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일: 8월 21일


3시 30분 산토리니에서 아테네 행 페리 출발, 오후 11시 25분 아테네 도착일정.


페리 티켓이 예약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늦으면 좋은자리를 잡지 못하는데다가, 산토리니는 버린 패로 생각하고 어제 이아마을을 둘러 보았으니 마지막으로라도 항구에 가서 짐가방을 찾아보자 동생아 ㅜ.ㅜ 하며 한시간인지 한시간 반에 한대밖에 없는 항구로의 버스를 타고 일찍 페리 타는 곳으로 향했다. 항구에 주인잃은 짐가방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고 들어서 ㅠㅠㅠ


정말 짐가방 찾아 삼만리 했던 산토리니에서의 2박 3일이었다.


내려가니 아직 뱃시간이 멀어서인지 휑한 항구... 지중해의 따가운 햇빛 아래 이리뛰고 저리뛰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지않는 통에 이리묻고 저리묻고해서 겨우겨우 찾아낸 외딴 창고 하나... 뙤약볕을 맞으며 그곳에서 또 관리자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미쳐 ㅋㅋㅋㅋㅋㅋ


창고문이 열리고 내 가방을 쥐잡듯이 찾았지만 결국 없었고, 우리는 애꿎은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항구에 위치한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중 아무거나 내키는대로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만했더랬다. 메뉴판을 보니 술술술 온통 술에 땡기지도 않는 음식들이 뭐가 이리 다 비싼지.


감자튀김이 9유로... 밀크쉐이크가 6유로였나......


입맛도 없는데 연명은 해야겠고해서 꾸역꾸역 집어넣은 프렌치 프라이즈...


나름 유러피안 방식으로 식초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으며 그래 그리스는 내 나라가 아니었나보다... 유럽 어딘가를 떠돌아다닐 내 짐가방아, 안녕, 하며 쓰라림도 함께 삼켰다 ㅠㅠ


나의 환상의 섬 산토리니는 그렇게 끝이났다.





제 6일: 8월 22일


6시 기상, 조식 후 오전 10시 5분 아테네 공항에서 터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리스 항공이었는데 내 치약을 빼앗아갔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친절하게 말을 걸었는데, 터키와 그리스를 오가며 사업하는 터키인이라고 했다. 웰컴투터키~ 하면서 환하게 웃어주는데 지난 그리스에서의 일정간 이런 미소가 고팠던 사람으로서 엉엉 ㅠㅠ 그래 터키는 다르겠지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어쩔거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내 가방은 이제 찾을 수 없으니까하는 마음으로 남은 터키일정을 망칠만한 나쁜 감정을 모두 떨쳐버린 백지같은 상태에서 터키를 경험하고싶었다.


우리의 계획은 일단 11시 25분 터키에 도착 후 호텔에 체크인 하고 환전을 가장 잘해준다는 그랜드 바자르의 환전소를 가는 것이었다. 그 이후 시장을 둘러보며 쇼핑.


터키에 도착해서 멘붕상황을 두가지 겪게 되었는데, 첫번째는 비자문제였다. 한국사이트을 이용해 리서치를 해간 터라 우리는 캐나다시민은 터키에 입국하기위해 비자가 필요한지 몰랐고... 엄청나게 긴 줄을 서고나서 입국심사대에 들어섰는데 여권을보고 "넌 우리나라 못들어옴" 하는 심사원에 멘붕 멘붕 또 멘붕... 나중에는 그냥 비자를 사면 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예상에도 없던 비자값이 한사람당 100유로, 그러니까 200유로 현금으로 깨졌다.


한국인은 터키에 무비자로 30일 체류할 수 있지만, 미국 캐나다 등등 기타 해당되지 않는 나라의 시민일 경우 비자가 필요합니다 교포여러분 ㅠㅠㅠ


두번째는 우리가 공항사람에게 사기아닌 사기를 당했다는 것. 나중에 현지인들과, 그리고 다른 여행객들과 대화하며 깨닫게 된 사실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트램역이 어디인지 몰라 찾아 헤매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공항 information 오피스의 한 아저씨... 공항에서 운영하는것이니 수익에는 관심없을거라 생각한 것이 아주 큰 오산이었다. 어리버리 멍청해보이는 우리에게 스케쥴을 봐주겠다는 친절한 제안을 한 후 안으로 끌어들여 버스를 지금 예약하지 않으면 없다, 트램으로는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갈 수 없다, 등의 지금같으면 헛소리 중의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더니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밴과 이스탄불 다음 일정인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를 끊어주겠다고 했다. 한국은 우리 형제의 나라에요~ 하면서 물도 주고 지도도 봐주고 ㅠㅠㅠ 난 그때 너무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했건만 아저씨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택시를 바가지 씌우고 우리를 호텔 앞까지 태워다주었다. 뭐 아무튼 비싼 비용을 지불했지만 마지막 날 공항까지 가는 택시까지 예약해준 터라 그냥 편하게 이동했다 생각하고 그냥 웃고말았당 ㅋㅋ 터키에서 사기당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듣고있자니 우리가 당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라~ 하지만 결국에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는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했고, 우리가 알아본 버스티켓값보다 훨씬 비싸서 이미 우리는 엄청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ㅋㅋㅋ 아저씨 말로는 아마 5년전 가격인 것 같다며 어디서 이런 구닥다리 정보를 리서치 해온거냐며 ㅋㅋㅋㅋ 근데 나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아저씨도 돈벌어먹고 살고있는거에요 ㅠㅠㅠ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호텔 체크인에 성공했다. 이스탄불은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쾌적하고 바다가 알록달록 꽃과 바다와 공원의 조합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고 느낌이 정말이지 산뜻했다. 아테네에서 도착했을 당시와 180도 달랐다.


