획대로 그랜드 바자르로 가기위해 호텔문을 나섰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는 무려 15세기 중반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중 하나로서,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직후 술탄 메멧2세에 의해 옷감무역을 위해 지어졌다고한다. 현재는 3000여개가 넘는 상점들과 61개의 시장내 골목들, 그리고 25만에서 40만명의 관광객의 발걸음이 매일 끊이지 않는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하다. 일요일에는 열지 않으니 참고하시고 월-토요일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그랜드 바자르는 트램역 10m 남짓한 곳에있다. 찾기 무지 쉬우니 걱정마시길 :)


유명하고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시장인 만큼 바가지가 엄청나다. 흥정을 잘 해야 한다던데 이곳 상인들은 배째라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흥정이 쉽지는 않다...


우리의 (아니 아마 나만의) 목표는 시장을 둘러보기 전에 캐리어와 남은 일정 입을 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 짐가방 잃어버리고, 그래서 제대로 관광도 못하고, 비자문제 때문에 시간 지체 돼, 예상치 못한 비용깨져, 우울우울 했지만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능수능란한 몸짓으로 차이(터키식 차)를 배달하는 아저씨들과 왁작지껄 까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너희 둘 사진 찍어줄까?"하며 다가오는 어린아이들 덕에 이미 터키의 첫느낌이 좋았다.



저 램프들이 무지 탐났지만 어찌 들고다니랴 ㅠㅠ 색색깔 너무나도 아름다운 램프들 





그랜드 바자르는 정말이지 램프, 터키 현지 옷들, 스카프, 카펫, 가방, 그릇 등등 너무나고 화려하고 탐나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니 익숙한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그 중에는 나이가 너무나도 어려보이는,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팔목을 붙잡고 실크 스카프 한번 보고가시라며 어설픈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말하는데 가슴이 아팠다. 한창 뛰놀고 공부하고 미래를 꿈꿀 나이에 관광객들 호객행위나 하고있다니,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일까? 하며 순간 내가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며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여타 자본주의 국가의 사회적 기준에 맞춰진 나의 교만한 착각들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처음으로 들어선 터키 가방가게에 들어서니 주인 할아버지가 손목을 잡고 이끈다. 어떤 스타일, 어떤 디자인을 원하냐면서. 사실 가방이 모두 너무 예뻤지만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지도 않았던 상태이고 실용성이 없는 가방들 뿐이었는지라 탐났지만 다른 가게를 둘러보고 다시 오겠다고 말한채 나왔다. 몇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리며 흥정을 하던 할아버지는 엄청나게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나중에는 갈테면 가라하며 우리를 반 내쫒듯(?)이 했고, 아 우리는 터키 상인들을 상대하기엔 너무 허접한가보다 ㅠㅠ 하며 그랜드 바자르 더욱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나중에는 결국 돌고 돌아 그 가방가게로 다시 가게 되었는데, 실용적인 가방은 별로 찾을 수도 없고 그냥 가방 디자인이 예뻐서 살까말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들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게 할아버지는 나를 진짜, 말그대로 문전박대했다. "너한테는 팔고 싶지 않아. 나가". 라고 말했다. 진.짜.로.


겁나 상처받고 여기 왜이렇게 살벌하냐 ㅠㅠㅠ 하며 우리는 현지 여자들이 입고다니는 바지 두벌과 (이것도 흥정할려 했는데 잘 안해주더라 ㅠㅠ) 엄마 선물인 실크 스카프 한장, 그리고 나중에 시장을 나갈 때 즈음 골목에서 대충 캐나다 달러로 $15정도 하는 싸구려 캐리어를 샀다.


이스탄불의 여름오후는 그렇게 노을로 물들고, 우리는 일단 숙소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고 이틀 뒤 카파도키아 행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이스탄불 시내로 뛰어들었다. Nevşehir이라는 대형 버스회사의 대리점이었는데 정말 물어물어물어 찾았다... 내 기억으로는 한사람당 70리라였던 듯? (집에가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가까스로 티켓을 구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더위에 지쳐 헥헥대던 우리는 저녁을 마다하고, 엄마아빠와 보이스톡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그렇게 노곤한 하루를 마치고 골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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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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