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에 빠져있던 나의 맥에어를 소생해 그 날 비행기 안에서 썼던 일기장을 끄집어냈다. 그 날의 생생한 후기를 위해 이하 당일 현지에서 서술한 일기는 굵게 복사 붙여넣기:

 

DAY 1 [토론토 -> 덴버 경유 -> 하와이 마우이]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Friday, September 27, 2019

 

아침 6시 40분 덴버로 가는 비행기를 위해 오전 4시 35분까지 공항에 도착했는데 체크인하고, 공항까지 데려다준 오빠랑 서브웨이 하프롱 먹다가 5시가 되니까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뉴욕 갔을 때 출국 전 미리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야 했던게 생각이 나서… 오빠는 다 먹고 가랬는데 그냥 바로 올라가서 빠빠이하고 수하물 체크하고 피자썹 씹으면서 이미그레이션으로 가니 오마이갓. 중국 민족 대이동 보는 줄 알았다. 줄이 정말 환장하게 길었다. 1시간 10분 간 꼬박 기다리다 (거의 다 와갔음) 뒤에 중년부부가 먼저 좀 가면 안되냐고 내 앞사람한테 물어서 내가 오히려 “내가 가야한다!!!” 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통과. 헐레벌떡 뛰어가는 도중 울리는 안내방송: 6시 40분 덴버행 비행기 final call~~ ㅡㅡ 캐나다에서 미국 가시는 분들, 혹시나 까먹지 말고 미국 가실 때는 꼭꼭 캐나다 공항에서 이미그레이션 먼저 통과해야 할 수 있으니까 줄 일찍 서세요 ㅠㅠ 저는 맨날 까먹습니다..

 

미국 가는거 언제나 좀 스트레스 받기는 하지만 다음에는 정말 더 조심해야겠다 진짜 더 더... 진짜 세시간 전에 와야지 원;;; 내가 뒤에서 두번쨰 사람이었고 바로 뒷사람도 헐레벌떡 뛰어오느라 숨차고 아비규환임. 다른 사람들은 다 어케 미리 타있던건지.. 내 캐리온 배기지도 빼앗김…

 

덴버 비행기를 타고나서야 알아낸건데 비행기는 3시간 40분짜리 비행기로, 꽤 길었다 (!!) 자고 일어나고 반복하다 어찌어찌 도착해 호놀룰루 가는 교회 집사님들(22명)을 꾸역꾸역 제치고 아니 이런건 어떻게 알았는데 이번에는 절대 늦지 않겠다 다짐하며 게이트를 먼저 확인, 근처 화장실에서 이를 닦았다.

 

덴버 공항은 낡았지만 꺠끗했으며 와이파이가 매우 친절한 곳이었다 (연결만 하면 이메일 등록, 로그인 등 귀찮은 절차 없이 그냥 카톡이 옴;;)

 

지금 마우이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비행기가 좀 많이 비어서 혼자 중간 4개 짜리 자리 잡고 나만의 비즈니스 클래스 만드는 중… 근데 엄청 춥다...

 

밴쿠버에서 출발하시는 엄마 아빠는 연락이 안닿는데 어떻게 잘 오실지 걱정 ㅠㅠ 흑흑

 

인터넷만 된다면 지금 뭐라도 좀 알아볼텐데 돈내라 그러네. 근데 빠를 것 같지도 않아서 랩탑 꺼내서 폴더 정리하고 이거 쓰고 있다.

 

야박하게 밥도 안준다. 배고프고 춥고 졸립다 zzz

 

ㅋㅋㅋㅋ 아무튼 마우이는 잘 도착했다. 밴쿠버 -> LA를 경유해 오시는 부모님은 나 도착 3~4시간 이후 오시는 일정이었어서 그 시간 동안 카훌루이 공항 근처 몰에 가서 핸드폰 유심칩 구입하고, 스벅에서 현지인들이랑 노닥거렸다 (코시국인 지금은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비행시간이 3-4시간 정도 붕 떠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시간 동안 핸드폰 유심칩 구입하고, 스벅에서 현지인들이랑 노닥거리고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마우이 여행 핸드폰 유심칩 구매 후기:

 

핸드폰 유심칩은 공항에서 구매하면 비싸다는 걸 계산하고 몰에서 구입하기로 계획했었다. 보니까 공항이랑 몰이랑 차로 5분 거리였던지라 우버 불러서 몰에 가서 유심칩 딱 사고 커피 좀 마시다가 다시 공항 오면 되겠다 싶었다.

