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일, 10월 3일

쾌청한 초원의 아침이 밝았다. 날이 밝고 보니 현대식으로 재건설 된 몽골식 빠오가 마치 지구 반대편의 이글루 같이 보이기도 한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페인트, 그리고 황금빛 햇살의 조화에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하다.




저 커다란 건물이 바로 우리가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식당이다. 어제 아저씨들이 열심히 양꼬치를 굽던 카트도 눈에 띈다. 이른 아침엔 역시 장사를 안 하시는군..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승마체험 후 후허하오터로 이동, 시내관광을 하는 스케쥴이었는데, 아주 간단하게 숭늉? 비슷한 죽과 만토우, 그리고 중국식 장아찌를 제공한다. 삶은 계란과 소시지도 있어서 봤더니 그건 별도의 돈을 지불해야한다고.. :(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이렇게 몽골식 전통의상을 입은 아저씨들이 야구모자(..)를 쓰신 채 아주 언발란스하게 돌아다니신다.






여타 말들보다 훨씬 짜리몽땅하고 귀엽게 생긴 내맘대로 조랑이들. 원나라 시절, 고려에서 그렇게 조랑말 조공을 많이 했다더니 그 종자의 후손인가? 너네 사실은 제주도산? 잘 모르겠습니당.





모두가 식사를 마친 약 10시 경, 승마용 복장을 착용하고 이렇게들 우르르 모여가서 티켓을 끊은 후 말을 타러 간다. 우리가 여행사와 계약할 때는 옵션이 모두 포함이었어서 티켓이 그냥 제공되었는데, 다른 분들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별도의 승마 옵션은 약 100위안이 안됐던 것 같다.


그리고 헬게이트 입성


말을 탈 때는 두명 정도의 아저씨들께서 읏차! 하고 탑승시켜 주시는데, 일단 말이 다그닥 다그닥 걸어다니기 시작하자마자 (?) 엉덩이가 매우 아파진다. 진짜 이건 레알이다. 엄살이 아니다. 나는 태어나서 말을 타보는 거라고는 동물원에서 한두바퀴 빙 돈 것 밖에 기억이 안난다. 동물원 말들은 터벅터벅 영혼없이 걷기만했으나 내몽골 애들은 달랐다. 얘들은 레알 조깅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뛰기까지 했는데, 인력부족으로 아저씨들이 하나하나 고삐를 잡고 인도 해 주지 못하니, 만약 처음부터 아저씨가 붙지 않았을 경우에는 레알 무서운 척을 하면서 아저씨들의 관심과 눈길을 끌어야 한다 (제 고삐 좀 잡아주세요! 얘 좀 걷게 해주세요!). 그리고 아저씨들은 이런 우리를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신다. 기준이 다른건지, 아니면 무서워 하는 외국인들을 너무 많이 상대하신건지, 하여간 말도 안통하고 가이드도 따라붙지 않는데 엉덩이는 아프고 승마체험은 기약없이 40분 가량 진행되지, 조금 서러워진다. 나는 좀 어벙하고 만만해 보였는지 처음부터 아저씨가 붙었는데, 갈 떄는 잘 가다가 나중에 올 때 갈아탄 말이 미쳐 날뛰어서 외국애들 사이에서 꽤나 화자됐었다는 슬픈 이야기.


참고로 말 위에서는 핸드폰 촬영을 못하니 (셀카라도 찍을라치면 아저씨가 바로 소리를 지르신다) 참고하시고, 다그닥 다그닥 거리는 말 위에서 카메라 목에 걸고 촬영을 감행할 수도 있었지만 카메라가 배낭 안에 들어있었기에... 도저히 현실적으로 조깅하는 말 위에서 카메라를 꺼내고 또 닫고 할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물론 말들이 좀 터덜터덜 걷는 페이스로 돌입할 때 안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카메라를 목에 걸고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는 것이 가장 유익할 듯 싶다. 아래는 엉덩이가 아픈 나의 그림자... 도저히 셀카를 찍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두손으로 안전하게 찍었다.




