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도착한 셋째날은 친구와 호텔 해변가에서 놀았고, 넷째날 바라데로의 다운타운 시내를 둘러보았다.

호텔에서 시내까지 30~40분정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생각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뜯어말렸다. 호텔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다닌다고 하는데 더블데커 버스는 5CUC로 끊으면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티켓이란다. 택시는 10CUC정도.


더블데커 버스란 이런 2층용 관광버스를 말하는데 세계 어느 관광지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호텔에는 30분간격으로 버스가 도착한다는데 아침을 먹고 10시 차를 타기로했다.


간간히 다른 버스기사들이 정류장에 멈춰서서 흥정을 하려하는데, 보장된 것이 아니니 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내가 할 말이 아닌 것은 인정한다 ㅋㅋㅋㅋㅋㅋㅋ)


버스 차장언니에게 5CUC를 지불하면 당일 날짜가 적힌 버스티켓을 나눠주는데 그 티켓으로 시내에서 버스를 갈아타거나 호텔로 돌아오면 된다. 우리는 시원하게 2층에 탑승! 아직 오전이었지만 쿠바 햇볕은 역시 따가웠다 :(


버스는 바라데로 시내로 향하는 길 모든 호텔을 한번씩 들러 그곳 투숙객들을 같이 실어나른다. 그 후 길쭉하게 생긴 시내로 들어서는데, 복잡한 길 없이 정말 말그대로 직진만 한다. 우리는 종점에서 내려 쭈욱 걸어 올라가기로했다.


바라데로 다운타운은 정말 보잘 것 없고 관광산업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은 곳이었다. 바라데로 자체가 호텔촌으로 만들어진 곳이다보니 그 곳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마을인지, 아니면 모두 상인으로 전업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기념품과 음식점만 즐비한 볼 것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하바나처럼 나라의 정치/경제/문화/관광의 중심이 아닌 말그대로 현지인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소박한 곳이었기 때문에 쿠바의 평범한 일상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기도했다.




음식점 앞에 진열되어있는 샘플요리... 진짜 음식인데, 따가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어있으니 몇시간 내로 상할 것이 뻔하다. 매일매일 새롭게 진열하는 것도 일이겠다 싶었다.



오전 10시 3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한 레스토랑에서는 춤바람이 일고있었다. 처음에는 관광객인 듯한 한 아주머니를 쿠바 현지인이 끌어내 같이 춤을 추더니 곧 모두가 저렇게 춤을 추는 사태가... 대낮도 아닌 늦은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광경이었지만 이것 또한 여유로운 (혹은 게으르다고 표현될 수도 있는) 라틴계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일부분이 아닐까.




햇볕 쨍쩅한 날에 걸려져있는 크리스마스 데코양말이 귀여워서~



시내 곳곳은 기념품가게로 즐비하다. 인도네시아 급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 심플하고 조금은 원시적인(?) 물건들이 많은데, 상인들은 자신들이 핸드메이드로 만들었다고 소개하지만 하바나나 다른 가게 등 곳곳에서 같은 물품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그냥 거짓말인 듯 하다.


일단 코코넛 열매껍질로 만들었다고 하는 기념품과 가죽같은 천으로 만들어진 기념품이 많았고 그물침대, 음료수 캔으로 만든 모자나 가방 등 재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공예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행 좋아하는 딸래미를 둔 덕에 자석, 그릇 그리고 종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이곳저곳 둘러보았지만 퀄리티가 너무 낮다 ㅠㅠ 모양이 삐뚤빼뚤하고 어설픈 물건들만 잔뜩이다. 심지어 자석 자체가 반토막 나고 글루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빠는 섬세한 조각이 들어간 유럽풍 맥주병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는 나무로 만들어진 듯한 컵밖에 없었다. 주로 기념품이 술, 시가담배 등인데다가 공산품의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손으로 만드는 물건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




사진으로 보니까 엄청 멀쩡해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안그렇다 ㅋㅋㅋㅋㅋ 하나에 1CUC, 7~8개에 5CUC





술 거치대가 유난히 많았는데 우리집은 사용할 일이 없음으로 패스~




코코넛 열매로 만든 돼지저금통과 요요같은 장난감들. 걸걸한 목소리의 가게 언니가 강매수준으로 얼른 사라고 윽박 ㅠㅠ 질렀지만 꿋꿋히 둘러보고 오겠다고 말하고 몰라 찰칵~ 돼지저금통은 솔직히 너무 사고싶었는데 돈을 꺼내려면 꼬리를 잘라야 한다길래 실용적이지 못해서 사지 않았다. 언니가 이거 다 자기가 만든거랬는데 다른 가게 가니까 또 같은 물건들이 ㅋㅋㅋㅋ




조개로 만든 야자수인듯





귀여워서 사서 친구들 나눠주고 싶었는데 노트를 펴보니 종이가 꼬깃꼬깃하고 잘 펼쳐지지 않았다.




아프리카 토착신 캐릭터인데 쿠바 어딜가나 볼 수 있다.