 

핸드폰 유심칩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 기준 (여행 돌아오는 길에 체크한거) 10GB에 미국 달러로 약 $80였다. 나는 공항 근처 T-Mobile 대리점 있는 곳을 미리 알아봤고, 여기서 무제한 30일 심카드를 구입해서 잘 쓰고 돌아왔다. 캐나다 통신사에서 로밍해 가면 하루 $7~8 정도로, 데이터도 제한적이고 결정적으로, 막상 캐나다 밖에 나가면 잘 안터져서 대환장 한다 (내 기억으로는 여기서 캐나다 버진 모바일이 나한테 똥을 줘서 홧김에 해약했던 걸로.. 그래서 나는 이때부터 개인폰 없이 회사폰만 들고 다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제한적 데이터 $30 플랜이랑 30일 무제한 $40 플랜 있었는데 (10GB넘어서면 4G에서 3G로 바뀌는 조건, 무제한 통화 및 문자 가능) 그냥 $40 했다. 평소 데이터 쓸 일도 없지만 남의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나중에 차 렌트해서 구글 네비 찍어야하기에. 결국에 $30 했어도 다 못썼을 양이었는데 아무튼 심적 안정이 주어졌어서 나는 되도록이면 요즘 세상에 비용 차이 얼마 안나면 무제한을 하길 권하겠다. 근데 11일 여행하고 딱 2GB 썼음 ㅋㅋㅋㅋ 토론토 돌아와서 유심칩 캐스모에다 $30에 팔았다 개꿀

 

첫날 마우이 사람들 인상은.. 사람들 참 순박해보였다 (호놀룰루는 안가봐서 모름.) T-Mobile에서 나를 담당한 영업 직원은 몸집 진짜 디즈니 애니 모아나에서 나올 법한 그런 마우이족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좀 동양계로 보임) 사람이 친절하고 좋았다. 자기 친한 친구 중에 누가 밴쿠버에 산다나.. 그러면서 캐나다 세금 너무 비싸다고 거기서 어떻게 사냐고 ㅋㅋㅋㅋㅋㅋ 막 그래서 여긴 얼만데? 했더니 하와이 세금 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하와이 도착하기 전까지도 몰랐음 ㅋㅋㅋㅋㅋㅋㅋ 개꿀) 그래도 우리는 무상의료라고 하고 정신승리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소비세가 4%다보니 $40 결제했는데 최종 결제액이 정말 얼마 안되더라. 그래서 이 다음 날 여기 아울렛 가서 루이비똥 지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이 여행 가계부는 전편인 프롤로그에 작성해 놓았다:
👉 https://catherine1ee.tistory.com/entry/하와이-마우이-효도여행-지출-정리-1센트의-오차도-용납할-수-없다

 

하와이 마우이 효도여행 지출 정리 (1센트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다!!)

내 존버 취미 중 하나는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하루의 끝에 느긋한 음악을 들으며 그 날의 지출을 정리하고, 내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기록, 분석하고, 미래의 예산을 짜는 행위들이 나에게 소

catherine1ee.tistory.com

 

몰에서 와이파이도 땡겨 쓰고, 스벅 커피 먹으면서 동네 할아버지랑 수다도 떨고 (아리조나 출신 할아버지이신데 심심하셨나봄.. 나를 엄청 궁금해하고 반겨주셨음 ㅋㅋㅋㅋㅋ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이곳 원주민들이 할아버지처럼 미국 본토에서 이주온 백인사람들을 싫어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 얘기 하는데 하와이 주(州)기를 거꾸로 매달고 다니는 차량들이 많이 지나감. 독립;; 비스무리한걸 원하는 무리들이라고 함) 좀 낙후된 몰이지만 짐 끌고 이리저리 시간 잘 때우고 나는 이제 무제한 데이터도 있는 현지인과 같은 뇨자!! 하면서 엄마 아빠 모시러 갈 때는 당당히 우버 불러서 갔다 (이때 우버 기사가 다단계였음 ㅋㅋㅋㅋㅋㅋ 나보고 자기는 우버는 부업이고 다단계가 본업인데 그게 돈 더 많이 벌린다고 생각 있으면 연락 달라고 명함 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숙소 Residence Inn in Maui Wailea