몽골족 분들께서는 진짜 이 허허벌판 대지를 영웅처럼 말 위에서 쏘다니신다. 뭔가 말과 일심동체가 된 듯한 포쓰. 역시 징기스칸의 후예, 초원의 주인. 말이 조깅하려고 박차(?)를 가할 때마다 와우! 오우! 잇 헐츠! 라고 소리지르며 엉덩이를 들썩들썩, 깨알 비명을 지르는 내가 저들의 눈에는 얼마나 한심해보였을까.





약 40분가량의 편도 승마가 끝나면, 일제히 말에서 내려서 게르를 방문한다. 이게 왜 편도냐 하면, 게르를 방문하고 몽골식 우유차(나이차)와 우유간식을 시식 한 뒤 또 다시 말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기 때문. 정말 경악스러웠다 다시는 말 안 타.




우유차와 우유 캐러멜 그리고 치즈를 나눠주는데, 그냥 맛보기를 할 만한 양이다. 자리가 부족해서 우리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서서 먹고 마셨다. 우유차는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듯 했고 캐러멜과 치즈 모두 맛은 괜찮았는데, 관광상품으로 파는 대량상품들이 오히려 비릿내가 심해서 기념품으로 사왔지만 지금까지 나몰라라 하는 중. 친구한테도 나눠줬는데 똑같이 방치당하고 있는 듯 하다 ㅡㅡ


몽골족 간식 시식 후 약 15분 가량의 자유시간에 허락 된 포토타임! 아래 눈을 좀 덜 뜬건지 게슴츠레 하니 너무 멍청하게 나왔지만 한번 올려봅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가을이라 그런지 초원이 황금빛인데, 조랑이들이 배가 고팠는지 게르 가는 길에는 침착하게 잘 조깅만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는 점심식사 시간이어서 배가 고팠는지 갑자기 트랙을 이탈해서 풀을 뜯어먹질 않나 (풀 뜯어먹으려고 고개 숙일 때 내 몸도 함께 숙여짐) 갑자기 반항하면서 뛰어다니지를 않나, 정말 공포스러운 40분이었다. 내 말이 하도 날뛰고 내가 무서워 하니까 아저씨 두명이 붙어서 말을 조련했는데, 뭔가 본능적으로 두 분이서 히히덕 웃으시면서 나를 놀리는 듯한 기분이 확 들었다 (식스센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몽골의 승마체험은 레알 말이 나를 등에 업고 왕복 한시간 반 이상 조깅을 하는 것이니 노약자나 어린이 혹은 두려움이 많은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절대 터벅터벅 걷는 애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편한 바지를 입고 가세요. 선크림 단디 바르시구요. 지금 생각하면 좋은 추억이고 내가 언제 말 등위에서 그렇게 들썩거려보겠나 싶지만, 또 내몽골에서 승마체험을 해볼래? 하면 흔쾌히 수락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왜냐면 이건 레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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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

제 1일, 10월 2일


지도 출처는 네이버 사전/이미지


내몽골 자치구는 중국 영토면적의 약 12%와 몽골계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중국의 자치구로서, 수도는 후허하오터이며 초원과 사막등의 광활한 땅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정복자 징기스칸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이며, 몽골과 러시아의 영토분쟁으로 머리가 아파온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는 중국 공산당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과 한족 유입정책으로 본래의 몽골계가 한족과 섞이고 자리 뒷편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경에서 출발하는 내몽골 여행은 보통 국경절을 끝으로 (그 이후가 되면 너무 춥기 때문에 ㅠ) 4~5월부터 다시 재개되는 듯 하는데, 보통 외국인 어학연수생들이 맑은 내몽골의 가을 날씨를 틈타 많이들 떠난다.


중국 현지인으로만 구성 된 팀은 10월 1일 이미 떠났다고 했고, 외국인으로 99% 구성 된 우리 팀은 10월 2일, 새벽 6시 버스를 타고 내몽골로 향했다. 차가 매우 막혔기 때문에 후허하오터로 가는 것보다 초원으로 바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는 여행사 사장님의 판단으로, 우리는 1일의 일정이었던 현공사 방문과 시내 관광을 뒤로 미루고 초원으로 향했다. 1시간 반정도 버스가 꿈쩍 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는...ㅠㅠㅠㅠㅠㅠㅠㅠ 시동까지 끄고 사람들 길바닥에 돌아다니고 난리났었음. 초원에는 약 7시 쯤에 도착했던 것 같은데, 50명이 넘는 사람들과 그 긴 이동시간을 버스로 함께하고 다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었던 환경이란 정말 고역이였다.