그렇게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던 중 어떤 아줌마가 나에게 다가와 뭐라뭐라 말을 건낸다. 머리를 해준다는 것 같았는데 한번 사진들을 보고 결정하라고 설득한다. 그리고 난 설득당했다 ㅋㅋㅋ


고등학교 다닐 때 쿠바를 다녀온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레게머리를 하고 돌아올 때 나도 한번 해보고싶은 마음이 있었어서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 머리를 해보는 것도 to do list에 들어갔었는데, 적극적으로 알아보진 않았었다. 친구들 말로는 길거리에서 해준다길래 관광객을 상대로 노점같은 가판대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하바나에서 한개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줌마는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고 (역시 나는 어딜 가던 멍청한 짓만 골라하고 다닌다) 어찌되었던 쿠바 현지인의 살림집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냥 우리나라의 쓰러질 것 같은 시골 집에 파스텔 톤 페인트만 칠해놓으면 이 집일 듯 했다. 문을 지나 들어서니 어수선한 살림살이와 잡동기구들이 널부러져있었고 이미 구워놓은 돼지고기... 인지가 아궁이 위에 짜게 식어가고 있었다. 창문이 제대로 없이 뻥뻥 뜷려있어서 순간 당황했는데 사시사철 해쨍쨍한 쿠바는 그리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홍수나 비바람은 몰아치지 않을지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ㅋㅋㅋ 방은 두개가 있었는데 토굴같이 생겼고 (뭔가 아프리카 다큐멘터리에서 본 듯한 모습) 수도는 어떻게 사용될런지 의문스런 집이었다 ㅜㅜ


이미 이 집 할머니가 내 또래로 보이는 다른 백인 여자아이의 머리를 해주고 있었고 커플로 여행 온 캘거리 대학 학생들이라고 했다. 아줌마가 이미 날 앉히고 내 머리를 빗으면서 사진을 쫙 보여주는데,


워워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을 보고 결정하라면서 이미 내 머리를 땋고 있는 아줌매...............

그만. 스탑

하면서 아, 이 머리 모두들 나에게 과해 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이 아줌마 뭔가 너무 무서울 정도로 적극적인게 들어올 때는 내 맘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닐 것 같은 부담감이 엄습했다 ㅋㅋㅋㅋㅋ


이 캘거리 아이들과 얘기를 해보니 잘 때 머리도 아프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갑자기 뭔가 이 머리들이 과해 보이면서 쓸데없는 돈낭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ㅋㅋ


짧은 머리는 25~40CUC, 긴머리는 150CUC까지한다.


음 어떡할까 하는데 이미 내 머리는 땋여지고 있었고 -_- 그래... 살림에 도움이나 주자 싶어서 머리의 반정도만 알아서 땋아달라고 했다. 내 말을 못알아 듣는건지 못알아 듣는 체 하는 건지 아줌마는 내 머리만 만지작 거리면서 "it's so nice~ it's so nice~"만 연발하고 있었고 알았어... 알았어 할게 하면서 대화가 통하지를 않자 이 캘거리 아이들이 버벅거리는 스패니쉬로 흥정까지 해 주었다. 12CUC에 부분적으로만 땋는 것으로. 머리를 첨부터 끝까지 하지 않고 반정도만 해달라 했는데 이미 다 땋아버리는 아줌마... 집 상태를 보고 나는 그냥 아무 말을 안했다...



그나저나 이 캘거리 아이들은 하바나는 돈없어서 못간다더니 이리 머리는 땋고 앉아있다 ㅋㅋㅋㅋㅋ


이 팀이 먼저 가고 우리만 남은 상황에 머리를 다 땋은 아줌마가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우리보고 뭐라뭐라 말을 건당...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급 긴장했는데 샴푸랑 옷이랑 뭐 그런걸 달란다 ㅠㅠ 애기가 있는데 물건이 너무 부족하다나 뭐라나

쿠바 현지인들은 생필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더니 실제로 바라데로 시내를 걸으며 우리에게 환하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사람들 거의 모두 이런 생필품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근데 상식적으로 호텔에 짐 놔두고 백하나 들고 돌아다니는 우리가 생필품을 어깨에 이고다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먼저 우리와 같은 코스를 밟은 친구는 호텔에서 친해진 직원 중 하나가 쿠바를 떠나는 날 옷 좀 달라 사정했다더니...


근데 진심 정신을 차리고 이 집을 탈출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캐나다 돈으로 $15 으로 머리 네가닥 고무줄과 구슬을 이용해 땋은게 전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묵고 있던 호텔에서도 이 머리를 해줄 수 있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 미용실 언니가 이렇게 내 머리를 전부 다 하면 내가 바라데로 시내에서 지불한 값과 같은 값을 받는다고 했다 ㅠㅠㅠㅠㅠㅠㅠ 언니는 바라데로 시내에서 현지인들이 머리를 해주고 두세배를 더 받는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 ㅋㅋㅋㅋㅋ


한마디로 난 바가지 쓴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큰돈도 아니었거니와 애기엄마가 반찬살림에 보탰겠지... 하면서 그냥 웃었당 ㅋ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캐서린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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