 

그 때가 한 5-6시 정도였던 것 같은데, 엄마 아빠랑 만나서 당당히 무제한 데이터로 다시 우버 불러 우리 숙소인 Residence Inn in Maui Wailea감. Marriott 계열인데 내가 이 숙소를 골랐던 이유는:

 

🌺 리서치를 해보니 마우이에 먹을 거 별거 없고 물가는 비싼데 조식 주는 숙소가 여기 뿐이었다. 다른 4성, 5성급 호텔들도 조식은 사먹는게 이쪽 바닥 룰이었음 (근데 싸지도 않은게 1인 최소 기본 미달러 $30 정도). 한마디로 가성비 갑. 한가지 이곳의 아주 마이너한 문제는 내가 이 구역의 미친년 빌런 참새들인데 다이닝 area가 사방 팔방 다 열려 있다보니 약삭빠르게 진화한 참새떼가 사람이 음식 놓고 1초만 자리 비우면 미친듯이 떼를 지어 음식 다 뺏어먹음. 그냥 내 밥 내가 지키는 수밖에 없음.)

🌺 간단한 부엌이 있는 숙소로, 우리 가족은 어차피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주일 간 지내면서 분명히 부엌을 요긴하게 쓰리라 생각 (유럽 횡단의 추억)

🌺 기타 있을거 다 있음 (수영장, gym, 바베큐 area 등등)

🌺 위치 좋음 (좋은 호텔들 모여있는 Wailea 지역 내 위치, 다른 호텔들과 도보 이동 가능)

🌺 이건 나도 도착하고 알았는데, 같은 Marriott 계열 급 높은 호텔들 시설을 sister hotel로써 쓸 수 있는 레알 꿀같은 장점이 있었다. 또 Marriott계열 호텔 내 식사 시 할인도 가능.

 

단점이라면 주차 fee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건데, 이 지역 룰임. 도착하자마자 렌트카 빌리는 날짜 계산해서 주차장 비용을 프론트에 지불했다.

 

주차장 비용

이때는 내가 유튜브 하기 전이라 정신없긴 한데 우리 숙소 소개 영상 ㅋㅋㅋㅋㅋ

 

 

Expedia 호텔 결제 내역. 1박에 캐나다 달러 $300대로, 세 사람이서 엄청나게 저렴하게 묵었다.

 

 

아무튼 첫날은 잘 settle-in 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엄마 아빠 나 우리 모두 꿀잠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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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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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행중에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인데 가장 무겁게 끝냈다.


하루하루 정신이 없었기 떄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가늠이 되지않았던 여행이었다.

그냥 바쁘고 바쁘고 바쁘고 생각을 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바쁜 뉴욕여행 이후 휑한 집에서 혼자 눈을 떴을 때의 괴리감과 외로움은 착잡한 것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했다.

뉴욕 여행이 꿈이었으면, 하고 눈을 떴을 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이제 현실과 꿈을 구분못하는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일어났다.


다솜이는 타임스퀘어가 정말 뉴욕답다고 느꼈다는데, 나는 뉴욕의 지하철과 덤보에서의 브루클린 브릿지였다.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의 극치의 대명사였던 뉴욕은 이제 세계경제의 패권을 중국에게 넘겨주는 수순을 밟고있다.

뉴욕의 지하철은 낡고 지저분하지만 그것들이 100년전에도 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마치 로마의 부식된 콜로세움처럼, 뉴욕의 지하철과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은 미국의 지난 100년의 황금기의 박제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3박 5일을 짧은 일정동안 내가 뉴욕에서 미국이 한 국가로서 또는 세계최고의 강자로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보다는 과거에 사로잡혀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물론 매우 성급하며 미성숙하고 극단적인 오류를 범하는 일일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뉴욕은 로맨틱한 곳이었고, 인간미있는 곳이었으며 앞으로 더 낭만적인 곳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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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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