버스를 탈 때 한가지 팁은 뒷문 바로 뒷자리를 잡는 것인데,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기 때문에 다리를 쭉 펴고 더욱 더 편히 이동 할 수 있다. 운 좋게도 나와 K양은 이 자리를 첫날 잡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다시 한번 앉지 못했다 ㅠㅠ


중간에 두번정도 휴게실에 들르고 점심을 위해 음식점에 들른 것 빼면, 새벽부터 저녁나절까지 온통 버스 안이었던 첫날... ㅠㅠ


우리는 해가 이미 지고 나서야 초원에 도착했다.






뭔가 붉은 깃발들이 펄럭이고, 원형 텐트 모양의 몽골식 빠오가 현대식으로 지어진 방갈로들이 즐비했다. 약 30분간 버스로 달리고 달려서 온 초원의 한가운데인 듯 했는데, 때문에 정말 허허벌판이다. 아무것도 없다. 오름직한 동산만 있을 뿐, 빌딩도, 산도,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대지였다.


내리자마자 날카로운 바람에 캐구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북경은 매우 따뜻했어서 방심하고 가죽 아우터 한개만 들고왔는데 아뿔싸, 구스 놔뒀다가 국 끓여먹나 ㅠㅠㅠ


여행사에서 방 키를 주는데, 2인 1실이다. 좀더 전통적인 모양새일 줄 알았더니 티비에다 물끓이는 기계까지 있다. 다만 난방은 전!혀! 되지 않고 찬물도 나오지 않아서 물을 끓여서 세수하고 발을 씻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ㅠㅠㅠㅠ 내몽골 가시는 분들은 정말 단단히 무장하고 가세요. 그 외에는 방도 넓찍하니 괜찮았는데, 이불 속으로 들어가도 피할 수 없는 한기란... 어쩔 수 없이 첫날 밤, 밖에서 입는 아우터를 입고 잠을 청해야만 했다. 몽고빠오 덕분에 그 이후 보통의 호텔 방들도 모두 스위트 룸으로 느껴졌다는 -_-...


내몽골의 "초원"이란 뭔가 하나의 통합 된 관광사업으로 느껴졌는데, 숙소와 식당, 액티비티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있고 같은 사업체로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옆이 바로 식당, 숙소 관리자들이 음식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말도 가르쳐주고 하는, 뭔가 "초원"이라는 상품을 내걸고 마을에서 공동체로 운영하는 비즈니스라는 느낌이 강했다. 집안 사업인가 생각들게 할 정도였다.




방에 붙어있는 장식은 모두 다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방은 말머리 장식.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오면 이미 해가 다 진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식당 앞에서 말린 과일과 양꼬치 등을 팔고 계신 분들이 보인다. 우리는 호기심도 발동하고 배도 고팠기에 기웃기웃거렸는데, 영어를 쓰는 동양인 무리를 보고 흥미로운 듯이 우리에게 "어느 나라 애들이야?" 하고 묻던 아저씨. 싱가폴 화교 친구에게 "중국어 잘하네", 하고 웃으신다. 말린 과일을 딱히 구매 할 마음은 없었는데, 우리에게 먼저 권하시는 분들... (장사를 할 줄 아시네.........) 음... 별다른 맛은 아니었지만 먹고 그냥 가는게 겸연쩍어서 비싼 가격에서 한봉지 사게되었다. 여타 다른 곳처럼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매긴다. 크랜베리 말고는 무슨 과일들이었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지만 볶고 지지는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들 속에서 말린 과일이 나름 청량한 비타민 같은 존재였달까...





