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일, 10월 2일


지도 출처는 네이버 사전/이미지


내몽골 자치구는 중국 영토면적의 약 12%와 몽골계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중국의 자치구로서, 수도는 후허하오터이며 초원과 사막등의 광활한 땅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정복자 징기스칸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이며, 몽골과 러시아의 영토분쟁으로 머리가 아파온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는 중국 공산당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과 한족 유입정책으로 본래의 몽골계가 한족과 섞이고 자리 뒷편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경에서 출발하는 내몽골 여행은 보통 국경절을 끝으로 (그 이후가 되면 너무 춥기 때문에 ㅠ) 4~5월부터 다시 재개되는 듯 하는데, 보통 외국인 어학연수생들이 맑은 내몽골의 가을 날씨를 틈타 많이들 떠난다.


중국 현지인으로만 구성 된 팀은 10월 1일 이미 떠났다고 했고, 외국인으로 99% 구성 된 우리 팀은 10월 2일, 새벽 6시 버스를 타고 내몽골로 향했다. 차가 매우 막혔기 때문에 후허하오터로 가는 것보다 초원으로 바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는 여행사 사장님의 판단으로, 우리는 1일의 일정이었던 현공사 방문과 시내 관광을 뒤로 미루고 초원으로 향했다. 1시간 반정도 버스가 꿈쩍 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는...ㅠㅠㅠㅠㅠㅠㅠㅠ 시동까지 끄고 사람들 길바닥에 돌아다니고 난리났었음. 초원에는 약 7시 쯤에 도착했던 것 같은데, 50명이 넘는 사람들과 그 긴 이동시간을 버스로 함께하고 다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었던 환경이란 정말 고역이였다.


버스를 탈 때 한가지 팁은 뒷문 바로 뒷자리를 잡는 것인데,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기 때문에 다리를 쭉 펴고 더욱 더 편히 이동 할 수 있다. 운 좋게도 나와 K양은 이 자리를 첫날 잡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다시 한번 앉지 못했다 ㅠㅠ


중간에 두번정도 휴게실에 들르고 점심을 위해 음식점에 들른 것 빼면, 새벽부터 저녁나절까지 온통 버스 안이었던 첫날... ㅠㅠ


우리는 해가 이미 지고 나서야 초원에 도착했다.






뭔가 붉은 깃발들이 펄럭이고, 원형 텐트 모양의 몽골식 빠오가 현대식으로 지어진 방갈로들이 즐비했다. 약 30분간 버스로 달리고 달려서 온 초원의 한가운데인 듯 했는데, 때문에 정말 허허벌판이다. 아무것도 없다. 오름직한 동산만 있을 뿐, 빌딩도, 산도,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대지였다.


내리자마자 날카로운 바람에 캐구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북경은 매우 따뜻했어서 방심하고 가죽 아우터 한개만 들고왔는데 아뿔싸, 구스 놔뒀다가 국 끓여먹나 ㅠㅠㅠ


여행사에서 방 키를 주는데, 2인 1실이다. 좀더 전통적인 모양새일 줄 알았더니 티비에다 물끓이는 기계까지 있다. 다만 난방은 전!혀! 되지 않고 찬물도 나오지 않아서 물을 끓여서 세수하고 발을 씻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ㅠㅠㅠㅠ 내몽골 가시는 분들은 정말 단단히 무장하고 가세요. 그 외에는 방도 넓찍하니 괜찮았는데, 이불 속으로 들어가도 피할 수 없는 한기란... 어쩔 수 없이 첫날 밤, 밖에서 입는 아우터를 입고 잠을 청해야만 했다. 몽고빠오 덕분에 그 이후 보통의 호텔 방들도 모두 스위트 룸으로 느껴졌다는 -_-...


내몽골의 "초원"이란 뭔가 하나의 통합 된 관광사업으로 느껴졌는데, 숙소와 식당, 액티비티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있고 같은 사업체로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옆이 바로 식당, 숙소 관리자들이 음식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말도 가르쳐주고 하는, 뭔가 "초원"이라는 상품을 내걸고 마을에서 공동체로 운영하는 비즈니스라는 느낌이 강했다. 집안 사업인가 생각들게 할 정도였다.