더워 미칠 것 같다고 찡찡거리는 동생의 입을 틀어막기위해 마트에서 마실 것을 좀 사고 (이 나라는 3L짜리 음료수가 즐비하당 ㅋㅋㅋㅋㅋ) 호텔에서 한 숨 돌리고 우리는 계획대로 그랜드 바자르로 가기위해 호텔문을 나섰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는 무려 15세기 중반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중 하나로서,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직후 술탄 메멧2세에 의해 옷감무역을 위해 지어졌다고한다. 현재는 3000여개가 넘는 상점들과 61개의 시장내 골목들, 그리고 25만에서 40만명의 관광객의 발걸음이 매일 끊이지 않는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하다. 일요일에는 열지 않으니 참고하시고 월-토요일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그랜드 바자르는 트램역 10m 남짓한 곳에있다. 찾기 무지 쉬우니 걱정마시길 :)


유명하고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시장인 만큼 바가지가 엄청나다. 흥정을 잘 해야 한다던데 이곳 상인들은 배째라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흥정이 쉽지는 않다...


우리의 (아니 아마 나만의) 목표는 시장을 둘러보기 전에 캐리어와 남은 일정 입을 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 짐가방 잃어버리고, 그래서 제대로 관광도 못하고, 비자문제 때문에 시간 지체 돼, 예상치 못한 비용깨져, 우울우울 했지만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능수능란한 몸짓으로 차이(터키식 차)를 배달하는 아저씨들과 왁작지껄 까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너희 둘 사진 찍어줄까?"하며 다가오는 어린아이들 덕에 이미 터키의 첫느낌이 좋았다.



저 램프들이 무지 탐났지만 어찌 들고다니랴 ㅠㅠ 색색깔 너무나도 아름다운 램프들 





그랜드 바자르는 정말이지 램프, 터키 현지 옷들, 스카프, 카펫, 가방, 그릇 등등 너무나고 화려하고 탐나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니 익숙한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그 중에는 나이가 너무나도 어려보이는,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팔목을 붙잡고 실크 스카프 한번 보고가시라며 어설픈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말하는데 가슴이 아팠다. 한창 뛰놀고 공부하고 미래를 꿈꿀 나이에 관광객들 호객행위나 하고있다니,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일까? 하며 순간 내가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며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여타 자본주의 국가의 사회적 기준에 맞춰진 나의 교만한 착각들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처음으로 들어선 터키 가방가게에 들어서니 주인 할아버지가 손목을 잡고 이끈다. 어떤 스타일, 어떤 디자인을 원하냐면서. 사실 가방이 모두 너무 예뻤지만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지도 않았던 상태이고 실용성이 없는 가방들 뿐이었는지라 탐났지만 다른 가게를 둘러보고 다시 오겠다고 말한채 나왔다. 몇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리며 흥정을 하던 할아버지는 엄청나게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나중에는 갈테면 가라하며 우리를 반 내쫒듯(?)이 했고, 아 우리는 터키 상인들을 상대하기엔 너무 허접한가보다 ㅠㅠ 하며 그랜드 바자르 더욱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나중에는 결국 돌고 돌아 그 가방가게로 다시 가게 되었는데, 실용적인 가방은 별로 찾을 수도 없고 그냥 가방 디자인이 예뻐서 살까말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들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게 할아버지는 나를 진짜, 말그대로 문전박대했다. "너한테는 팔고 싶지 않아. 나가". 라고 말했다. 진.짜.로.


겁나 상처받고 여기 왜이렇게 살벌하냐 ㅠㅠㅠ 하며 우리는 현지 여자들이 입고다니는 바지 두벌과 (이것도 흥정할려 했는데 잘 안해주더라 ㅠㅠ) 엄마 선물인 실크 스카프 한장, 그리고 나중에 시장을 나갈 때 즈음 골목에서 대충 캐나다 달러로 $15정도 하는 싸구려 캐리어를 샀다.


이스탄불의 여름오후는 그렇게 노을로 물들고, 우리는 일단 숙소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고 이틀 뒤 카파도키아 행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이스탄불 시내로 뛰어들었다. Nevşehir이라는 대형 버스회사의 대리점이었는데 정말 물어물어물어 찾았다... 내 기억으로는 한사람당 70리라였던 듯? (집에가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가까스로 티켓을 구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더위에 지쳐 헥헥대던 우리는 저녁을 마다하고, 엄마아빠와 보이스톡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그렇게 노곤한 하루를 마치고 골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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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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