양꼬치를 파는 아저씨들은 맛있는 고기냄새를 풍기면서 아직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여행객들을 유혹했는데, 사진으로 보기에는 크기가 작아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엄청 작은 크기었다. 그런데 3꼬치에 10원 (...). 북경에서는 저만한 크기에 똑같은 양꼬치를 1원에 즐길 수 있다. 그냥 여행지려니 수긍하고 싱가폴 친구가 사주어서 네명이서 오순도순 꼬치 세개를 나눠먹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늦게 했던 이유는, 다른 여행사 팀이 먼저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한마리가 아직 치우지 않은 식탁에 올라가 걸터듬 하고 있었는데, 불쌍하게도 식당 아저씨한테 걸려서 매맞고 진짜 레알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는..동물학대  위생 상 문제 때문이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직접 목격한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ㅠㅠㅠㅠㅠㅠㅠ 냥찡 ㅠㅠㅠㅠㅠ


아래는 우리의 저녁식사였는데, 다른 여행자들은 고기가 상대적으로 적고 야채가 많다느니 하면서 불평불만을 쏟아냈지만 나는 정말 여행 내내 만족했다. 여행 내내 메뉴가 비슷했던 것은 사실이나, 요리반찬 약 6-7개와 밥, 만토우 그리고 국물요리 한두개 정도, 게다가 베이징보다 더욱 담백하게 되어있는 간까지, 나는 단지 내가 식순이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너무너무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몽골족 특유의 음식이라기 보다 그냥 여타 중국음식이었다는 것이 아쉬웠다면 아쉬웠달까...


참고로 식사를 하기 앞서 갑자기 가수(?)가 튀어나와 노래를 부르고 흥을 돋구려 노력하는데, 이때 엄청 독한 몽골족 술을 한잔 씩 따라주니 저처럼 술 안먹는 사람들은 조심하세요... ㅋㅋㅋㅋㅋㅋ 내 생애 첫 알코올을 이곳에서 노래에 정신 팔려있다가 민족의상 입은 아줌마가 첫빠로 물 따라 주길래 봤더니 술이었다능...



식사가 끝나면 식당 밖에서 콘서트(?)가 열리는데, 몽골족 전통 민요를 부르고 춤을 추고 만다린 가요(..)를 부르며 끝이난다. 전통의상 위에 외투를 걸쳐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너무 추웠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아래는 아까 저녁식사 때 열창하던 아줌마 아저씨분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춤추는 십대 소녀들. 춤을 즐긴다기보다 차타고 30-40분 걸리는 초원 한 가운데에 사는 이 아이들이 학교는 과연 다닐까? 싶은 걱정이 앞섰다. 내 기우였던가? 학교가 있으려나? 아니면 성수기 때(..)에만 반짝 가족사업에 동참하는건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징기스칸의 후예다운 복장의 전사같은 초원의 가수 오빠! 뭔가 풍기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 징기스칸 시대에 태어났으면 말타고 활쏘도 다녔을 법한 포쓰...


마지막으로는 중국의 유명 가요들을 부르며 중국 현지 여행객들과 어울리고 섞여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는데 정작 젊은 사람은 동참하지 않았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관광버스 삘 전세계를 호령하던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중국에 귀속되서 문화를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씁쓸했다.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뭐가 문제인가 싶을 수는 있겠으나, 중국 영토에서 만다린을 쓰면서 만다린 가요를 부르고 춤을 추는 그네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었달까?


공연이 끝나고 타닥타닥 타는 불빛에 옹기종기 모여 손을 녹이면서, 이곳은 정말 근대화 된 우리네 세상과는 뭔가 동떨어진 장소랄까, 하는 기분이 들어서 낭만적이었다.


하루를 끝으로 친구들과 컵라면 파티(라고 쓰고 술파티라고 부른다)를 할까 싶었지만 슈퍼 물가 자체가 워낙 비싸고 또 피곤하기도 해서 바로 해산.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또 마주친 가수오빠. 복장 때문에 어흥! 할 기세ㅋㅋㅋ-


춥고 피곤하고 비록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이 날 밤 별은 내 평생 눈에 담고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레알 별빛이 내린다☆샤랄랄라라라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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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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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위의 사진안의 여행사 책자를 나눠주는 아저씨들이 계신다 "한국사람! 한국사람!".


여기서 미스테리 1. 북경대는 (청화대, 인민대 등등의 여타 대학과 마찬가지로) 정문에서 학생카드를 체크하고 외부인은 차단하는 시스템인데 어떻게들 들어오시는건지?