방에 붙어있는 장식은 모두 다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방은 말머리 장식.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오면 이미 해가 다 진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식당 앞에서 말린 과일과 양꼬치 등을 팔고 계신 분들이 보인다. 우리는 호기심도 발동하고 배도 고팠기에 기웃기웃거렸는데, 영어를 쓰는 동양인 무리를 보고 흥미로운 듯이 우리에게 "어느 나라 애들이야?" 하고 묻던 아저씨. 싱가폴 화교 친구에게 "중국어 잘하네", 하고 웃으신다. 말린 과일을 딱히 구매 할 마음은 없었는데, 우리에게 먼저 권하시는 분들... (장사를 할 줄 아시네.........) 음... 별다른 맛은 아니었지만 먹고 그냥 가는게 겸연쩍어서 비싼 가격에서 한봉지 사게되었다. 여타 다른 곳처럼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매긴다. 크랜베리 말고는 무슨 과일들이었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지만 볶고 지지는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들 속에서 말린 과일이 나름 청량한 비타민 같은 존재였달까...





양꼬치를 파는 아저씨들은 맛있는 고기냄새를 풍기면서 아직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여행객들을 유혹했는데, 사진으로 보기에는 크기가 작아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엄청 작은 크기었다. 그런데 3꼬치에 10원 (...). 북경에서는 저만한 크기에 똑같은 양꼬치를 1원에 즐길 수 있다. 그냥 여행지려니 수긍하고 싱가폴 친구가 사주어서 네명이서 오순도순 꼬치 세개를 나눠먹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늦게 했던 이유는, 다른 여행사 팀이 먼저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한마리가 아직 치우지 않은 식탁에 올라가 걸터듬 하고 있었는데, 불쌍하게도 식당 아저씨한테 걸려서 매맞고 진짜 레알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는..동물학대  위생 상 문제 때문이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직접 목격한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ㅠㅠㅠㅠㅠㅠㅠ 냥찡 ㅠㅠㅠㅠㅠ


아래는 우리의 저녁식사였는데, 다른 여행자들은 고기가 상대적으로 적고 야채가 많다느니 하면서 불평불만을 쏟아냈지만 나는 정말 여행 내내 만족했다. 여행 내내 메뉴가 비슷했던 것은 사실이나, 요리반찬 약 6-7개와 밥, 만토우 그리고 국물요리 한두개 정도, 게다가 베이징보다 더욱 담백하게 되어있는 간까지, 나는 단지 내가 식순이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너무너무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몽골족 특유의 음식이라기 보다 그냥 여타 중국음식이었다는 것이 아쉬웠다면 아쉬웠달까...


참고로 식사를 하기 앞서 갑자기 가수(?)가 튀어나와 노래를 부르고 흥을 돋구려 노력하는데, 이때 엄청 독한 몽골족 술을 한잔 씩 따라주니 저처럼 술 안먹는 사람들은 조심하세요... ㅋㅋㅋㅋㅋㅋ 내 생애 첫 알코올을 이곳에서 노래에 정신 팔려있다가 민족의상 입은 아줌마가 첫빠로 물 따라 주길래 봤더니 술이었다능...



식사가 끝나면 식당 밖에서 콘서트(?)가 열리는데, 몽골족 전통 민요를 부르고 춤을 추고 만다린 가요(..)를 부르며 끝이난다. 전통의상 위에 외투를 걸쳐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너무 추웠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아래는 아까 저녁식사 때 열창하던 아줌마 아저씨분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춤추는 십대 소녀들. 춤을 즐긴다기보다 차타고 30-40분 걸리는 초원 한 가운데에 사는 이 아이들이 학교는 과연 다닐까? 싶은 걱정이 앞섰다. 내 기우였던가? 학교가 있으려나? 아니면 성수기 때(..)에만 반짝 가족사업에 동참하는건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징기스칸의 후예다운 복장의 전사같은 초원의 가수 오빠! 뭔가 풍기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 징기스칸 시대에 태어났으면 말타고 활쏘도 다녔을 법한 포쓰...


마지막으로는 중국의 유명 가요들을 부르며 중국 현지 여행객들과 어울리고 섞여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는데 정작 젊은 사람은 동참하지 않았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관광버스 삘 전세계를 호령하던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중국에 귀속되서 문화를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씁쓸했다.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뭐가 문제인가 싶을 수는 있겠으나, 중국 영토에서 만다린을 쓰면서 만다린 가요를 부르고 춤을 추는 그네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었달까?


공연이 끝나고 타닥타닥 타는 불빛에 옹기종기 모여 손을 녹이면서, 이곳은 정말 근대화 된 우리네 세상과는 뭔가 동떨어진 장소랄까, 하는 기분이 들어서 낭만적이었다.


하루를 끝으로 친구들과 컵라면 파티(라고 쓰고 술파티라고 부른다)를 할까 싶었지만 슈퍼 물가 자체가 워낙 비싸고 또 피곤하기도 해서 바로 해산.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또 마주친 가수오빠. 복장 때문에 어흥! 할 기세ㅋㅋㅋ-


춥고 피곤하고 비록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이 날 밤 별은 내 평생 눈에 담고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레알 별빛이 내린다☆샤랄랄라라라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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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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