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남동생과 둘이 훌쩍 떠난 터키 & 그리스 배낭여행은 사실 굉장히 충동적이었고 그래서 사전조사가 거의 없었던 떠남이었다. 부끄럽지만 "메르하바"라는 단어조차 외지 못하고 터키 땅을 밟았으니 내가 그토록 평소 욕하던 세계 어느나라를 가나 영어만 쓰는 오만한 미국 관광객들 짝이 되어버린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틈만 나면 해외여행을 다니던 집안전통(?)에 발맞춰 여름마다 어디 나다니지 않고서는 사족을 못썼는데, 마침 심신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2012년 봄, 기말고사 직전 미쳐버릴 것 같던 나는 부모님께 배낭여행을 혼자 가겠다 땡깡을 부리다가 결국 타협점을 찾은 것이 곧 대학생이 되는 동생과의 동행이었다. 사실은 친구 남매와 넷이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있었는데 친구네가 갑자기 취소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둘이 가게되어 버린 것이지만말이다. 


토론토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는 곧 나의 후배가 될 동생과 함께 터키 & 그리스에서의 일정을 함께 마치고 토론토로 둘이 귀환-이라는 이상적인 계획을 세웠는데, 동생은 나와는 180도 정 반대의 성향을 타고난지라 밖에 나다니는 것을 귀찮아하는 성격이어서 그 아이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억지로 부모님의 명령(?)에 따라 짐꾼 겸 사진기사 겸 보디가드로 따라나선 여행이었다.


덕분에 출국 할 때부터 징징거림을 한 없이 들었어야 했고 설상가상 산토리니에서 짐가방을 분실해버리는 상황을 겪은 마당에 동생은 있는데로 빡이 쳐 있는 상태였고 나는 매일 밤 나에 대한 원망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밤을 지새워야했다.


하지만 끝에는 동생이 여행이 너무 좋았다고, 나중에는 부모님과 네명이서 꼭 다시 오자고 말할 정도였으니 우리가 처음 한 배낭여행이, 그리고 특별히 터키에서의 경험이 유난히 인상깊고 행복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태까지 끊기지 않은 소중한 인연들도 많이 맺고.


앞서 포스팅들에게서 너무나 명백하게 밝혀지듯이 우리 남매는 짜임새 있는 스케쥴 안에서 꽤나 즉흥적으로 스케쥴을 빼고 넣고했다 (솔직히 뺀게 더 많다 ㅋㅋㅋㅋ). 예를들어 힘들게 아지랑이 피는 고속도로를 30분이나 걸어서 도착한 히에라폴리스 앞에서 덥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입구 앞까지만 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던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갈라타탑 위에서의 석양을 포기했다던지 ㅋㅋㅋㅋ


게다가 앞서 올린 퀘벡의 몬트리올의 짧은 2박 3일 여행기에서와는 달리 쿠바와 이번 여행기에서는 되도록 내 사진을 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첨부되지 않은 사진이 많다. 글로만 띡 "여기도 다녀왔다" 하고 스킵해 버린 관광지가 꽤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사실 터키 & 그리스 여행기는 2012년의... 나의 엄청난 게으름의 산물로서 현재 터키는 실정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벌써 2013년만 해도 civil unrest로 터키는 아픈 몸살을 겪었고 많은 것이 뒤바뀌었으리라 짐작한다.


내 옆에는 그 때 당시 열심히 모아둔 프린트물들이 수두룩하지만 업데이트가 많이 필요한 정보들이라서 과감히 요금이라던지 개관시간은 뺐다. 앞으로 천천히 시간 날 때마다 리서치 하면서 업데이트 할 예정... (이지만 2주 안에는 다 끝내는 것이 목표)


이렇게 미루고 미루던 여행기이다 보니까 뭐든 후딱후딱 끝내야 하는 내 성격에 터키 & 그리스 여행기는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백하건데 사실 이번 여행기는 엄청나게 대충 날려쓴, 성의없게 끝을 맺게 되었다. "일단 다 썼음 후... -_-" 이런 마인드에 갈급했기 때문에. 한마디로 아직 미완이라는 얘기다 ㅠㅠㅠ


의도치 않게 omit한 에피소드들도 많다. 에페소에서 기념품 사겠다던 동생과 소리지르고 싸운 이야기, 차도르 뒤집어 쓰고 나이트클럽 다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3인자 딸내미 이야기 등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는 사람도 없을텐데 이런 글까지 쓰면서 "나 사실 이거 쓰는데 노력 하나도 안했어 ㅠㅠ" 하는게 웃기기는 하지만 내 취미 자체가 예전 사진들을 정리하고, 추억하고, 예전에 쓴 글들을 읽으면서 회상하는 것인만큼 미래의 나에게 쓰는 글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맞겠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터키 & 그리스여행은 축복이었다는거! 가치있었다는것! 동생과의 우애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혹시나 제 여행기를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정보를 기대하진 말아주세요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의 홍콩/대만/태국 여행기도 화이팅 ㅠㅠㅠ 하길 제ㅋㅋ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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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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