미스테리 2. 개인적으로 코리안 스타일링을 추구하지는 않는데 날 어떻게 한국사람이라 그렇게 쉽게 간파하는건지? (그냥 생긴게 너무 한국인인가보다ㅋㅋㅋㅋ)


아무튼 이 여행책자들은 대부분 바탕체/굴림체/궁서체 이렇게 한글글꼴 기본 3종세트로 쓰여진, 문법적으로도 어색하기 짝이없는 한국어 번역 전단지들인데, 국경절 연휴를 타겟으로 유학생들에게 배포된다.


작년, 중국의 중추절이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9월 27일었던지라 꽤나 기대했었는데, 친구들에게 전병 두어개만 선물받고 심지어 일요일이었다능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중국은 중추절 보다는 공산당 아래 People's Republic of China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이 훨씬 큰 연휴로 여겨진다고 한다. 중추절은 9월 마지막주이고 국경절은 10월 첫째주(10월 1일~7일)이기 때문에 징검다리 연휴가 되는 셈이다(골든위크...☆). 중국에서는 보통 이 때를 틈타 많이들 여행을 떠난다.


베이징에 도착해서 적응을 하기도 전에 국경절에 어디가지?! 김칫국 먼저 벌컥벌컥 마시던 터라 허접한 여행사 책자라도 꼼꼼히 비교분석해서 잘 읽어보았다. 여행지는 내몽골 자치구로 결정하고,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


완성 된 크루는 한국인 플랫메이트 K양과 싱가폴의 P군 그리고 일본인 K군! 그리고 나 이렇게 4명.


우리의 분석 결과, 초원에서 말이 뛰노는 합성사진의 여행사를 택.


오도구(五道口)의 화칭가원 안, 버니드롭 카페 건물에 있는 여행사였는데, 뭐랄까 현관문도 없었던 협소한 사무실(? 뻥뜷린 벽 한가운데..?)에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사장님이 금목걸이에 담배를 뻑뻑 피고 있었던...ㅠㅠㅠ 순간 첫인상이 그리 좋지는않아 발길을 돌려 다른 여행사로 갈까 했지만, 일단 상담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받아 온 전단지들을 일일이 비교하면서 상담하자, 사장님은 껄껄껄 웃으며 "저 회사는 내 조카 꺼~ 이 회사는 어떻고.. 결국 다 똑같애~"


... 음 아마도 다 연계되어 있나봉가?  우리가 해온 날카로운 비교분석이 다 소용이 없었나봉가? 싶었지만, 걸음 한 김에 일단 상담을 해봤다.


사실 처음에는 침대기차 4박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버스패키지가 시간절약에 더욱 효괴적이고 여러 곳을 둘러 볼 수 있다는 말에 버스로 맘을 돌렸다 (너희들 학생이지? 버스 투어는 박물관이랑 현공사랑 이러이러한 교육적인 장소를 더 둘러보는데 그게 더 좋지 않겠어?" 음...ㅋㅋ)


우리가 상담했던 상품은 3박 4일의 초원-사막-후허하오터-현공사 포함 페키지로서:


1일: 아침 6시 북경 출발, 약 5시간 후 석식, 그리고 현존 세계 최대 석굴암이 있는 

현공사에 도착해서 원강석굴 관광. 석식 후 호텔.


2일: 조식 후 내몽고 후허하오터로 이동, 시내관광(박물관 포함) 후 사막으로 이동, 

낙타, 케이블카, 스케이트보드, 낙하산을 타고 사막의 일몰 관람.


3일: 사막의 일출을 보고 조식 후 초원으로 이동, 말타기 (옵션, 50-70원/시간), 아오빠오산, 

목민 가정 방문하여 내몽고족 풍속체험. 석식 후내몽고족 전통의식 체험, 석식 후 민족가무공연, 몽고빠오에서 1박.


4일: 조식 후 북경으로 돌아감, 저녁에 북경에 도착.


비용은 옵션에 따라 880원, 1480원 그리고 1680원 세가지로 나뉘어진다고 책자에 써 있었다.


방문 당시는 상담하기에는 꽤나 일렀던 9월 둘째주로서 우리는 흥정에 다른 그룹보다 더욱 용이한 상황이었다. 화교 출신인 싱가폴 친구가 유창한 중국어로 몇분 이야기를 나누자, 당장 야진(보증금)을 500원 내면 얼마만큼 깎아주겠다, 등의 실갱이를 벌이던 상황. 여행사 쪽은 초호화 관광버스(?)라는 버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건 다른 여행사들이 사용하는 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동 시간이 길기 때문에 버스가 중요하다, 우리와 동행 할 사람들은 모두 다 외국인이므로 본인 포함 영어를 쓰는 가이드 한명이 조인해서 인솔할거다, 등등의 어필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여행사들과 더 비교를 해 볼 생각이었으므로 일단 생각해보고 연락을 준다고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행사 사장님은 며칠동안이나 중국판 카톡인 위챗(웨이신)으로 싱가폴 친구에게 계속 연락하고 괴롭히며 우리에게 공을 들였고, 결국엔 모든 옵션을 포함하는 비용으로 1350위안, 우리 돈으로 25만원 안되는 가격을 제시, 우리는 시간도 없고 피곤한데 그냥 하자~ 하고 북대까지 우리를 찾아 온 아저씨에게 야진 500원씩을 지불했다.


그러다가 여행이 임박해서 아저씨는 영어하는 가이드가 빠지고 한국인 가이드가 인솔을 할거라 통보해왔는데, 싱가폴 친구와 일본인 친구 때문에 실랑이를 좀 벌였었다.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싱가폴 친구는 그렇다치고, 일본인 친구는 한국어를 1도 못하는데, 처음에 우리를 상담했을 때는 영어 인솔자가 있을거라고 우리를 꼬시더니 갑자기 말을 바꾸는게 불쾌해서 따지자 사장은 어이없게도 일본인 친구의 국적을 걸고 넘어졌다. 반일 감정이 심해서 일본인이 하나 껴있으면 여행 인솔하기가 불편한데, 우리의 동행인 K군이 그룹 안의 유일한 일본인이기 때문에 지금 좀 곤란하다, 일본인이 껴있으면 입장 불가한 곳이 있을 수도있다, 등의 헛소리를 갑자기 지껄이길래 더욱 더 불쾌해졌던 상황 (나중에는 와이프로 추정되는 아줌마까지 합세 ㅡ_ㅡ). 여행사 쪽에서는 내몽골 여행 패키지는 보통 그저 활동적인 액티비티가 많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이드의 언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맞불을 놓았고, 결국 함께 동행하는 고객들이 지불한 가격의 리스트를 전부 보여주며 우리그룹이 가장 할인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설득하려 했다. 결국 우리는 수긍했고.


지금 지나놓고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버스는 확실히 다른 여행사들의 것보다 좋은 것이었고, 비록 스케쥴대로 행해지지는 않은 여행일정이었지만 대부분의 일정을 다 소화한 나름 알찼던 여행이었다. 가이드를 급 교체한 것과 일본국적을 가지고 딴지를 건 것이 마음에 안들었었지만 여행 일정 내내에는 그냥 평타를 쳤던 사장님과 한국인 가이드분이었다. 실제로 승마, 사막 투어 등등 활발한 액티비티가 많았기 때문에 가이드의 설명은 그리 필요없었을지는 모르나, 현공사나 내몽골의 역사 등등 기본 정보를 여행사 측에서 전혀 제공해 주지 않았던 것은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다. 물론 버스 마이크가 너무 울려서 그런 설명을 버스 안에서 일일이 다 해주었으면 1도 못알아들었을 상황이 발생했겠지만. 아무튼 가이드 두분은 정말 고객들을 터치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간섭이 심한 아저씨 가이드분들 위주로 상대를 해온 나는 오히려 그 점이 더 좋게 느껴졌다.


요약으로 이번년도 국경절에 내몽골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 계시다면 드리고 싶은 팁은:


1. 미리미리 알아볼 것! 앞서 말한 것 처럼, 고객들이 지불한 금액은 모두 달랐다. 개개인의 흥정능력 나름이었던 듯... 북유모 카페 등 주중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상품의 할인가격을 제시하는 것 같은데, 한두명은 모르겠으나 우리처럼 그룹으로 여행을 갈 시에는 한번 흥정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근데 사장님이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게 함정.... 책자에는 한국어도 가능하다고 써있었으나 사무실에는 없었다. 조선족 분들이 운영하시는 여행사는 방문하지 않았어서 모르겠으나, 이왕이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와 동행해서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2. 외국인 그룹인지 중국인 그룹인지 물어는 볼 것! 우리 같은 경우는 외국인 그룹에 끼었었는데, 가족 단위가 아니라 보통 전세계에서 모인 어학연수생들로 이루어진 팀으로서 애들이 혈기왕성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죄다 10대 후반 20대 초반...) 좀 시끄럽고 하여간 그랬다 (덧붙이자면, 한국인 그룹이 절반 이상이었다). 중국인 그룹은 잘 모르겠으나 우리 그룹과 동행 한 중국가족 두 그룹을 관찰 한 것을 토대로 하자면 중국그룹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터 유치원 아이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할 듯 싶다. 우리 팀 중국인 꼬맹이들은 의젓하고 조용한 애들이었어서 별 탈 없었지만, 혹시나 오냐오냐 귀여움만 받고 자란 초딩들이 버스에 가득했었다면 이동시간이 조금 더 피곤했을지도...


3. 버스 이동시간이 정말 길다! 일단 국경절엔 중국의 어느 곳이던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에, 여행 책자에 4-5시간 걸린다는 이동거리도 까딱하면 6-7시간 걸릴 수도 있으니 새벽에 출발하는 시간을 엄수하고 그냥 이동시간이 좀 더 걸리겠거니 마음을 내려놓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한 버스에 6-7시간 갖혀있는데(물론 중간에 한두번 휴게실은 들른다만)아무리 신형버스라지만 자리는 비좁고, 의자 젖히기는 좀 눈치보이고, 창문은 아주 조금이라도 열지 못하고, 하여간 그랬다.


4. 10월 초의 초원은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매우 추우니 옷을 단단히 가져갈 것! 초원을 포함 한 사막의 자외선이 어마어마 하다보니(그늘이 없음 ㅠㅠ)선크림은 꼭 챙길 것!


5. 책자에 쓰여있는 정보는 정말 큰 틀이자 가이드라인일 뿐이지, 절대 엄수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상담 시 어떤 액티비티들과 옵션들이 포함되는지 묻고묻고 또 묻고 확실히 해야한다. 우리같은 경우는 사막의 낙하산, 스케이드 보드, 초원에서의 양고기 맛보기, 전통 혼례공연 괄마 및 내몽골 경마 공연 관람 등이 포함되어있다고 써있었지만 그런 거 없었다... (책자에는 일단 다 구겨넣고 보는 듯 ㅡ_ㅡ)


그 외에는 기념품과 간식거리 기타 등등 이외에 지불할 돈이 딱히 없었음으로 (그냥 옵션은 모두들 하는 듯...) 별도의 돈도 들지 않았고 밥도 만족스러웠던 여행이었다. 국경절에 여행을 하고 싶다면 내몽골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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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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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첫째주,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에 친구들과 함께 내몽골 자치구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화교인 싱가폴 친구와 함께였지만, 촉박한 시간 내에 드넓고 초원-사막 간의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내몽골 자치구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여행사를 통해서 가야만 했다.


여행사와의 가격흥정, 가이드의 교체 그리고 동행하는 일본친구에 대한 트집(?) 등등 출발하기 전에는 썩 내키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식사도 맛있었고, 여러 액티비티도 가능했고 인솔자 분들도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터치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됀 꽤나 알차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한족들에게 밀리고 섞여 내몽골 자치구 (Inner Mongolia) 라는 이름으로 중국 공산당에 귀속되고, 만다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을 직접 목도하면서 좀 많이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튼 중국에 정착한지 꼭 한달만에 베이징 밖으로 떠나게 된 여행!


날씨도 너무 좋았고 감사했던 3박 4일이었다. 혹, 국경절에 내몽골 자치구 여행을 계획 중인 분이시라면 추천합니다. :)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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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서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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